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어떻게 중국어와 일본어 전공 교사가 미술 전공 교사보다 잘 가르칠 수 있단 말입니까?”
서울시교육청의 ‘2024학년도 복수전공 자격연수 대상자 추천 안내’ 공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일, 포털사이트 네이트 회원은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중국어 교사가 미술과목 가르친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교육청의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론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신을 미술 임용을 준비 중인 사람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일본어, 중국어 교사가 정보컴퓨터, 미술, 도덕, 윤리과목 중 하나를 택해 연수 6개월 후 해당 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는 미술교사가 되기 위해 미술을 전문직으로 배워왔고 사범대에 진학하고 교육대학원에 들어가 교육학 및 미술전공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미술을 가르칠 지 고민해왔다”며 “적어도 6년 이상 미술을 해왔고 그만큼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실기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중국어와 일본어를 전공으로 하고 미술에 대해 일절 모르시던 분들이 6개월만 연수를 받으면 미술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미술 임용을 위한 선별 인원 자체가 반 토막이 날 뿐만 아니라 미술을 배우고 싶고 미술을 전공으로 삼고자 하는 수많은 공립학교 중고등학생들이 미술에 대해 정확히 배울 수 없게 된다”며 “이제 미술 배울 때 선생님의 전공을 물어보고 중국어인지 일본어인지 확인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해당 사항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교사의 입장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잘 가르칠 수 있고 잘 가르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추가글을 통해 “여러분 자녀들이 다닐 학교다. 현재 해당 교육청에 문의하면 회의하고 있다고는 하는데…공론화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미술뿐만 아니라 체육, 음악 등 예체능 교과를 모두 다른 전공 선생님들이 가르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어, 일본어 TO 적은 거 알고 있다. 그렇다고 실기 위주인 예체능을 6개월만 배우고 가르친다니요? TO를 늘려 해결방안을 모색해야지, 이렇게 끼워 넣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A씨가 함께 첨부한 서울시교육청 안내 공문에 따르면 중등 복수전공 지원자에 대한 자격연수는 내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대면연수 중심으로 진행된다. 개설과목 및 운영기관은 정보‧컴퓨터(한국교원대), 미술(원광대), 도덕‧윤리(미정)로 접수는 오는 21일까지 받는다.
현재 공립학교 기준으로 중국어와 일본어가 과원(예상)이며 미술, 정보‧컴퓨터, 도덕‧윤리 중 1가지를 복수 전공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립‧사립학교의 경우도 과원이 예상되는 교과 교사에게도 미술, 정보‧컴퓨터, 도덕‧윤리 중 1가지 과목을 복수 전공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며 최종 대상자는 시‧도간 협의를 거친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일부 교과의 복수전공 문제에 대해 ▲공정성 문제 ▲정당성 문제 ▲공교육 질의 하락 등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대두되기도 했다.
이 같은 단기간 내 교과목 복수전공 정책은 미술교육과 및 교육대학원, 임용고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특히 현행 미술교사가 되기 위해선 중고등학생 때부터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데다 미술교육과가 전국에 7개 학교밖에 없어 대부분은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임용시험을 봐야 한다. 결국, 10년 이상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언어 교과 교사가 미술을 가르치는 게 정당하느냐는 정당성 문제도 존재한다. 특성상 미술교과는 이론보다는 실기가 중요하고 재능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가 없는 데다 단기간에 교육이 불가하다. 이 같은 교과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교육청의 밀어붙이기란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복수전공 정책이 계속될 경우 학생은 물론, 학부모, 현직 미술교사, 미술 교과 임용 준비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A씨로 추정되는 누리꾼은 이날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해당 내용에 대해 하소연했다.
그는 “이렇게 복수전공이 가능하다면 왜 교육학과와 교육대학원, 임용고시가 존재하느냐? 교사가 가진 전문교과 영역을 엄연히 침범하는 행위이자 예비교사의 기회를 빼앗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사람의 교사가 양성되기 위해 노력한 교과 관련 4년의 학부 시절과 국가가 요구하는 수준의 정규시험인 임용고사를 치르는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충북의 경우 지난해에 정식으로 합격한 정식 미술교사조차 아직 미발령 대기하고 있으며 올해는 정규 TO도 없었다. 이런 상황서 서울시교육청서 발송한 타 교과의 복수전공 자격연수에 ‘미술’이라는 전문교과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자신을 현직 교사라고 밝힌 한 회원은 “솔직히 지식의 전문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프랑스어 교사가 갑자기 영어 교사가 되고, 한국사 전공자가 하나도 모르는 동아시아사를 가르치는 일도 수두룩하다”며 “심지어 본인도 내용 몰라서 인강(인터넷 강의) 들어가며 가르쳐도 애석하게도 교육은 잘만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교사에게 필요한 건 전달력, 생활지도 능력, 각종 업무능력”이라며 “미적 심미안은 갖췄을지라도 신규 교사보단 미술 가르치는 경력직 중국어 교사가 훨씬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미술 선생이 되기 위해 10년 공부는 무슨…그냥 미대 다니다가 교직 이수하면 좋다길래 겸사겸사 발 뻗은 거 아니냐?”는 비판 댓글도 달렸다.
일각에선 “솔직히 이 글 보고 미술 선생되는 게 빡세다는 거 처음 알았을 정도로 학교서 하는 일 없다. 그림 그리는 것도 못 봤고 진짜 개꿀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밥그릇 싸움에 감정호소 지렸다. 역겨움 그 잡채” 등 일선 교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후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은 삭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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