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부실 의혹·분양 논란

의무 주면서 권리는 안 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속은 곪았다. 메스를 들이대기엔 환부가 너무 넓다. 사안 하나를 봉합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식이다. 그 사이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빛나는 외관에 끌려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늪에 빠진 듯 허우적대는 중이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는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건대입구역 5번 출구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지하 6층, 지상 20층의 건물이 사용승인(준공) 허가를 받은 시기는 지난해 10월. 여전히 새것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건물을 둘러싸고 1년 넘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끊이지 않는 
내부 잡음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입구 쪽으로 가면 대형 현수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물 1층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A씨가 내건 것이다. 현수막에는 “자이엘라 오피스텔 불법을 비호하고 감싸주는 광진구청과 국민의힘 의원은 반성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건축, 분양 등의 과정서 드러난 문제점을 관리·감독해야 할 광진구청 등이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작은 부실시공 의혹이었다. 주차장, 빗물받이, 장애인시설 등이 규정에 맞지 않게 시공됐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지상 6층 무단 증축과 4~5층 방화구획을 위한 바닥 일부 해체 즉 무단 대수선으로 사용승인 허가가 난 지 8개월 만인 올해 6월 위반건축물로 등록됐다.


감리에 대한 행정처분이 이뤄졌고 건축주는 고발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의 부실시공 의혹은 언론보도, 광진구의원의 구정 질의 등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그동안 수없이 사용승인한 건축물에 대해 부실시공 사례가 많이 제기됐는데 아직도 별다른 개선 없이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등 현 상황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문제는 건축뿐만 아니라 분양 과정을 두고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17년 7월6일 ‘도시관리계획(건대입구역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및 3-2-A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가 위치한 자양동 2-2번지 일대 개발에 관한 내용이다. 

임대보증금·임대료 지정
매수인 “들은 바 없다”

당시 서울시는 ‘준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한 내용을 고시했다. 준공공임대주택은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의 옛 명칭이다. 2018년 7월17일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이하 민특법)이 개정되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임대사업자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 아닌 주택을 10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취득해 임대하는 민간임대주택을 말한다. 

정부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을 포함한 민간임대주택에 대해 임대인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인은 전세 사기를 피할 수 있고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일정 기간동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정책으로 홍보해왔다.

서울시는 자양동 2-2번지 일대 개발과 관련해 ▲준공공임대주택(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용적률 60% 이상 계획 ▲준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대학생 거주 공간으로 공급·활용될 수 있도록 대상지 인근 대학교와 연계하는 방안 우선 협의 ▲최초 임대료는 시세의 80% 이내서 청년주택운영자문위원회를 통해 결정 등의 세부개발계획을 고시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는 지상 8~9층 오피스텔 46세대를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구청은 지난해 11월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오피스텔) 임차인 모집공고’를 게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모집공고문에는 건대입구역자이엘라 8~9층 오피스텔 46세대에 대한 ▲임대보증금 및 임대조건 ▲청약신청 및 당첨자 선정 ▲계약체결 및 임대보증금 납부 ▲입주 일정 등이 명시돼있다

허가 받고
제멋대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임대보증금 및 임대조건 부분이다. 광진구청은 8~9층 46세대를 5개 주택형으로 구분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공고했다. 광진구청은 9층 1세대만 임대보증금 1600만원, 월 임대료 70만원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1600만원에 72만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오피스텔 월세 시세는 임대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110만~120만원 정도로 형성돼있다. 

임대료는 2017년 7월에 나온 서울시 고시에 의거한 ‘시세의 80% 이내’ 조건을 따라 결정됐다. 한국감정원 시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용승인일(지난해 10월7일) 당시 결정된 것이다. 여기에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일정 범위 내에서만 조정할 수 있다. 

민특법 제44조(임대료) 2항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는 임대기간 동안 임대료를 올릴 경우 임대료의 5% 범위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의 임대료 변동률, 임대주택 세대 수 등을 고려해서 조정해야 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시세보다 싼 임대료로 계약기간(2년) 동안 살 수 있고 계약을 연장할 때도 임대료 변동폭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모호한 답변
커지는 피해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을 8~9층 오피스텔 매수인에게 고지를 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실제 8층의 오피스텔 1세대를 분양받은 매수인 B씨는 계약 당시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분양 계약을 하는 과정서 임대보증금 같은 임대조건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세금 감면에 대해서도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뭐 하나 딱부러지게 얘기해준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보증금 1600만원에 월 임대료 72만원의 조건이 있었다면 이 돈 주고 분양을 받았겠냐”고 강조했다. 

B씨는 2억6500만원에 해당 세대를 매입했고 취득세 등 세금을 1300만원가량을 냈다고 한다. B씨는 “오피스텔을 분양받고 임대계약을 위해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는 과정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정해져 있는 것을 알았다”며 “과태료가 걱정돼 규정대로 하고 있는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8~9층 오피스텔 매수인은 시행수탁자 교보자산신탁, 시행위탁자 신나시스, 시공사 자이S&D와 ‘포괄양수도(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포괄양수도 계약은 포괄적으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승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또 다른 매수인 역시 계약 과정서 임대보증금 등 임대조건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약 접수는 6시간 받고 끝?
광진구청 “시간 규정 없다” 

의아한 부분은 또 있다. 광진구청서 해당 오피스텔 임차인 모집공고를 낸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모집공고문에 따르면 청약접수 기간은 11월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6시간으로 공고됐다. 당첨자 발표는 접수 당일 오후 5시부터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청약접수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던 게 아니냐는 질의에 광진구청 주택관리과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에는 청약접수 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답했다. 

또 시행사가 매수인에게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을 양도하는 과정서 임대료 등 임대조건도 포괄 양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포괄 양도 시 금액을 규정하는 내용은 없으며,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 제43조(임대의무기간 및 양도 등) 2항에 따라 기존 임대사업자의 지위가 승계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광진구청서 낸 임차인 모집공고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B씨는 오피스텔을 매수한 이후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직접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 그 사이 광진구청은 임차인 모집공고를 냈고 B씨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실제 B씨는 지난해 12월 세입자와 임대계약을 맺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A씨는 “서울시 고시대로라면 8~9층 오피스텔은 대학생에게 공급되도록 먼저 협의가 이뤄졌어야 한다. 민간임대주택의 취지 자체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위한 제도 아니냐”며 “아무것도 모른 채 오피스텔을 매입한 사람들도 피해자다. 시행사가 모두를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사만
배 불렸나

시행위탁사인 신나시스는 “질의 사항을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 시행수탁사 교보자산신탁은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광진구의회 행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서 광진구청은 “요구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이엘라 분양금 반환 소송 
“홍보 광고와 다르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상가 수분양자들이 시행위탁사인 신나시스와 시행수탁사인 교보자산신탁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시행위탁사 측의 광고‧홍보자료, 상가 배치도, 예상 수익률 등의 자료를 신뢰해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며 “하지만 계약서 정한 입점 예정일까지 입점하지 못했고 처음 상가 배치도와 다른 기둥이 설치되는 등 계약을 이어갈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분양자들은 지난해 12월 시행위탁사 등에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양대금이 반환되지 않아 소송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행위탁사 등 측에서 추가 서면을 제출하면서 연기됐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다른 수분양자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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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