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네이처리퍼블릭이 서서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적자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는 데 성공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도 조촐하게나마 순풍을 타는 모습이다. 다만 지금껏 까먹은 돈을 메꾸기에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존속 능력조차 의심받는 게 네이처리퍼블릭이 처한 현실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상반기에 영업이익 2억5000만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27억원으로 전년 동기(633억원) 대비 15%가량 증가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효율을 개선하고,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다변화한 게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정상화 언제?
관련 업계에서는 네이처리퍼블릭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운호 대표이사 체제가 재가동된 지 3년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정 대표는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2003년 설립한 더페이스샵을 출범 2년 만에 업계 선두로 등극시킨 그는 2005년 더페이스샵 지분 70%를 사모펀드에, 2009년 LG생활건강에 나머지 지분을 넘기면서 2000억원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옛 장우화장품)을 인수해 또 한 번 로드숍 화장품 시장을 노크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수딩젤’ ‘아쿠아 수분크림’ 등을 히트시키며 로드숍 화장품 업계에서 주목할만한 업체로 우뚝 섰다.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정 대표는 2020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그의 공백기에 회사가 침체에 빠지자 구원투수 격으로 현장 복귀가 결정된 모양새였다. 실제로 네이처리퍼블릭은 정 대표가 경영진에서 이탈한 이후 ▲2016년 95억6300억원 ▲2017년 16억8000만원 ▲2018년 190억원 ▲2019년 128억원 등 매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재가동된 정 대표 체제에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했고, 최근 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정 대표 복귀 첫해였던 2020년에 203억원이었던 영업손실 규모는 이듬해 37억5000만원으로 축소됐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영업이익(2억원)으로 전환했다. 2016년 이래 6년간 지속됐던 적자의 고리를 끊어낸 셈이다.
다만 구원투수로 나선 정 대표는 따지고 보면 네이처리퍼블릭을 곤경에 빠지게 만든 장본이었다. 정 대표는 2015년 7월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고등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정 대표가 잘못을 뉘우친 점 등을 고려해 1심보다 4개월 줄어든 징역 8개월을 확정했다.
길었던 적자 수렁 벗어났지만…
떼기 힘든 존속능력 물음표
원정도박으로 복역하던 중 터진 ‘정운호 게이트’는 정 대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결정적 계기였다. 정운호 게이트는 정 대표가 판사 및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에게 구명과 관련해 로비를 벌인 초대형 법조 비리 사건이었다. 2017년 12월 대법원 3부는 특경법상 횡령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대표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 대표는 4년4개월에 걸친 옥살이를 끝낸 지 3개월가량 흐른 시점에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 무렵 정 대표는 75.37%(604만6663주)에 달하는 네이처리퍼블릭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이후 네이처리퍼블릭은 우여곡절 끝에 재가동된 정 대표 체제에서 서서히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처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수년간 지속된 적자가 회사 재정을 갉아먹은 여파가 꽤나 컸던 탓이다.
2017년 64%에 불과했던 네이처리퍼블릭의 부채비율은 2019년 128.2%까지 뛰어 오른 데 이어, 2021년에는 무려 4965.2%를 찍었다. 통상적인 부채비율 적정 수준(200% 이하)과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최악의 상황이라 여겨졌던 2021년보다 최근 들어 재무상태는 더 나빠졌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총자본이 납입자본금을 하회하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이 같은 흐름은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본은 -24억4500만원으로, 이는 납입자본금(41억3600만원)마저 모두 까먹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차입금 상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네이처리퍼블릭 재무제표에 기재된 차입금 192억원 전액은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단기성 차입금으로 분류된다. 차임금의존도는 41.6%로 집계됐으며, 이는 통상적인 차임금의존도 적정 수준(30% 이하)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불투명한 미래
회계법인들도 존속 능력에 의문을 나타내는 상황이다. 네이처리퍼플릭 재무제표를 감사한 삼일회계법인은 2021년과 지난해에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올해부터 감시를 맡게 된 한영회계법인 역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대한 의문”을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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