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부실 의혹·분양 논란

의무 주면서 권리는 안 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속은 곪았다. 메스를 들이대기엔 환부가 너무 넓다. 사안 하나를 봉합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식이다. 그 사이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빛나는 외관에 끌려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늪에 빠진 듯 허우적대는 중이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는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건대입구역 5번 출구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지하 6층, 지상 20층의 건물이 사용승인(준공) 허가를 받은 시기는 지난해 10월. 여전히 새것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건물을 둘러싸고 1년 넘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끊이지 않는 
내부 잡음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입구 쪽으로 가면 대형 현수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물 1층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A씨가 내건 것이다. 현수막에는 “자이엘라 오피스텔 불법을 비호하고 감싸주는 광진구청과 국민의힘 의원은 반성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건축, 분양 등의 과정서 드러난 문제점을 관리·감독해야 할 광진구청 등이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작은 부실시공 의혹이었다. 주차장, 빗물받이, 장애인시설 등이 규정에 맞지 않게 시공됐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지상 6층 무단 증축과 4~5층 방화구획을 위한 바닥 일부 해체 즉 무단 대수선으로 사용승인 허가가 난 지 8개월 만인 올해 6월 위반건축물로 등록됐다.


감리에 대한 행정처분이 이뤄졌고 건축주는 고발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의 부실시공 의혹은 언론보도, 광진구의원의 구정 질의 등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그동안 수없이 사용승인한 건축물에 대해 부실시공 사례가 많이 제기됐는데 아직도 별다른 개선 없이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등 현 상황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문제는 건축뿐만 아니라 분양 과정을 두고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17년 7월6일 ‘도시관리계획(건대입구역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및 3-2-A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가 위치한 자양동 2-2번지 일대 개발에 관한 내용이다. 

임대보증금·임대료 지정
매수인 “들은 바 없다”

당시 서울시는 ‘준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한 내용을 고시했다. 준공공임대주택은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의 옛 명칭이다. 2018년 7월17일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이하 민특법)이 개정되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임대사업자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 아닌 주택을 10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취득해 임대하는 민간임대주택을 말한다. 

정부는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을 포함한 민간임대주택에 대해 임대인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임차인은 전세 사기를 피할 수 있고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일정 기간동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정책으로 홍보해왔다.

서울시는 자양동 2-2번지 일대 개발과 관련해 ▲준공공임대주택(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용적률 60% 이상 계획 ▲준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대학생 거주 공간으로 공급·활용될 수 있도록 대상지 인근 대학교와 연계하는 방안 우선 협의 ▲최초 임대료는 시세의 80% 이내서 청년주택운영자문위원회를 통해 결정 등의 세부개발계획을 고시했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는 지상 8~9층 오피스텔 46세대를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구청은 지난해 11월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오피스텔) 임차인 모집공고’를 게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모집공고문에는 건대입구역자이엘라 8~9층 오피스텔 46세대에 대한 ▲임대보증금 및 임대조건 ▲청약신청 및 당첨자 선정 ▲계약체결 및 임대보증금 납부 ▲입주 일정 등이 명시돼있다

허가 받고
제멋대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임대보증금 및 임대조건 부분이다. 광진구청은 8~9층 46세대를 5개 주택형으로 구분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공고했다. 광진구청은 9층 1세대만 임대보증금 1600만원, 월 임대료 70만원으로 정하고 나머지는 1600만원에 72만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오피스텔 월세 시세는 임대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110만~120만원 정도로 형성돼있다. 

임대료는 2017년 7월에 나온 서울시 고시에 의거한 ‘시세의 80% 이내’ 조건을 따라 결정됐다. 한국감정원 시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용승인일(지난해 10월7일) 당시 결정된 것이다. 여기에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일정 범위 내에서만 조정할 수 있다. 

민특법 제44조(임대료) 2항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는 임대기간 동안 임대료를 올릴 경우 임대료의 5% 범위서 주거비 물가지수, 인근 지역의 임대료 변동률, 임대주택 세대 수 등을 고려해서 조정해야 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시세보다 싼 임대료로 계약기간(2년) 동안 살 수 있고 계약을 연장할 때도 임대료 변동폭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모호한 답변
커지는 피해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을 8~9층 오피스텔 매수인에게 고지를 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실제 8층의 오피스텔 1세대를 분양받은 매수인 B씨는 계약 당시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분양 계약을 하는 과정서 임대보증금 같은 임대조건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세금 감면에 대해서도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뭐 하나 딱부러지게 얘기해준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보증금 1600만원에 월 임대료 72만원의 조건이 있었다면 이 돈 주고 분양을 받았겠냐”고 강조했다. 

B씨는 2억6500만원에 해당 세대를 매입했고 취득세 등 세금을 1300만원가량을 냈다고 한다. B씨는 “오피스텔을 분양받고 임대계약을 위해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는 과정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정해져 있는 것을 알았다”며 “과태료가 걱정돼 규정대로 하고 있는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8~9층 오피스텔 매수인은 시행수탁자 교보자산신탁, 시행위탁자 신나시스, 시공사 자이S&D와 ‘포괄양수도(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포괄양수도 계약은 포괄적으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승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또 다른 매수인 역시 계약 과정서 임대보증금 등 임대조건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약 접수는 6시간 받고 끝?
광진구청 “시간 규정 없다” 

의아한 부분은 또 있다. 광진구청서 해당 오피스텔 임차인 모집공고를 낸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모집공고문에 따르면 청약접수 기간은 11월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6시간으로 공고됐다. 당첨자 발표는 접수 당일 오후 5시부터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청약접수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던 게 아니냐는 질의에 광진구청 주택관리과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에는 청약접수 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답했다. 

또 시행사가 매수인에게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을 양도하는 과정서 임대료 등 임대조건도 포괄 양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포괄 양도 시 금액을 규정하는 내용은 없으며,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 제43조(임대의무기간 및 양도 등) 2항에 따라 기존 임대사업자의 지위가 승계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광진구청서 낸 임차인 모집공고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B씨는 오피스텔을 매수한 이후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직접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 그 사이 광진구청은 임차인 모집공고를 냈고 B씨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실제 B씨는 지난해 12월 세입자와 임대계약을 맺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A씨는 “서울시 고시대로라면 8~9층 오피스텔은 대학생에게 공급되도록 먼저 협의가 이뤄졌어야 한다. 민간임대주택의 취지 자체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위한 제도 아니냐”며 “아무것도 모른 채 오피스텔을 매입한 사람들도 피해자다. 시행사가 모두를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행사만
배 불렸나

시행위탁사인 신나시스는 “질의 사항을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 시행수탁사 교보자산신탁은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광진구의회 행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서 광진구청은 “요구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이엘라 분양금 반환 소송 
“홍보 광고와 다르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상가 수분양자들이 시행위탁사인 신나시스와 시행수탁사인 교보자산신탁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시행위탁사 측의 광고‧홍보자료, 상가 배치도, 예상 수익률 등의 자료를 신뢰해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며 “하지만 계약서 정한 입점 예정일까지 입점하지 못했고 처음 상가 배치도와 다른 기둥이 설치되는 등 계약을 이어갈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분양자들은 지난해 12월 시행위탁사 등에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양대금이 반환되지 않아 소송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행위탁사 등 측에서 추가 서면을 제출하면서 연기됐다.

건대입구역자이엘라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다른 수분양자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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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