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일요초대석> 벽지서 세상을 보다 - 김종국 원로 신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2.05 13:55:05
  • 호수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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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식사 없는 나라를 희망합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유난히 추웠던 날씨에 김종국 원로 신부를 만났다. 편안해 보이는 인상으로 30년이 넘게 토마스의집을 운영했던 일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하루에 300명이 넘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신부는 지금도 영등포역 토마스의 집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역 6번 출구 앞에는 토마스의 집이 있다. 1970년대 여인숙과 집창촌이 있었던 장소다. 영등포 쪽방촌은 산업화에 밀려난 도시 빈민층이 몰리면서 생긴 쪽방 주거지다. 쪽방이란 부엌,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6.6㎡ 이하 규모의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나 일세를 받는다. 이곳은 현재 역세권 공공주택단지로 바꾸기 위한 공공 주도 재정비 사업이 2028년에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아직도 거주민들이 살고 있다.

30년 넘은
급식 봉사

토마스의 집은 가난하고 소외된 행려자에게 ‘빵이 곧 생명’이라는 철학으로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원래는 ‘사랑의 선교수도회’ 급식소가 운영하다가 문 닫은 자리서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매일 500명서 550명이 토마스의 집을 이용했다면, 현재는 하루에 평균 320명 정도가 토마스의 집에서 식사를 한다.

토마스의 집은 자원봉사자들이 주 업무를 한다. 주·부식 준비부터 식판에 반찬 담기, 배식 및 설거지와 뒷정리까지가 토마스의 집 일과다. 다음 날 배식 준비로 일이 더 늘어날 때도 있다. 이곳 자원봉사자들은 ‘이웃에 대한 정신적인 성원과 협력’ ‘나눔은 이웃을 비난하지 않는 것’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존경’하는 신념으로 봉사활동에 임한다.

어느 덧 올해로 토마스의 집은 32년 째 운영 중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시작은 김종국 원로 신부로부터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2일 오후 1시 서울시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서 김종국 원로 신부를 만나, 김 원로 신부가 지난 30여년간 겪은 봉사의 삶과 이 시대가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김 원로 신부는 “토마스의 집을 하기 전, 영등포교도소서 10년 동안 있었다. 가톨릭 담당으로 교도소에 있는 교인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교도소에 있는데 어느 날, 영등포역서 사랑의 선교회 수사님이 무료 급식 봉사를 하다가 그만뒀다는 얘길 들었다. 이어받을 사람이 없다며 부탁받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김 원로 신부는 장고에 들어갔다. 봉사활동이야 신부된 도리로 좋은 일이라지만, 당시 그는 본당 신부인 입장이라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이런 까닭에 선뜻 급식 봉사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우선 영등포역을 방문했다. 어떤 장소서 급식 봉사를 한 것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교도소 10년, 토마스의집 30년
한 끼 대접하자 마음으로 시작

이때 김 원로 신부 눈에 들어온 것은 쪽방촌이었다. 김 원로 신부는 “쪽방도 아니었다. 거의 허물어가는 집이었다. 직접 가 보니까 어려운 사람에게 밥을 한 끼 대접하면 좋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급식 봉사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원래 급식 봉사했던 장소가 정리가 돼있지 않았던 탓이다. 김 원로 신부는 쓰레기 더미를 치우려고 리어카로 9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쓰레기를 버리는 데도 돈이 들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건물 주인이 급식 봉사를 하도록 허락해준 것이었다.

수저, 밥그릇 등 모든 것을 다 직접 사야 했다.


평신부였더라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이었다. 토마스의 집을 꾸리는 것이 너무 고생스러워 ‘내가 이런 고생을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부터 후원해주는 곳이 없으니 사비도 들어갔다.

김 원로 신부는 “물건 구매는 물론, 음식도 해야 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처음부터 후원해주는 곳이 없어 사비를 쓰면서 체계를 잡아 나갔는데 거의 시작하자마자 거의 전국으로 알려져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그 뒤로는 잘됐다. 토마스의 집은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당시엔 무료 급식을 하는 곳도 드물었던 만큼, 노숙자들 사이서 입소문이 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토마스의 집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독거노인이다. 요즘엔 지하철요금이 무료라 시골에 거주 중인 노인들이 토마스의 집까지 원정을 오기도 한다. 시골 노인 한 명이 토마스의 집에서 무료로 식사하고 동네 노인과 같이 오는 식이다.

김 원로 신부는 “우리는 식사만 하는 게 아니라 빵, 사과, 라면도 끼워서 준다. 그래서인지 많이 온다”고 밝혔다. 무료 급식소가 전국에 있는데 꼭 굳이 토마스의 집까지 찾을 필요가 있을까? 이는 토마스의 집만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쪽방촌
지킴이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이 김 원로 신부의 지론이다. 사람이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고, 스스로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김 원로 신부는 “나도 외로울 때가 있고, 소외감을 느낀 적도 있다. 이게 쌓이면 병이 된다. 그래서 토마스의 집에 식사하러 온 사람들에게 ‘우리 님’이라고 부른다. 여기 와서 밥 먹는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높여서 부르면 존중받는 것을 느끼니까 많이 오는 것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화는 김 원로 신부가 교도소 신부로 있었을 때의 경험을 살려서 만든 것이다. 당시 영등포교도소에는 70세가 넘은 할아버지 수감자가 있었다. 교도소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대접해주는 문화가 없다. 오히려 약자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한다.

다른 수감자들이 이 70대 수감자를 ‘이 새끼, 저 새끼’라고 하면서 함부로 불렀다. 그러나 김 원로 신부는 미사에 참석했던 이 70대 수감자에게 큰 목소리로 “젊은 오빠, 어디 계십니까!”하고 불렀다. 70대 수감자는 손을 번쩍 들고 앞으로 나왔다.

김 원로 신부는 그를 ‘젊은 오빠’라고 부르면서 챙겨줬다. 다른 사람들도 챙겼지만, 선물을 주더라도 먼저 주는 식이었다. 이때부터 교도소 안에서 70대 수감자의 별명이 ‘젊은 오빠’로 바뀌었다. 이 수감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부르던 명칭도 사라졌다.

김 원로 신부는 “사람을 존중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 수감자들은 절도범이 많았는데 강도, 강간, 살인미수는 기본이었다. 그래도 존중받으면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토마스의 집에 독거노인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노인들이 많이 오는 편이지만, 젊은 사람도 많이 온다. 초반에는 대부분이 남성이었다면 지금은 여성들도 찾아온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하면 개인이 아닌 ‘우리’가 된 것을 느낀다는 것이 김 원로 신부의 말이다.

대부분
노인들

현재 토마스의 집은 외국서 자원봉사자가 올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외국서 한국으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토마스의 집에서 식사했던 사람들이 김 원로 신부에게 인사하러 오기도 한다. 밥을 다 먹고 난 뒤 조용히 “신부님, 잘 먹었다” “나중에 제가 복직하게 되면 꼭 이 은혜를 갚겠다” 등의 인사를 하며 떠난다.

직접 만든 수세미를 기부하기도 하고, 자신이 파는 물건이 남으면 쓰라고 가져오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김 원로 신부는 “결국 사람은 정에 굶주리면 가장 힘든 것인데, 이곳에서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같이 식사를 하면서 정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이고, 주님은 나에게 가까이 있는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토마스의 집 외에 다른 무료 급식소들이 생겨서, 이제는 이곳이 아니더라도 밥을 굶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김 원로 신부는 봉사활동을 끝낼 생각이 없다.

“언제까지 봉사를 이어나갈 생각이시냐”는 질문에 김 원로 신부는 “글쎄,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할 생각이다. 만약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중에는 한국에 토마스의 집 같은 무료 급식소가 아예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사회가 발전한 것이니까”라고 답했다.

김 원로 신부와 토마스의 집 외에도, 현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특히 젊은 층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러면서 해당 문제 역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로 신부는 “극단적 선택이나 마약 같은 정신병은 소외감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 중에는 청년이 많다. 이것도 결국 사랑이 배제된 사회라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사업 및 삶의 도전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원했던 공부만 했더라도 그대로 살 수 있는 사람도 있는 데 반해, 돈을 들인 것에 비해 자기 자리를 잡는 사람이 드물 수도 있다. 결국 청년들이 사회에 나가 설 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가난하고 소외된 행려자 지원
외국서 자원봉사자가 올 정도

김 원로 신부는 “청년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설 자리가 없으니 계속 불안해지고 더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을 상담하면 대부분 우울증이 있다. 소화가 안 되고, 답답해하다가 호흡까지 안 되는 사람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이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방법은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인데, 이 방법이 잘못되면 안 된다.

김 원로 신부는 “종교가 도움을 준다. 자기를 마음껏 드러내는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러니 점점 더 외골수가 되고 대인기피증도 생긴다. 상담하러 오면서도 ‘너 지금 나를 감시하러 왔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편하고 좋은 마음으로 대화하기 힘든 것은 이 시대가 병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종교를 갖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꼭 성당을 강요하지 않았다.

김 원로 신부는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게 종교다. 어느 종교든 상관없다. 불자는 불자대로, 예수님 믿는 사람은 예수님 믿는대로 가는 것”이라며 “종교관 속에서 자신이 편안해지고, 스스로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게 좋다. 결국 사랑은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신념을 전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편안한 대화는 쉽지 않다. 고부 갈등, 상사-직원 간의 갈등, 부모-자식 간 등의 갈등이 난무하는 탓이다. 

이는 모두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들어주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냥 조용히 들어주는 미덕이 필요하다.

김 원로 신부는 “자신의 마음을 여는 것은 정말 쉬운 것이 아니다. 내려놓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말은 쉽지 누구나 청산유수같이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행동으로 하는 것은 어렵다. 자존심이 깎인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니 지금 시대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의 힘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모든 종교가 옳다고 볼 순 없다. 끊임없이 이슈되는 종교 내 성 문제 역시도 그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성은 축복이지만, 이를 남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결국 제대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기성 종교인들이 이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잘하면 이런 문제도 없을 텐데,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결국 종교인들이다.

사창가서
살던 수녀님

김 원로 신부는 “그렇다고 모든 종교인이 잘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인근에 있는 사창가서 살던 외국 수녀님도 있었는데 본국으로 돌아가셨다”며 “처음엔 사창가 사람들이 수녀님에게 ‘저 X이 우리 잡아먹으려고 들어왔다’고 욕하며 삿대질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생활하면서 아이들을 키워줬다”고 말했다.

그는 “밥도 나눠주고, 나도 근처에 있으니 식사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 덕분에 사회가 좋아지는 것 아닐까”라고 마무리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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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