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자금과 가평 자이 커넥션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0.06 15:15:12
  • 호수 1448호
  • 댓글 0개

아무도 못 찾는 검은돈 묻혔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규모 펀드 사기 ‘라임 사태’서 횡령했던 돈이 경기도 가평 자이 개발에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돼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이 필리핀 세부 이슬라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서 비롯됐다. 이슬라리조트 김판형 전 대표에게 건넨 인수 자금 일부가 가평 자이 시행사인 서우도시개발로 흘러간 것으로 포착됐다.

경기도 가평 대곡2지구(대곡리 390-2)에 들어선 자이는 해당 지역서 청약 접수를 받은 아파트 중 가장 많은 접수 건수를 기록했다. 지난 8월 분양해 역대 최고 경쟁률인 평균 11.4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9년 초 대곡리 일대를 약 70억원에 매입한 서우도시개발은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공교롭게도 서우도시개발의 등기상 감사인은 이슬라리조트 대표다.

1조7000억
현재진행형

1조7000억원 규모의 ‘라임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여가 지났다. 2019년 재계를 흔들었던 라임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서 시작됐다. 

그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위기에 몰리자 환매중단을 선택한 사건이다. 결국, 서울회생법원 회생15부(재판장 전대규 부장판사)가 파산을 선고했다.

대규모 환매 사태는 새 국면을 맞이했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 국회의원과 상장사 등 유력 인사들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준 사실을 적발하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4일, 라임자산운용의 특혜성 환매 의혹과 관련해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라임 사태’ 몸통 3인방 중 메트로폴리탄 회장 김영홍이 라임펀드 자금으로 필리핀 이슬라리조트 인수를 위해 295억원 이상을 유용한 혐의를 추가로 확인했다.

김영홍은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자 환매중단 선언 전부터 해외로 제일 먼저 도주했다. 그는 부동산 개발회사 메트로폴리탄과 23개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라임으로부터 국내 부동산 개발 등의 명목으로 약 350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영홍의 비리 관련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라임 사태를 재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 단성한)는 지난달 8일 오후 금융감독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금감원은 그의 횡령 자금이 정치권 로비 등에 사용됐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할 사항임을 암시했다. 실제로 김영홍의 횡령 자금이 정치권은 물론, 가평 자이 개발에 흘러간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김영홍은 메트로폴리탄 관련사의 대표인 채현기를 거쳐 이슬라리조트 인수 대금 형식으로 김판형 전 대표에게 295억원을 전달했다. 김판형은 친동생 김판경을 시켜 차명계좌인 박찬봉의 계좌로 입금해 자금을 세탁했다.

이 중 일부는 지인 장영준과 전호철에게 수표와 현금 등으로 건넸다. 

295억원 중 70억원을 받은 장영준은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단체인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출신이다. 김판형이 형처럼 따르던 장영준은 2016년 5월 이슬라리조트 카지노에 51억을 투자한 사실이 수사당국을 통해 밝혀졌다. 최소 26억원을 받은 전호철은 민주당 강원도당 후원회장 출신이다. 


전호철은 이슬라리조트 인수 대금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피소된 사실이 확인됐다. 2020년 2월 춘천지방검찰청에 접수된 이 사건은 지난 11월19일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돼 현재 라임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6부(금융증권범죄 합수부)에 배당된 상태다. 정치권 로비로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추가로 전호철은 도박공간개장죄,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 외국환거래법위반죄 혐의를 받아 춘천지검서 수사 중에 있다. 

김판형은 295억원 중 정치권 로비를 포함해 11명에게 분배했다. 자신은 48억원을 챙겼고, 울산법원서 사기죄로 재판받고 있는 이경춘에게 14억원, 이슬라리조트 카지노 전무 손병천에게 10억원, 춘천식구파 신창선에게 10억원, 살인 혐의로 15년 형을 살고 나온 배차장파 출신 임주섭에게 10억원 등을 나눴다. 

‘몸통’ 김영홍 이슬라리조트 인수금 일부
시행사 서우도시개발로 흘러간 정황 포착

남은 돈은 서우도시개발법인에 투입했다. 서우도시개발 대표는 김판형의 춘천고등학교 동창인 정대교다. 김판형은 이 회사의 감사로, 차명계좌주인 박찬봉은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다. 서우도시개발은 2020년 초 가평 자이 아파트 부지를 70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우도시개발이 소유한 전체 아파트 대지면적은 2만3132㎡다. 등기부상 가장 큰 부지인 6899㎡에 가평 자이가 들어섰다. 

해당 부지에 김판형의 선배 정대교가 잡힌 근저당은 30억원 정도다. 근저당이 토지 전체 가격의 50% 정도로 본다면 토지 가격은 60억~7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토지주이자 시행사인 서우도시개발은 부지를 신탁으로 넣고 국민청약아파트로 진행해 100% 분양이 됐다. 

서우도시개발 재무제표를 확인한 결과, 이들에게는 400억원가량의 시행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계에서는 “불법적으로 횡령된 돈이 들어가서 개발행위가 벌어졌다면 수사기관서 신속히 개발회사의 배당수익금을 압류, 보존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우도시개발에 포진한 이들의 불건전성도 눈길을 끈다. 등기부상 감사인 김판형은 김영홍에게 매각하기 전부터 도박 현장을 국내에 중계하는 이른바 ‘아바타 카지노’를 운영해 수익을 거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리조트 매각 이후 전·현직 임직원들은 이미 줄줄이 처벌을 받았다. 김판형과 함께 리조트를 운영해왔던 임원진은 이미 실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다. 그의 최측근인 이슬라리조트 총괄대표 정영민은 2018년 12월부터 2021년 말까지 320억여원의 불법 이득을 취한 혐의(도박공간개설)로 서울남부지법서 1심과 2심 모두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슬라리조트는 춘천지역 조직 폭력배까지 투자자로 참여해 설립된 곳이다. 특히 김판형은 이슬라리조트의 최초 소유주인 박정호와 이권 다툼으로 총격 사건에 휘말려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서우도시개발 등기상 2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김민서 이사는 도박공간개장죄, 분양사기죄 혐의를 받는 이경춘의 차명인으로 추정된다. 이경춘은 이슬라리조트 사기 분양건과 더불어 김판형과 함께 도박공간개장죄로 기소됐다. 2015년 이경춘에게 울산서 분양사기로 피해를 본 고소인들도 김민서를 언급했다. 


15% 지분을 가진 김판경은 김판형의 친동생으로 김영홍의 인수 자금 세탁을 도왔다. 앞서 이경춘과 함께 울산법원 법정 증인으로 출석한 김판형은 김판경의 차명계좌를 통해서 이슬라리조트 해외 분양 대금을 받아 입금 처리한 사실도 인정했다.

또 다른 등기이사인 박찬봉은 김판형이 김영홍으로부터 받은 295억원의 차명계좌주이자 김판형의 춘천고등학교 1년 선배다.

횡령금
어디로?

검찰이 2020년 2월 라임펀드 자금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도 부실 수사한 정황이 확인됐다. 김영홍, 채현기 메트로폴리탄 공동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의 진술을 확보하고 자금이 민주당 강원도당 후원회장 전호철 등에게 전달된 내용을 인지했음에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소인 진술 3년 만에야 금감원의 재조사로 라임펀드 자금이 민주당 관련 인사들에게 흘러간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폐지되면서 라임 사건의 수사 동력이 상실됐다는 비판에 힘이 가중됐다.

지난 8월25일, 추 전 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는 라임 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전관 검찰과 금융계의 카르텔로 범죄의 온상이 돼버려 폐지된 것”이라고 밝혔다.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사를 뭉개기 위해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했다는 의혹을 반박한 것이다.


사라진
합수단

당시 합수단은 2020년 1월28일 법무부가 직접 수사 부서를 축소하면서 폐지됐다. 대검찰청으로부터 라임 사건을 배당받은 지 2주 만이었다. 

법조계 안팎에선 폐지가 확정된 ‘시한부’ 합수단에 라임 사건이 배당된 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속도가 중요한 금융범죄 수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합수단 폐지 이후 라임 사건은 형사6부로 넘어갔지만, 정치권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에 힘이 빠졌다는 분위기다.

결국 지난해 5월 합수단이 복원되고 나서야 올해 초부터 환매중단 펀드를 대상으로 재수사가 시작됐다.

검찰 역시 합수단 폐지로 수사 지체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지난 8월 남부지검 관계자는 “수사의 동력,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움직이는 건 (합수단의)영향이 컸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합수단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투자 피해자 피눈물 쏟는데 400억 챙겨
3년만 재조명…전 정권 부실 수사 의혹

검찰은 현재 라임펀드 자금 중 일부가 김영홍에 의해 장영준과 전호철에게 흘러갔다고 본다. 위에 언급한 대로 두 사람이 민주당과 가까운 인사인 만큼, ‘라임 정치권 연루 의혹’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2020년 2월 김영홍의 횡령 자금이 이슬라리조트를 거쳐 차명계좌로 흘러간 정황을 알고도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2020년 1월13일, 김영홍 등 라임 관련 인물들을 고소한 고소인은 라임펀드 자금이 이슬라리조트로 흘러들어간 것을 직접 확인한 후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전달하며 수사를 요청했다. 

고소장에는 김영홍 등이 라임펀드 자금 300억원이 투자된 메트로폴리탄을 통해 이슬라리조트를 인수한다는 명목으로 자금을 불법 대여하고, 이슬라리조트 전 대표 김판형이 지인 명의 계좌로 자금을 옮겨 전호철 등에게 지급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이는 금감원 조사 내용과 일치한다. 고소인은 김판형 지인 명의 계좌로 옮겨간 자금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계좌를 추적해 나머지 자금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자금 중 일부는 가평 자이 개발에 쓰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단체의 임원이던 장영준은 김영홍보다 먼저 이슬라리조트 인수를 시도했다. 민주당 지역도당 후원회장을 지낸 전호철은 2014년 3월 이슬라리조트 내 회람 문서 속 조직도서 회장(chairman)으로 기재된 인물이다. 

검찰이 장영준과 전호철에게 전달된 라임펀드 자금을 추적하면 정치권 연루 의혹의 진위가 확인될 전망이다. 장영준과 김영홍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이름이 알려진 상장사에서도 불거진 상태다. 장영준은 지난해 1월 국기원과 JC파트너스가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소개한 언론 보도에 ‘JC파트너스 회장’으로 등장한다. 

그는 2021년 후반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JC파트너스 회장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등기부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11월 장영준이 회장으로 활동한 JC파트너스의 사모펀드(PEF)에 리더스기술투자가 자금을 출자한 점은 의심을 사고 있다. MG손해보험을 인수한 JC파트너스의 자본 조달 능력에 금융당국의 의구심은 커졌다. 리더스기술투자가 JC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출자를 통해 MG손보와 관련된 투자에 3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3월 리더스기술투자의 경영권을 인수한 모회사 ‘에이티세미콘’에는 김영홍의 첫째 동생이 2020년 3월부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더스기술투자에도 김영홍의 첫째, 둘째 동생이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로 이름을 올렸다. 에이티세미콘은 지난 1월 리더스기술투자를 매각했고, 현재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이 횡령 혐의로 구속된 데 따라 거래정지 상태다.

불똥 튄 
정치권

한편, 장영준은 김영홍이 도주 중인 2019년 11월과 2020년 1~2월에도 이슬라리조트를 매각하러 발품을 팔았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또 이슬라리조트 법인 가운데 막탄이슬라리조트앤스파 법인에는 전호철이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판형 측도 여전히 운영법인에 주주로 존재하고 있다. 김영홍이 295억원을 주고 이슬라리조트를 매입했음에도 실소유주는 장영준, 전호철, 김판형이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