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제자 불륜’ 타 교수가 올린 글 되레 역풍, 왜?

“우리 조금만 침착해지자” 논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충남 소재의 한 대학교서 남성 교수와 여대생의 불륜이 논란에 섰던 가운데, 다른 동료 교수로 추정되는 “우리 조금만 침착해지자”라는 글이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13일, 포털사이트 네이트 내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OO대 불륜에 대해 다른 교수 B씨가 에타에 올린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SNS글로 추정되는 8개의 항목으로 나뉜 글을 캡처해 첨부했다.

캡처된 이미지서 B씨는 “에타(에브리타임)라는 너희들의 놀이터에 함부로 허락 없이 들어왔기에 감히 너희들을 가르치는 듯한 글을 쓰지 않았었어”라며 “그런데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너희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번은 이야기하려고 해. 그리고 이 글은 내가 에타에 남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옳지 않은 일을 만났을 때 우리는 저항할 줄 알아야 해. 그것을 보고 ‘정의감’이라고 부르는데 ‘정의감’과 ‘분노’는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 둘의 차이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때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거야. 정의감은 세상을 살리지만 분노는 세상과 나 스스로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이 둘을 정말 잘 구분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놓고 이야기해보자. 모든 사람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됐다. 잘못한 사람이 분명히 있지만 적절한 과정으로 그 잘못이 처벌되는 게 아니라 상당히 극단적인 방법으로 일이 진행됐다”며 “물론 피해를 받으신 입장에선 너무 화가 올라오니까 적절함을 고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래서 이 일은 현재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일의 중심에 계신 분들의 신상은 널리 알려졌고 이제 이 분들은 자신들의 저지른 행동 이상의 대가를 앞으로 치러야 될 것”이라며 “그 와중에 누구의 위로도 쉽게 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잘못했으니까 처벌받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질문할지 모르겠는데 나도 그걸 부인하고 싶진 않아. 분명히 잘못은 처벌받아야 한다. 그게 정의고 구현돼야 하니까”라며 “그런데 이 정의가 분노로 바뀌지 않게 우리 사회는 ‘법’이라는 질서를 만들어놨고 그 절차를 통해 이 일은 처리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해당 교수와 여학생은 ‘마치 장터서 벌어진 처형을 지켜보는 중세 시민들처럼’ 대중들 앞에 끌려 나왔으며 대중 및 누리꾼들은 재밌는 오락거리를 놓치지 않았다.

B씨는 “만약 비슷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고 생각해보자. 누군가 내 핸드폰을 연 뒤, 누군가와 대화 나눴던 기록, 접속했던 사이트 기록, 달았던 댓글이나 봤던 영상 목록을 무단으로 인터넷에 공개해버린다고 해보자”며 “그렇다면 우리들 중 이 일 앞에 당당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반성하게 될까? 아니면 당혹감에 제정신을 지키기조차 어려울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죄지은 사람에겐 처벌받아야 할 의무도 있지만 반성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권리도 있다. 하지만 지금 대중들의 세태는 신상을 알려고 하고 공개적인 욕설을 한다. 아마 몇몇 집착이 심한 사람들은 이 일의 주인공을 줄기차게 괴롭히려고 할 것”이라며 “이건 절대 반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그냥 대상의 파멸만 불러올 뿐, 그냥 도파민에 중독된 행동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도 이곳엔 뭔가 잘못한 사람들이 계속 등장하게 될 거다. 우리 학교가 지잡대여서도 아니고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어디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때 우리는 ‘정도’를 지켜 그 일을 처리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적법한 과정을 먼저 찾아보고 적법한 과정이 부당하게 막혔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판결에 그쳤다거나, 잘못이 명백함에도 당사자가 반성하지 않거나, 일을 알리지 않으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상황이라면 그때 공적 분노를 나타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리 사람됨을 잊어버리지 말자”라는 B씨는 “사자는 잠든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찢어 죽이는데 사람은 적절하게 분노할 줄 안다.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큰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우리는 두 번째 기회를 준다. 그게 ‘인간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가 학벌주의를 비판하는 이유가 뭐야? 고등학생 시절에 한 번의 실패를 평생의 실패로 잇는 바보짓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의 두 번째 기회는 있어야 한다. 내가 그 기회를 갖길 바란다면 남에게도 그 기회를 주자. 그게 사람이니까”라며 “우리, 인터넷 환경서도 자정이 가능함을 직접 증명했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누구도 우리를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고마웠다, 안녕”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은 16만회 조회됐으며, 177명이 추천을, 392명이 반대 버튼을 눌렀다(15일 9시 기준).

베플에는 “불륜을 실수라고 하는 대목서 저 인간도 똑같은 인간일 뿐이구나 확 느껴진다” “이 교수도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나 보다. 별 궤변을 다 늘어놓고 있다” “불륜은 가정이 파탄난 건데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고 쉬쉬할 필요 없다. 종교 관련 학교라 더 간음하지 마라, 남의 것 탐내지 마라 자주 듣고 봤을 텐데 인간적인 도덕성 자체가 없는 것이다” “실수는 의도와 다르게 우발적인 사고가 났을 때 쓰는 말이지” 등의 비판적인 댓글이 올라가 있다.

이 외에도 “가해자에게 반성할 권리가 있다고? 피해자가 용서해줄 권리가 있는 것” “지잡대는 학생과 불륜 저지른 동료 교수 실드쳐주러 교수들이 에타에도 기어들어오는구나” “실수와 잘못은 구분돼야 하며, 법으로 징벌하고 반성의 기회를 주고 인간다움과 정의로움을 논하기엔 피해자의 인간다움이 너무나 훼손되고 상처가 회복이 안 될 텐데, 제3자가 정의로운 척 나불거리는 게 역겹다” 등 여과 없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번 불륜 논란은 당사자 여대생의 “나한테 많이 실망했을 거 아는데 너무 무섭고 얼굴 들고 다닐 자신이 없네요ㅎ 절 믿었던 친구들에게 실망시켜서 미안하고 고마웠고 한 가정을 풍비박산내서 죄송하다”는 카카오톡 사과 내용이 공개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는 “일단 시험 전날에 이런 물의를 일으켜서, 저와 친하게 지냈던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카톡 내용 보고 제게 실망했을 테고 믿기지 않을 거 알고 있다 방학 이후로 교수님을 뵐 기회가 많아져 친분을 유지하고 지내다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것 같다”며 “저도 이 상황까지 오게 될 줄 몰랐고 가족분들께 주위 사람들께 미안한 마음에 관계를 정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이 이미 커져버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XX대 근황’ ‘XX대 불륜녀’ 등의 게시글이 퍼지자 지난 14일, 남편인 교수의 불륜을 폭로했던 아내가 “신상 공개 및 유포를 멈춰 달라”고 호소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중요한 국가고시를 앞두고 소란을 피워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 날이 며칠인지도 모르고 공개했다. 제가 사리분별을 못했다. 중요한 시험 전날을 소란스럽게 만들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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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