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메리츠증권 이중고

금감원 이어 검찰까지 ‘표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메리츠증권 내부가 뒤숭숭하다. 대표이사는 취임 13년 만에 국정감사에 출석해 진땀을 흘렸다. 금융감독원, 검찰 등이 전방위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사면초가’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부회장)가 나타났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유일하게 증인으로 참석했다. 취임한 지 13년 만이다. 이날 최 대표는 메리츠증권과 관련해 산적해 있는 논란을 두고 국회의원들의 송곳 질문을 받았다.

어디까지

여야 국회의원들이 쏟아낸 질문 중 가장 화두가 된 부분은 이화그룹 관련 내용이다. 메리츠증권은 이화그룹 거래 정지 전 신주인수권부 사채(BW) 매도, 직무정보 이용 사적이익 취득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액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을 뜻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10일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이화전기 주식의 매매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보유 지분 32.22%를 전부 팔아 손실을 피했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BW에 400억원을 투자한 뒤 꾸준히 주식으로 바꿔 장내 매도하는 방식으로 처분해왔다. 

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 등 이화그룹 계열 상장사 3곳은 횡령.배임 혐의로 회사 경영진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5월 거래정지, 지난 9월 상장폐지됐다. 이 과정서 메리츠증권이 이화그룹으로부터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거래정지 전 주식을 매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최 대표는 “메리츠증권이 사전에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가 있다”며 “메리츠증권은 거래정지 3주 전, 이화전기에 전환 신청을 했는데 전환 신청을 하는 순간 담보권이 상실된다. 만약 거래정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저런 신청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매매 정지 6일 전 이화전기 관련 유가증권 279억원을 추가로 인수했다. 거래정지가 다가오는 회사라고 판단했으면 결코 추가로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정지 당일 이회전기는 메리츠증권을 통해 300억원의 유가증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 갔다. 이화전기 자체도 거래정지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에 대한 기획검사를 진행해 이화그룹 관련 미공개 정보 이용 매도 의혹을 검찰에 패스트트랙으로 넘겼다. 그러면서 메리츠증권 투자은행(IB) 본부 임직원이 사모 전환사채(CB)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본인과 가족 자금으로 직접 CB에 투자한 정황도 발견해 검찰에 통보했다. 

금융투자회사의 임직원은 직무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당시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한 사익추구 행위 등에 관해 법규 위반 소지를 검토한 뒤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며 “기업금융 과정서 다른 사익추구 개연성이 존재하는 만큼 추가 검사를 통해 집중해서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희문 대표 국감에서 진땀
내부통제 문제 지적 이어져

이복현 금감원장도 국감에 출석해 해당 내용이 거론되자 “회사 내 정상적인 직업윤리나 통제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메리츠증권 IB 본부 내 3개 팀 중 나머지 두 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 게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용우 의원의 질의에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답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언급된 팀은 전원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기획검사를 바탕으로 검찰 역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메리츠증권 본점과 이화그룹 본사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금감원 기획검사에 이어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메리츠증권 내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는 두 자릿수로 대폭 높여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외면한 채 임원만 돈 잔치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메리츠증권이 우수 사업장을 선순위로 담보했을 때 PF 대출금리가 12%, 선순위가 안 되면 16%, 18%, 20%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의 공급 부족, 가격 상승 피해가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작 메리츠증권 임원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5년간(2018~2022년) 10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금액은 694억3100만원에 이른다. 김 의원은 “부동산 PF 사업이 부실화되는 상황에 높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부동산 PF 사업에 대한 증권사의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금감원을 통해 상위 10개 증권사의 내부 징계 현황자료를 받아 보니 메리츠증권이 전체 107명 가운데 35명으로 전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며 “내부통제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 메리츠증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부통제 위반 현황도 살펴보니 90억원서 1300억원대 규모의 1인 매매금지 위반 행위를 하고도 감봉·정직 등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해당 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있다. 

황 의원은 내부통제를 위반해도 징계 수위가 약하니 거듭해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고 최 대표를 질타했다. 최 대표는 “나름대로 깨끗한 회사를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지적하신 대로 추가적으로 더더욱 민원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국감의 산을 넘은 듯했던 최 대표는 현재 위증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금감원 자료를 확인한 결과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상장폐지를 알고 다른 회사의 자회사 주식을 담보 취득했다”며 “부실 가능성을 알고 담보 교체가 이뤄졌다는 건데 증인(최 대표)은 신규 투자했다고 거짓 증언을 했다”고 언급했다. 

겨눌까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논란은 최 대표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 대표는 2010년 4월 대표이사로 임명된 이후 2018년 초, 부회장 승진을 거쳐 올해 임기 14년차를 맞이했다. 최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로 남은 기간을 모두 채울 경우 증권사 최장수 CEO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금감원을 비롯해 검찰, 여기에 정치권까지 메리츠증권을 압박하고 있어 최 대표의 입지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와 관련된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최 대표 책임론이 함께 불거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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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