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공정·투명성 원칙으로 혁신에 앞장설 것”

워커힐호텔 2023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
“양궁,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하고 실천”
글로벌 양궁리더 도약 위해 100년 미래 과녁 조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후원하는 대한민국 양궁이 60주년을 맞아 글로벌 양궁리더 도약을 목표로 미래 100년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현대차그룹은 대한양궁협회 주관으로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서 ‘2023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국 양궁은 1963년 국제양궁연맹 가입을 기점으로 태동됐으며, 1983년 대한양궁협회가 설립되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한국 양궁은 지난 60년간 세계 무대서 빛나는 성적을 기록하며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 양궁이 걸어온 영광의 여정을 돌아보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등 양궁을 위해 헌신한 모든 이들이 모여 공감하고 화합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2023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대한양궁협회장)을 비롯,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IOC 김재열 위원 등 유관단체 인사,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등 양궁실업팀 인사 등이 참석했다. 한국 양궁을 대표하는 전현직 선수들, 양궁 원로, 국내외 지도자, 후원사 관계자 등 400여명도 동석했다. 

세계양궁연맹 우거 에르드너(Ugur Erdener) 회장은 영상 축사로 한국 양궁 60년을 축하했다.


정의선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지난 60년간 한국 양궁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서두를 열며 양궁인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대한양궁협회 주관 1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 개최
정의선 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재열 IOC위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전현직 양궁 대표선수 비롯 전국의 양궁인, 유관단체 및 후원사 관계자 등 참석

정의선 회장은 “한국 양궁 60주년을 맞이해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 나가기 위해 오늘 모였다”며 “중장기적으로 우리 양궁은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고, 양궁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양궁협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혁신에 앞장서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한양궁협회는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한국 양궁에 대한 헌신에 감사를 표하며 대한양궁협회장 재임 당시 주요 사진들로 제작한 특별 공로 감사 액자를 헌정했다.

앞서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후 양궁의 저변확대와 인재 발굴, 장비 국산화 등 한국 양궁이 세계 최고가 되는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이다.

또 1950년대 말 한국에 양궁 보급을 시작한 체육교사 고(故)석봉근씨를 비롯 김진호·서향순·김수녕 등 역대 메달리스트 및 지도자 등 한국 양궁에 큰 공헌을 한 양궁인들에게 공로패와 감사패가 수여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 양궁의 100년을 향한 미래 청사진도 공유됐다.

대한양궁협회는 60주년을 맞아 ‘모두가 즐겁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양궁 문화 구축’을 지향점으로 ‘Aim Higher, Shoot Together(더 높은 목표를 향해 한마음으로 쏘는 화살)’이란 슬로건을 소개했다.

최고를 향해 성장하고,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양궁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를 위해 대한양궁협회는 지속적인 혁신으로 생활체육 저변확대, 국내대회 전문화, 국제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양궁 보급이 더딘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공적개발원조도 확대한다. 기존 아시아를 넘어 내년부터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까지 한국인 지도자를 파견하고 장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궁인의 화합 및 한국 양궁 60년 영광의 역사를 되짚고 미래 비전 선포
대한양궁협회, 정몽구 명예회장의 한국 양궁 헌신에 특별공로 감사액자 헌정
역대 메달리스트, 지도자 등 기여도 높은 양궁인들에게 공로패 등 수여

무엇보다 내년 파리올림픽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는 목표이다. 여자단체 10연패 및 전 종목 석권을 위해 사전답사, 전지훈련 등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2024년 예천 양궁월드컵 대회와 2025년 광주 세계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한양궁협회의 회장사로서 대한양궁협회의 미래 혁신을 지원하고, 대한민국 양궁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글로벌 무대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후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 후원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정의선 회장, 한국 양궁의 미래 발전 위해 양궁 대중화 및 글로벌 인재 육성 등 적극 추진

정의선 회장은 양궁협회장으로서 한국 양궁의 미래 발전을 위해 양궁의 대중화, 글로벌 인재 육성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한국 양궁은 투명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우수 선수들을 육성해 올림픽 등 국제대회서 최고의 성적을 거둬왔다.

이제는 더 나아가 양궁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행사에서 정의선 회장이 “우리 양궁이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한양궁협회는 학교 체육수업에 양궁을 포함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어린 시절부터 양궁을 생활 스포츠로서 친숙하게 느끼게 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해부터 일부 지역 중학교서 양궁 수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초등학교서도 방과후 수업이나 체육 수업에 양궁을 포함시키는 등 점차 전국으로 확대해나간다는 목표다.

또 양궁 클럽 등에서 양궁을 배우는 일반인들이 보다 양궁을 박진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생활체육대회를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다. 현재 매년 두 차례씩 일반인 양궁대회를 시행하고 있다.

미래 청사진도 공유…모두가 즐겁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양궁 문화 구축
생활체육 저변확대, 국내대회 전문화, 국제경쟁력 강화 등 지속적 혁신
정의선 회장, 양궁 미래발전 위해 양궁의 대중화, 글로벌 인재 육성 적극 추진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양궁 인재 육성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양궁 선수는 물론 국제 심판,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국가간 양궁 교류도 확대해 한국 양궁의 위상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새로운 기술 도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의 제안으로 지난 2016년 리우올리픽서부터 AI, 비전 인식, 3D 프린팅 등 현대차그룹의 R&D 기술을 양궁 훈련과 장비에 도입해 큰 성과를 거뒀다. 향후 더 고도화된 신기술을 적용해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복안이다.

정의선 양궁협회장, 취임 이후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 확립 및 국제 스포츠 단체 적극 진출 등
한국 양궁의 경기력뿐 아니라 스포츠 외교서 국제적 위상 강화에 기여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선임된 정의선 회장은 양궁협회 재정 안정화는 물론,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등을 통해 한국 양궁이 세계 최정상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유소년부터 성장 단계별로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적인 양궁 단체 임원을 다수 배출하는 등 스포츠 외교서도 한국 양궁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양궁 꿈나무들을 육성하기 위해 2013년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 훈련을 지원하고, 일선 초등학교 양궁 장비와 중학교 장비 일부를 무상지원 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유소년 대표(초)-청소년 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 상비군(U21)-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정의선 회장은 당시 직접 초등학교를 찾아가 유소년 선수들의 훈련 상황을 살피고 지도자들과 지원 방법을 논의했으며, 초등학교 양궁대회를 참관하며 어린이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국제 스포츠 단체 진출도 적극 추진해 세계 양궁계서 한국 양궁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정의선 회장은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5연속 연임하고 있으며, 세계양궁 연맹서도 한규형 양궁협회 부회장을 비롯 양궁협회 관계자 및 전 국가대표 선수들이 부회장직은 물론 규정·헌장위원회, 기술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서 활약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스포츠외교서 한국 양궁의 무게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05년 협회장 취임 후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확립 및 국제 스포츠단체
적극 진출 등 한국양궁의 경기력·외교력서 국제 위상 강화 기여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으로서는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국가들에 선수 육성을 위한 예산과 장비를 지원하도록 하고, 순회 지도자 파견, 코치 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발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시아 양궁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세계양궁연맹을 후원하며 세계양궁연맹이 주관하는 양궁월드컵과 세계양궁선수권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로서 글로벌 양궁 스포츠의 발전에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의선 회장은 대한양궁협회가 원칙을 지키는 투명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협회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대한양궁협회에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고, 국가대표는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된다.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성적으로만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코칭스태프도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등용되고 있다.

또, 국내 최대 규모의 양궁대회인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를 개최하고, 생활체육대회 및 동호인 대회 창설, 메달리스트와 함께 찾아가는 양궁교실을 여는 등 양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정의선 회장의 기여와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대한양궁협회는 행정과 교육의 체계화, 훈련의 과학화를 통해 양궁 경기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고, 전문화된 행정력과 외교력을 갖춘 선진 스포츠 단체로 성장했다.

이와 함께 60년간 양궁인들의 헌신으로 한국 양궁은 ‘올림픽 최초 여자 단체전 9연패’ ‘올림픽 최초의 전 종목 석권’ ‘하계 올림픽 최초 3관왕’ 등 전무후무한 업적을 기록하며 세계 최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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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