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생의 JMS 탈출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19 14:29:17
  • 호수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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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따라다닌 전도사 누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내가 JMS 신앙 생활을 끝낸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완전히 탈출하기까진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무섭고 지독한 곳이다. 혹시 지인이 이단에 빠졌다면 하나님께 기도하라.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지형은 목사)가 지난 3월2일 발표한 ‘제5차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 중 이단 신자 비율이 최소 6%서 최대 12%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10명 중 1명이 이단 신도라는 얘기다. 

이단 신도

지난 1~2월 만 19세 이상 전국 개신교인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당신이 출석하는 교회는 전통적인 교회서 주장하는 소위 이단에 속한 교회냐”는 질문에, 6.3%가 “그렇다”고 답했다. 5.8%는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전체 교회 출석자 약 545만명을 기준으로 환산해 이단 교회에 다니는 신자는 최소 34만명, 최대 66만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개신교 내 이단 신도 비율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 증감 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단 교회를 다니더라도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대에 5년 동안을 JMS 교회서 보냈다는 A씨도 마찬가지다. A씨는 학교 선배인 누나를 통해 JMS 교회에 전도됐다. 처음 교회를 찾았을 때 정명석 JMS 교주는 중국에 있었다. 해외도피 중이었는데, 교회에선 이런 사실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뉴스를 보면 안 된다고 철저하게 교육시켰다.

A씨는 “당시 교회에서는 신도끼리 똘똘 뭉쳤는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굉장히 깊게 세뇌당한 것”이라며 “밖에서 아무리 안 좋은 소리로 떠들어도 듣지 않았다. 사탄의 공격이라고 생각했고 더 하나님을 붙잡았다. 안 좋은 상황을 이기기 위해 신앙이 강해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런 종교에 빠진 사람은 결코 타인에 의해 나올 수 없다. 문제는 스스로 나와야 하는데, 내 의지로 믿은 하나님이기 때문에 다시 내 의지로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뉴스를 시청했다. 뉴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이때부터 자세한 내용을 찾아봤다. 다니고 있던 교회를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A씨는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시기였다.

물론 마음먹었다고 바로 교회를 나올 수는 없었다. 그는 함께 교회를 다니던 동생과 살고 있었다. 대학교 때문에 자취하던 대학생 교인은 대부분 교회를 다니면서 교회 사람들과 동거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학교와 가까운 곳에 살던 것도 아니었다. 

자취하는 대학생 교인은 무조건 교회 근처로 이사를 오도록 유도했다. 교회 근처로 이사를 오면 그때부터 교회 목사는 수시로 집으로 찾아왔고, 새벽에는 새벽기도를 하자고 깨우기도 했다.

A씨 같이 살던 동생과 목사의 눈을 피해 기말고사 때 도망치기로 마음먹었다. 평상시에는 새벽, 수요일, 일요일까지 예배를 위해 교회에 갔지만, 시험기간은 예외였다. 도서관서 밤샘 공부한다고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 병원, 학교 강의실까지 미행
“길거리서 말 걸면 무조건 의심해야”

그는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로 교회를 자주 빠졌고, 기말고사가 종료일이 12월18일이었지만 19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기말고사 시험을 마친 A씨는 미리 챙겨놓은 짐을 들고 부모님 집이 있는 광주로 도망치듯이 나왔다.

A씨는 “교회 사람들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관계가 나빠서 교회를 안 나간 것도 아니다”며 “그런데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그 교회에 있으면서 배운 점은 많다. 다단계, 사이비 사기에 굉장히 민감해졌다. 지금은 가족 외엔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가 다니던 학교와 부모님 집은 거리가 먼 데다, 다행히 교회 사람들은 주소를 몰랐다. A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SNS 접속은 물론 핸드폰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핸드폰을 켠 A씨는 깜짝 놀랐는데, 미확인 전화 및 문자 메시지들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음성 메시지까지 가득 차 있었다.

부모님 집으로 도망치는 것은 방학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학교로 간 A씨는 교회 사람들의 눈에 쉽게 포착됐다. 

과거 A씨를 관리했던 전도사 누나는 A씨를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학교 도서관 앞에 진을 치고 있거나, 강의실을 찾아 A씨 친구를 통해 편지를 주고 가기도 했다. 친구들은 A씨에게 언제 여자친구를 만들었냐며 놀랐을 정도였다.

한 번은 A씨가 배가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았는데 입원이 필요했다. 학교 대학병원서 몇 가지 검사받느라 이틀 정도 입원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교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알고 보니 A씨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찾아온 것이었다.

소름이 돋고 무척 놀랐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A씨 간병을 위해 병원을 찾은 모친은 손님으로 생각하고 인사했지만, A씨는 교회 사람들을 투명인간처럼 취급했다. 

A씨 모친은 쌀쌀맞은 아들의 태도에 깜짝 놀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A씨 모친이 “너가 그렇게 냉정하고 독한 모습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 학기가 끝나고 A씨는 1년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이제 그들과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후 여전히 학교 도서관 입구에는 전도사 누나가 있었다. 이때부터 A씨는 무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전도사 누나를 직접 만나 “앞으로 교회를 나가지 않을 것이고 교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있다” 등 교회에 나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전도사 누나에게도 제대로 알아보고 그곳에 있으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때부터 누나는 A씨를 쫓아다니지 않았다.


투명인간

A씨는 “내가 JMS를 나온 것은 내 인생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주위서 도움을 구하기 어렵기에 사이비 종교는 항상 위험하다”며 “길거리서 문화활동을 한다고 말 건다면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대부분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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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