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유부녀 ‘불륜 스캔들’ 강경준

사랑에 웃고 우는 ‘리틀 최수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리틀 최수종’이라 불리던 배우 강경준에 대한 상간남 의혹이 불거졌다. 사적 대화가 유출되고 가족들의 과거사가 회자되는 등 온 가족이 함께 피해를 봤다. 배우 이선균씨가 과도한 사생활 보도로 목숨을 끊은 지 2주도 채 되지 않았다.

배우 강경준이 상간남 의혹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하며 불륜 의혹에 휩싸였다. 강씨는 즉시 의혹을 부인했지만 유부녀와 나눈 대화가 폭로되며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강씨는 1983년 3월25일 서울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야구, 중학교 시절에는 농구선수로 뛰었다. 강씨는 농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 MBC <마지막 승부>를 보고 야구를 그만두고 농구로 종목을 바꿨지만 부상으로 그만두고 미술을 전공하다 연기에 입문했다.

2004년 데뷔
20년간 활동

정식 데뷔 전에는 <솔로몬의 선택>서 조인성(가명)으로 출연해 최사감에게 상처를 받는 장면을 찍는 등 재연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강씨는 2004년 MBC 시트콤 <논스톱5>로 데뷔한 뒤 드라마 <누나> <위대한 캣츠비> <돌아온 뚝배기> <샐러리맨 초한지> <아름다운 그대에게> <가시꽃> <두 여자의 방> <딱 너 같은 딸> <별별 며느리> 등에 출연했으며, 영화와 뮤지컬 등에도 출연하며 20년 가까이 활동했다.


2013년 배우 장신영과 드라마 <가시꽃>서 호흡을 맞추며 연인으로 발전, 5년 열애 끝에 2018년 5월 부부가 됐다. 

장씨가 전 남편 사이서 얻은 아들을 함께 키우고, 2019년에는 둘째 아들을 얻기도 했다. 결혼 후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사랑꾼, 아들 바보 이미지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데뷔 이후 큰 구설수 없이 활동하던 강씨는 이번 불륜 의혹으로 연예계 인생 최대 위기에 처했다. 그는 지난 12월26일, 상간남으로 지목돼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다. 고소인은 “강경준이 자신의 부인 A씨와 불륜을 저질러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인은 강씨가 고소인의 아내가 유부녀인 것을 알면서도 불륜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증빙할 증거도 제출했다고 한다.

강씨는 “왜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직 소장을 받지 못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소속사 케이스타글로벌이엔티도 “강씨가 소장을 받은 것까지는 확인했다”며 “내용을 보니 서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이에 회사는 순차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사랑꾼이 그럴 리 없다’ ‘중립기어 박겠다’며 강씨를 믿었다.

가족 예능서 사랑꾼 이미지로 인기
상간남 손배 피소…대화 폭로 발칵


그러나 <스포츠조선>서 강씨와 A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수차례 연락한 사실이 보도되며 상황은 역전됐다. 보도에 따르면 강씨는 A씨가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안고 싶네”라고 화답했다. 또 다른 날엔 “사랑해”라고 강경준이 먼저 메시지를 보냈고 A씨는 부끄러워하는 듯한 이모티콘으로 답했다.

A씨가 “뭐해요”라고 묻자 강씨는 “자기 생각”이라고 응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회사에 재직했던 둘은 회식 때도 붙어 앉아 있으려고 했다. 강씨는 먼저 술자리에 도착한 A씨에게 “옆자리 비워둬요. 난 일이 좀 남아서요”라고 부탁했고 A씨는 늦은 강씨를 향해 “이미 1시간 지났다” “조심히 오셔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씨와 A씨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며 파장이 커지자 소속사는 강씨와의 계약 연장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소속사는 “강경준씨는 2023년 10월 저희와 전속계약이 만료돼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케줄을 진행하는 동안 서포트하며 전속계약 연장에 관해 논의 중이었으나 이번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 해결 전까지 전속계약 연장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소속사도 한 걸음 물러섰고 그가 출연 중인 <슈퍼맨이 돌아왔다> 측도 강씨의 기촬영분은 없으며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후 촬영 계획을 논의하겠다며 사실상 손을 놨다.

강씨는 첫 보도 대응 이후 침묵을 이어가는 중이다. 심지어 관련 보도 이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SNS까지 지워버렸다.

강씨가 침묵을 유지하면서 그가 과거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언급한 발언과 공개된 사주 풀이 등이 재조명되는 등 누리꾼들의 과거 끌어올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드라마로 만난
장신영과 결혼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내용은 약 5년 전 SBS <동상이몽>에 출연한 강씨와 배우자인 장씨의 사주 궁합 풀이였다. 당시 역술가는 강씨의 사주를 보더니 “홍염살이 꼈다. 여자가 많고, 여자들의 접근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마음이 강해 보이는데 약하다. 여자가 붙으면 떼어내는데 애를 먹는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안 만나야 한다”고 지적하자, 장씨는 “오빠는 바람피우면 끝이겠다. 못 떼어낸다고 하잖아”라고 걱정했다.

강씨와 장씨의 둘째 출산 당시 상황을 이야기한 방송도 다시 회자됐다.

지난 2020년 방송된 <동상이몽2>에서는 장씨가 “오빠 분만실에 끝까지 안 들어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머리 맡에 있었냐”고 묻자, 강씨는 “나가고 싶었는데 주변서 막았다”며 “부부가 그런 걸 보면 부부관계가 안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안 들어가려고 했다. 사실 좀 무서웠다. 처음 보는 게 두려웠나 보다”고 대꾸했다.


이어 “아직도 생생하다. 안에서 핏덩이가 쑤욱 나와서 아이가 태어났다고 하더라. 신비하고 좋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너무 놀랐다”고 설명했다.

이후 강씨는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와이프(장신영)와 아기를 낳기 전에 훨씬 사이가 좋았다. 둘째를 낳고 와이프와 부부 관계가 멀어졌다”며 “원래는 꼭 껴안고 잤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다”며 권태기를 암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07년 1월 SBS <야심만만>에 출연한 강씨가 전 여자친구를 언급하는 장면도 재조명됐다. 당시 강씨는 “여자친구와 1년 정도 만났다. 같은 방송활동 하는 분이 아니다”라며 “스키장서 처음 만났는데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고 내가 빼앗았다. 남자친구와 안 좋을 때였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나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고 했고 얼굴이 보고 싶었다. 스키장에선 고글, 모자를 써서 밝은 데 가서 찍자고 해서 얼굴을 봤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그 친구를 바래다주고 집에 가고 있었다. 근데 너무 보고 싶어서 다시 돌아갔다. 남자친구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전화했더니 나오더라”고 회상했다.

알면서
만났나

“이 여자는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자친구가 차에 타자마자 기습 키스를 시도했는데 싫어하지 않았다. 남자친구를 정리하겠다더라”고 하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이문식은 “정리하고 나서 키스한 게 아니라 키스하고 나서 정리를 한 거냐”고 물었다. 이에 강씨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강씨의 가족도 강씨의 불륜 의혹으로 인한 불똥에 맞았다.

지난 12월 말에 방송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강씨가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촬영장에 나선 모습이 방영됐다. 그는 큰아들 정안군과 함께 드라마 감독을 만나 “제 아들인데 연기자 지망생”이라고 소개했고, 감독은 “오늘 한 번 출연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깜짝 제안을 해 정안군이 배역을 받게 됐다.

관청 신하 역할로 첫 엑스트라 연기에 도전하게 된 정안군은 “최대한 민폐 끼치지 말고, 많이 배워 가자고 생각했다”며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진중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강씨가 상간남 논란에 휘말리면서 <고려 거란 전쟁> 측도 난감한 처지에 처했다. 당초 정안군의 출연 분량은 이달 중 방송 예정이었으나 그의 분량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최대 피해자는 강씨의 배우자인 배우 장신영이다. 비활성화되지 않은 장씨의 SNS 계정이 유지되면서 누리꾼들이 여러 댓글로 2차 가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씨의 마지막 게시물에는 “마음 아프겠지만 두 아들 생각해 한 번만 용서해 주셨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면 무슨 말인지 알 것. 꼭 아이들 생각해 가정지켰으면 한다” “모든 부부들 다 위기가 있다. 지나면 더 단단한 가족이 되실 것이다” “두 분 잘 극복하셔서 다시 행복한 모습 볼 수 있기를” “이번 계기로 강경준과 더 돈독해지길. 강경준 순수한 사람이지 않나. 한 번만 믿어달라. 사연이 있을 것” “이번 일로 가정이 더 단단해지고 더 신뢰로 가득 찰 거다. 미래에 이 순간도 웃으며 얘기할 날이 올 테니 힘내시길” 등의 댓글로 도배되고 있다.

처음 완강히 부인했지만…
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들

더불어 장씨의 비운의 결혼사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 유튜버는 “장신영이 천성적으로 여리고 순한 편이라 첫 번째 남편과 이혼 이후에도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살아가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때도 장신영이 바보처럼 보일 정도로 모든 걸 다 퍼주고 왔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며 장씨의 첫 번째 이혼을 언급하며 관심을 받았다. 

앞서 장씨는 23세던 2006년 사업가 위모씨와 결혼했지만, 3년 만인 2009년 10월 이혼했다. 둘은 위씨가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지게 되면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이혼 2년 만인 2011년 위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그는 위씨가 이혼 전 자신의 명의를 이용해 연예기획사와 매니지먼트 대행 계약을 했으며, 연대보증 등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당시 소속사를 통해 “그동안 원만한 관계 정리를 원했지만 더 이상 협의가 힘들 것으로 판단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고 상처다. 굳이 들춰내서 상처가 덧날까봐 두렵다”고 밝혔다. 이어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조용하게 매듭짓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강씨의 가족에게 사건의 불똥이 튀자 일명 ‘가족 예능’의 폐해도 다시 주목된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부터 SBS <싱글와이프>, TV조선 <아내의 맛>, SBS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 JTBC <1호가 될 순 없어>, KBS <살림하는 남자들2>, <걸어서 환장 속으로>, TV조선 <조선의 사랑꾼>, <우리 이혼했어요> 등 육아, 신혼, 여행, 이혼 등 주제를 불문하고 가족이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족 예능프로그램은 과거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스타들이 가족은 물론 가족과 함께 있을 때의 일상 모습을 공개하면서 큰 반응을 얻었다. 또 스타를 쏙 빼닮은 가족을 볼 수 있다는 점, 결혼 준비·육아 방식·여행 스타일 등 문제로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이들이 보통의 가족과 다르지 않다는 점 등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효자 예능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첫 보도 대응 
이후 침묵 중

스타 가족들은 예능 출연 후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연예인 못지 않은 스타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뜻하지 않은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 무차별적인 루머와 비난에 쉽게 휩싸이기도 한다. 이에 일부 연예인은 가족들이 대중에 노출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가족 예능 출연을 고사하고 있다.

과거 SBS <아빠를 부탁해>서 딸과 함께 출연한 배우 조민기, 조재현 역시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해당 프로그램서 딸들과의 일상을 공개했으나 직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당시 딸들을 비롯해 다른 가족들 역시 방송에 노출됐던 만큼 한동안 이들도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신영 전속계약 만료 “상간남 의혹과 무관”

장신영은 남편 강경준과 같은 소속사 케이스타글로벌이엔티서 2014년 전속계약을 체결해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었으나 최근 소속사 프로필서 삭제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강씨가 상간남으로 지목돼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휘말리자 강씨와 같이 소속사에서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소속사 측은 지난 4일 “장씨와 지난해 초 전속계약이 만료됐다”며 “강씨의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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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