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일요초대석> 벽지서 세상을 보다 - 김종국 원로 신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2.05 13:55:05
  • 호수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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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식사 없는 나라를 희망합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유난히 추웠던 날씨에 김종국 원로 신부를 만났다. 편안해 보이는 인상으로 30년이 넘게 토마스의집을 운영했던 일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하루에 300명이 넘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신부는 지금도 영등포역 토마스의 집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역 6번 출구 앞에는 토마스의 집이 있다. 1970년대 여인숙과 집창촌이 있었던 장소다. 영등포 쪽방촌은 산업화에 밀려난 도시 빈민층이 몰리면서 생긴 쪽방 주거지다. 쪽방이란 부엌,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6.6㎡ 이하 규모의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나 일세를 받는다. 이곳은 현재 역세권 공공주택단지로 바꾸기 위한 공공 주도 재정비 사업이 2028년에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아직도 거주민들이 살고 있다.

30년 넘은
급식 봉사

토마스의 집은 가난하고 소외된 행려자에게 ‘빵이 곧 생명’이라는 철학으로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원래는 ‘사랑의 선교수도회’ 급식소가 운영하다가 문 닫은 자리서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매일 500명서 550명이 토마스의 집을 이용했다면, 현재는 하루에 평균 320명 정도가 토마스의 집에서 식사를 한다.

토마스의 집은 자원봉사자들이 주 업무를 한다. 주·부식 준비부터 식판에 반찬 담기, 배식 및 설거지와 뒷정리까지가 토마스의 집 일과다. 다음 날 배식 준비로 일이 더 늘어날 때도 있다. 이곳 자원봉사자들은 ‘이웃에 대한 정신적인 성원과 협력’ ‘나눔은 이웃을 비난하지 않는 것’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존경’하는 신념으로 봉사활동에 임한다.

어느 덧 올해로 토마스의 집은 32년 째 운영 중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시작은 김종국 원로 신부로부터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2일 오후 1시 서울시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서 김종국 원로 신부를 만나, 김 원로 신부가 지난 30여년간 겪은 봉사의 삶과 이 시대가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김 원로 신부는 “토마스의 집을 하기 전, 영등포교도소서 10년 동안 있었다. 가톨릭 담당으로 교도소에 있는 교인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교도소에 있는데 어느 날, 영등포역서 사랑의 선교회 수사님이 무료 급식 봉사를 하다가 그만뒀다는 얘길 들었다. 이어받을 사람이 없다며 부탁받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김 원로 신부는 장고에 들어갔다. 봉사활동이야 신부된 도리로 좋은 일이라지만, 당시 그는 본당 신부인 입장이라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이런 까닭에 선뜻 급식 봉사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우선 영등포역을 방문했다. 어떤 장소서 급식 봉사를 한 것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교도소 10년, 토마스의집 30년
한 끼 대접하자 마음으로 시작

이때 김 원로 신부 눈에 들어온 것은 쪽방촌이었다. 김 원로 신부는 “쪽방도 아니었다. 거의 허물어가는 집이었다. 직접 가 보니까 어려운 사람에게 밥을 한 끼 대접하면 좋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급식 봉사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원래 급식 봉사했던 장소가 정리가 돼있지 않았던 탓이다. 김 원로 신부는 쓰레기 더미를 치우려고 리어카로 9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쓰레기를 버리는 데도 돈이 들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건물 주인이 급식 봉사를 하도록 허락해준 것이었다.

수저, 밥그릇 등 모든 것을 다 직접 사야 했다.


평신부였더라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이었다. 토마스의 집을 꾸리는 것이 너무 고생스러워 ‘내가 이런 고생을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부터 후원해주는 곳이 없으니 사비도 들어갔다.

김 원로 신부는 “물건 구매는 물론, 음식도 해야 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처음부터 후원해주는 곳이 없어 사비를 쓰면서 체계를 잡아 나갔는데 거의 시작하자마자 거의 전국으로 알려져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그 뒤로는 잘됐다. 토마스의 집은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당시엔 무료 급식을 하는 곳도 드물었던 만큼, 노숙자들 사이서 입소문이 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토마스의 집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독거노인이다. 요즘엔 지하철요금이 무료라 시골에 거주 중인 노인들이 토마스의 집까지 원정을 오기도 한다. 시골 노인 한 명이 토마스의 집에서 무료로 식사하고 동네 노인과 같이 오는 식이다.

김 원로 신부는 “우리는 식사만 하는 게 아니라 빵, 사과, 라면도 끼워서 준다. 그래서인지 많이 온다”고 밝혔다. 무료 급식소가 전국에 있는데 꼭 굳이 토마스의 집까지 찾을 필요가 있을까? 이는 토마스의 집만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쪽방촌
지킴이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이 김 원로 신부의 지론이다. 사람이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고, 스스로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김 원로 신부는 “나도 외로울 때가 있고, 소외감을 느낀 적도 있다. 이게 쌓이면 병이 된다. 그래서 토마스의 집에 식사하러 온 사람들에게 ‘우리 님’이라고 부른다. 여기 와서 밥 먹는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높여서 부르면 존중받는 것을 느끼니까 많이 오는 것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화는 김 원로 신부가 교도소 신부로 있었을 때의 경험을 살려서 만든 것이다. 당시 영등포교도소에는 70세가 넘은 할아버지 수감자가 있었다. 교도소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대접해주는 문화가 없다. 오히려 약자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한다.

다른 수감자들이 이 70대 수감자를 ‘이 새끼, 저 새끼’라고 하면서 함부로 불렀다. 그러나 김 원로 신부는 미사에 참석했던 이 70대 수감자에게 큰 목소리로 “젊은 오빠, 어디 계십니까!”하고 불렀다. 70대 수감자는 손을 번쩍 들고 앞으로 나왔다.

김 원로 신부는 그를 ‘젊은 오빠’라고 부르면서 챙겨줬다. 다른 사람들도 챙겼지만, 선물을 주더라도 먼저 주는 식이었다. 이때부터 교도소 안에서 70대 수감자의 별명이 ‘젊은 오빠’로 바뀌었다. 이 수감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부르던 명칭도 사라졌다.

김 원로 신부는 “사람을 존중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 수감자들은 절도범이 많았는데 강도, 강간, 살인미수는 기본이었다. 그래도 존중받으면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토마스의 집에 독거노인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노인들이 많이 오는 편이지만, 젊은 사람도 많이 온다. 초반에는 대부분이 남성이었다면 지금은 여성들도 찾아온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하면 개인이 아닌 ‘우리’가 된 것을 느낀다는 것이 김 원로 신부의 말이다.

대부분
노인들

현재 토마스의 집은 외국서 자원봉사자가 올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외국서 한국으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토마스의 집에서 식사했던 사람들이 김 원로 신부에게 인사하러 오기도 한다. 밥을 다 먹고 난 뒤 조용히 “신부님, 잘 먹었다” “나중에 제가 복직하게 되면 꼭 이 은혜를 갚겠다” 등의 인사를 하며 떠난다.

직접 만든 수세미를 기부하기도 하고, 자신이 파는 물건이 남으면 쓰라고 가져오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김 원로 신부는 “결국 사람은 정에 굶주리면 가장 힘든 것인데, 이곳에서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같이 식사를 하면서 정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이고, 주님은 나에게 가까이 있는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토마스의 집 외에 다른 무료 급식소들이 생겨서, 이제는 이곳이 아니더라도 밥을 굶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김 원로 신부는 봉사활동을 끝낼 생각이 없다.

“언제까지 봉사를 이어나갈 생각이시냐”는 질문에 김 원로 신부는 “글쎄,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할 생각이다. 만약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중에는 한국에 토마스의 집 같은 무료 급식소가 아예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사회가 발전한 것이니까”라고 답했다.

김 원로 신부와 토마스의 집 외에도, 현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특히 젊은 층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러면서 해당 문제 역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로 신부는 “극단적 선택이나 마약 같은 정신병은 소외감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 중에는 청년이 많다. 이것도 결국 사랑이 배제된 사회라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사업 및 삶의 도전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원했던 공부만 했더라도 그대로 살 수 있는 사람도 있는 데 반해, 돈을 들인 것에 비해 자기 자리를 잡는 사람이 드물 수도 있다. 결국 청년들이 사회에 나가 설 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가난하고 소외된 행려자 지원
외국서 자원봉사자가 올 정도

김 원로 신부는 “청년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설 자리가 없으니 계속 불안해지고 더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을 상담하면 대부분 우울증이 있다. 소화가 안 되고, 답답해하다가 호흡까지 안 되는 사람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이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방법은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인데, 이 방법이 잘못되면 안 된다.

김 원로 신부는 “종교가 도움을 준다. 자기를 마음껏 드러내는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러니 점점 더 외골수가 되고 대인기피증도 생긴다. 상담하러 오면서도 ‘너 지금 나를 감시하러 왔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편하고 좋은 마음으로 대화하기 힘든 것은 이 시대가 병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종교를 갖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꼭 성당을 강요하지 않았다.

김 원로 신부는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게 종교다. 어느 종교든 상관없다. 불자는 불자대로, 예수님 믿는 사람은 예수님 믿는대로 가는 것”이라며 “종교관 속에서 자신이 편안해지고, 스스로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게 좋다. 결국 사랑은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신념을 전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편안한 대화는 쉽지 않다. 고부 갈등, 상사-직원 간의 갈등, 부모-자식 간 등의 갈등이 난무하는 탓이다. 

이는 모두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들어주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냥 조용히 들어주는 미덕이 필요하다.

김 원로 신부는 “자신의 마음을 여는 것은 정말 쉬운 것이 아니다. 내려놓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말은 쉽지 누구나 청산유수같이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행동으로 하는 것은 어렵다. 자존심이 깎인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니 지금 시대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의 힘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모든 종교가 옳다고 볼 순 없다. 끊임없이 이슈되는 종교 내 성 문제 역시도 그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성은 축복이지만, 이를 남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결국 제대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기성 종교인들이 이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잘하면 이런 문제도 없을 텐데,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결국 종교인들이다.

사창가서
살던 수녀님

김 원로 신부는 “그렇다고 모든 종교인이 잘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인근에 있는 사창가서 살던 외국 수녀님도 있었는데 본국으로 돌아가셨다”며 “처음엔 사창가 사람들이 수녀님에게 ‘저 X이 우리 잡아먹으려고 들어왔다’고 욕하며 삿대질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생활하면서 아이들을 키워줬다”고 말했다.

그는 “밥도 나눠주고, 나도 근처에 있으니 식사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 덕분에 사회가 좋아지는 것 아닐까”라고 마무리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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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