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에 떨어지는 용산발 낙하산 실상

‘윤심’ 달고 꽃밭 안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본격적으로 지역구 공천을 확정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선 연일 긴장감이 감돈다. 텃밭서 분란이 시작될 조짐마저 느껴진다. 몇몇 중진 의원들은 자리를 양보했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다. 다시 보수가 분열하기 시작하는 듯 보인다. 이기는 공천일까? 이기적인 공천일까?

국민의힘의 공천 심사 및 면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후보들은 면접장에 나타나, 저마다 자신의 강점과 공약을 앞세웠다. 비교적 분란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던 지역과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부터 심사가 빠르게 이뤄졌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권의 공천 면접이 시작된 이후다. 

윤핵관과
비윤핵관

해당 일정에 앞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중진 의원으로 불리는 이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몇몇은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이를 두고 갈등이 벌어질 양상이다. 앞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당 지도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의 험지 출마 필요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그때와는 다르게 비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에게 지역구 이동을 요청하고 있다. 

일단 서울 심사에서는 국민의힘이 공언했던 시스템 공천이 나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불리는 석동현 예비후보가 컷오프당했다. 단수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통령실 출신은 이승환 중랑구을 후보가 유일하다. 


국민의힘 자체적으로도 대통령실 출신의 후보를 다수 공천하기에는 무리로 여겼던 모양새다. 다만 국민의힘의 단수공천은 예상보다 많은 인물이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공천을 마무리지어 분란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당 내부에서는 “이기려고 공천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겉으로 보면 시스템 공천이 잘 작동하는 모습이다. 

다만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 현재 단수공천을 받는 인물들이 출마하는 지역들은 대부분 험지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서의 경쟁력이 너무 없어 단수를 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특히 서울시 강서구의 갑·병 지역은 국민의힘 입장서 탈환이 절실한 곳인데도, 이른 시간에 단수공천을 하는 것으로 결정돼 버렸다.

강서병서 단수공천을 받게 된 김일호 후보는 해당 지역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일단 험지에 이름값이 높은 인물이 출마하게 되면서 주목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천 하나하나에 당의 명운이 걸렸을 정도다. 

해당 여파를 인식하고 있는 탓인지, 가장 분란이 클 수 있는 영남권의 공천 면접 심사는 전국 심사 일정 중 가장 마지막으로 잡혔다. 당내 예선임에도 경쟁자가 많아 사실상 본선으로 불린다. 이런 이유로 영남권의 공천 결과는 뒤늦게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이름값으로 공천 진행
대통령실 출신 대부분 신인 가산

영남권 공천은 당내서도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들일 사안이다. 보수의 꽃밭으로 불리는 지역서 공천 잡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당의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택할 수 있는 전략은 경선을 붙이는 일이다.


문제는 당내에서는 수도권의 단수공천처럼 오히려 영남권도 비슷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점이다. 일단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심사 전에 영남권 의원의 출마를 재배치하자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띄웠다. 앞선 혁신위 때와는 다르게 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의원 등 이미 몇몇 중진 의원은 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가장 먼저 요청을 받아들였던 서 의원은 지난 7일, 부산 북강서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예상과는 달리 서 의원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물론 본인이 몸담아온 지역구서 서운해한다는 이야기를 함께 전했지만, 당의 뜻이니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부산시 진구갑에는 7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하는 등 다수가 몰렸다. 이 중 눈길을 끄는 인사는 박성훈 해양수산부 전 차관과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정성국 전 위원이었다. 특히 박 전 차관은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까지 지낸 용산 출신이다. 

두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으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만 59세에 해당하지 않아, 추가 가산점까지 받을 수 있다. 

조 의원이 현재 있는 지역구도 마찬가지다. 다른 인사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선택한 지역은 경남 김해시을이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김해시를 찾았으나, 당원의 출마 반대로 “늦게 결정해 밀양·의령·함안·창녕 당원, 주민과 김해시 당원, 시민에게 미리 상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서면으로 대신했다.

이 같은 조 의원의 결정에 김해시 당원 및 주민들에게 큰 반발을 샀다. 시작도 전에 같은 당임에도 반대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  결국 조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게 돼 지역서 큰 반발을 사는 중이다. 해당 지역구서도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보수의 밭
공천 잡음

이처럼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박일호 전 예비후보에게 논란이 생겼다. 지난해 11월 허홍 밀양시의원이 박 예비후보를 뇌물수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해 현재 창원지방검찰청서 수사 중이다. 

2018년 2월에 박 예비후보의 고향인 구·백산초등학교 부근서 지역 선배를 통해 건립 시공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뇌물 2억원을 수뢰한 혐의다. 박 예비후보는 허위 사실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추후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과거 밀양시장을 역임했던 그는 재당선된 지 1년 반 만에 시장직을 던졌다. 지방선거서 당선됐던 만큼 밀양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태호 의원이 지역구를 경남 양산시을로 옮기자 민주당은 자신 있다는 듯 민주당 김두관 의원을 단수공천하면서 낙동강벨트서 펼쳐지는 가장 뜨거운 맞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김 의원도 화답하듯 “환영한다”고 밝혔으나 당내서 상당한 견제를 받았다.

같은 당 후보인 한옥문 예비후보는 “필패 카드”라며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의 양산을 출마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김두관 의원 역시 단수공천을 받았는데, 한 예비후보의 반발도 상당하다. 


현재 김태호 의원의 본래 지역구에는 대통령실 출신이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으나, 지역에서는 각종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직 검사, 교수 등이 후보로 출마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부산광역시 사하구을서만 5선을 지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도 출마 지역 재배치를 압박받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김포시 출마설도 제기됐던 바 있으나 이후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이미 일찌감치 사하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사하을은 조 의원을 포함해 5명이 경쟁해왔다. 

엄밀히 말하면 조 의원에게는 아직까지는 당에서 특별한 요청이 없었다. 그가 낙동강벨트 안에 있는 후보라서다. 

낙동강
맞대결

문제는 조 의원을 향한 다른 후보들의 견제가 심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사하구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한 인사는 “조경태 의원은 당에 애당심이 없는 사람이다. 선당후사, 선민후사라고 하는데 먼저 예비후보로 등록해 버렸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지역에는 대통령실 출신 인물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신인인 만큼 가점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조 의원과 55대 45의 격차가 발생할 경우, 신인 가산점인 15% 가산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생긴다.


이처럼 윤석열정부서 차출된 인사들이 정치 신인 가산점을 받으면 경쟁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부산 중구·영도구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을 지낸 박성근 예비후보가 가산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시사>는 경상남·북도, 부산광역시에 등록한 예비후보들을 분석했다. 이들 중 가산점을 받는 윤석열 선거캠프 출신, 윤정부, 대통령실 및 인수위원회 출신은 총 25명에 달했으며 대부분 나이 가산점까지 받을 수 있는 연령대였다. 

특히 대통령실 출신들은 연령대가 30대 중반부터 만 57세까지로 정치신인 가산점을 획득하기 수월한 인물들로 꾸려졌다. 즉, 현역 의원들과 맞붙게 될 경우 조금만 인지도를 쌓아왔다면 역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현역 의원이 없는 지역구의 경우 젊은 나이가 깡패인 격이다.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영남권 출마자는 “현역 의원이 있지만, 충분히 유리하다고 본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무소속, 3지대 난입하면 분열
갈라지면 다같이 전멸 가능성

국민의힘에서는 영남지역서 278명이 공천을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4.28대 1에 달했다. 

수도권에서는 정치 신인 및 나이 가산점을 적용해도 격차가 크다. 그러나 자신들의 텃밭인 지역에서는 다르게 작용할 룰이다. 정치 신인임에도 나이 제한이 걸려 있다면 경쟁서 크게 불리해진다. 

영남권은 공천장을 받기만 하면 당선될 정도로 보수 텃밭 중의 텃밭으로 통하는 지역이다. 일단 윤심 논란을 탈피하기 위해 힘을 쏟는 분위기지만, 프리미엄 가산점은 수도권서만 빛을 볼 수 있는 전략이다. 

영남지역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은 이름값을 높이기 위한 프리미엄이다. 여전히 영남권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견고한데, 윤심 논란과 딱히 관계가 없는 지역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대통령실 출신들이 공천장을 받아든다면 해당 지역의 현역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대부분 경선을 하게 됐지만, 공천서 탈락하게 될 경우 적지 않는 반발이 예상된다.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할 경우, 보수표는 분산될 수밖에 없다. 앞선 총선서 여야를 막론하고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은 비슷한 사례를 여실히 보여줬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선돼 당으로 컴백한 경우가 허다하다. 

험지 출마를 요청받은 인물 대부분은 ‘비윤(비 윤석열)계’로 이들이 탈당할 경우, 국민의힘은 이미 다져온 조직마저 잃게 될 수도 있다. 

결국 보수는 또다시 분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무소속, 제3지대 등으로 표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21대 총선서 보수의 분열은 총선 대패로 확인됐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지역을 모두 경선 지역으로 결정했다. 

받기만 하면
무조건 당선

경선을 두고, 윤정부 출신 인사들은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실 사람들을 공천하지 않고, 한 비대위원장이 선택한 인물을 내세운다면, 이는 대놓고 대통령과 한 판 붙자는 얘기일 수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영남권)단수공천은 현역 의원들을 날리겠다는 소리였는데, 경선을 하게 됐다. 죽었다 깨어나도 경선에선 현역을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위성정당 늦어지는 이유

지난 15일 열릴 예정이던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창당 작업이 일시 중지됐다.

정치권에서는 지도부 구성과 현역 의원을 빌려주는 이른바 ‘의원 꿔주기’ 등을 진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으로 여긴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동향도 함께 살피기 위해서라고 전해진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행정적인 절차는 충분히 준비된 것으로 보이지만 고려할 사항이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당이 연기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경상보조금도 받지 못하게 됐다.

과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갈등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 국민의힘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인원은 단 2명이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고민인 모양새다. 또 국민의힘과 함께 발맞춰 ‘배신’하지 않을 당 대표와 공관위원이 필요한 상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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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