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370년 문예사조와 37년 6공화국

한 시대의 일반적인 사상의 흐름을 사조(思潮)라고 부른다. 그래서 세계사의 흐름을 정리할 때 분야별로 정치 사조, 경제 사조, 사회 사조, 문화사조, 문예사조 등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유독 문예사조는 명확하게 정리돼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지만, 다른 사조는 그 분야의 전문가만 공유하고 있다.

문예사조는 문학과 예술이 지닌 공통적인 사상의 시대적·정신적 흐름을 일컫는 의미로, 문학과 예술이 한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사상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사상 면에서 더 깊이 있는 철학 사조도 있지만, 대중의 사상을 대변할 순 없다.   

17세기 말 서유럽 사회를 기점으로 시작된 문예사조는 고전주의, 계몽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상징주의, 현대주의,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순으로 지난 370년 동안 이어왔다. 

세계사는 현재 진행형인 포스트모더니즘을 제외한 문예사조를 크게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자연주의, 실존주의 5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문예사조 5단계서 빠진 계몽주의는 종교개혁으로 신에 대한 체계가 무너지고 이성주의가 등장했으나 여전히 절대왕정으로 유지되고 있던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주관적이고 개성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특성을 지닌 낭만주의가 등장하기 전, 짧은 기간 동안 구습의 사상을 타파하기 위해 생긴 혁신적 사상운동의 사조다. 


정치권서 정권교체를 외칠 때마다 계몽주의 사상을 자주 인용하는 이유가 바로 계몽주의가 혁신적 사상운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나 의미보다는 상징성을 중시하는 상징주의 역시 사실주의의 뒤를 이어 실증 사상을 배경으로 예술 행위의 기본이 되는 원리를 자연이라고 보는 자연주의와 실존의 부정적 측면들이 인간 현실의 본질적 특징으로 대두되는 실존주의의 중간에 짧은 기간 동안 유지돼 문예사조 5단계서 빠졌다. 

필자는 우리나라 6공화국 5년짜리 각 정권도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사상이 문학과 예술로 나타난 시대적 산물인 문예사조 5단계 프레임과 같은 기조에 의해 운영됐다고 생각한다.

6공화국 노태우정권부터 문재인정권까지 각 정권의 기조를 보면, 집권 1년 차는 고전주의처럼 대통령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2년 차는 낭만주의처럼 주관적인 정부를 표방하며 장밋빛 미래 비전을 만들고, 3년 차는 사실주의처럼 있는 그대로의 정부 모습을 보여주고, 4년 차는 자연주의처럼 자연친화적 정부를 내세우고, 5년 차는 실존주의처럼 실제 존재 상황을 인식하는 순으로 국정운영이 추진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재 2년 차의 윤석열정권은 역대 정권처럼 2년 차 낭만주의 가치관답게 윤 정권만의 독창적인 모습을 보이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윤 정권을 도와야 하는 국민의힘도 정당으로서 정체성도 비전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문예사조 5단계에 끼지 못한 계몽주의처럼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혁신적인 정책으로 야당다운 정치 기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민주당 역시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제3지대 신당도 신당답지 못하다. 제3지대 신당이야말로 상징주의처럼 양대 정당의 이미지나 양대 정당이 얘기하는 정치적 의미를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 형태로 출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국민은 제3지대 신당을 지지하려는데, 정작 지지를 받아야 할 신당은 준비가 덜 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윤정권은 이번 총선이 끝나고 3년 차가 되면 사실주의처럼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의 정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과 국무위원이 기자회견도 국민과의 대담도 자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내후년 4년 차엔 자연주의처럼 안정적인 모습의 정부가 돼야 하고, 마지막 5년 차엔 국정운영 4년 경력을 살려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가치까지 찾아내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

역대 정권도 문예사조 5단계에 맞게 운영되진 못했다. 그러나 최소한 5단계 프레임의 가치를 추구하긴 했다.

윤정권이 계몽주의와 상징주의 가치로 야당이 대응할지라도 당당하게 문예사조를 닮은 정권의 기조를 굳건하게 만들어가야 국민으로부터 박수받을 수 있다.

우리 정치가 발전하려면 4월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총선이 끝난 후, 국민의힘은 사실주의 가치를, 민주당은 계몽주의 가치를, 제3지대 신당은 상징주의 가치를 정당의 기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공적을 평가할 때 문예사조 5단계처럼 각 정권이 1년 차엔 고전주의 가치를, 2년 차엔 상징주의 가치를, 3년 차엔 사실주의 가치를, 4년 차엔 자연주의 가치를, 5년 차엔 실존주의 가치를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지난 370년 동안 인류가 문학과 예술을 통해 압축해 놓은 사상의 흐름, 즉 세계 문예사조와 최근 37년 동안 우리나라 6공화국 각 정권의 기조가 닮았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문예사조가 향후 우리나라 정권을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를 바란다.  

현대 정치인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나 예술로 인정되는 다중사회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살고 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을 정권 기조에 포함시키진 않고 있다. 무정부시대가 아직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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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