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경찰 ‘특별치안활동’의 명암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3.09.10 00:00:00
  • 호수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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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묻지마’식 흉기 난동이 이어지자 급기야 경찰청장은 경찰에 ‘특별치안활동’을 주문하고 나섰다. 특별치안활동은 경찰공무원의 일상적인 치안활동으로는 국민의 안전과 공공의 질서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경찰청장이 경찰인력과 장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재량적 조치다.

이 같은 특별조치는 대형 강력범죄가 발생해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될 때 이에 대한 긴급대책으로 나오곤 한다. 가용 경찰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특정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모방범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게 기본 골자다. 

이번 특별치안활동은 신림역과 서현역 등에서 강력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순찰 강화를 위해 형사인력이나 기동대를 취약지역에 배치해 거점근무를 서고, 경우에 따라 경찰특공대의 무력순찰도 강화된다. 경찰 장갑차가 등장하고 경찰 특공대원들이 배치된 이유다.

특별치안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여름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에 따른 여성 안전 특별치안활동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의 특별치안활동은 원래 목적 그대로 시민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고자 위함이다. 특별치안활동으로 “경찰이 항상 어디에나 있다(omni-presence)”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범행 동기를 억제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고, 적어도 범행을 연기하게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커져만 가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경찰이나 정부가 기대하는 그런 효과가 실제로 있을까 하는 의문이 뒤따른다.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역효과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날 선 지적도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먼저 이번 조치의 주요 내용을 보자. 검문과 검색 인력을 늘려 흉기 소지를 차단해 흉기난동과 같은 흉악범죄를 예방하겠다는 뜻은 충분히 파악 가능하다. 다만 반대급부로 시민의 불편과 인권침해 소지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일선 경찰에게는 흉기 난동 범죄 현장서 범인을 제압하거나 검거하기 위해 면책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테니 총기·테이저 등 경찰 물리력을 적극 활용하라는 주문이 내려졌다. 공교롭게도 현장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리력을 사용하는 과정서 정당성·합법성·적합성 논란과 함께 때로는 그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형사는 물론이고, 민사상의 책임 대부분을 경찰 조직이 아닌 경찰관 개인이 떠안게 될 경우, 경찰청장의 주문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과연 중무장한 특공대를 바라보는 시민이 안전함을 느끼게 될까? 중무장한 특공대가 흉기 난동에 어떤 역할을 할까? 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불안해하지 않을까? 등 경찰이 항상 순찰 중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중밀집지역에 경찰관을 집중배치하거나 중무장한 경찰특공대원을 배치한다는 사안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지나친 경찰의 가시성은 가시성으로 시민의 안전감을 높이고 잠재적 범법자의 범죄 동기와 범행을 억제하려던 기대보다는 시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 이 같은 현상을 ‘마요네즈 이론(Mayonnaise theory)’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경찰 자원은 무한하지도 않다. 한정된 자원을 특정 지역 및 시기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게 될 경우, 또 다른 지역과 시간은 치안 사각지대, 치안 공백기가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어쩌면 최근의 신림동 성폭력 사건이 이런 우려를 반증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사후 처방처럼 비춰지는 특별조치가 아니라, 경찰이 꾸준하게 축적한 자료를 기반으로 경찰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전략적 경찰 활동(Strategic policing)’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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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