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기 뿜뿜! 새해 여행 ④고흥 미르마루길

용이 승천한 그곳에서 용의 기운을 얻다

 

전남 고흥군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먼 옛날, 이곳에서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단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전설이다.

고흥10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는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그 전설의 흔적인 영남용바위가 있다. 널따란 반석을 따라 조심스레 들어가다 보면 용이 승천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놀랄 만큼 전설과 일치하는 모습이라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디 그뿐일까? 용암마을 한쪽에는 용의 머리처럼 보이는 용두암이 있다. 제주 용두암보다 작지만, 모양은 그럴듯하다. 용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들이 용암마을을 찾는 이유다.

영남용바위

풍경을 바라보며 전설을 상상해도 좋지만, 실제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만나보면 어떨까? 영남용바위 일대는 지금도 용이 승천하는 현장을 목격하기 적합한 곳으로 유명하다. 나로우주센터서 쏘아 올리는 우주발사체의 궤적을 볼 수 있어서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서 나로우주센터까지 직선거리가 17㎞에 불과해, 로켓 발사 순간을 맨눈으로도 관측하기 쉽다. 우주발사체야말로 21세기의 용과 다름없지 않은가.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두루 둘러보고 싶다면, 두 지점을 연결하는 ‘미르마루길’을 걷자. 고흥군이 조성한 길이 4㎞ 해안 탐방로에는 용굴과 몽돌해변, 사자바위 등 영남용바위 외에도 멋진 풍경이 가득하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이다.

용암마을 시작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단숨에 영남용바위 꼭대기에 이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이어지는 곳에는 황금빛 용 조형물이 위엄을 뽐낸다. 바로 아래 용암마을을 비롯해 포구 앞 내매물도, 저 멀리 팔영대교와 여수의 섬까지 보인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 아니어도 명소가 됐을 법한 절경이다. 용의 기운이 영험한지 이곳에서 정성껏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풍어를 소망하는 어민이나 자녀의 입시 성공을 기원하는 부모들이 찾는다고 한다.

바위 꼭대기서 벗어나면 오솔길이 해안을 따라 고흥우주발사전망대로 향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반복돼 마냥 쉬운 길은 아니지만, 길 위에서 보는 풍경이 힘을 준다. 한겨울에도 초록 잎을 자랑하는 난대성 수목이 곳곳서 용기를 북돋운다.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 햇살을 받은 바다가 반짝이고, 화산이 만들어냈다는 바위와 절벽이 거친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풍경 맛집’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나로호 발사의 역사적인 순간을 볼 수 있는 곳
영남용바위 전설 등 여러 이야기가 있는 길

현재는 폐쇄돼 접근이 불가능하지만 절벽 아래 용굴이 있다. 싸움서 진 용이 화를 참지 못하고 류시인을 공격한 뒤 이곳에 숨어들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용이 울부짖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10㎞ 떨어진 곳까지 들린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마을 사람들이 이 소리로 날씨를 점쳐왔다니, 한 번쯤 귀 기울여 확인해볼 것. 

절벽 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새 몽돌해변에 도착한다. 매끈한 돌멩이가 한데 모여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 또한 기나긴 시간의 흔적이다.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어보자.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청아한 소리가 미르마루길에 울려 퍼진다. 바닷물과 함께 구르는 몽돌 소리가 그 정체다.

몽돌해변 앞에 바위 하나가 눈에 띈다. 사자가 웅크린 모습 같다고 사자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남용바위 전설은 사자바위서 끝을 맺는다. 싸움서 이겨 승천한 용이 류시인의 용맹함에 감동했고, 이곳을 수호하는 사자바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류시인의 아내는 날마다 몽돌해변에 찾아와 바위가 된 남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몽돌해변과 사자바위를 지나면 마지막 고비다. 미르마루길의 종착지이자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있는 해안 절벽 꼭대기까지 줄곧 오르막이기 때문이다. 그리 길지 않으니 걱정은 말자.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길 권한다. 힘겨우면 멈춰도 된다. 벤치 하나 없지만, 나무에 기대는 것쯤은 괜찮으니까 말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바다가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 구간에서 보이는 바다는 동쪽으로 뻗어 나간다. 이른 아침이라면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해돋이를 보며 걸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이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미르마루길 한쪽 끝은 고흥우주발사전망대다. 이곳은 나로우주센터서 발사하는 로켓을 맨눈으로 관측하는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직선거리로 약 17㎞ 떨어져 있다. 7층 회전전망대에 오르면 창밖의 다도해가 반갑게 맞이한다. 바닥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해, 테이블에 앉기만 해도 모든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 나로우주센터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능선 뒤로 숨은 발사대 시설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한다.

나로우주센터는 방문객을 위한 우주과학관을 운영한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와 그 미래를 알려주는 곳이다. 우주과학과 관련된 내용을 실험해보는 체험 공간을 비롯해 로켓과 인공위성, 우주탐사, 달 탐사 등 우주를 향한 인류의 노력을 소개하는 내용이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팔영산

기획전시실에는 로켓 본체와 엔진 실물이, 야외전시장에는 KSR 과학 관측 로켓 Ⅰ~Ⅲ호기와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실물 크기 모형이 있다.

고흥군이 품은 자연을 더 깊이 즐겨보고 싶다면 팔영산으로 향하자. 팔영산은 고흥군서 가장 높은 산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들 만큼 경치가 빼어나며, 여덟개 등산로가 잘 갖춰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산 정상부까지 오를 필요는 없다. 휴식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팔영산편백치유의숲이 편백림 한가운데 자리한다. 산책로 곳곳에 명상시설, 편안히 누워 쉴만한 선베드, 아이들이 반길 숲 어드벤처 시설 등을 마련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미르마루길→고흥우주발사전망대→팔영산편백치유의숲→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남열해돋이해수욕장→고흥우주발사전망대→미르마루길→팔영산편백치유의숲 
-둘째 날 남포미술관→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커피농장산티아고 본점→중산일몰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고흥군 관광 홈페이지 https://tour.goheung.go.kr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www.kari.re.kr/narospacecenter
-팔영산편백치유의숲 https://chiyu.goheung.go.kr

문의 전화
-고흥종합관광안내소(미르마루길) 061)830-5637
-고흥우주발사전망대 061)830-5871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061)830-8700
-팔영산편백치유의숲 061)830-6984~5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흥,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3회(08:00, 14:40, 17:30)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고흥공용버스정류장서 벌교(과역, 남양, 동강) 방면이나 순천·과역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과역버스터미널서 남열리 방면 농어촌버스 환승, 용암 정류장 하차, 용암마을 미르마루길 출발점까지 도보 약 34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금호고속 1544-4888, 고흥여객 061)834-3641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고흥 IC→고흥 방면 우측 고속도로 진출→고흥톨게이트서 고흥IC교차로까지 644m 이동→고흥IC교차로서 고흥 방면 우회전, 597m 이동→한천교차로서 도양(녹동)·고흥·동강 방면 우회전 직후 좌회전, 우주항공로 진입, 17㎞ 이동→석봉교차로서 호덕리·과역 방면 진출, 연등리·호덕리·진지도 방면 좌회전, 1.8㎞ 이동→점암·영남·여수 방면 우회전, 3.9㎞ 이동→영남·강산·여수 방면 좌회전, 13㎞ 이동→용암마을

숙박 정보
-호텔하얀노을: 동일면 와다리길, 010-8459-8311, www.white glow.co.kr
-나로비치호텔: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5-9001
-고유한관광농원펜션: 두원면 연강예회길, 061)835-1700, http://gouhan.kr
-낭만서프하우스: 영남면 해맞이로, 061)835-3625, https://nangmansurf.modoo.at

식당 정보
-시골집식당(닭볶음탕): 점암면 팔봉길, 061)834-1292
-포두식당(한정식): 포두면 후동2길, 061)834-5555
-일조갈비(돼지갈비): 포두면 우주로, 061)832-5406

주변 볼거리
고흥분청문화박물관, 녹동항, 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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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