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인터넷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봅니다. 최근 세간의 화제 중에서도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하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꺼냅니다. 이번주는 미인과 허벅지 사이에 대한 설왕설래입니다.
미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서 허벅지가 붙지 않는 ‘레깅스 레그’ 챌린지 열풍이 불고 있다. 이른바 ‘마른 몸’ 인증이다. 마른 연예인을 동경하는 10대들까지 가세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는 한편, 일부는 섭식장애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증샷 열풍
최근 <뉴욕포스트>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레깅스 레그를 인증하는 10∼20대들의 영상이 늘고 있다. 레깅스 레그(legging legs)는 몸에 꼭 붙는 레깅스를 입고 허벅지 사이에 간격이 생기는 모습을 뜻한다.
영상 속 여성들은 몸매가 드러나는 레깅스를 입고 허벅지 사이의 틈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허벅지가 안 붙고 사이에 틈이 있어야 날씬하다’는 인식 때문. 날씬한 몸매를 넘어 마른 몸매를 동경하는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다.
덩달아 레깅스 레그를 만드는 법 등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마른 몸 인증은 중화권서도 놀이처럼 퍼진 바 있다. 당시 소셜미디어상에서 이어폰 줄로 허리를 묶는 ‘이어폰 챌린지’ ‘쇄골 위에 동전 올리기’ ‘A4용지로 허리 가리기’ 등이 유행했었다.
한국도 마찬가지. 한 배우가 키 165cm, 몸무게 39kg, 체지방량 5.7kg 등 자신의 사이즈를 공개하자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자 해당 배우는 잘못된 다이어트의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미 ‘레깅스 레그’ 챌린지 유행
허벅지 사이 틈 있어야 날씬?
무리한 체중감량은 자칫 섭식장애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섭식장애는 음식 섭취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으로 거식증, 폭식증 등이 포함된다. 정서적, 인지적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섭식장애 연합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악을 무시할 수 없다”며 “건강에 극도로 해로운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양전문가인 캐서린 코포드도 개인 SNS서 “2000년대 ‘Thigh gaps(허벅지 사이 틈)’을 재포장한 ‘레깅스 레그’ 인증사진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내가 고등학교 때 알던 많은 여자 아이들이 허벅지 사이에 틈을 만들려다 섭식장애에 걸렸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생각은 어떨까? 다양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날씬하다는 느낌보단 다리가 휜 것처럼 보일 듯’<rass****> ‘다리 벌어져 보이는 게 도대체 뭐가 예쁘다는 건지?’<saki****> ‘건강에 치명적이다. 적당히 해라’<leej****> ‘10년 전에 미국서 유행했던 사이갭인 거 같은데 이게 아직도 유행 중인가? 보통 저런 건 기본적으로 골반이 넓어야 한다. 충분히 넓은 골반에 적절하게 살이 붙은 허벅지 사이로 사타구니 빈 공간. 그게 이상적인 사이갭이라고’<jihu****>
‘어린 아이들 따라 할라’ 우려
무리한 감량…섭식장애 주의
‘과하지만 않다면 붙는 게 더 예뻐요’<hyun****> ‘날씬한 지 판단하는 걸 허벅지 붙는 지로? 휜 다리라서 붙지 않을 수도 있는데?’<jeli****> ‘이런 혐오스러운 챌린지는 정상적인 사람들은 안 한다’<jhk9****> ‘이런 게 유행하니 애들이 살빼기에 목숨 걸지’<jihu****>
‘10대에 마른 몸에 집착하는 것은 성장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잘 먹고 운동 잘해서 적당히 살이 붙고 탄력 있는 몸이 훨씬 예쁘다는 것을 조금 더 나이 들면 알게 된다’<easi****> ‘솔직히 핏이 살려면 적당히 근육이 있어야 한다’<jeon****> ‘예전엔…그랬는데 요즘은 저런 게 다 유행이군’<jimi****>
‘허벅지가 튼튼해야 건강한 거다’<sjoh****> ‘하체가 부실하면 안 된다고 하잖아요. 허벅지 근육은 키워줘야 합니다’<eejd****> ‘마음 적으로도 튼튼해지고 아름다워져야 하는데…’<ssan****> ‘인생의 낭비 SNS’<jjan****> ‘망할 SNS가 사람 잡는다’<zxr6****> ‘남자들은 날씬한 걸 좋아하는 거지, 마른 걸 좋아하는 게 아니다’<soar****>
해로운 콘텐츠
‘레깅스 입은 해골 보는 걸 남자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정말로 섹시한 몸이나 볼륨 있는 몸을 만들려면 굶는 게 아니라 운동을 해야지’<kilu****> ‘나이 먹으면 허벅지 살부터 빠집니다. 그래서 상체는 뚱뚱, 하체는 가늘. 진짜 보기 흉해요. 젊어서 허벅지 튼실하게 잘 관리하세요’<lyu4****> ‘타인지향적 삶을 살지 말고 내가 나를 봐주는 삶을 사세요. 타인은 자기들 살기도 바빠서 생각보다 남한테 관심 없어요. 그 찰나의 관심을 받겠다고 애쓰지 마세요’<jung****>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점점 급증하는 섭식장애
미국에선 6~10세가 되면 여자 아이들이 체중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하고, 14세가 되면 70%에 달하는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며, 사춘기 소녀들의 약 12%가 거식증, 폭식증 등의 섭식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도 섭십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섭식장애로 진료 받은 인원은 2018년 8321명에서 2022년 1만2477명으로 49.9% 증가했다.
최근 아동기 및 청소년의 섭식장애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