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제자 불륜’ 타 교수가 올린 글 되레 역풍, 왜?

“우리 조금만 침착해지자” 논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충남 소재의 한 대학교서 남성 교수와 여대생의 불륜이 논란에 섰던 가운데, 다른 동료 교수로 추정되는 “우리 조금만 침착해지자”라는 글이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13일, 포털사이트 네이트 내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OO대 불륜에 대해 다른 교수 B씨가 에타에 올린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SNS글로 추정되는 8개의 항목으로 나뉜 글을 캡처해 첨부했다.

캡처된 이미지서 B씨는 “에타(에브리타임)라는 너희들의 놀이터에 함부로 허락 없이 들어왔기에 감히 너희들을 가르치는 듯한 글을 쓰지 않았었어”라며 “그런데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너희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번은 이야기하려고 해. 그리고 이 글은 내가 에타에 남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옳지 않은 일을 만났을 때 우리는 저항할 줄 알아야 해. 그것을 보고 ‘정의감’이라고 부르는데 ‘정의감’과 ‘분노’는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 둘의 차이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때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거야. 정의감은 세상을 살리지만 분노는 세상과 나 스스로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이 둘을 정말 잘 구분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놓고 이야기해보자. 모든 사람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됐다. 잘못한 사람이 분명히 있지만 적절한 과정으로 그 잘못이 처벌되는 게 아니라 상당히 극단적인 방법으로 일이 진행됐다”며 “물론 피해를 받으신 입장에선 너무 화가 올라오니까 적절함을 고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래서 이 일은 현재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일의 중심에 계신 분들의 신상은 널리 알려졌고 이제 이 분들은 자신들의 저지른 행동 이상의 대가를 앞으로 치러야 될 것”이라며 “그 와중에 누구의 위로도 쉽게 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잘못했으니까 처벌받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질문할지 모르겠는데 나도 그걸 부인하고 싶진 않아. 분명히 잘못은 처벌받아야 한다. 그게 정의고 구현돼야 하니까”라며 “그런데 이 정의가 분노로 바뀌지 않게 우리 사회는 ‘법’이라는 질서를 만들어놨고 그 절차를 통해 이 일은 처리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해당 교수와 여학생은 ‘마치 장터서 벌어진 처형을 지켜보는 중세 시민들처럼’ 대중들 앞에 끌려 나왔으며 대중 및 누리꾼들은 재밌는 오락거리를 놓치지 않았다.

B씨는 “만약 비슷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고 생각해보자. 누군가 내 핸드폰을 연 뒤, 누군가와 대화 나눴던 기록, 접속했던 사이트 기록, 달았던 댓글이나 봤던 영상 목록을 무단으로 인터넷에 공개해버린다고 해보자”며 “그렇다면 우리들 중 이 일 앞에 당당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반성하게 될까? 아니면 당혹감에 제정신을 지키기조차 어려울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죄지은 사람에겐 처벌받아야 할 의무도 있지만 반성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권리도 있다. 하지만 지금 대중들의 세태는 신상을 알려고 하고 공개적인 욕설을 한다. 아마 몇몇 집착이 심한 사람들은 이 일의 주인공을 줄기차게 괴롭히려고 할 것”이라며 “이건 절대 반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그냥 대상의 파멸만 불러올 뿐, 그냥 도파민에 중독된 행동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도 이곳엔 뭔가 잘못한 사람들이 계속 등장하게 될 거다. 우리 학교가 지잡대여서도 아니고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어디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때 우리는 ‘정도’를 지켜 그 일을 처리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적법한 과정을 먼저 찾아보고 적법한 과정이 부당하게 막혔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판결에 그쳤다거나, 잘못이 명백함에도 당사자가 반성하지 않거나, 일을 알리지 않으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상황이라면 그때 공적 분노를 나타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리 사람됨을 잊어버리지 말자”라는 B씨는 “사자는 잠든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찢어 죽이는데 사람은 적절하게 분노할 줄 안다.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큰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우리는 두 번째 기회를 준다. 그게 ‘인간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가 학벌주의를 비판하는 이유가 뭐야? 고등학생 시절에 한 번의 실패를 평생의 실패로 잇는 바보짓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의 두 번째 기회는 있어야 한다. 내가 그 기회를 갖길 바란다면 남에게도 그 기회를 주자. 그게 사람이니까”라며 “우리, 인터넷 환경서도 자정이 가능함을 직접 증명했으면 좋겠다. 그랬을 때 누구도 우리를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고마웠다, 안녕”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은 16만회 조회됐으며, 177명이 추천을, 392명이 반대 버튼을 눌렀다(15일 9시 기준).

베플에는 “불륜을 실수라고 하는 대목서 저 인간도 똑같은 인간일 뿐이구나 확 느껴진다” “이 교수도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나 보다. 별 궤변을 다 늘어놓고 있다” “불륜은 가정이 파탄난 건데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고 쉬쉬할 필요 없다. 종교 관련 학교라 더 간음하지 마라, 남의 것 탐내지 마라 자주 듣고 봤을 텐데 인간적인 도덕성 자체가 없는 것이다” “실수는 의도와 다르게 우발적인 사고가 났을 때 쓰는 말이지” 등의 비판적인 댓글이 올라가 있다.

이 외에도 “가해자에게 반성할 권리가 있다고? 피해자가 용서해줄 권리가 있는 것” “지잡대는 학생과 불륜 저지른 동료 교수 실드쳐주러 교수들이 에타에도 기어들어오는구나” “실수와 잘못은 구분돼야 하며, 법으로 징벌하고 반성의 기회를 주고 인간다움과 정의로움을 논하기엔 피해자의 인간다움이 너무나 훼손되고 상처가 회복이 안 될 텐데, 제3자가 정의로운 척 나불거리는 게 역겹다” 등 여과 없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번 불륜 논란은 당사자 여대생의 “나한테 많이 실망했을 거 아는데 너무 무섭고 얼굴 들고 다닐 자신이 없네요ㅎ 절 믿었던 친구들에게 실망시켜서 미안하고 고마웠고 한 가정을 풍비박산내서 죄송하다”는 카카오톡 사과 내용이 공개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는 “일단 시험 전날에 이런 물의를 일으켜서, 저와 친하게 지냈던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카톡 내용 보고 제게 실망했을 테고 믿기지 않을 거 알고 있다 방학 이후로 교수님을 뵐 기회가 많아져 친분을 유지하고 지내다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것 같다”며 “저도 이 상황까지 오게 될 줄 몰랐고 가족분들께 주위 사람들께 미안한 마음에 관계를 정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이 이미 커져버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XX대 근황’ ‘XX대 불륜녀’ 등의 게시글이 퍼지자 지난 14일, 남편인 교수의 불륜을 폭로했던 아내가 “신상 공개 및 유포를 멈춰 달라”고 호소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중요한 국가고시를 앞두고 소란을 피워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 날이 며칠인지도 모르고 공개했다. 제가 사리분별을 못했다. 중요한 시험 전날을 소란스럽게 만들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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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