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 3세 경영 현주소

존재감 키우는 두 개의 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원제약 오너 일가 사이에서 경영권 이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선대에 뿌리 내린 형제 경영이 후대에는 사촌 경영으로 탈바꿈하는 양상이다. 현 시점에서 최대 관심사는 지배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다. 최근 들어 존재감이 부쩍 커진 계열사를 주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중견 제약사인 대원제약은 2007년부터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이 주축이 된 오너 2세 경영 체제를 가동해왔다. 고 백부현 창업주의 장남인 백 회장이 경영 총괄, 차남인 백 부회장은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형태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으며, 두 사람은 별다른 잡음 없이 회사를 이끌었다.

변화 조짐 

15년 넘게 이어진 대원제약 오너 2세 경영 체제는 올해 들어 변곡점을 맞이했다. 오너 2세가 주축이 된 ‘형제 경영’에서 오너 3세 ‘사촌 경영’으로 변모하려는 움직임이 확연해진 양상이다.

대원제약은 지난 1월1일 백 회장의 장남인 백인환 전무를 경영 총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1984년생인 백 사장은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2011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한 오너 3세 경영의 한 축이다. 입사 후에는 해외사업부, 헬스케어사업부를 거쳐 마케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백 사장이 경영 총괄을 맡은 이후 대원제약은 투자 부문에서 의미심장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에스디생명공학 인수전에 뛰어든 게 대표적이다.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에스디생명공학은 중국 시장에서 한때 1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던 화장품 제조업체다. 대원제약은 지난 9월 코이노·수성자산운용 등과 DKS컨소시엄을 구축해 에스디생명공학 인수를 타진했고, 지난달 14일자로 인수전을 성공리에 끝맺음했다. 

이 무렵 대원제약은 에스디생명공학 주식 8000만주를 400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곧 대원제약이 에스디생명공학 지분 65.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음을 의미했다. 

형제경영 끝내고 사촌끼리?
해답 찾지 못한 지분 승계

오너 3세 경영의 또 다른 축인 백인영 헬스케어사업본부 상무도 백 사장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대원제약은 지난달 29일 이사 직함이었던 백 상무를 상무이사로 승진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백 부회장의 장남인 백 상무는 미 오하이오주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를 졸업했으며, 2019년 대원제약에 입사한 이래 2년 간격으로 승진을 거듭해왔다.

백 상무의 입지가 탄탄해지는 과정에서 그가 총괄하는 헬스케어사업본부는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2021년 인수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대원헬스케어, 최근 품에 안은 에스디생명공학 등이 헬스케어사업본부와 사업상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 일선에서 영향력 확대한 백 사장과 백 상무는 지배력을 높이는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간 대원제약 오너 2세와 나머지 특수관계인 사이에는 현격한 지분율 격차가 존재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인 백 부회장과 2대 주주인 백 회장의 지분율이 각각 14.31%, 12.57%였던 반면, 백 사장은 3.65%, 백 상무 0.71%에 불과했던 게 이를 뒷받침한다.


세대 간 지분율 격차는 최근 들어 다소 좁혀진 추세다. 백 부회장과 백 회장이 보유한 대원제약 지분이 각각 11.58%, 9.84%로 감소하는 사이 백 사장은 5.93%, 백 상무는 2.98%로 지분율을 끌어올린 상황이다.

오너 3세들의 지분율 상승은 아버지 세대가 보유 주식 일부를 넘겨준 데 따른 것이다. 지난 7월 백 상무는 백 부회장으로부터 주식 40만주, 백 사장은 백 회장으로터 대원제약 주식 50만주를 증여받았다. 특히 백 사장은 증여를 거치면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남은 과제는?

그럼에도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분율 격차를 단시일 안에 좁히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데다, 증여세를 감안해야 한다. 백 사장과 백 상무가 상속·증여 절차를 거치면서 백 회장과 백 부회장이 보유한 대원제약 지분 온전히 흡수할 시 수백억원대 세금이 뒤따른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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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