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기 뿜뿜! 새해 여행 ④고흥 미르마루길

용이 승천한 그곳에서 용의 기운을 얻다

 

전남 고흥군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먼 옛날, 이곳에서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단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전설이다.

고흥10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는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그 전설의 흔적인 영남용바위가 있다. 널따란 반석을 따라 조심스레 들어가다 보면 용이 승천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놀랄 만큼 전설과 일치하는 모습이라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디 그뿐일까? 용암마을 한쪽에는 용의 머리처럼 보이는 용두암이 있다. 제주 용두암보다 작지만, 모양은 그럴듯하다. 용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들이 용암마을을 찾는 이유다.

영남용바위

풍경을 바라보며 전설을 상상해도 좋지만, 실제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만나보면 어떨까? 영남용바위 일대는 지금도 용이 승천하는 현장을 목격하기 적합한 곳으로 유명하다. 나로우주센터서 쏘아 올리는 우주발사체의 궤적을 볼 수 있어서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서 나로우주센터까지 직선거리가 17㎞에 불과해, 로켓 발사 순간을 맨눈으로도 관측하기 쉽다. 우주발사체야말로 21세기의 용과 다름없지 않은가.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두루 둘러보고 싶다면, 두 지점을 연결하는 ‘미르마루길’을 걷자. 고흥군이 조성한 길이 4㎞ 해안 탐방로에는 용굴과 몽돌해변, 사자바위 등 영남용바위 외에도 멋진 풍경이 가득하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이다.

용암마을 시작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단숨에 영남용바위 꼭대기에 이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이어지는 곳에는 황금빛 용 조형물이 위엄을 뽐낸다. 바로 아래 용암마을을 비롯해 포구 앞 내매물도, 저 멀리 팔영대교와 여수의 섬까지 보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아니어도 명소가 됐을 법한 절경이다. 용의 기운이 영험한지 이곳에서 정성껏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풍어를 소망하는 어민이나 자녀의 입시 성공을 기원하는 부모들이 찾는다고 한다.

바위 꼭대기서 벗어나면 오솔길이 해안을 따라 고흥우주발사전망대로 향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반복돼 마냥 쉬운 길은 아니지만, 길 위에서 보는 풍경이 힘을 준다. 한겨울에도 초록 잎을 자랑하는 난대성 수목이 곳곳서 용기를 북돋운다.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을 받은 바다가 반짝이고, 화산이 만들어냈다는 바위와 절벽이 거친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풍경 맛집’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나로호 발사의 역사적인 순간을 볼 수 있는 곳
영남용바위 전설 등 여러 이야기가 있는 길

현재는 폐쇄돼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절벽 아래 용굴이 있다. 싸움서 진 용이 화를 참지 못하고 류시인을 공격한 뒤 이곳에 숨어들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10㎞ 떨어진 곳까지 들린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마을 사람들이 이 소리로 날씨를 점쳐왔다니, 한 번쯤 귀 기울여 확인해볼 것. 

절벽 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새 몽돌해변에 도착한다. 매끈한 돌멩이가 한데 모여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 또한 기나긴 시간의 흔적이다.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어보자.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청아한 소리가 미르마루길에 울려 퍼진다. 바닷물과 함께 구르는 몽돌 소리가 그 정체다.

몽돌해변 앞에 바위 하나가 눈에 띈다. 사자가 웅크린 모습 같다고 사자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남용바위 전설은 사자바위서 끝을 맺는다. 싸움서 이겨 승천한 용이 류시인의 용맹함에 감동했고, 이곳을 수호하는 사자바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류시인의 아내는 날마다 몽돌해변에 찾아와 바위가 된 남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몽돌해변과 사자바위를 지나면 마지막 고비다. 미르마루길의 종착지이자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있는 해안 절벽 꼭대기까지 줄곧 오르막이기 때문이다. 그리 길지 않으니 걱정은 말자.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길 권한다. 힘겨우면 멈춰도 된다. 벤치 하나 없지만, 나무에 기대는 것쯤은 괜찮으니까 말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바다가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 구간에서 보이는 바다는 동쪽으로 뻗어 나간다. 이른 아침이라면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해돋이를 보며 걸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이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미르마루길 한쪽 끝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다. 이곳은 나로우주센터서 발사하는 로켓을 맨눈으로 관측하는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직선거리로 약 17㎞ 떨어져 있다. 7층 회전전망대에 오르면 창밖의 다도해가 반갑게 맞이한다. 바닥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해, 테이블에 앉기만 해도 모든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 나로우주센터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능선 뒤로 숨은 발사대 시설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한다.

나로우주센터는 방문객을 위한 우주과학관을 운영한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와 그 미래를 알려주는 곳이다. 우주과학과 관련된 내용을 실험해보는 체험 공간을 비롯해 로켓과 인공위성, 우주탐사, 달 탐사 등 우주를 향한 인류의 노력을 소개하는 내용이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팔영산

기획전시실에는 로켓 본체와 엔진 실물이, 야외전시장에는 KSR 과학 관측 로켓 Ⅰ~Ⅲ호기와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실물 크기 모형이 있다.

고흥군이 품은 자연을 더 깊이 즐겨보고 싶다면 팔영산으로 향하자. 팔영산은 고흥군서 가장 높은 산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들 만큼 경치가 빼어나며, 여덟개 등산로가 잘 갖춰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산 정상부까지 오를 필요는 없다. 휴식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팔영산편백치유의숲이 편백림 한가운데 자리한다. 산책로 곳곳에 명상시설, 편안히 누워 쉴만한 선베드, 아이들이 반길 숲 어드벤처 시설 등을 마련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미르마루길→고흥우주발사전망대→팔영산편백치유의숲→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남열해돋이해수욕장→고흥우주발사전망대→미르마루길→팔영산편백치유의숲 
-둘째 날 남포미술관→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커피농장산티아고 본점→중산일몰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고흥군 관광 홈페이지 https://tour.goheung.go.kr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www.kari.re.kr/narospacecenter
-팔영산편백치유의숲 https://chiyu.goheung.go.kr

문의 전화
-고흥종합관광안내소(미르마루길) 061)830-5637
-고흥우주발사전망대 061)830-5871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061)830-8700
-팔영산편백치유의숲 061)830-6984~5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흥,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3회(08:00, 14:40, 17:30)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고흥공용버스정류장서 벌교(과역, 남양, 동강) 방면이나 순천·과역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과역버스터미널서 남열리 방면 농어촌버스 환승, 용암 정류장 하차, 용암마을 미르마루길 출발점까지 도보 약 34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금호고속 1544-4888, 고흥여객 061)834-3641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고흥 IC→고흥 방면 우측 고속도로 진출→고흥톨게이트서 고흥IC교차로까지 644m 이동→고흥IC교차로서 고흥 방면 우회전, 597m 이동→한천교차로서 도양(녹동)·고흥·동강 방면 우회전 직후 좌회전, 우주항공로 진입, 17㎞ 이동→석봉교차로서 호덕리·과역 방면 진출, 연등리·호덕리·진지도 방면 좌회전, 1.8㎞ 이동→점암·영남·여수 방면 우회전, 3.9㎞ 이동→영남·강산·여수 방면 좌회전, 13㎞ 이동→용암마을

숙박 정보
-호텔하얀노을: 동일면 와다리길, 010-8459-8311, www.white glow.co.kr
-나로비치호텔: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5-9001
-고유한관광농원펜션: 두원면 연강예회길, 061)835-1700, http://gouhan.kr
-낭만서프하우스: 영남면 해맞이로, 061)835-3625, https://nangmansurf.modoo.at

식당 정보
-시골집식당(닭볶음탕): 점암면 팔봉길, 061)834-1292
-포두식당(한정식): 포두면 후동2길, 061)834-5555
-일조갈비(돼지갈비): 포두면 우주로, 061)832-5406

주변 볼거리
고흥분청문화박물관, 녹동항, 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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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