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유리상자 아트스타’ 신예진

열 나무 가운데 한 아이가 있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중구 소재 봉산문화회관은 2008년부터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공모 선정 작가전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올해 유리상자 전시공모 첫 번째 전시는 신예진 작가의 ‘열 명의 나무 가운데 한 아이가 있어요’다. 

신예진 작가는 2022년 공모 주제 ‘공간으로부터’에 대해 숲속 생명체와 교감하던 어린 시절 자연에 관련된 기억을 바탕으로 현대 도시의 산업화, 재개발 등 폭력적인 환경서 진화하게 될 미래 자연의 형태를 글라스 큐브에 박제하는 방법으로 표현했다. 

산업 문명

전시실 바닥, 제기 형태를 가진 백자 더미는 나무나 돌과 같은 원석으로 보이고 그 위에 개구리, 나비 등을 전사한 후 돌 위에 나무, 나무 위에 돌을 쌓아 산을 만들었다. 세라믹 탑은 일정한 간격으로 원형을 그리며 열주를 이루고 그 중심에 우직하게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는 기계장치를 밑동에 품어 스스로 진화해 수천년의 세월을 버티도록 했다. 

엔진 장치를 이식받아 위협적인 모습을 한 미래의 나무는 양분을 저장하고 퍼트리는 일을 더 잘하는 우월한 ‘어머니 나무’가 됐다.

수잔 시마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삼림생태학 교수의 “어머니 나무는 자신의 자녀가 유리한 위치서 시작하도록 출발선을 당겨주지만 자손을 위해 마을이 번창하도록 가꾸는 일도 잊지 않는다”는 말을 시각화했다.


또 전시 공간 안에 우드 와이드 웹을 설계해 숲을 조성했다. 

전체적인 모습은 장승과 노거수를 옆에 두고 돌무더기에 서낭신을 모시는 서낭당과 닮아 다음 세대에도 취람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단을 쌓은 듯했다.

폭력적 환경서 진화할
미래 자연의 형태 박제

내부에는 산란기의 개구리 울음소리가 번성을 기원하는 주술처럼 퍼지고 관람객은 리모컨을 이용해 전시 공간 안 여백을 안개로 채워 신성한 공간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제단 쌓기에 동참할 수 있다. 

신예진은 “전시장 한가운데에 거대하게 박제돼 명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 없는 존재를 마치 실재하는 나무의 형상으로 보이다가도 생물의 한 부분 같기도 한 알 수 없는 형태로 설치했다”며 “자연사 박물관에 있던 공룡의 뼈대를 감상하며 그 뼈대 위에 살을 붙이고 생명을 불어넣던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설치한 대형작품은 가동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는 미지의 생명을 연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신예진이 구현한 자연풍경은 ‘산업 문명을 받아들인 자연’을 가정하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무한대로 상상하고 실험하는 사회생태학적 사유의 장”이라며 “자연목, 자연의 디지털 이미지가 새겨진 세라믹, 도형과 입방체로 전환된 자연, 나무의 심장처럼 자리한 자동차 엔진, 조명, 안개 장치와 더불어 신묘한 사운드 장치로 구현된 숭고한 제단 형식은 이 같은 사유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말했다. 

자연의 수긍


신예진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이 인간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계문명을 받아들인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현재의 우리가 자연과의 미래를 생각할 때 근본적인 문제와 답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신예진은?]

▲학력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 졸업
국립 창원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자연선택…∩하게 진화했다’ 박수근미술관(2023)
‘자연13BL 지역 재개발. 정비사업 프로젝트 : Pre-Design’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2022)
‘자연(自然)스러운 설계’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2021)
‘감촉의 또 다른 시선’ 갤러리 이즈(2013)
‘감각의 시간 - 감촉으로 재구성한 사물’ 갤러리비원(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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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