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부실 의혹·분양 논란

의무 주면서 권리는 안 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속은 곪았다. 메스를 들이대기엔 환부가 너무 넓다. 사안 하나를 봉합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식이다. 그 사이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빛나는 외관에 끌려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늪에 빠진 듯 허우적대는 중이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는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건대입구역 5번 출구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지하 6층, 지상 20층의 건물이 사용승인(준공) 허가를 받은 시기는 지난해 10월. 여전히 새것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건물을 둘러싸고 1년 넘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끊이지 않는 
내부 잡음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입구 쪽으로 가면 대형 현수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물 1층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A씨가 내건 것이다. 현수막에는 “자이엘라 오피스텔 불법을 비호하고 감싸주는 광진구청과 국민의힘 의원은 반성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건축, 분양 등의 과정서 드러난 문제점을 관리·감독해야 할 광진구청 등이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작은 부실시공 의혹이었다. 주차장, 빗물받이, 장애인시설 등이 규정에 맞지 않게 시공됐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지상 6층 무단 증축과 4~5층 방화구획을 위한 바닥 일부 해체 즉 무단 대수선으로 사용승인 허가가 난 지 8개월 만인 올해 6월 위반건축물로 등록됐다.


감리에 대한 행정처분이 이뤄졌고 건축주는 고발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의 부실시공 의혹은 언론보도, 광진구의원의 구정 질의 등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그동안 수없이 사용승인한 건축물에 대해 부실시공 사례가 많이 제기됐는데 아직도 별다른 개선 없이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등 현 상황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문제는 건축뿐만 아니라 분양 과정을 두고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17년 7월6일 ‘도시관리계획(건대입구역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및 3-2-A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가 위치한 자양동 2-2번지 일대 개발에 관한 내용이다. 

임대보증금·임대료 지정
매수인 “들은 바 없다”

당시 서울시는 ‘준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한 내용을 고시했다. 준공공임대주택은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의 옛 명칭이다. 2018년 7월17일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이하 민특법)이 개정되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임대사업자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 아닌 주택을 10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취득해 임대하는 민간임대주택을 말한다. 

정부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을 포함한 민간임대주택에 대해 임대인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인은 전세 사기를 피할 수 있고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일정 기간동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정책으로 홍보해왔다.

서울시는 자양동 2-2번지 일대 개발과 관련해 ▲준공공임대주택(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용적률 60% 이상 계획 ▲준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대학생 거주 공간으로 공급·활용될 수 있도록 대상지 인근 대학교와 연계하는 방안 우선 협의 ▲최초 임대료는 시세의 80% 이내서 청년주택운영자문위원회를 통해 결정 등의 세부개발계획을 고시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는 지상 8~9층 오피스텔 46세대를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구청은 지난해 11월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오피스텔) 임차인 모집공고’를 게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모집공고문에는 건대입구역자이엘라 8~9층 오피스텔 46세대에 대한 ▲임대보증금 및 임대조건 ▲청약신청 및 당첨자 선정 ▲계약체결 및 임대보증금 납부 ▲입주 일정 등이 명시돼있다

허가 받고
제멋대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임대보증금 및 임대조건 부분이다. 광진구청은 8~9층 46세대를 5개 주택형으로 구분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공고했다. 광진구청은 9층 1세대만 임대보증금 1600만원, 월 임대료 70만원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1600만원에 72만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오피스텔 월세 시세는 임대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110만~120만원 정도로 형성돼있다. 

임대료는 2017년 7월에 나온 서울시 고시에 의거한 ‘시세의 80% 이내’ 조건을 따라 결정됐다. 한국감정원 시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용승인일(지난해 10월7일) 당시 결정된 것이다. 여기에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일정 범위 내에서만 조정할 수 있다. 

민특법 제44조(임대료) 2항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는 임대기간 동안 임대료를 올릴 경우 임대료의 5% 범위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의 임대료 변동률, 임대주택 세대 수 등을 고려해서 조정해야 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시세보다 싼 임대료로 계약기간(2년) 동안 살 수 있고 계약을 연장할 때도 임대료 변동폭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모호한 답변
커지는 피해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을 8~9층 오피스텔 매수인에게 고지를 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실제 8층의 오피스텔 1세대를 분양받은 매수인 B씨는 계약 당시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분양 계약을 하는 과정서 임대보증금 같은 임대조건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세금 감면에 대해서도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뭐 하나 딱부러지게 얘기해준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보증금 1600만원에 월 임대료 72만원의 조건이 있었다면 이 돈 주고 분양을 받았겠냐”고 강조했다. 

B씨는 2억6500만원에 해당 세대를 매입했고 취득세 등 세금을 1300만원가량을 냈다고 한다. B씨는 “오피스텔을 분양받고 임대계약을 위해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는 과정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정해져 있는 것을 알았다”며 “과태료가 걱정돼 규정대로 하고 있는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8~9층 오피스텔 매수인은 시행수탁자 교보자산신탁, 시행위탁자 신나시스, 시공사 자이S&D와 ‘포괄양수도(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포괄양수도 계약은 포괄적으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승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또 다른 매수인 역시 계약 과정서 임대보증금 등 임대조건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약 접수는 6시간 받고 끝?
광진구청 “시간 규정 없다” 

의아한 부분은 또 있다. 광진구청서 해당 오피스텔 임차인 모집공고를 낸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모집공고문에 따르면 청약접수 기간은 11월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6시간으로 공고됐다. 당첨자 발표는 접수 당일 오후 5시부터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청약접수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던 게 아니냐는 질의에 광진구청 주택관리과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에는 청약접수 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답했다. 

또 시행사가 매수인에게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을 양도하는 과정서 임대료 등 임대조건도 포괄 양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포괄 양도 시 금액을 규정하는 내용은 없으며,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 제43조(임대의무기간 및 양도 등) 2항에 따라 기존 임대사업자의 지위가 승계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광진구청서 낸 임차인 모집공고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B씨는 오피스텔을 매수한 이후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직접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 그 사이 광진구청은 임차인 모집공고를 냈고 B씨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실제 B씨는 지난해 12월 세입자와 임대계약을 맺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A씨는 “서울시 고시대로라면 8~9층 오피스텔은 대학생에게 공급되도록 먼저 협의가 이뤄졌어야 한다. 민간임대주택의 취지 자체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위한 제도 아니냐”며 “아무것도 모른 채 오피스텔을 매입한 사람들도 피해자다. 시행사가 모두를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사만
배 불렸나

시행위탁사인 신나시스는 “질의 사항을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 시행수탁사 교보자산신탁은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광진구의회 행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서 광진구청은 “요구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이엘라 분양금 반환 소송 
“홍보 광고와 다르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상가 수분양자들이 시행위탁사인 신나시스와 시행수탁사인 교보자산신탁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시행위탁사 측의 광고‧홍보자료, 상가 배치도, 예상 수익률 등의 자료를 신뢰해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며 “하지만 계약서 정한 입점 예정일까지 입점하지 못했고 처음 상가 배치도와 다른 기둥이 설치되는 등 계약을 이어갈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분양자들은 지난해 12월 시행위탁사 등에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양대금이 반환되지 않아 소송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행위탁사 등 측에서 추가 서면을 제출하면서 연기됐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다른 수분양자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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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