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기 뿜뿜! 새해 여행 ④고흥 미르마루길

용이 승천한 그곳에서 용의 기운을 얻다

 

전남 고흥군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먼 옛날, 이곳에서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단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전설이다.

고흥10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는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그 전설의 흔적인 영남용바위가 있다. 널따란 반석을 따라 조심스레 들어가다 보면 용이 승천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놀랄 만큼 전설과 일치하는 모습이라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디 그뿐일까? 용암마을 한쪽에는 용의 머리처럼 보이는 용두암이 있다. 제주 용두암보다 작지만, 모양은 그럴듯하다. 용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들이 용암마을을 찾는 이유다.

영남용바위

풍경을 바라보며 전설을 상상해도 좋지만, 실제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만나보면 어떨까? 영남용바위 일대는 지금도 용이 승천하는 현장을 목격하기 적합한 곳으로 유명하다. 나로우주센터서 쏘아 올리는 우주발사체의 궤적을 볼 수 있어서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서 나로우주센터까지 직선거리가 17㎞에 불과해, 로켓 발사 순간을 맨눈으로도 관측하기 쉽다. 우주발사체야말로 21세기의 용과 다름없지 않은가.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두루 둘러보고 싶다면, 두 지점을 연결하는 ‘미르마루길’을 걷자. 고흥군이 조성한 길이 4㎞ 해안 탐방로에는 용굴과 몽돌해변, 사자바위 등 영남용바위 외에도 멋진 풍경이 가득하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이다.

용암마을 시작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단숨에 영남용바위 꼭대기에 이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이어지는 곳에는 황금빛 용 조형물이 위엄을 뽐낸다. 바로 아래 용암마을을 비롯해 포구 앞 내매물도, 저 멀리 팔영대교와 여수의 섬까지 보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아니어도 명소가 됐을 법한 절경이다. 용의 기운이 영험한지 이곳에서 정성껏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풍어를 소망하는 어민이나 자녀의 입시 성공을 기원하는 부모들이 찾는다고 한다.

바위 꼭대기서 벗어나면 오솔길이 해안을 따라 고흥우주발사전망대로 향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반복돼 마냥 쉬운 길은 아니지만, 길 위에서 보는 풍경이 힘을 준다. 한겨울에도 초록 잎을 자랑하는 난대성 수목이 곳곳서 용기를 북돋운다.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을 받은 바다가 반짝이고, 화산이 만들어냈다는 바위와 절벽이 거친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풍경 맛집’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나로호 발사의 역사적인 순간을 볼 수 있는 곳
영남용바위 전설 등 여러 이야기가 있는 길

현재는 폐쇄돼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절벽 아래 용굴이 있다. 싸움서 진 용이 화를 참지 못하고 류시인을 공격한 뒤 이곳에 숨어들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10㎞ 떨어진 곳까지 들린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마을 사람들이 이 소리로 날씨를 점쳐왔다니, 한 번쯤 귀 기울여 확인해볼 것. 

절벽 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새 몽돌해변에 도착한다. 매끈한 돌멩이가 한데 모여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 또한 기나긴 시간의 흔적이다.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어보자.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청아한 소리가 미르마루길에 울려 퍼진다. 바닷물과 함께 구르는 몽돌 소리가 그 정체다.

몽돌해변 앞에 바위 하나가 눈에 띈다. 사자가 웅크린 모습 같다고 사자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남용바위 전설은 사자바위서 끝을 맺는다. 싸움서 이겨 승천한 용이 류시인의 용맹함에 감동했고, 이곳을 수호하는 사자바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류시인의 아내는 날마다 몽돌해변에 찾아와 바위가 된 남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몽돌해변과 사자바위를 지나면 마지막 고비다. 미르마루길의 종착지이자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있는 해안 절벽 꼭대기까지 줄곧 오르막이기 때문이다. 그리 길지 않으니 걱정은 말자.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길 권한다. 힘겨우면 멈춰도 된다. 벤치 하나 없지만, 나무에 기대는 것쯤은 괜찮으니까 말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바다가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 구간에서 보이는 바다는 동쪽으로 뻗어 나간다. 이른 아침이라면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해돋이를 보며 걸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이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미르마루길 한쪽 끝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다. 이곳은 나로우주센터서 발사하는 로켓을 맨눈으로 관측하는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직선거리로 약 17㎞ 떨어져 있다. 7층 회전전망대에 오르면 창밖의 다도해가 반갑게 맞이한다. 바닥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해, 테이블에 앉기만 해도 모든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 나로우주센터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능선 뒤로 숨은 발사대 시설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한다.

나로우주센터는 방문객을 위한 우주과학관을 운영한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와 그 미래를 알려주는 곳이다. 우주과학과 관련된 내용을 실험해보는 체험 공간을 비롯해 로켓과 인공위성, 우주탐사, 달 탐사 등 우주를 향한 인류의 노력을 소개하는 내용이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팔영산

기획전시실에는 로켓 본체와 엔진 실물이, 야외전시장에는 KSR 과학 관측 로켓 Ⅰ~Ⅲ호기와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실물 크기 모형이 있다.

고흥군이 품은 자연을 더 깊이 즐겨보고 싶다면 팔영산으로 향하자. 팔영산은 고흥군서 가장 높은 산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들 만큼 경치가 빼어나며, 여덟개 등산로가 잘 갖춰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산 정상부까지 오를 필요는 없다. 휴식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팔영산편백치유의숲이 편백림 한가운데 자리한다. 산책로 곳곳에 명상시설, 편안히 누워 쉴만한 선베드, 아이들이 반길 숲 어드벤처 시설 등을 마련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미르마루길→고흥우주발사전망대→팔영산편백치유의숲→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남열해돋이해수욕장→고흥우주발사전망대→미르마루길→팔영산편백치유의숲 
-둘째 날 남포미술관→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커피농장산티아고 본점→중산일몰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고흥군 관광 홈페이지 https://tour.goheung.go.kr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www.kari.re.kr/narospacecenter
-팔영산편백치유의숲 https://chiyu.goheung.go.kr

문의 전화
-고흥종합관광안내소(미르마루길) 061)830-5637
-고흥우주발사전망대 061)830-5871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061)830-8700
-팔영산편백치유의숲 061)830-6984~5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흥,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3회(08:00, 14:40, 17:30)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고흥공용버스정류장서 벌교(과역, 남양, 동강) 방면이나 순천·과역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과역버스터미널서 남열리 방면 농어촌버스 환승, 용암 정류장 하차, 용암마을 미르마루길 출발점까지 도보 약 34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금호고속 1544-4888, 고흥여객 061)834-3641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고흥 IC→고흥 방면 우측 고속도로 진출→고흥톨게이트서 고흥IC교차로까지 644m 이동→고흥IC교차로서 고흥 방면 우회전, 597m 이동→한천교차로서 도양(녹동)·고흥·동강 방면 우회전 직후 좌회전, 우주항공로 진입, 17㎞ 이동→석봉교차로서 호덕리·과역 방면 진출, 연등리·호덕리·진지도 방면 좌회전, 1.8㎞ 이동→점암·영남·여수 방면 우회전, 3.9㎞ 이동→영남·강산·여수 방면 좌회전, 13㎞ 이동→용암마을

숙박 정보
-호텔하얀노을: 동일면 와다리길, 010-8459-8311, www.white glow.co.kr
-나로비치호텔: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5-9001
-고유한관광농원펜션: 두원면 연강예회길, 061)835-1700, http://gouhan.kr
-낭만서프하우스: 영남면 해맞이로, 061)835-3625, https://nangmansurf.modoo.at

식당 정보
-시골집식당(닭볶음탕): 점암면 팔봉길, 061)834-1292
-포두식당(한정식): 포두면 후동2길, 061)834-5555
-일조갈비(돼지갈비): 포두면 우주로, 061)832-5406

주변 볼거리
고흥분청문화박물관, 녹동항, 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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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장동혁표’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극우 유튜버로 알려진 고성국씨도 전한길씨에 이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장 대표의 ‘국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당명 개정 의사를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3대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모든 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비판 세례 국민의힘은 지난 9일부터 3일 동안 책임당원에게 당명 개정 찬반을 물었고, 책임당원 중 68.19%는 찬성 의사를 밝혔다. 새 당명은 당원 의견수렴과 국민 공모를 거쳐 결정한 후 당헌 개정 등 절차를 진행해 다음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당명을 내걸고 지방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장 대표가 당명 개정을 승부수로 제시한 것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사설을 통해 “당명 개정 추진도 맞는 말이지만, 국민의힘은 반복적으로 ‘미래로 가겠다’라고 약속한 후 실제로는 과거로 퇴행해 왔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엔 부정선거 음모론·합리성을 상실한 극단 세력에 휘둘려 안방을 내주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자 사설을 통해 “당명 교체는 민심의 외면을 받는 원인을 뿌리부터 제거하는 과정의 일환이어야 설득력이 있다”며 “그 핵심은 시대착오적 불법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라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에 대해선 “장 대표가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나치게 잦은 당명 개정은 한국 정치의 오래된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당명을 지나치게 자주 바꾸면, 국민이 정당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정당들에 대해선 “당명 개정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면피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로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매개로 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 ▲장 대표 주변에 포진한 일부 윤 어게인 세력 등을 제시했다. 장 대표에 대해선 지난달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의 공개 지적 등 다양한 압박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전 정책위의장이 지난 5일 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장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항의성 사퇴를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장동혁 지도부가 2월 전후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을 제기한다. “장 대표가 물러난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설도 돌았다. 그러자 신 최고위원은 지난달 15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일종의 정치적 선동에 가깝고, 실질적으로 당 내부의 큰 흐름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언더 찐윤 성향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장 대표를 내보낸 후 경북 상주 출신이자 아나운서였던 신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당명 개정부터?…보수신문 ‘사설 맹폭’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트럼프 벤치마킹?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돼 처음 국회에 입문했고, 지난 2024년 재선에 성공했다.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초선 의원으로 볼 수도 있다. 국민의힘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공간과 영향력이란 분석이 나올 수도 있다. 현재 장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언더 찐윤·친한(친 한동훈)계와 갈등하고 있고, 밖에선 주요 보수 신문까지 그에게 강한 압박을 넣고 있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에 영향력을 가진 토착 보수가 정치적으로 세력화한 집단이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등 행보로 인해 중도 보수 이미지가 강하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개편하는 것밖에 없다. ‘극우 유튜버’로 평가받는 고성국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고씨는 “제가 김재원 계보가 된 거냐”고 물었고, 김 최고위원은 “제가 고성국 계보가 된 것”이라고 화답했다. 고씨는 평소 ‘윤 어게인’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해 왔다. 고씨가 입당한 것을 놓고, <조선일보>는 지난 8일자 사설을 통해 “최근 입당한 극단 성향 유튜버가 당 지도부에 입성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미 지난해 7월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배신자’ 구호를 외치면서 소란을 피웠고, “역설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외에서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했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형을 구형받은 후 오는 30일 제1심 선고를 받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받아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혐의가 적용돼 지난 13일 구속됐다. 강경 보수 성향 대형 집회를 주도하던 ‘두 거목’이 구속됐기 때문에, 강경 보수층에게 정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극우 유튜버가 당내에 뿌리내리게 하면, 장 대표도 당내 거점을 만들 수 있다. 국민의힘에 거점을 만든 후 손·전 목사가 다시 활동하는 시기가 온다면, 장 대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무주공산 강경 보수 장 대표는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현실 정치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국인의 댓글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 댓글 국적 표기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34명은 지난해 2월 댓글 국적 표시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장 대표는 “과거 7년 동안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글을 6만5000개 이상을 올린 X(엑스)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 국민 64%는 댓글 작성자 국적 표기에 찬성한다”며 지난 9일 발표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리서치 조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해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이 어떻게 91%나 나올 수 있겠느냐”며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우마오당 댓글 부대가 우리나라 여론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투표권이 있는 외국인이 14만명을 넘는 등 외국인이 투표권을 가져서 국민의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상호주의에 따라 외국인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69%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은 체류 자격 취득일 이후 3년이 지나고, 거주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등록대장에 오른 만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장 대표가 주장하는 데 관해 “더불어민주당의 친중 성향이 짙은 것 같다는 일부 보수층의 의심을 자극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장 대표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극우 영역을 국민의힘으로 이식해 입지를 굳혀 당을 장악한 후 상대를 공격할 프레임을 설정하는 등 일거양득 효과를 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할 수도 있다. 유럽 극우 정당은 대체로 자국민 우선주의 등 반이민 정서를 정치적 기반으로 구축했다. 이는 ▲프랑스의 국민연합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일본의 참정당 등이 갖는 뚜렷한 공통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서 “불법 이민자의 밀입국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실질적으로는 미국·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기존 장벽을 더 높게 만들어 밀입국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물론 이 공약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은 우리가 짓고, 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보수층의 표심을 얻었다. 양날의 검 극우 정치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극우 정치를 강하게 경계하는 기류가 있다. 극우 정치는 대중을 결집시키기 위한 강한 언어에 몰두한다. 우리나라의 극우 정치는 남북 분단이란 역사적 특성 때문에 강경한 일부 기독교 교단과 강하게 밀착돼있다. 아울러 일부 노년층 특유의 옛 관성에 의존하는 흔적이 남아있는 과도한 강경함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갖게 한다. 강경 보수 특유의 키치도 다른 정치 집단에 거부감을 주는 데 한몫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쇼맨십을 토대로 미국 민주당에 반발하는 집단을 하나로 묶어 21세기 미국 극우 집단 MAGA 진영을 만들었고, 공화당을 장악했다. 일본에선 포퓰리스트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특유의 화술을 매개로 자유민주당 내 보수 방류의 장기 주도권 행사의 기틀을 세웠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2년 피살됐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놓은 보수 방류의 영향력은 ‘여자 아베’로 유명한 정치적 후계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는 데 밑바탕이 됐다. 극우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우리나라에도 극우 정치가 뿌리내릴 가능성을 시사한 사건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공격한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과 비슷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 인준을 막기 위해 의회를 무력으로 점거했다가 진압됐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가담자들은 2030 세대 남성이 많았다. 가담 정도가 지나쳐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66명 중 ▲20대 8명 ▲30대 21명 등 2030 남성은 총 29명(43.9%)였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2030세대 남성 중 보수를 지향하는 유권자들이 강경 보수·개혁 보수로 나뉘는 것을 외부로 보여준 결정적 사건이었다. 판단 기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세대 남성은 서울서부지법 폭동에 참여하거나 지지했고, 비판하는 2030세대 남성 중 상당수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남은 선택지는 윤 전 대통령이 정계에서 사실상 사라진 현 시점에 정치적 무주공산인 강경 보수의 정치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청년 강경·노년층 묶는 맞춤형 세대포위론? 장 길들이려는 전…“이준석 연대 안 된다” 이들과 기존 반공 보수를 지향하는 노인 세대를 묶어 당내 맹주가 된다면,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략으로 제시했던 세대포위론이 장 대표에게 맞춤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 대표의 구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엔 여러 의문이 남는다. 최근 그는 이 대표와의 연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가에서 언급되는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에 대해,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란 표현에 대해선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엔 이 대표가 야당 대표 연석 회담을 제안했고, 장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 13일 만나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및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비공개회의에선 민주당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 방안과 특검법 관련 양당 의원 연석회의 개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경 보수 내부에선 장 대표가 이 대표와의 연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이 개혁신당과 연대하면, 장 대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대표를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말을 개인적으로 들었다”는 것을 들었다. 고씨도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장 대표는 ‘이 대표와 특검 연대만 하겠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역으로 장 대표에게 “통일교 특검 외엔 이 대표와 공조해선 안 된다”는 압박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한국 정치에선 과거와 다른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엔 특정 정치인의 팬덤이 결성돼 정치적 친위대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팬덤은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적대적 정치인에 대해선 집단 행동을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정치인을 능가하고 있다. 정치인이 팬덤을 제어할 수 있는 지도력·정치력을 갖춘 사례가 드물어지고 있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강한 쇼맨십을 가진 정치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 대표에겐 고씨·전씨와 같이 세를 모아줄 수 있는 ‘정치 무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보수의 김어준’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 전 대표를 제명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정치 생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한 전 대표는 재심 청구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제명 결정 무효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불안한 동거 언제까지? 아울러 한 전 대표 제명이 확정되더라도, 국민의힘 내부엔 대구·경북 기득권을 안정적으로 누리기 위해 소극적 정치를 하는 언더 찐윤이 남아있다. 이들은 국민의힘 내부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또 전씨·고씨 등 ‘정치 무당’과 언제까지 손을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전씨는 이미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반대하는 등 장 대표를 길들이려고 하고 있다. 장 대표의 ‘국민의힘 극우 정당 개편’ 프로젝트는 첩첩산중이다.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