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풀무원 '관세포탈' 공방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09 12: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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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중국 콩 두고 '밀고 당기기'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검찰과 풀무원 간 세금 탈루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은 풀무원이 중국산 콩을 저가로 들여오면서 수백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풀무원은 정당한 사업목적에서 이루어진 정상적인 수입일 뿐 탈세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유기농 두부나 콩나물 등을 생산·판매하는 식품제조업체 풀무원이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그동안 중국산 유기농 콩을 수입하며 수입액을 저가신고 해 500억원대 관세를 탈루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된 것. 하지만 풀무원 측은 "행정법원에서 이미 무죄 판결이 난 사안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임원·수입업자 기소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이성희)는 중국산 대두를 수입하며 당국에 원가보다 낮은 가격을 신고, 관세 76억여원을 포탈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풀무원홀딩스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중간수입업자들과 공모해 관세를 탈루한 혐의로 전직 풀무원 친환경구매담당부장 이모(49)씨와 풀무원의 주문에 따라 수입액을 저가 신고한 혐의로 중간수입업자 백모(63)씨 등 3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남승우 풀무원홀딩스 대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2001년부터 풀무원은 유기농 콩을 원료로 한 제품의 수요가 늘자 유기농 콩 제품 생산을 기획했지만, 국내에서는 유기농 콩을 대량 생산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중국에서 유기농 대두를 구매키로 한 것. 이에 풀무원은 중국 길림성의 H사와 유기농 콩 구매 계약을 맺었다. 또 풀무원은 매년 미리 구매량, 구매가격 등을 정한 뒤 품질을 정밀히 관리하는 '계약재배' 방식을 택해 H사로부터 유기농 콩을 수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산 콩의 수입 관세율이 500%여서 구매가격 그대로 신고하게 되면 국내산보다 비용이 훨씬 높아지는 등 사업성이 없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풀무원이 콩 수입가격을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2년 말 H사가 생산한 유기농 콩을 톤당 650달러에 수입하기로 실계약을 맺고 중간에 백씨 등 농산물 수입업자를 내세워 톤당 150달러에 수입한 것으로 신고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2002년 12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35차례에 걸쳐 503억1292만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씨는 2005년 8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중국 랴오닝성의 P사가 생산한 유기농 콩을 수입하면서 19차례에 걸쳐 52억8412만원의 관세 납부를 부당하게 회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로써 총 555억9000만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검 "저가신고 관여 풀무원도 공범"
풀 "이미 무죄판결…무리한 기소"

같은 시기 백씨 등은 풀무원이 관세 당국에 저가 신고한 금액보다 더 낮은 가격에 수입액을 신고해 580억원대 관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은 풀무원 측에서 백씨에게 납품대금 명목의 돈을 주면 백씨는 H사와 P사에 수입 신고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송금함과 동시에 세관에 신고 했으며 H사와 P사에 실제로 줘야 할 실계약금은 백씨 측이 지인을 중국에 대동해 현금거래를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풀무원 측은 관세포탈 사실이 적발될 경우 책임을 회피하고 법적 처벌을 피하고자 중국산 유기농 콩을 직접 수입하지 않는 대신 제3의 업체가 수입을 대행토록 지시했으며, 이들 업체로부터 콩을 납품받은 수법이 이용된 것이다.

검찰은 풀무원 법인에 대해서도 일반 관세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2008년 1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5차례에 걸쳐 76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씨 등보다 적용 기한이 짧은 이유는 법인은 징역형이 불가해 공소시효 10년에 해당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포탈혐의가 아닌 공소시효 5년에 해당하는 관세법 위반을 적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세관은 풀무원의 이 같은 탈세혐의를 포착해 2010년 6월 378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풀무원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내 지난달 20일 원고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당시 풀무원 측은 수입업자가 수입한 콩을 구입했을 뿐 직접 수입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관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풀무원이 업체들을 내세워서 수입 콩 가격을 낮게 신고하고 세금 포탈을 공모·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서울세관은 풀무원에 부과한 관세를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적법하게 수입"

검찰의 불구속 기소를 두고 풀무원 관계자는 "풀무원은 납세의무자가 아닐뿐더러 유기농 콩 수입업체로부터 국내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콩을 납품받았을 뿐 관세를 포탈한 사실이 없다"고 일축하며 "행정재판에서 풀무원이 관세 포탈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조세회피 목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온 만큼 형사재판에서도 관세 포탈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풀무원 등의 기소는 행정소송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행정법원은 관세 납부 의무가 수입업자에게 있느냐 풀무원 측에 있느냐를 판단한 것뿐이고, 검찰 입장은 수입가격 저가 신고에 관여했다면 풀무원 측도 공범이란 취지로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수입대행업체에서 허위매출을 만들어 마치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유기농 대두를 수입하는 것처럼 가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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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