영남에 떨어지는 용산발 낙하산 실상

‘윤심’ 달고 꽃밭 안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본격적으로 지역구 공천을 확정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선 연일 긴장감이 감돈다. 텃밭서 분란이 시작될 조짐마저 느껴진다. 몇몇 중진 의원들은 자리를 양보했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다. 다시 보수가 분열하기 시작하는 듯 보인다. 이기는 공천일까? 이기적인 공천일까?

국민의힘의 공천 심사 및 면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후보들은 면접장에 나타나, 저마다 자신의 강점과 공약을 앞세웠다. 비교적 분란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던 지역과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부터 심사가 빠르게 이뤄졌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권의 공천 면접이 시작된 이후다. 

윤핵관과
비윤핵관

해당 일정에 앞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중진 의원으로 불리는 이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몇몇은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이를 두고 갈등이 벌어질 양상이다. 앞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당 지도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의 험지 출마 필요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그때와는 다르게 비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에게 지역구 이동을 요청하고 있다. 

일단 서울 심사에서는 국민의힘이 공언했던 시스템 공천이 나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불리는 석동현 예비후보가 컷오프당했다. 단수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통령실 출신은 이승환 중랑구을 후보가 유일하다. 


국민의힘 자체적으로도 대통령실 출신의 후보를 다수 공천하기에는 무리로 여겼던 모양새다. 다만 국민의힘의 단수공천은 예상보다 많은 인물이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공천을 마무리지어 분란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당 내부에서는 “이기려고 공천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겉으로 보면 시스템 공천이 잘 작동하는 모습이다. 

다만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 현재 단수공천을 받는 인물들이 출마하는 지역들은 대부분 험지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서의 경쟁력이 너무 없어 단수를 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특히 서울시 강서구의 갑·병 지역은 국민의힘 입장서 탈환이 절실한 곳인데도, 이른 시간에 단수공천을 하는 것으로 결정돼 버렸다.

강서병서 단수공천을 받게 된 김일호 후보는 해당 지역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일단 험지에 이름값이 높은 인물이 출마하게 되면서 주목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천 하나하나에 당의 명운이 걸렸을 정도다. 

해당 여파를 인식하고 있는 탓인지, 가장 분란이 클 수 있는 영남권의 공천 면접 심사는 전국 심사 일정 중 가장 마지막으로 잡혔다. 당내 예선임에도 경쟁자가 많아 사실상 본선으로 불린다. 이런 이유로 영남권의 공천 결과는 뒤늦게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이름값으로 공천 진행
대통령실 출신 대부분 신인 가산

영남권 공천은 당내서도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들일 사안이다. 보수의 꽃밭으로 불리는 지역서 공천 잡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당의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택할 수 있는 전략은 경선을 붙이는 일이다.


문제는 당내에서는 수도권의 단수공천처럼 오히려 영남권도 비슷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점이다. 일단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심사 전에 영남권 의원의 출마를 재배치하자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띄웠다. 앞선 혁신위 때와는 다르게 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의원 등 이미 몇몇 중진 의원은 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가장 먼저 요청을 받아들였던 서 의원은 지난 7일, 부산 북강서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예상과는 달리 서 의원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물론 본인이 몸담아온 지역구서 서운해한다는 이야기를 함께 전했지만, 당의 뜻이니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부산시 진구갑에는 7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하는 등 다수가 몰렸다. 이 중 눈길을 끄는 인사는 박성훈 해양수산부 전 차관과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정성국 전 위원이었다. 특히 박 전 차관은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까지 지낸 용산 출신이다. 

두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으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만 59세에 해당하지 않아, 추가 가산점까지 받을 수 있다. 

조 의원이 현재 있는 지역구도 마찬가지다. 다른 인사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선택한 지역은 경남 김해시을이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김해시를 찾았으나, 당원의 출마 반대로 “늦게 결정해 밀양·의령·함안·창녕 당원, 주민과 김해시 당원, 시민에게 미리 상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서면으로 대신했다.

이 같은 조 의원의 결정에 김해시 당원 및 주민들에게 큰 반발을 샀다. 시작도 전에 같은 당임에도 반대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  결국 조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게 돼 지역서 큰 반발을 사는 중이다. 해당 지역구서도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보수의 밭
공천 잡음

이처럼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박일호 전 예비후보에게 논란이 생겼다. 지난해 11월 허홍 밀양시의원이 박 예비후보를 뇌물수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해 현재 창원지방검찰청서 수사 중이다. 

2018년 2월에 박 예비후보의 고향인 구·백산초등학교 부근서 지역 선배를 통해 건립 시공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뇌물 2억원을 수뢰한 혐의다. 박 예비후보는 허위 사실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추후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과거 밀양시장을 역임했던 그는 재당선된 지 1년 반 만에 시장직을 던졌다. 지방선거서 당선됐던 만큼 밀양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태호 의원이 지역구를 경남 양산시을로 옮기자 민주당은 자신 있다는 듯 민주당 김두관 의원을 단수공천하면서 낙동강벨트서 펼쳐지는 가장 뜨거운 맞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김 의원도 화답하듯 “환영한다”고 밝혔으나 당내서 상당한 견제를 받았다.

같은 당 후보인 한옥문 예비후보는 “필패 카드”라며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의 양산을 출마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김두관 의원 역시 단수공천을 받았는데, 한 예비후보의 반발도 상당하다. 


현재 김태호 의원의 본래 지역구에는 대통령실 출신이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으나, 지역에서는 각종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직 검사, 교수 등이 후보로 출마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부산광역시 사하구을서만 5선을 지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도 출마 지역 재배치를 압박받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김포시 출마설도 제기됐던 바 있으나 이후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이미 일찌감치 사하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사하을은 조 의원을 포함해 5명이 경쟁해왔다. 

엄밀히 말하면 조 의원에게는 아직까지는 당에서 특별한 요청이 없었다. 그가 낙동강벨트 안에 있는 후보라서다. 

낙동강
맞대결

문제는 조 의원을 향한 다른 후보들의 견제가 심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사하구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한 인사는 “조경태 의원은 당에 애당심이 없는 사람이다. 선당후사, 선민후사라고 하는데 먼저 예비후보로 등록해 버렸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지역에는 대통령실 출신 인물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신인인 만큼 가점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조 의원과 55대 45의 격차가 발생할 경우, 신인 가산점인 15% 가산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생긴다.


이처럼 윤석열정부서 차출된 인사들이 정치 신인 가산점을 받으면 경쟁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부산 중구·영도구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을 지낸 박성근 예비후보가 가산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시사>는 경상남·북도, 부산광역시에 등록한 예비후보들을 분석했다. 이들 중 가산점을 받는 윤석열 선거캠프 출신, 윤정부, 대통령실 및 인수위원회 출신은 총 25명에 달했으며 대부분 나이 가산점까지 받을 수 있는 연령대였다. 

특히 대통령실 출신들은 연령대가 30대 중반부터 만 57세까지로 정치신인 가산점을 획득하기 수월한 인물들로 꾸려졌다. 즉, 현역 의원들과 맞붙게 될 경우 조금만 인지도를 쌓아왔다면 역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현역 의원이 없는 지역구의 경우 젊은 나이가 깡패인 격이다.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영남권 출마자는 “현역 의원이 있지만, 충분히 유리하다고 본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무소속, 3지대 난입하면 분열
갈라지면 다같이 전멸 가능성

국민의힘에서는 영남지역서 278명이 공천을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4.28대 1에 달했다. 

수도권에서는 정치 신인 및 나이 가산점을 적용해도 격차가 크다. 그러나 자신들의 텃밭인 지역에서는 다르게 작용할 룰이다. 정치 신인임에도 나이 제한이 걸려 있다면 경쟁서 크게 불리해진다. 

영남권은 공천장을 받기만 하면 당선될 정도로 보수 텃밭 중의 텃밭으로 통하는 지역이다. 일단 윤심 논란을 탈피하기 위해 힘을 쏟는 분위기지만, 프리미엄 가산점은 수도권서만 빛을 볼 수 있는 전략이다. 

영남지역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은 이름값을 높이기 위한 프리미엄이다. 여전히 영남권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견고한데, 윤심 논란과 딱히 관계가 없는 지역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대통령실 출신들이 공천장을 받아든다면 해당 지역의 현역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대부분 경선을 하게 됐지만, 공천서 탈락하게 될 경우 적지 않는 반발이 예상된다.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할 경우, 보수표는 분산될 수밖에 없다. 앞선 총선서 여야를 막론하고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은 비슷한 사례를 여실히 보여줬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선돼 당으로 컴백한 경우가 허다하다. 

험지 출마를 요청받은 인물 대부분은 ‘비윤(비 윤석열)계’로 이들이 탈당할 경우, 국민의힘은 이미 다져온 조직마저 잃게 될 수도 있다. 

결국 보수는 또다시 분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무소속, 제3지대 등으로 표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21대 총선서 보수의 분열은 총선 대패로 확인됐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지역을 모두 경선 지역으로 결정했다. 

받기만 하면
무조건 당선

경선을 두고, 윤정부 출신 인사들은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실 사람들을 공천하지 않고, 한 비대위원장이 선택한 인물을 내세운다면, 이는 대놓고 대통령과 한 판 붙자는 얘기일 수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영남권)단수공천은 현역 의원들을 날리겠다는 소리였는데, 경선을 하게 됐다. 죽었다 깨어나도 경선에선 현역을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위성정당 늦어지는 이유

지난 15일 열릴 예정이던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창당 작업이 일시 중지됐다.

정치권에서는 지도부 구성과 현역 의원을 빌려주는 이른바 ‘의원 꿔주기’ 등을 진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으로 여긴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동향도 함께 살피기 위해서라고 전해진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행정적인 절차는 충분히 준비된 것으로 보이지만 고려할 사항이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당이 연기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경상보조금도 받지 못하게 됐다.

과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갈등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 국민의힘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인원은 단 2명이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고민인 모양새다. 또 국민의힘과 함께 발맞춰 ‘배신’하지 않을 당 대표와 공관위원이 필요한 상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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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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