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발’ 김건희 특검 후폭풍

여사님, 이대로 끝?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긴 시간 끝에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이라는 꽃놀이패를 손에 쥐었다. 이번 특검은 ‘정치 신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바로미터이자 4·10 총선의 지표로 여겨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다음 스텝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자칫하면 용산 전체가 ‘김건희 방탄’이라는 거대한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이다.

2023년 4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정의당이 연합해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하 대장동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하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른바 ‘쌍특검’으로 불리는 두 특검법은 총 240일의 심사 기간을 거쳐 마침내 본회의에 도달했다.

‘대장동 50억 클럽’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50억원을 약속받은 법조계 전직 고위 인사들을 뜻한다. 대장동 특검법은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골자로 한다.

지금부터
야당의 시간

김건희 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처럼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주가조작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현직 대통령 부인이 언급된 것만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BMW 공식 딜러사다. 비상장사였던 도이치모터스는 지난 2009년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했지만 등락을 반복했다. 하락세가 이어지자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은 2009년부터 3년 동안 ‘주가조작 선수’를 비롯한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공모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웠다. 고가매수와 허위매수로 주가를 조작한 셈이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2000원대 후반이었던 주가를 8000원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의혹의 핵심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이른바 ‘쩐주(돈의 주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의 고발장은 문재인정부 시절이었던 2020년 4월 접수됐다. 검찰은 이듬해인 12월 권 전 회장과 일당 등을 재판에 넘겼다. 권 전 회장은 91명의 계좌 157개로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위매수 등의 방법을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에 연루된 인물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김 여사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검찰이 김 여사에 관한 수사를 일부러 지연시키고 출석 대신 서면조사만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라는 셈이다.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개입 의혹은 2023년 2월 재조명됐다. 재판부가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인정하면서다. 법원이 작성한 판결문에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과 관련해 약 48차례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 계좌 3개를 비롯한 그의 모친인 최은순씨 계좌 1개가 시세조종 행위에 차명 또는 위탁 계좌로 동원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재판부는 김 여사 계좌서 이뤄진 통정·가장 매매 48건, 현실 거래 1건 등 총 49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주가조작 사건
‘뭉그적 수사’가 불러온 패스트트랙


이를 계기로 야당에서는 엄격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계좌가 활용됐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완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함께 처리하기 위한 쌍특검 추진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정의당과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초 정의당은 김건희 특검법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영부인이 연루된 만큼 이번 쌍특검이 사건의 진실규명이 아닌 여야 간 정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의당 안팎서 “검찰 수사가 부실하다”는 목소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루빨리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는 쪽으로 당론이 모아지면서 민주당과 합의를 끌어냈다.

야당의 주도 아래에 쌍특검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장기간 수사가 미온적이었던 부분을 지적하며 국회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내민 셈이다.

당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제안 설명을 통해 “두 건의 특검법 신속 처리 안건 지정은 50억 클럽 뇌물수수 의혹과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와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안 취지에 따라 두 건의 특검법에 대한 신속 처리 안건 지정에 동의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반대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쌍특검과 관련해 “야권발 정치 야합의 산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송영길 전·현직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민주당이 노란봉투법 처리를 원하는 정의당과 ‘입법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내로남불
방탄국회

쌍특검은 일괄 상정돼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표결에 부쳐졌다. 국민의힘의 부결 호소에도 대장동 특검법은 재석 의원 183명 중 찬성 183표로, 김건희 특검법 183명 중 찬성 182표, 반대 1표로 가결됐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은 강하게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하고 본회의장서 집단 퇴장했다.

12월 김건희 특검법이 초읽기에 들어서면서 국민의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거대 야당이 의석수로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걸 막을 수 없을뿐더러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까지 난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표결 날짜가 다가올수록 국민의힘의 반발도 거세졌다. 주로 민주당이 주장하는 ‘권력형 비리 수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행동이었다.

먼저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이 윤 대통령이 취임하기 10년도 전에 발생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통령 부부가 결혼하기 전 일어난 사건인 만큼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특검이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서 수사가 선행됐다는 점 역시 특검의 부당성과 궤를 같이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혹을 밝히겠다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해 수십명의 특수부 검사를 총동원했다”며 “금감원의 지원을 받아 수사했고 2년 이상 수많은 강제수사와 압수수사를 실시했지만,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한 특검 주장은 억지일 뿐이고 다수 의석으로 없는 죄도 만들어내겠다는 입법폭력”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풀이식 정치공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권교체 이후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에 압박이 가해지자 기회를 잡은 민주당이 화살을 돌려 집중 공세에 나섰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힘을 실었다. 그는 “법 앞에 예외는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원하는 시점을 특정해 만든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는 과정과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있는 조항도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악법은 국민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레임덕
트리거


그런 한 비대위원장을 두고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대변인”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이 대표 역시 “집권여당의 외면과 무시 때문에 지금까지 지연되고 오늘의 이 상황이 전개된 것”이라며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퇴로를 차단했다.

때아닌 독소조항 논란에 정의당 측은 기가 찬다는 입장이다. 특검 추천 시 이해충돌 소지가 존재하는 여당을 제외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조항은 최순실·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에도 포함됐다. 수사의 날이 대통령 부부의 턱 끝까지 다다르자 다급해진 한 비대위원장의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는 당내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마지막까지 방어에 나섰다. 윤 원내대표는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날인 27일 “쌍특검은 지난 4월27일 야당이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총선용 기획작품”이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윤 대통령 내외를 모독하고 이를 득표에 활용하겠다는 목표가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해 윤 대통령을 흔들어 우위를 점하려는 속셈이 투명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은 15일 이내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초기 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원내대표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시절을 소환하기도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 비리 의혹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수사권은 다수당의 횡포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막아서는 행위는 ‘완벽한 자가당착’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당당하면 받으시라” 질책에도
윤석열 ‘거부권 카드’만 만지작

이를 빌미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특검법에 여당이 협조하거나 응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김건희 특검법 관련 “‘총선을 겨냥해 흠집 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며 특검법 수용 가능성을 차단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에게 있어 꽃놀이패이지만 정부여당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만일 정부가 특검법을 받아 들고 김 여사가 무혐의로 밝혀질 경우, 야당에 역공을 가할 기회가 주어진다. 민주당의 약점으로 꼽히는 ‘이재명 방탄’ 프레임과 반대되는 행보로 중도층에게 어필할 명분도 생긴다.

그럼에도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조차 무혐의 입증에 자신이 없을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명확한 법원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서 김 여사의 리스크를 재조명하기에는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란 설명이다.

만일 수사를 통해 김 여사의 혐의점이 발견된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건 예상된 시나리오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재투표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는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2024년 초 컷오프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탈표를 던질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전해진다.

12월 28일 결국 김건희 특검법은 거대 야당의 주도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의원 180명 중 찬성 180명으로 가결됐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현재 정부는 수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라며 “마치 특검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인데, 수사를 진행한 이후의 결과를 상당히 염려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더 이상 혐의가 없다면 당당하게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소탐대실?
육참골단?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국민 찬성 여론이 70%를 넘어섰다. 이를 져버리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심의 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명 후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른 한 비대위원장은 물론 총선을 앞둔 여당까지 날 선 비판을 견뎌야 할 것이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는 15일 이내인 만큼 윤 대통령은 1월 중순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시기가 길어질수록 다가오는 총선은 물론 2027년 대선에 미칠 ‘나비효과’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언제까지 두문불출?

김건희 여사가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성탄절 예배와 미사 소식을 전했지만 김 여사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2022년까지만 해도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연말 일정에 동행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 활동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대통령실 공동취재기자단을 대동해 윤 대통령 없이 단독일정을 소화하던 과거 행보와는 대조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특검’과 더불어 ‘디올백 수수’ 논란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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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