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보해양조 오너 3세 경영 체제가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서른 남짓에 꼭대기로 올라 선 오너의 장녀는 어느새 불혹을 바라보고 있지만, 성과라고 내세울만한 걸 찾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제자리걸음조차 힘겨운 현실이 부각되는 형국이다.
보해양조는 고 임광행 창업주가 1952년 설립한 광주·전라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 주류 업체다. 창업주에 이어 장남인 임건우씨가 경영권을 넘겨받았던 보해양조는, 2011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주정 업체인 창해에탄올에 매각됐다. 창해에탄올은 임 창업주의 차남인 임성우 회장이 경영권을 발휘하던 곳으로, 사실상 동생이 형의 회사를 인수한 모양새였다.
그럴듯했지만…
창해에탄올이 보해양조를 계열 편입한 이후 임 회장 슬하의 자식들은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드러냈다. 장남인 임우석 부사장이 창해에탄올, 장녀인 임지선 부사장이 보해양조에서 토대를 닦는 구도가 명확해진 것이다.
임우석 부사장은 2014년 창해에탄올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했고, 이듬해 전무로 승진하면서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창해에탄올에서 신사업과 M&A 부문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보해양조에 안착한 임지선 부사장은 한층 더 돋보였다. 1985년생인 임지선 부사장은 임 회장의 1남2녀 중 맏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하고 파나소닉 등을 거쳐 2013년 상무(영업총괄본부장)로 보해양조에 입사했다. 2015년 부사장 승진과 함께 업계 최연소 대표이사로 올라섰으며, 2026년 3월까지 대표이사 임기가 보장돼있다.
조영석 사장과 친동생인 1991년생 임세민 이사는 임지선 부사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1960년생인 조영석 사장은 목포대 무역학과를 나와 창해에탄올 전무를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현재 임지선 부사장과 함께 보해양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임지선 부사장이 서른을 겨우 넘긴 나이에 보해양조 대표이사를 수행할 수 있었던 건 임 회장의 지배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보해양조 최대주주는 지분 21.49%를 보유한 창해에탄올이고, 임 회장은 지분율 23.35%로 창해에탄올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지배구조는 큰 틀에서 ‘임 회장→창해에탄올→보해양조’로 이어진다.
여물지 않은 3세 경영
곳곳에 도사리는 위험요소
관련 업계에서는 임우석 부사장과 임지선 부사장이 각각 창해에탄올, 보해양조를 물려받는 구도로 승계 절차가 표면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창해에탄올이 보유한 보해양조 지분 21.49%를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하는 수순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지선 부사장이 보해양조를 물려받기 위해서는 확실한 경영 성과가 뒷받침돼야 한다. 보해양조는 임지선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후 잇따라 신제품을 선보이며 공격적 영업전략을 드러냈지만 눈에 띌만한 히트작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전략상품을 시장에 안착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2015년 연결기준 1238억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909억원으로 하락했다.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건 2016년이 마지막이었고, 심지어 2019년과 2020년에는 매출이 700억원대로 떨어질 정도로 심각한 부진이 계속됐다.
수익성 악화도 심각하게 다가온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4억300만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8억원을 냈던 전년 동기와 달리 적자로 전환했다.
실적 부진의 여파로 보해양조 자본 항목에는 결손금이 반영된 상태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자본(801억원)이 총부채(685억원)를 월등히 상회하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부채비율은 85.5%에 불과하다.
아쉬운 행보
다만 결손금이 반영된 자본 항목을 보면 영업을 통한 자본확충을 기대하기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임지선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2015년에 보해양조는 장부상에는 이익잉여금 63억원이 기재됐다. 하지만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279억원, 202억원 등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순손실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이익잉여금이 결손금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결손금은 7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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