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관광 ②국립세종수목원과 금강보행교

눈부신 야경에 취하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세종시 한가운데 있는 도심형 수목원이다. 전체 면적 65ha(65만㎡)에 한국전통정원과 작약원, 분재원 등 25개 전시원으로 구성했으며, 식물 3759종 172만본을 식재했다. 개원한 지 약 3년 만에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든 수목원은 세종시 명소로 자리 잡았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밤이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이번달 23일까지 금·토요일 야간 개장 ‘특별한 夜행’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밤에 돌아볼 수 있는 구역은 지난해 사계절전시온실서 올해 축제마당과 한국전통정원 일원으로 확대했다. 야간 개장 기간 수목원 곳곳서 문화 공연과 플리 마켓,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올해 가장 빛나는 야간 관람 구역은 한국전통정원이다. 궁궐정원과 별서정원, 민가정원으로 구성된 한국전통정원에서 궁궐정원은 야간 필수 코스다.

화려한 밤

창덕궁 후원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물 크기로 만든 솔찬루와 도담정이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내고, 은은한 달빛 아래 한옥과 자연이 어우러져 운치 있다. 밤 산책을 더 낭만적으로 만드는 소품이 눈에 띈다. 오후 6시30분부터 방문자센터서 무료로 대여 가능한 호롱불을 들고 여유롭게 수목원을 거닐면 풀벌레 소리가 달려들고 마음이 가지런해진다.

온실에 어둠이 내리면 낮에 본 모습과 전혀 다르다. 사계절전시온실은 지중해온실과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로 구성되는데, 열대온실과 특별전시온실에 야간 조명을 설치했다. 열대온실에 들어가면 반딧불이를 형상화한 불빛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느리게 움직이는 빛을 따라 걸으면 신비로운 열대 숲을 탐험하는 기분이다.


다음 달 29일까지 ‘피터 래빗의 비밀 정원’ 전시를 하는 특별전시온실은 동화책 속에 있는 느낌이다. 귀여운 피터 래빗과 정원을 산책하듯 꾸민 전시장에 화려한 LED 조명이 분위기를 돋운다. 알록달록한 풍선 조명을 비롯해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다.

스페인 알람브라궁전이 생각나는 지중해온실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야간 조명은 없지만, 높이 32m 전망대가 있기 때문이다. 불빛이 반짝이는 세종시 스카이라인과 수목원 내 궁궐정원, 축제마당, 방문자센터 야경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드러낸다.

야간 개장 특화 프로그램 ‘여름밤, 별빛정원’도 있다. 코코넛 소재로 만든 친환경 화분에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심는 프로그램으로, 사계절전시온실 내 사계절배움터서 진행한다(재료비 2000원). 사계절전시온실 앞 축제마당에는 포토 존이 여럿 있다.

아카펠라, 마술 쇼, 코믹 저글링 등 지난해보다 야간 개장 문화 행사도 풍성하다. 국립세종수목원 야간 개장 시간은 오후 5시~9시30분, 입장료는 어른 25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다.

야간 관람 필수인 한국전통정원의 궁궐정원
금강보행교서 볼 수 있는 세종시의 야경도

세종시의 야경이 궁금하다면 금강보행교(이응다리)로 발길을 옮기자. 세종시의 환상형(環狀形) 구조를 형상화한 다리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해를 기념해 둘레도 1446m다. 밤이면 조명이 들어와 까만 하늘에 동그란 띠가 걸린 듯한 디자인이 독특하다.

복층 구조인 다리 위층은 보행자 전용, 아래층은 자전거 전용이라 안전한 산책과 라이딩이 가능하다. 보행자를 위한 길에는 LED눈꽃정원, ‘빛의 해먹’ ‘뿌리 깊은 나무’ 등 휴게 공간과 조형물이 있다. 밤이면 화려한 조명이 들어와 더 눈길을 끈다.


금강보행교 야경의 하이라이트는 높이 34m 아치형 전망대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수고한 이상으로 보람을 느낀다. 화려한 다리와 금강에 비친 모습, 빛나는 도시 경관이 빚어낸 야경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금강보행교 운영 시간은 오전 6시~오후 11시(연중무휴), 이용료는 없다.

세종호수공원은 세종시의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호수 주변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있어 휴식을 즐기기 맞춤하다. 축제섬과 수상무대섬, 물놀이섬, 물꽃섬, 습지섬 등 각기 다른 주제로 5개 섬을 조성했다. 수상무대섬은 금강 조약돌을 형상화한 건축으로, 밤이면 형형색색 조명에 보석처럼 빛난다. 정원과 설치미술, 전망대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세종호수공원 근처에 대통령기록관이 있다. 역대 대통령이 남긴 문서와 사진 자료 등을 한자리에 모은 곳이다. 1층에서는 대통령 의전 차량과 텍스트 아트로 연출한 역대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자기와 장신구, 인형 등 대통령이 세계 각국서 받은 선물을 전시한 2층,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춘추관을 재현한 3층, 대통령의 지위와 역할을 기록으로 살펴보는 4층 등으로 구성된다. 지하 1층 어린이체험관은 예약이 필수다.

낮은 산등성이

세종시를 조망하고 싶다면 해발 98m 밀마루전망대로 가자. 세종시에는 독특한 건축물이 많은데, 밀마루전망대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건물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전망대 안에는 세종시 도시계획과 관련된 소개가 있어, 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밀마루는 ‘낮은 산등성이’란 뜻으로, 연기군 남면 종촌리(현 세종시 한솔동)의 옛 지명이다. 전망타워 옆 전망쉼터서 여행을 돌아보며 정리하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세종호수공원→국립세종수목원→금강보행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세종호수공원→국립세종수목원
-둘째 날 대통령기록관→밀마루전망대→금강보행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국립세종수목원 www.sjna.or.kr
-세종특별자치시청 여행정보 www.sejong.go.kr/tour.do
-세종호수공원 www.sejong.go.kr/park.do
-대통령기록관 www.pa.go.kr

문의 전화
-국립세종수목원 044)251-0001
-금강보행교 044)868-9127
-세종호수공원 044)301-3921~6
-대통령기록관 044)211-2000
-밀마루전망대 044)862-8845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오송역, KTX 수시(05:37~23:27) 운행, 45~55분 소요. 오송역 정류장서 990번 버스 이용, 정부세종청사 북측 정류장서 221번 버스 환승, 국립세종수목원(연구동) 정류장 하차, 국립세종수목원까지 도보 약 580m. 오송역 정류장서 B4번 버스 이용, 시청·시의회·교육청·세무서 정류장 하차, 금강보행교까지 도보 약 1㎞.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세종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bis.sejong.go.kr 

-버스 서울-세종시청,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3회(06: 06~22:21)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세종시청 정류소서 221번 버스 이용, 국립세종수목원(연구동) 정류장 하차, 국립세종수목원까지 도보 약 580m. 세종시청 정류소서 금강보행교까지 도보 약 77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세종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bis.sejong.g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신갈 JC서 대전 방면→천안 JC서 광주·전주·세종 방면→정안 IC→파란달교차로서 정부세종청사 방면→어진교차로서 세종호수공원 방면→국립세종수목원, 금강보행교

숙박 정보
-목향재: 세종시 만남로6길, 010-8666-1217, 학림재: 장군면 태산길, 010-3478-1004, https://haklimjaetest.modoo.at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 세종: 세종시 다솜3로, 044)251-4000, www.courtyardsejong.co.kr
-베스트웨스턴플러스호텔 세종: 세종시 도움1로, 044)330-3300, www.hotelsejong.kr
-라고바움관광호텔: 세종시 다솜로, 044)866-3086, https://hotellagobaum.modoo.at

식당 정보
-황우제매운탕(메기매운탕): 연동면 태산로, 044)866-1141
-빠스타스(멜론프로슈토샐러드·크림빠네): 세종시 달빛로, 044)864-1992
-육산(돼지갈비): 세종시 시청대로, 044)868-6322
-메타45카페(아인슈패너·아메리카노): 세종시 나성북1로, 044)862-4502, http://meta45.kr

주변 볼거리
국립세종도서관,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금강수목원, 베어트리파크, 김종서 장군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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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