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꿈꾼 마약상 이야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1.14 08:19:29
  • 호수 14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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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으로 들어간 교도소서 더 배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마약 밀매를 시작한 것은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 찢어지게 가난해 고등학교도 중퇴했으니 돈 버는 것에 목숨을 걸었다. 교도소서 만난 마약 밀매상은 예수였고, 마약은 복음이었다. 복음을 전파한 나는 천문학적 돈을 벌었지만, 인생의 허무함에 빠진 것도 그때부터다.

“참 끊기 어려운 게 마약이다. 아주 운이 좋고 예외적인 가정 외에는 집안에 누군가 마약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정도로 그 숫자가 많다. 아들이 마약을 한 후 처벌받고 다시 마약에 손 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의 힘으로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치료가 시작된다.”

구하기 쉽고
팔기도 쉽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한국서 마약은 특별한 이슈가 아니다. 하루에 한 번씩은 일반인이 마약을 복용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과거에는 연예인이나 특수한 사람이 마약을 복용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일반인도 마약을 구매하기 쉽다.

아무리 정부가 마약을 엄정 단속하겠다고 해도, 실상은 인터넷에 마약을 검색만 해도 마약 밀매자의 SNS와 쉽게 연결된다.

대검찰청은 지난 7월5일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간하고 지난해 마약사범이 2018년 1만2163명 대비 45.8%p 늘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 30대 이하 마약사범은 5257명서 1만988명으로 109%p 급증했다. 외국인 사범도 948명서 2573명으로 171.4%p나 늘었다.


마약류별로는 ▲마약사범 2551명(13.9%) ▲향정(신종마약 포함)사범 1만2035명(65.4%) ▲대마사범 3809명(20.7%) 등이다.

마약 압수량도 2018년 415㎏서 지난해 804.5㎏으로 93.9%p 늘었다. 2021년 필로폰 404㎏와 코카인 400㎏ 밀수 적발에 따라 압수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수된 주요 마약류로는 필로폰 등 향정이 616.2㎏으로 전체 마약류 압수량의 76.6%를 차지했다. 국내서 주로 유통·사용되는 필로폰 압수량은 175.4kg(21.8%)로 집계됐다. 야바 압수량은 2018년 8.5kg서 지난해 167.6kg으로 무려 1871%p 증가했다. MDMA 압수량은 2.8kg서 42.17kg으로 1406%p 폭증했다.

범죄 유형 분석 결과 다크웹 등을 이용한 인터넷 마약 유통이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다크웹에 마약류 판매 광고를 게시하고 구매자가 나타나면 가상화폐로 대금을 받고 이후 ‘던지기’ 방식으로 매매하는 형태다.

가난 벗어나기 위해 위험한 선택
적발 피하려고 항문·두피에 투약

그렇다면 마약 밀매는 어떤 과정으로 시작될까? 이에 대해서는 ‘마약 밀매서 탈출한 회복자들의 실존 체험 속에 나타난 내러티브 탐구’(논문 저자 유숙경)에 자세히 기재돼있다. 이 논문엔 마약 밀매 및 투약을 10년간 한 A(54세)씨가 등장한다.

A씨는 2남1녀 중 장남으로 어린 시절 식사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했다. A씨의 아버지는 화물트럭 운전기사였지만 화물 운송 중 사고가 나서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이후 술로 소일하던 아버지는 40대 중반에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간암으로 사망했다.


고등학교 시절 A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이 매번 밀렸다. 담임교사는 친구들 앞에서 “너 때문에 회의 때마다 혼난다”고 머리를 때리고 망신을 줬다. 결국 A씨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에 자퇴했다.

지옥 같은 고등학교를 벗어난 그는 동네 선배 소개로 룸살롱 웨이터로 취직했다. 이때 우연히 룸살롱 여종업원이 필로폰을 줬고, 이때부터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A씨에게 마약은 가난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마약 밀매자가 되기 위해 처음 필로폰을 준 룸살롱 여종업원에게 부탁해 마약 공급책을 소개받았다. 마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고, A씨는 20대 초반에 양복을 입고 그랜저를 몰고 다녔다. 

A씨는 “예수가 이 땅에 온 것은 복음이라고 성경에 배웠지만, 당시 나를 구원한 것은 마약이었다. 마약 공급원을 아는 건 힘들었지만 간절하니 길이 열렸다”며 “집이 부자인 것도 아니고, 공부도 못하니 오직 마약밖에 없었다. 이 불행한 삶을 한 방에 해결하는 복음”이라고 말했다.

A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해서 방위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집에 거주하면서 군부대, 예비군 중대를 보조하는 일이었다. 방위가 좋은 것은 저녁에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때 A씨는 마약을 하러 다녔다. 그때마다 그는 ‘너희가 아무리 대대장, 사단장이어도 군인 한 달 월급을 나는 한 번에 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웨이터부터…
10년의 악몽

그가 마약을 판매했던 첫 번째 고객은 유흥업소 여성이었다. 필로폰을 ‘살 빼는 약’ ‘피로회복제’로 속여 팔았다. 단골 고객에게는 단속을 피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당시 유흥업소서 마약 사용 여부를 경찰이 단속할 때는 ‘팔뚝 주사 자국’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마약을 공급하면서 A씨는 본인이 원하는 술을 받기도 했다. “나는 마약을 주고 시바스리갈 12년산을 받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12년산이 최고였다”고 말했다.

A씨는 20대 초반에 마약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마약을 공급하던 상선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그도 함께 체포되면서 교도소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마약 밀매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는 없었다. A씨에게 교도소는 ‘적발되지 않고 마약을 밀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장소였던 탓이다.

애초에 그의 꿈은 마약 최초 공급자인 상선과 직거래하는 것이었는데, 교도소에선 다양한 마약상을 만날 수 있었다.

A씨는 “마약이 나한테 내려오기까지 몇 단계를 거쳤는지 모른다. 도매상이 있고 소매상이 있는 유통구조와 똑같다”며 “서너 단계 내려오면 내게 떨어지는 돈이 별로 없다.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검사 앞에 끌려간 다음에 교도소에 갔다.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대학교 가는 기분이었다. 어차피 약쟁이는 교도소에 다 있다고, 거기에 가야 마약 밀매 거물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범이었던 A씨는 가벼운 형벌을 받았다. 마약 판매 횟수와 액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교도소에는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에 따라 필로폰, 대마초, 본드 흡입자를 다른 수감자와 분리 수감했다. 


교도소서 1년을 보낸 A씨는 이 시간이 마약상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이때 만난 거물 마약상은 지적이고 기품있어 보이는 40대 중반의 방장이었다.

큰돈은
벌었지만…

교도소 생활에 관해 A씨는 “거물 마약상은 정말 선생님 스타일이었다. 양복을 입으면 아무도 마약 장사를 하는지 모르지만 마약에는 박사였다”며 “마약 지식뿐만 아니라 공급 조직도 꿰고 있었는데 이 사람은 징역 6년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교도소와 일반 사회가 다른 점이 있다. 교도소는 죄가 크면 클수록 대우를 받는다. 징역 6개월은 금방 출소하니 대우도 못 받으니 거물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며 “내가 사는 길은 저 사람을 붙잡는 것으로, 마약이 내게 복음이라면 이 사람은 예수님, 하나님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목적은 달성했다. A씨는 출소하기 일주일 전, 마약을 안전하고 지속해서 공급해줄 수 있는 상선의 연락처를 받았다. 남은 일주일간은 마약 판매 비법을 집중적으로 교육받았다. 교도소서 A씨는 전문적인 마약 밀매상이 되는 준비를 했던 것이다.

출소 후 A씨는 마약 구매 고객을 소매자로 만들면서 자신은 도매자가 됐다. 수익은 천문학적으로 늘었고, 은행 VIP가 돼 돈을 맡기면 일반 창구가 아닌 지점장실로 안내됐다. 모든 일을 처리해 주는 직원도 생겼다.


차는 그랜저에서 벤츠 S 클래스로 바꿨다. 기사까지 둔 그는 말 그대로 ‘사장님’이 됐다. 어디를 가든 대우가 달랐다. 이런 A씨의 인생이 바뀐 것은 결혼이었다. 

A씨는 대형 할인점 매장관리 직원인 연하의 아내를 만났다. A씨는 아내에게 자신을 능력 있는 부동산 분양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동년배들은 도저히 만질 수 없는 거금을 가질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다. 작은 사무실을 얻어 부동산 회사 간판을 달아 사장 명함을 찍기도 했다. 

거짓말하면서까지 결혼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마약 장수, 약쟁이가 결혼을 해선 안 됐다. 내가 욕심을 부렸다. 부모한테 제대로 된 사랑을 못 받았으니까 한이 맺혔나 보다. 내가 자식한테 사랑해 주는 부모가 되고 싶었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애가 안 생겼다”고 설명했다.

교도소서 만난 거물급 판매상
일주일간 판매 비법 전수받아

그렇다고 결혼생활이 불행했던 건 아니었다. A씨의 아내는 부모를 모시자고 했다. A씨의 부모님과 형제는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부모님과 형제를 찾아 빨래도 해주고 반찬도 가져다줬다. 건강이 안 좋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가기도 했다.

행복이 깨진 것은 A씨가 마약상이라는 것을 들킨 뒤였다. A씨는 재범으로 체포돼 중형을 받게 됐다. 그러나 A씨에게 중요한 것은 중형을 받는 것보다 아내에게 자신이 마약상이라는 사실을 감추는 것이었다.

남편이 마약 밀매로 돈을 번다는 것을 안 A씨의 아내는 교도소에 들어가자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때 A씨는 처음으로 인생의 허무와 한계를 느꼈다.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상황이 바뀌었다. 

처음 교도소 수감은 안전하고 확실한 공급 루트를 확보하고 마약 밀매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었다면, 두 번째 수감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A씨는 “교도소에 수감될 때 아내한테 ‘나를 잊어라. 재산 남은 것은 네가 가져가서 새 출발해라’고 했다. 그 뒤 수감돼 아내가 죽은 소식을 들었을 때 공포를 느낀 건 아니다. 그냥 내 삶이 끔찍하고 후회스러웠다. 두 번째 교도소는 인생 학교였다. 징역을 몇 년 받아도 억울해하지 않고 회개하고 살겠다는 각오를 했다”고 소회했다.

실제로 A씨는 교도소에 있는 4년 동안 종교활동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안타깝게도 이 기간 A씨의 어머니는 그가 마약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사실도 모른 채 작고했다. 

문제는 출소한 뒤였다. 마약 밀매 경력이 있으니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었다. 이때 실수한 것이, 바로 다시 유흥업소를 찾았던 것이었다. A씨는 다시 마약을 복용하고 팔다가 다시 교도소에 재수감됐고, 그나마 운이 좋게 징역 4년형을 받았다. 

3번째 출소 후 A씨는 마약에 손을 대지 않기 위해 마약과 관계된 사람은 물론, 장소도 모두 멀리했다. 현금 1800만원을 들고 세상과의 단절을 위해 서너 가구만 있는 강원도 산골 오지 폐촌으로 향했다. 

감옥만
들락날락 

그는 폐촌서도 야생 대마초의 유혹을 받았다. 대마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A씨는 바로 짐을 쌌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그때 교도소 수감 시절, 호의를 베풀어줬던 목사가 떠올랐다.

A씨는 해당 목사가 은퇴 후 기도원을 운영하다가 현재 중풍과 치매 노인을 돌보는 요양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A씨는 “여기서 노인 똥 닦고 몸을 씻어주고 있으면 내가 선해지는 것 같다. 사람은 유혹에 약하다. 이기려고 하면 절대 안 된다. 도망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도망 온 것”이라고 소회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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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