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영원무역그룹의 후계 구도가 사실상 정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부친이 차녀에게 옥상옥 회사 주식을 증여한 게 결정적인 한방이 된 모양새다. 후계자로 결정된 둘째는 일순간에 지배구조의 꼭대기를 점유하게 됐다.
영원무역홀딩스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은 올해 1분기에 지분율 50.01%로 YMSA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전까지 YMSA 지분 100%를 쥐고 있던 부친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이 주식을 증여한 데 따른 결과다.
예고된 수순
성 부회장이 YMSA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건, 그룹 경영권 승계 수순이 성 부회장을 중심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지배구조상에서 남다른 YMSA의 존재감이 부각된 덕분이다.
영원무역그룹은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가 나머지 사업 법인을 통솔하는 지배구조를 띠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가 보유한 영원무역과 영원아웃도어 지분은 각각 50.52%, 59.30%에 달한다.
다만 영원무역그룹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가 지주사를 지배하면서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통상적인 지주사 체제에서 한발 비껴나 있다. 성 회장은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16.77%를 보유한 2대주주에 그치며, 나머지 오너 일가 구성원이 직접 보유한 지분을 합쳐봐야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주회사에 관한 오너 일가의 부족한 지배력을 보충해주는 게 바로 YMSA다. 올해 상반기 기준 YMSA는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09%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큰 틀에서 보면 영원무역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YMSA→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으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YMSA의 주인이 그룹의 후계자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였고, 성 부회장은 주목의 대상이었다. 무엇보다 요직을 두루 거치며 역량을 십분 발휘해왔다는 점이 부각됐다.
옥상옥 꼭대기 올라선 차녀
그룹 내 영향력 확대 수순
1947년생인 성 회장은 슬하에 딸 셋을 두고 있으며 성 부회장은 차녀다. 그는 미국 사립 명문고인 초트 로즈메리 홀을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로 진학해 사회학을 전공했다. 2002년 영원무역에 입사해 2007년 글로벌컴플라이언스·CSR부문 이사를 시작으로 전무이사를 거쳐 2020년부터 영업 및 경영관리총괄 사장을 맡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정기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를 계기로 후계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부회장 승진은 영원아웃도어의 실적 성장에 관한 기여를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원아웃도어는 2021년 매출 5445억원, 영업이익 1331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65% 증가한 수치였다.
이처럼 차녀가 남다른 성과를 낸 반면 장녀인 성시은 영원무역 이사는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성 이사는 2011년 YMSA 이사회에 세 자매 중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 성과를 부각시키는 데 실패했다. 현재는 그룹 내 사회공헌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경영 성과를 내세우자면, 삼녀가 장녀보다 눈에 띄었다. 삼녀인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부사장은 미국 웨이즐리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노스페이스 국내 판권을 가진 골드윈코리아에서 광고·홍보 마케팅을 총괄하다 2004년 영원아웃도어에 입사했고, 2016년부터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총괄했다.
현재 성 부사장은 판권을 가진 노스페이스의 국내 사업을 이끌면서 영원아웃도어의 실적 우상향을 이끌고 있다.
초읽기
그럼에도 성 부회장이 맡은 OEM 생산·제조 부문의 사업성이 워낙 월등한 관계로 승계의 무게추는 좀처럼 옮겨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성 부회장이 YMSA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자, 관련 업계에서는 성 회장이 사실상 둘째를 후계자로 결정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간 영원무역홀딩스(0.03%), 영원무역(0.02%) 등의 지분만 보유했던 성 부회장은 이번 증여를 계기로 그룹 내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양상이다.
성 회장이 성 부회장에게 증여한 지분 가치는 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여세 850억원은 YMSA 보유 부동산을 영원무역에 매각한 뒤 이를 성 부회장에 증여해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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