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관광 ②국립세종수목원과 금강보행교

눈부신 야경에 취하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세종시 한가운데 있는 도심형 수목원이다. 전체 면적 65ha(65만㎡)에 한국전통정원과 작약원, 분재원 등 25개 전시원으로 구성했으며, 식물 3759종 172만본을 식재했다. 개원한 지 약 3년 만에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든 수목원은 세종시 명소로 자리 잡았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밤이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이번달 23일까지 금·토요일 야간 개장 ‘특별한 夜행’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밤에 돌아볼 수 있는 구역은 지난해 사계절전시온실서 올해 축제마당과 한국전통정원 일원으로 확대했다. 야간 개장 기간 수목원 곳곳서 문화 공연과 플리 마켓,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올해 가장 빛나는 야간 관람 구역은 한국전통정원이다. 궁궐정원과 별서정원, 민가정원으로 구성된 한국전통정원에서 궁궐정원은 야간 필수 코스다.

화려한 밤

창덕궁 후원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물 크기로 만든 솔찬루와 도담정이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내고, 은은한 달빛 아래 한옥과 자연이 어우러져 운치 있다. 밤 산책을 더 낭만적으로 만드는 소품이 눈에 띈다. 오후 6시30분부터 방문자센터서 무료로 대여 가능한 호롱불을 들고 여유롭게 수목원을 거닐면 풀벌레 소리가 달려들고 마음이 가지런해진다.

온실에 어둠이 내리면 낮에 본 모습과 전혀 다르다. 사계절전시온실은 지중해온실과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로 구성되는데, 열대온실과 특별전시온실에 야간 조명을 설치했다. 열대온실에 들어가면 반딧불이를 형상화한 불빛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느리게 움직이는 빛을 따라 걸으면 신비로운 열대 숲을 탐험하는 기분이다.


다음 달 29일까지 ‘피터 래빗의 비밀 정원’ 전시를 하는 특별전시온실은 동화책 속에 있는 느낌이다. 귀여운 피터 래빗과 정원을 산책하듯 꾸민 전시장에 화려한 LED 조명이 분위기를 돋운다. 알록달록한 풍선 조명을 비롯해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많다.

스페인 알람브라궁전이 생각나는 지중해온실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야간 조명은 없지만, 높이 32m 전망대가 있기 때문이다. 불빛이 반짝이는 세종시 스카이라인과 수목원 내 궁궐정원, 축제마당, 방문자센터 야경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드러낸다.

야간 개장 특화 프로그램 ‘여름밤, 별빛정원’도 있다. 코코넛 소재로 만든 친환경 화분에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심는 프로그램으로, 사계절전시온실 내 사계절배움터서 진행한다(재료비 2000원). 사계절전시온실 앞 축제마당에는 포토 존이 여럿 있다.

아카펠라, 마술 쇼, 코믹 저글링 등 지난해보다 야간 개장 문화 행사도 풍성하다. 국립세종수목원 야간 개장 시간은 오후 5시~9시30분, 입장료는 어른 25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다.

야간 관람 필수인 한국전통정원의 궁궐정원
금강보행교서 볼 수 있는 세종시의 야경도

세종시의 야경이 궁금하다면 금강보행교(이응다리)로 발길을 옮기자. 세종시의 환상형(環狀形) 구조를 형상화한 다리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해를 기념해 둘레도 1446m다. 밤이면 조명이 들어와 까만 하늘에 동그란 띠가 걸린 듯한 디자인이 독특하다.

복층 구조인 다리 위층은 보행자 전용, 아래층은 자전거 전용이라 안전한 산책과 라이딩이 가능하다. 보행자를 위한 길에는 LED눈꽃정원, ‘빛의 해먹’ ‘뿌리 깊은 나무’ 등 휴게 공간과 조형물이 있다. 밤이면 화려한 조명이 들어와 더 눈길을 끈다.


금강보행교 야경의 하이라이트는 높이 34m 아치형 전망대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수고한 이상으로 보람을 느낀다. 화려한 다리와 금강에 비친 모습, 빛나는 도시 경관이 빚어낸 야경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금강보행교 운영 시간은 오전 6시~오후 11시(연중무휴), 이용료는 없다.

세종호수공원은 세종시의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호수 주변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있어 휴식을 즐기기 맞춤하다. 축제섬과 수상무대섬, 물놀이섬, 물꽃섬, 습지섬 등 각기 다른 주제로 5개 섬을 조성했다. 수상무대섬은 금강 조약돌을 형상화한 건축으로, 밤이면 형형색색 조명에 보석처럼 빛난다. 정원과 설치미술, 전망대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세종호수공원 근처에 대통령기록관이 있다. 역대 대통령이 남긴 문서와 사진 자료 등을 한자리에 모은 곳이다. 1층에서는 대통령 의전 차량과 텍스트 아트로 연출한 역대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자기와 장신구, 인형 등 대통령이 세계 각국서 받은 선물을 전시한 2층,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춘추관을 재현한 3층, 대통령의 지위와 역할을 기록으로 살펴보는 4층 등으로 구성된다. 지하 1층 어린이체험관은 예약이 필수다.

낮은 산등성이

세종시를 조망하고 싶다면 해발 98m 밀마루전망대로 가자. 세종시에는 독특한 건축물이 많은데, 밀마루전망대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건물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전망대 안에는 세종시 도시계획과 관련된 소개가 있어, 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밀마루는 ‘낮은 산등성이’란 뜻으로, 연기군 남면 종촌리(현 세종시 한솔동)의 옛 지명이다. 전망타워 옆 전망쉼터서 여행을 돌아보며 정리하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세종호수공원→국립세종수목원→금강보행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세종호수공원→국립세종수목원
-둘째 날 대통령기록관→밀마루전망대→금강보행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국립세종수목원 www.sjna.or.kr
-세종특별자치시청 여행정보 www.sejong.go.kr/tour.do
-세종호수공원 www.sejong.go.kr/park.do
-대통령기록관 www.pa.go.kr

문의 전화
-국립세종수목원 044)251-0001
-금강보행교 044)868-9127
-세종호수공원 044)301-3921~6
-대통령기록관 044)211-2000
-밀마루전망대 044)862-8845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오송역, KTX 수시(05:37~23:27) 운행, 45~55분 소요. 오송역 정류장서 990번 버스 이용, 정부세종청사 북측 정류장서 221번 버스 환승, 국립세종수목원(연구동) 정류장 하차, 국립세종수목원까지 도보 약 580m. 오송역 정류장서 B4번 버스 이용, 시청·시의회·교육청·세무서 정류장 하차, 금강보행교까지 도보 약 1㎞.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세종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bis.sejong.go.kr 

-버스 서울-세종시청,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3회(06: 06~22:21)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세종시청 정류소서 221번 버스 이용, 국립세종수목원(연구동) 정류장 하차, 국립세종수목원까지 도보 약 580m. 세종시청 정류소서 금강보행교까지 도보 약 77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세종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bis.sejong.g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신갈 JC서 대전 방면→천안 JC서 광주·전주·세종 방면→정안 IC→파란달교차로서 정부세종청사 방면→어진교차로서 세종호수공원 방면→국립세종수목원, 금강보행교

숙박 정보
-목향재: 세종시 만남로6길, 010-8666-1217, 학림재: 장군면 태산길, 010-3478-1004, https://haklimjaetest.modoo.at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 세종: 세종시 다솜3로, 044)251-4000, www.courtyardsejong.co.kr
-베스트웨스턴플러스호텔 세종: 세종시 도움1로, 044)330-3300, www.hotelsejong.kr
-라고바움관광호텔: 세종시 다솜로, 044)866-3086, https://hotellagobaum.modoo.at

식당 정보
-황우제매운탕(메기매운탕): 연동면 태산로, 044)866-1141
-빠스타스(멜론프로슈토샐러드·크림빠네): 세종시 달빛로, 044)864-1992
-육산(돼지갈비): 세종시 시청대로, 044)868-6322
-메타45카페(아인슈패너·아메리카노): 세종시 나성북1로, 044)862-4502, http://meta45.kr

주변 볼거리
국립세종도서관,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금강수목원, 베어트리파크, 김종서 장군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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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