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특혜 의혹’ 김건희 오빠 ‘반쪽 기소’ 내막

장모에 처남까지 ‘법정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일가가 연루된 ‘양평 의혹’이 재점화됐다. 김건희 여사의 오빠가 불법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게 골자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 지 약 1년 반 만이다. 김 여사의 오빠는 애초 시민단체의 고발 대상이 아니었다. 수사기관이 정황을 포착해 혐의 입증 근거를 다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은 이를 계기로 수그러들었던 특검 목소리 키우기에 나섰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은 더불어민주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썰전’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허가권자인 양평군이 기간 내 사업을 끝내지 못한 사업자에게 기간을 연장해준 게 핵심이다. 수사기관은 이 과정서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인 김모씨가 문서를 위조해 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정황 포착

경기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 일대 2만2411㎡(6779평) 규모의 공흥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민임대주택 조성을 계획했던 곳이다. 2011년 7월, 양평군 반대로 사업이 좌초되면서 민영 개발로 전환됐다. 같은 해 8월 윤석열 대통령 처가가 소유한 부동산개발회사 ESI&D는 350가구 규모의 민간사업을 제안했다.

양평군은 2012년 11월 도시개발구역 사업을 최종 승인했다. ESI&D는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와 그 자녀들이 지분을 100% 소유한 가족회사다.

이 사업의 실시계획인가 기간 만료일은 2014년 11월이었다. 사업이 점점 미뤄지다 준공 예정일을 한 달 앞둔 2016년 6월, 양평군은 갑자기 사업기간 변경을 고시한다. 기간 내 사업을 완료하지 못한 사업자에게 공사 중지나 인허가 취소 같은 행정조처가 아닌 특혜를 준 셈이다.


1년 반 넘게 사업기간을 연장해준 건 전문가들도 이례적 케이스라고 지적한다. 특히 ESI&D는 사업기간 연장을 신청한 적도 없다. 양평군이 임의로 사업기간을 2016년 7월로 연장한 뒤 승인을 고시한 것이다.

당시 인허가권자였던 양평군수는 지난해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경선캠프에 참여했던 김선교 전 의원(국민의힘·경기 여주양평)이었다. 윤 대통령은 2013년 4월~2014년 1월 여주·양평·이천을 관할하던 여주지청장이었다. 둘 사이의 인연이 양평 특혜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문서 위조·공무집행 방해 혐의
개발부담금 줄이려 위조자료 끼워

최씨 일가가 공흥지구 일대 임야를 취득하는 과정서 농지법을 위반한 정황도 드러난다. 최씨는 ESI&D 명의로 2006년 12월 공흥리 일대 임야 1만6550㎡(5006평)와 자기 명의로 공흥리 259번지 등 일대 농지 다섯 필지(2965㎡)를 사들였다. 또 LH가 사업을 포기한 이후인 2011년 9월과 11월에도 인근 농지(46㎡)와 임야(2585㎡)를 추가로 구매했다.

당시 최씨 등은 양평군에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험이 없지만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고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당시까지 부동산과 요양병원 동업 등 여러 사업을 벌여왔을 뿐, 농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798억원 규모의 분양 실적을 올렸지만,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은 것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양평군은 2016년 7월 준공 이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개발부담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사업자 측이 이의신청을 냈고, 양평군은 이를 받아들여 매입가 기준으로 부담금을 재산정하면서 환수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평군은 최초 부과한 개발부담금 액수도, 이의신청 뒤 재산정 근거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초 부과액이 6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한 시민단체가 제기된 의혹을 종합해 2021년 최씨와 김 전 의원 등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양평군청으로부터 공흥지구 개발사업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하면서 입건 전 조사(내사)했다가 상급기관인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직접 1년6개월가량 수사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부장검사 이정화)는 최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김씨 등 ESI&D 관계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양평군이 ESI&D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2016년 11월 17억4800여만원의 개발부담금을 부과했다가 두 차례의 이의신청을 받은 뒤, 2017년 6월 개발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후 제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의혹이 불거지자 같은 해 11월 뒤늦게 개발부담금 1억8700여만원을 정정 부과했다.

최은순 무혐의 경찰
재판부 판단 대조적

검찰은 이들이 위조된 문서를 행사해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다만 시민단체가 고발했던 김 전 의원과 최씨, 김 여사 등은 경찰 수사 단계서 무혐의 처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와 김 전 의원이 송치된 바 없다. 특히 경찰 수사 단계서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의 무혐의가 경찰의 판단 오류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씨가 성남시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행정소송과 비교해 보면 재판부의 판단과 대조적이다. 수원지법은 최씨가 공흥지구 사업 초기부터 2014년 11월 회사 대표 자리를 김씨에게 넘긴 뒤에도 ESI&D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경찰이 판단한 최씨의 무혐의 근거는 혐의 기간 ESI&D 대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발부담금 문제는 2016년과 2017년에 발생했고, 최씨는 그전에 김씨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줘 직접적으로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씨가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문에는 최씨가 2014년 11월 대표직을 물러난 이후에도 ESI&D를 ‘지배’해 회사 자금을 실질적으로 운용했다고 나와 있다. 이 소송은 성남시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과징금 27억3000여만원을 부과하자 최씨가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이었다. 원고 최씨의 청구는 기각됐다.

봐주기?

해당 소송서 법원은 최씨가 대표직을 아들에게 물려준 후에도 지속적으로 ESI&D를 지배해왔고, 2015년경부터 성남 도촌동서 진행된 부동산 투자에 회사 자금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 단계서 무혐의 처분됐기에 차후 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재판 상황이었다면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최씨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면 판단이 뒤집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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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