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이준석 쇼당패

거부할 수 없는 두 장의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이젠 진짜 헤어질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의 손을 뿌리치려는 행동을 취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여야는 애써 무시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눈치다.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바로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그가 연일 인터뷰와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몸값을 올리고 있다. 앞서 수도권 중도층을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이와 다르게 국민의힘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을 공략하려는 듯 보인다. 이 전 대표가 군불을 때 총선서 양당 구도를 흔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도권 공략
몸값 올리기

사실 이 전 대표의 ‘창당설’은 갑자기 들려온 소식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 뒤, 당으로부터 1년6개월의 징계를 받았을 때도 창당설이 정치권서 소문처럼 떠돌았다. 지지세도 나름 있었다. 16% 정도의 수치로 호남서 2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창당 시 가장 큰 변화는 20대의 지지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창당 생각이 없다”며 선을 그었던 바 있다. 1년이 지난 현재는 기류가 바뀌었다. 약 한 달 전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서 패배하자, 국회 소통관에 나타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서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17개월 동안의 오류를 인정해달라”고 눈물까지 흘리며 호소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민심의 분노를 마주하고도 대통령실에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사자성어를 다시 꺼냈다. 그가 선택한 단어는 ‘결자해지’다. 여당은 집단 묵언수행을 풀고, 대통령이 각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그는 첫 방문지로 대구를 택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방문 이유에 관해서도 영남 지역의 민심을 알아보려 간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최근 이 전 대표가 창당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감지되는 중이다. 

당초 정치권에선 창당이 수도권 중도층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의 텃밭 지역에 초점을 두고 창당을 진행할 양상이다. 

“싹 다 끌어모아” 창당? 복귀? 저울질
일단 헤어질 결심…민주당 애써 무시

특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격차가 얼마 나지 않는 지역을 기반으로 창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이 빈틈에 이 전 대표가 신당으로 파괴력을 발휘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구·경북(TK)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여전하지만, 부산·경남(PK)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 민주당도 차이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 최근 민주당 역시 PK에 힘을 쏟고 있는데, 이 전 대표까지 가세하게 될 경우 22대 총선 승리도 장담할 수는 없다. 특히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는 폭탄을 던진 꼴이다. 신당 창당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보수표가 분산되면서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중도층 확장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안간힘을 내고 있지만, 떠나간 표심이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이 전 대표의 징계 취소를 언급한 이유도 비슷하다. 청년 표심이 떠나갈 듯 보이자, 국민의힘은 자꾸만 이 전 대표에게 돌아오라고 손짓한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반응은 냉담했다. 자신의 SNS에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 듯 접근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 혁신위의 생각에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그를 직접 만나기 위해 부산까지 찾아갔으나, 면전서 영어로 훈수만 듣고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올라온 게 전부였다. 

최근 인 위원장은 다시 한번 이 전 대표에게 “중책을 맡아야 한다”며 회유하고 있으나, 이 전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회동을 갖는 등 신당 창당을 위한 스텝을 하나씩 밟아가고 있다.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선 창당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고 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회동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중요한 행동 전에 자문을 구하기 위해 만났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나오는 중요한 행동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창당에 관한 조언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최근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지금 시점서 누굴 만나 상의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나 역시 누구와 상의하고 있는지 공유했다”고 언급했다. 

험지 출마론
TK·PK 혼돈

이 전 대표의 말 대로라면 사실상 국민의힘과의 이별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그는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과 국민의힘 비주류, 제3지대에 소속된 인물들과 만났다. 보폭을 늘리며 비주류 세력을 규합해 하나의 연합된 세력을 꾸리겠다는 의도인 셈으로 풀이된다. 

만남을 가진 인물 중에서는 민주당 비명계 인사 중 한 명인 이상민 의원이 거론된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표와 만남을 가진 뒤 신당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한 달 안에 이 의원은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 역시 당내 공천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이 의원 역시 이 전 대표가 창당하는 시기에 맞춰 노선을 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비명계 수장 격인 우상호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비명계 의원들이 이 전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 부인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비명계 인사들 중 이 전 대표의 신당에 참여하겠다고 확실하게 못을 박은 인물은 없다. 


다른 비명계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 전 대표와 접촉 여부에 대해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안부 전화 차원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비명계가 합류한다면 이 전 대표가 한층 더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만큼 천군만마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세간에 떠도는 친명과 비명의 대결구도는 서울과 경기, 호남까지 뻗어있다. 비명계가 이탈해 모두 당선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민주당의 표를 갉아먹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명계가 당장 당을 떠날 생각은 없지만, 이들이 집단으로 뛰쳐나간다면 총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야권 인사들을 먼저 규합한 뒤,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총선 공천룰 등을 발표하는 시기가 되면 당내서도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즉, 민주당 비명계 인사들이 당의 중심점 혹은 구심점을 만들 기틀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좌우 연합
결국 꾸리나

아직 민주당 인사를 포섭하기 위해선 여러 과제들이 남았다. 바로 정국을 뒤흔들만한 인사가 영입돼야 비로소 파급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데, 상징성 있는 인사 영입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다. 김 전 총리는 민주당, 문재인정부 인사였지만, 중도 성향을 가져 구심점으로 충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그는 과거 야당 신분으로 보수 근거지인 대구서 당선됐던 이력도 갖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이 보수 텃밭을 기반으로 창당될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김 전 총리의 합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진보 진영서도 몇몇 인물이 합류를 고민 중이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장혜영 의원이 대표적이다. 현재 정의당은 지지율 저조와 함께 지도부 내분마저 겪고 있다. 최근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비대위 체제로 돌입했다. 

정의당은 공식적으로 선거연합 정당으로 재창당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의당 내 그룹인 세 번째권력 소속 류 의원은 “이정미 대표가 지옥문을 열어놓고 발을 뺐다”며 어깃장을 놨다. 류 의원이 속한 세번째권력 역시 이 전 대표와 만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세번째권력 출범 당시 이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기존 진영 정치의 한계에 관해 역설한 바 있다.

이들은 제3지대에 소속된 인물과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새로운선택 금태섭 창당준비위원장과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이들은 양당 정치에 갈증을 느낀 것을 고리로 새 정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제3지대 통합으로 고춧가루
얼굴 영입해 한계 극복 필요

특히 금 위원장은 창당을 고민하는 과정서 이미 김 전 위원장을 만났다. 알려졌다시피 김 전 위원장은 금 위원장을 물밑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금 위원장과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회동을 가졌다. 회동에 앞서 금 위원장은 “진짜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 힘을 합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금 위원장은 양 대표와도 만남을 가진다. 양 대표 역시 김 전 위원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서 김 전 위원장이 새로운희망 역시 적극적으로 도와줄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을 필두로, 이 전 대표, 금 위원장, 양 대표가 세력을 규합하게 될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의 만남은 본격적으로 제3지대 연합전선을 꾸릴 밑바탕과 같다. 

현재 중도층 비율은 30% 정도로 제3지대는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진보정당, 민주당, 국민의힘 지지율만 이탈시키면 해볼만한 싸움이 된다. 

여기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까지 합세하게 된다면 신당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실제 이준석·유승민 신당은 TK서 30% 가까이 지지율이 나왔다. 이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어쩔 수 없는 경쟁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새로운 당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있는 셈이다. 

유 전 의원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며 창당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다만 “창당이 최후의 선택지”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탈당 뒤 바른정당 창당을 함께했었다. 최근에는 여러 과제에 관해 직접 논의하거나 사안을 잘 공유하지는 않지만, 두 인물의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전 대표가 앞으로 신당을 꾸리게 될 경우 87체제의 타파, 시대정신 재구축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민주당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조건이며, 청년층을 끌어들일 방법 중 하나로 관측된다. 

신당으로
양당 흔들기

여기에 더해 신당을 비례정당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의 지지세만 놓고 보면 원내에 끼칠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된다. 다만 여전한 한계점은 신당을 받쳐 줄 대선주자급 허리 역할을 누가 하느냐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단순히 국민의힘 세력만을 깨부수려는 전략을 세운 게 아닌 듯 보이는데, 민주당도 여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신당이 힘을 더 키우려면 당의 얼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a.co.kr>

<기사 속 기사> 급해진 윤 대통령? 바로 대구로 쐈다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의 근거지인 대구를 방문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만났다.

다른 지역보다 대구를 집중적으로 찾는 모습이다.

총선을 앞두고 부쩍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만나는 이유로 보수서 그의 여전한 영향력을 꼽는다.

박 전 대통령과 관계를 개선하고, TK 지역서 국민의힘 후보가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기 위한 행보라는 말이다.

또 보수 정당 소속 대통령인 만큼 조직 관리는 덤이다.

내년 총선을 생각했을 때 보수 텃밭서 크게 이겨야 나머지 지역서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를 염두에 두고, 대구를 찾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윤 대통령이 영남 지역을 더욱 자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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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