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㊼소아병적 나르시시즘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9.06 06:00:00
  • 호수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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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남한의 자본주의든 북조선의 공산주의든 둘 다 어리석고 비인간적이고 기형적인 건 마찬가지야. 아마 이 지구상에서 아메리카식 자본주의를 가장 악독하게 변질시킨 건 남한이고, 소비에트식 공산주의를 가장 악독하게 왜곡시킨 건 북조선일 거야. 

남의 것을 모방하되 일본 원숭이들처럼 꽤나 좋게 하기보다 퍽 나쁘게 만들어 버리거든.

기술이 나빠서 그렇기보다 사람들의 심보가 추잡스러워서 그런가 봐.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데 하는 짓은 희한스럽게 거의 백치 수준이란 말야. 히히 헤헤헷….

그러니 이 드넓은 우주 시대에 좁은 땅에다가 철조망을 둘러쳐 놓은 채, 수박 한 덩이를 갈라 맛있게 먹지 못하고 빨갱이네 푸렝이네 뇌까리며 독액 섞인 침을 뱉아 넣곤 목말라 아우성치는 꼴이랄까?’

약육강식


‘예전엔 반미운동이 한때 꽤 심했는데 요즘은 사그라져서 다행이야. 남한 사람들은 냄비 근성이 심하고, 들쥐 떼처럼 기분 따라 우르르 몰려 다니는 습성이 있어서 슬슬 달래는 척 별스러운 사탕이나 하나 던져 주면 서로 싸우다가 곧 잊어버리지. 하하….

우리를 부모 형제보다 소중한 혈맹이라고 믿는 일편단심의 친구들이 있는 한 우리의 지위는 반석 위에 지은 아름다운 집과 같아.

동맹친구라고 하지만 사실 우린 속으로 일종의 좀 이상한 똘마니라고 생각할 뿐이야.

아마 이 지구상에서 미국을 남한의 정다운 친구라고 여기는 건 남한 사람 자신들밖에 없을걸. 그러니 우리가 속이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 속는 거지 뭐.

남한을 좋아하는 미국인도 없지야 않겠지만, 솔직히 말해 간이라도 빼줄 듯이 떠받들어 주는데 싫어할 까닭이 어딨겠어?

하지만 그걸 진정한 우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꿈 깨! 아니, 깨어나지 말고 계속 무지몽매한 게 우리에겐 이득이겠지. 그래도 우릴 자기네 친구라고 공상하는 건 좀 기분 나뻐.

제 집안 단속도 못 한 채 맨날 형제끼리 싸움이나 할 뿐 아니라 자기 조상 부모마저 무시하는 패륜아들을 도대체 누가 친구로 삼겠냐구.


하핫, 사실 우린 친구보다 말 잘 듣는 똘마니가 더 좋아.

애초에 사전작업을 미리 잘해둔 덕분에 친미파들은 계속 재생산되고 있으니 염려할 것 없어. 찬미의 팡파레를 울리는 나팔수들이지.

그들의 활약 덕에 남북통일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랄까.

만일 자본주의로든 공산주의로든 혹은 중립주의로든 일단 통일이 되어 버리면 우리 입장이 난처해진다구.

‘글로벌 시대’ 잡아먹히는 약소국
이빨 감춘 미국·남한의 두 얼굴

그래서 우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물밑으론 집요하게 은근슬쩍 쭉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는 거지.

한반도는 생긴 꼴은 쥐새끼처럼 작아도 전략적 요충지인데, 통일되기 전이라도 서로 협력하면서 똘마니 노릇 싫다며 자기네 민족의 이익을 위해 불을 밝힌다면 골 때리는 노릇이란 말야.

우리의 전략 무기를 더 이상 비싼 값에 해마다 꼬박꼬박 팔아먹을 수도 없거니와, 까딱하면 주한미군 주둔비를 우리가 몽땅 부담해야 할 수도 있어.

옛날 옛적에야 한국을 지키기 위해 주둔했다지만, 지금은 이미 그런 시절이 아니거든.

주한미군이 남한을 지켜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한다는 사실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다 알고 있어.

멍청한 남한 사람만 빼고….

사실상 우리 아메리카도 정직하게 신사적으로 하고 싶어. 하지만 본인들이 똘마니 짓을 계속하며 자기 권리를 강력히 요구하지 않는데, 굳이 우리가 먼저 나서서 깨우쳐 줄 이유는 결코 없지.


나라의 큰 이해득실이 걸린 문제인데 말씀이야. 하하….’

그들의 속셈은 훨씬 더 고약하고 자국 이익을 위한 행동은 예측 불허할 만큼 냉혹한지 모른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지만 지혜롭지 못한 약소국은 잡아먹히고 만다.

이제 우리는 겉치장만 내세우려 하지 말고 내면을 성찰해야만 하는 길목에 서 있으며, 4대국 외의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의 외형적 성장을 주시하는 한편 어리석은 내면에 대해 은근히 비웃음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남한과 북한이 소아병적인 나르시시즘을 벗어나 진정한 성인으로서 성숙해져 발전할 때 한반도는 세계의 실상을 비추는 하나의 둥근 거울이 될 터이다.

지금은 일그러진 반쪽밖에 비출 수 없다.


그래서 서로 상대방이 괴물로 보인다.

언젠가 그날이 오면 사람이 되리라. 진짜 내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그땐 날카로운 휴전선 철조망이 있더라도 위협적이기보다 아마 마음속의 기념물로 느껴질 것이다.

컴퓨터 앞에서 공상에 잠겨 있던 나는 깜박 선잠 속으로 잠겨들었다.

비몽사몽간에 광화문 앞의 대리석 해태상이 서서히 호랑이로 변하더니 허리를 졸라매고 있던 검은 쇠사슬을 떨쳐 버리곤 비호처럼 하늘을 날며 한바탕 포효했다.

나는 깜짝 놀라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옥탑방의 괴교주 영감은 근래 들어 새로운 사업을 하나 시작했다. 영역을 좀 넓혔다고 할까, 입교하려는 신도가 없다 보니 스스로 찾아 나섰다고나 할까.

이름하여 인간 교화 갱생 대사업.

실상 비친 거울

해방촌서 비탈길을 따라 후암동을 거쳐 쭉 내려가면 동자동과 양동이 나온다. 동네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구석진 그늘엔 쪽방촌과 사창굴이 둥지 틀고 있었다.

한땐 고고의 성을 지르며 이 세상에 태어나와 애정도 받고 예쁜 꿈도 꾸었으려만 이젠 인생의 밑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는 존재들.

물론 더욱 더 혹독한 삶도 있겠으나, 희망이 없다는 점에서는 죽음과 가장 근접한 사람들이 아닐까.

늙었든 젊었든 남자든 여자든 절망과 낙심은 사람을 얇은 죽음의 얼음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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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