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창개발 ‘4조 프로젝트’에 쏠리는 눈

손에 쥔 황금 거위 어떻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서울 서부권 ‘금싸라기’ 땅에서 4조원짜리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디벨로퍼가 부동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가 서울 오피스 판도를 바꿀만한 잠재력을 갖춘 덕분이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곳곳에 도사리는 위험 요인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014년 설립된 인창개발은 ▲토목 ▲건축공사 ▲주택건설 및 분양 ▲임대업 등을 목적사업으로 둔 부동산개발업체다. 파주운정신도시에서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저변을 확보한 이 회사는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을 연달아 추진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국내 부동산개발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벨로퍼(시행사)로 부각되고 있다.

순식간에
일취월장

수년 전부터 인창개발은 서울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에 위치한 ‘CJ 가양동 용지(서울 강서구 가양동 92-1 일대) 개발사업’으로 또 한 번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CJ 가양동 용지는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면적만 10만5762㎡에 달하며, 이는 강남 코엑스(4만7130㎡)의 2배 수준이다.

해당 용지는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가 2007년 가동을 중단한 이래 특별한 쓰임새 없이 10년 넘게 방치됐다. 숱한 소문이 떠돌았던 것과 별개로, 공식적인 개발 프로젝트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준공업지역에 속한 해당 용지를 주거단지로 개발하기 까다롭다는 점이 부각된 탓이다.

지지부진했던 CJ 가양동 용지 개발 계획은 2019년 12월이 돼서야 구체화됐다. CJ제일제당은 10여곳의 제안서를 접수한 뒤 최종적으로 인창개발(시행사)·현대건설(시공사) 컨소시엄을 CJ 가양동 용지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인창개발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두고 견고한 사업 구조와 컨소시엄 측의 입찰 전략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했다.


인창개발은 2020년 상반기까지 해당 용지 소유권을 온전히 넘겨받고, 조속히 인허가 절차를 밟겠다는 심산이었다. 총사업비는 4조원으로 추산됐으며, CJ 가양동 용지를 지식산업센터 등 업무시설과 문화·쇼핑 복합시설로 채워 제2의 코엑스를 만들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그러나 CJ 가양동 용지 개발 계획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허가 과정에서 번복된 결정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었다.

청사진
한가득

지난 2월 강서구청은 인창개발 측에 개발사업에 대한 ‘건축협정 인가’ 취소를 통보했다. 강서구는 인가 취소 사유로 ‘소방시설 등 관련기관(부서) 협의가 완료된 후 협정인가 재신청 요함’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협정은 2개 이상의 필지를 하나의 대지로 인정해 지하주차장 등을 통합 개발 가능케 하는 제도다. 통상 효율적인 토지이용 및 이용자 편익이 커 정부 차원에서 권장되고 있다.

당초 인창개발은 CJ 가양동 용지 3개 블록 가운데 1·2블록의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맞벽 건축을 통해 지하 연결통로 및 주차장의 공동사용이 가능한 건축협정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강서구청이 이를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창개발은 곧바로 서울행정법원에 강서구청을 상대로 ‘건축협정 인가 취소 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강서구청이 석연찮은 이유를 내세워 결정을 번복했다는 게 인창개발 측 주장이었다.


표류하는 듯 보였던 CJ 가양동 용지 개발 프로젝트는 최근에서야 본궤도를 찾았다. 강서구청은 건축협정 인가를 취소한 지 넉 달 만인 지난 6월 건축 관련 심의를 통과시켰다. 결과적으로 강서구청은 김태우 전 구청장이 구정을 이끌던 시기에 결정한 건축협정 인가 취소를 김 전 구청장 직위 상실과 함께 뒤집은 모양새였다.

반면 진교훈 현 강서구청은 CJ 가양동 용지 개발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천명한 상태였다. 진 구청장은 보궐선거 유세 기간 중 “가양동 CJ 용지 개발사업 중단은 김 전 구청장의 행정 이해 부족을 드러낸 사례”라며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주력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순탄치 않았던 금싸라기 개발
부실한 기초체력 극복 관건

구청장 교체 이후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부동산 업계의 관심사는 CJ 가양동 용지 개발 프로젝트가 언제쯤 완료되느냐에 쏠려 있다.

인창개발은 CJ 가양동 용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직후, 인허가 절차(1년6개월)와 공사 기간(40개월)을 감안하면 2025년경 프로젝트를 끝맺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인가 지연을 비롯한 자잘한 현안이 맞물리면서, 프로젝트 완료 시기는 다소 밀리게 됐다.

마침표가 늦춰질수록 인창개발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커진다. 증권사들이 주관한 11개 특수목적법인(SPC)이 CJ 가양동 용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집행한 PF 조달 금액은 총 1조3550억원 규모다. 가양동 CJ 용지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될수록 인창개발은 강도 높은 이자 압박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인창개발이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는 70억원으로 추산된다.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PF 관련 보증 위험이 커진다. 현대건설은 인창개발이 CJ 가양동 용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신용보증(1조500억원)과 PF 브릿지론(1조3550억원) 보증을 서고 있다.

현재 인창개발은 자체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 힘든 재무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인창개발의 누적 결손금은 1064억원이고, 총자본이 -1061억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2022회계연도 감사인 의견에 “인창개발의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할만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좌충우돌
기대 만발

인창개발이 자금 압박을 받게 되면 기타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 계열회사들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긴밀하게 이어져온 금전 교류 탓이다.

인창개발은 류원규 대표이사가 경영 전면에 배치된 것과 별개로, 실질 지배력은 김영철씨 일가가 발휘하는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인창개발 주주명단에는 김씨와 그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임지원씨 뿐이며, 두 사람은 지분을 50%씩 보유 중이다.


오너 일가는 인창개발 이외에도 ▲솜리이앤씨 ▲바론개발 ▲코아셋디앤씨 ▲포르스건설 ▲인창디앤씨 ▲기세 ▲라니디앤씨 ▲올가개발 ▲인케이코리아 ▲바찌 ▲라미개발 ▲래스코 ▲민주디앤씨 ▲해마루개발 ▲익원 ▲온새미로개발 ▲하율디앤씨 ▲케이앤트 ▲루다디앤씨 ▲내담에셋 ▲테라개발 ▲늘솜디앤씨 ▲유클린 ▲인케이대부 ▲제이엠디앤디 등 25개 법인의 지분을 직접 보유 중이다.

반면 인창개발은 이 회사들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인창개발과 나머지 계열회사는 기타특수관계인으로 묶인다. 오너 일가 휘하에서 모든 법인이 수평적인 구조를 띠는 셈이다.

수평적 구조라고 해서 교류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인창개발은 기타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 법인 가운데 4곳(라미개발·인케이코리아·하율디앤씨·기세)을 제외한 나머지를 차입처로 두고 있다. 이들로부터 차입한 금액의 총합은 501억원에 달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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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