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기 뿜뿜! 새해 여행 ④고흥 미르마루길

용이 승천한 그곳에서 용의 기운을 얻다

 

전남 고흥군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먼 옛날, 이곳에서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단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전설이다.

고흥10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는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그 전설의 흔적인 영남용바위가 있다. 널따란 반석을 따라 조심스레 들어가다 보면 용이 승천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놀랄 만큼 전설과 일치하는 모습이라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디 그뿐일까? 용암마을 한쪽에는 용의 머리처럼 보이는 용두암이 있다. 제주 용두암보다 작지만, 모양은 그럴듯하다. 용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들이 용암마을을 찾는 이유다.

영남용바위

풍경을 바라보며 전설을 상상해도 좋지만, 실제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만나보면 어떨까? 영남용바위 일대는 지금도 용이 승천하는 현장을 목격하기 적합한 곳으로 유명하다. 나로우주센터서 쏘아 올리는 우주발사체의 궤적을 볼 수 있어서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서 나로우주센터까지 직선거리가 17㎞에 불과해, 로켓 발사 순간을 맨눈으로도 관측하기 쉽다. 우주발사체야말로 21세기의 용과 다름없지 않은가.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두루 둘러보고 싶다면, 두 지점을 연결하는 ‘미르마루길’을 걷자. 고흥군이 조성한 길이 4㎞ 해안 탐방로에는 용굴과 몽돌해변, 사자바위 등 영남용바위 외에도 멋진 풍경이 가득하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이다.

용암마을 시작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단숨에 영남용바위 꼭대기에 이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이어지는 곳에는 황금빛 용 조형물이 위엄을 뽐낸다. 바로 아래 용암마을을 비롯해 포구 앞 내매물도, 저 멀리 팔영대교와 여수의 섬까지 보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아니어도 명소가 됐을 법한 절경이다. 용의 기운이 영험한지 이곳에서 정성껏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풍어를 소망하는 어민이나 자녀의 입시 성공을 기원하는 부모들이 찾는다고 한다.

바위 꼭대기서 벗어나면 오솔길이 해안을 따라 고흥우주발사전망대로 향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반복돼 마냥 쉬운 길은 아니지만, 길 위에서 보는 풍경이 힘을 준다. 한겨울에도 초록 잎을 자랑하는 난대성 수목이 곳곳서 용기를 북돋운다.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을 받은 바다가 반짝이고, 화산이 만들어냈다는 바위와 절벽이 거친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풍경 맛집’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나로호 발사의 역사적인 순간을 볼 수 있는 곳
영남용바위 전설 등 여러 이야기가 있는 길

현재는 폐쇄돼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절벽 아래 용굴이 있다. 싸움서 진 용이 화를 참지 못하고 류시인을 공격한 뒤 이곳에 숨어들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10㎞ 떨어진 곳까지 들린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마을 사람들이 이 소리로 날씨를 점쳐왔다니, 한 번쯤 귀 기울여 확인해볼 것. 

절벽 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새 몽돌해변에 도착한다. 매끈한 돌멩이가 한데 모여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 또한 기나긴 시간의 흔적이다.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어보자.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청아한 소리가 미르마루길에 울려 퍼진다. 바닷물과 함께 구르는 몽돌 소리가 그 정체다.

몽돌해변 앞에 바위 하나가 눈에 띈다. 사자가 웅크린 모습 같다고 사자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남용바위 전설은 사자바위서 끝을 맺는다. 싸움서 이겨 승천한 용이 류시인의 용맹함에 감동했고, 이곳을 수호하는 사자바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류시인의 아내는 날마다 몽돌해변에 찾아와 바위가 된 남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몽돌해변과 사자바위를 지나면 마지막 고비다. 미르마루길의 종착지이자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있는 해안 절벽 꼭대기까지 줄곧 오르막이기 때문이다. 그리 길지 않으니 걱정은 말자.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길 권한다. 힘겨우면 멈춰도 된다. 벤치 하나 없지만, 나무에 기대는 것쯤은 괜찮으니까 말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바다가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 구간에서 보이는 바다는 동쪽으로 뻗어 나간다. 이른 아침이라면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해돋이를 보며 걸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이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미르마루길 한쪽 끝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다. 이곳은 나로우주센터서 발사하는 로켓을 맨눈으로 관측하는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직선거리로 약 17㎞ 떨어져 있다. 7층 회전전망대에 오르면 창밖의 다도해가 반갑게 맞이한다. 바닥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해, 테이블에 앉기만 해도 모든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 나로우주센터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능선 뒤로 숨은 발사대 시설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한다.

나로우주센터는 방문객을 위한 우주과학관을 운영한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와 그 미래를 알려주는 곳이다. 우주과학과 관련된 내용을 실험해보는 체험 공간을 비롯해 로켓과 인공위성, 우주탐사, 달 탐사 등 우주를 향한 인류의 노력을 소개하는 내용이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팔영산

기획전시실에는 로켓 본체와 엔진 실물이, 야외전시장에는 KSR 과학 관측 로켓 Ⅰ~Ⅲ호기와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실물 크기 모형이 있다.

고흥군이 품은 자연을 더 깊이 즐겨보고 싶다면 팔영산으로 향하자. 팔영산은 고흥군서 가장 높은 산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들 만큼 경치가 빼어나며, 여덟개 등산로가 잘 갖춰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산 정상부까지 오를 필요는 없다. 휴식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팔영산편백치유의숲이 편백림 한가운데 자리한다. 산책로 곳곳에 명상시설, 편안히 누워 쉴만한 선베드, 아이들이 반길 숲 어드벤처 시설 등을 마련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미르마루길→고흥우주발사전망대→팔영산편백치유의숲→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남열해돋이해수욕장→고흥우주발사전망대→미르마루길→팔영산편백치유의숲 
-둘째 날 남포미술관→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커피농장산티아고 본점→중산일몰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고흥군 관광 홈페이지 https://tour.goheung.go.kr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www.kari.re.kr/narospacecenter
-팔영산편백치유의숲 https://chiyu.goheung.go.kr

문의 전화
-고흥종합관광안내소(미르마루길) 061)830-5637
-고흥우주발사전망대 061)830-5871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061)830-8700
-팔영산편백치유의숲 061)830-6984~5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흥,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3회(08:00, 14:40, 17:30)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고흥공용버스정류장서 벌교(과역, 남양, 동강) 방면이나 순천·과역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과역버스터미널서 남열리 방면 농어촌버스 환승, 용암 정류장 하차, 용암마을 미르마루길 출발점까지 도보 약 34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금호고속 1544-4888, 고흥여객 061)834-3641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고흥 IC→고흥 방면 우측 고속도로 진출→고흥톨게이트서 고흥IC교차로까지 644m 이동→고흥IC교차로서 고흥 방면 우회전, 597m 이동→한천교차로서 도양(녹동)·고흥·동강 방면 우회전 직후 좌회전, 우주항공로 진입, 17㎞ 이동→석봉교차로서 호덕리·과역 방면 진출, 연등리·호덕리·진지도 방면 좌회전, 1.8㎞ 이동→점암·영남·여수 방면 우회전, 3.9㎞ 이동→영남·강산·여수 방면 좌회전, 13㎞ 이동→용암마을

숙박 정보
-호텔하얀노을: 동일면 와다리길, 010-8459-8311, www.white glow.co.kr
-나로비치호텔: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5-9001
-고유한관광농원펜션: 두원면 연강예회길, 061)835-1700, http://gouhan.kr
-낭만서프하우스: 영남면 해맞이로, 061)835-3625, https://nangmansurf.modoo.at

식당 정보
-시골집식당(닭볶음탕): 점암면 팔봉길, 061)834-1292
-포두식당(한정식): 포두면 후동2길, 061)834-5555
-일조갈비(돼지갈비): 포두면 우주로, 061)832-5406

주변 볼거리
고흥분청문화박물관, 녹동항, 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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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