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드디어 빛 발하는 이강인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20 10:20:57
  • 호수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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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바페·네이마르와 ‘슛∼’

[일요시사 취재2팀] 김성민 기자 =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던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 입단한 이강인에 어울리는 수식어다. 2007년 그는 KBS 2TV 예능 <날아라 슛돌이>서 이목을 끌었다. 7세 이강인과 유상철 전 감독의 첫 만남도 그때 이뤄졌다. 당시 유 전 감독은 “성인을 축소해놓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의 선견지명은 틀리지 않았다. 췌장암으로 눈을 감기 직전에도 이강인을 응원했다. 유 전 감독은 2021년 유튜브를 통해 “건강하게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면 강인이 경기를 현장서 보고 싶다”고 말했으나, 마지막 메시지가 됐다.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던 이강인의 바람이 실현되는 요즘이다.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하는 과정은 이강인에게 순탄치 않았다. ‘축구 신동’ 이강인은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에 입단했다. 이후 2018~2019년 시즌 발렌시아 1군으로 데뷔했다. 그의 유럽 진출은 운이 아닌 실력으로 따냈다. 2019년 U-20 폴란드월드컵서 이강인은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구단주 피터 림은 그의 가능성을 엿봤다. 뺏기지 않으려 바이아웃을 걸고, 벤치에 묶어뒀다. 

운 아닌
실력으로

발렌시아에 10년을 바친 이강인은 만기 1년을 앞두고 방출됐다. 2021년 레알 마요르카는 그를 영입해 PSG행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렇다고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토사구팽한 건 아니었다. 그는 발렌시아를 대표하는 유망주였다. 10세에 유소년 아카데미에 들어온 유학파다.

당시 발렌시아는 그가 “아시아 축구 시장의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숱한 유망주를 떠나보낸 발렌시아는 유소년 선수를 보호했다. 10대 이강인도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메이저 클럽의 제안을 받았다. 그는 2018년 스페인 국왕컵서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는데, 구단 역사상 최연소 데뷔 외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한국 역사상 최연소 유럽 1군 데뷔 선수이기도 했다.


2019년 9월, 18세 나이로 스페인 라리가 데뷔골을 터트렸다. 이어 20세 이하(U-20) 폴란드월드컵서 2골 4도움을 올리며 준우승을 견인하는가 하면, 골든볼(대회 MVP) 수상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였다. 2019년 8월 말, 발렌시아는 이강인과 4년 재계약을 맺는다. 화려한 출발과 달리 출전 기회는 잡지 못했다. 당시 팬들은 그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의아해했다. 

벤치는 물론 출전 명단서 제외되는 일이 잦았다. 2020년 시즌도 빛을 보지 못했다. 초반에는 주전으로 나섰지만, 점점 출전 시간은 줄었다. 그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기준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은 약 53분에 불과했다. 횟수로는 총 44경기 포함 총 62경기 출전에 그쳤다. 발렌시아의 기용 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뺏기지 않으려 애썼다. 바이아웃으로 8000만유로(약1058억원)를 걸었다. 바이아웃은 일정 금액을 다른 팀이 채우면 소속 구단과 합의 없이 이적할 수 있는 제도다. 사실상 ‘팔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싱가포르 출신 구단주인 피터 림이 원흉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사업가인 피터 림은 2014년 1억유로에 발렌시아를 인수 했다.

운영 초기엔 구단의 채무를 갚아준 구세주로 보였으나 얕은 축구 경영 지식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는 팀 전체를 물갈이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코치부터 의료진까지 갈아치웠다. 팀을 소유물로 여기는 악덕 구단주의 모습이었다. 아시안 프랜차이즈 스타에 관한 욕심으로 이강인을 붙잡았다. 발렌시아 전 감독인 보르달라스의 이어진 폭로가 더욱 충격이었다.

2011년 발렌시아 입단…저평가 벤치 신세
마요르카서 날개 펴고 파리로 간 ‘슛돌이’ 

하루아침에 피터 림은 이강인을 내보내라고 압박했다. 17세 이강인을 적극 기용하라고 지시한 것도 그였는데 마치 존중을 상실한 서커스 단장 같았다. 


10대 시절 미숙했던 이강인은 감독의 전술과 맞을 리 없었다. 당시 발렌시아의 감독이었던 마르셀리노는 지켜보자는 의미로 임대를 고려했다. 그러자 구단에서는 임대를 막아버리고 감독을 경질해버렸다. 마르셀리노 경질 후 감독이 계속 바뀌자 팀 상황은 불안정해졌다. 이에 피터 림은 팀 내 주요 자원도 헐값에 넘겨버렸다. 

팀 성적도 강등을 면치 못하자, 이강인을 언론의 방패막이로 사용했다. 결국, 정치질에 악용한 것이다. 계약 만료를 1년 앞둔 2021년 여름, 이적설이 터졌다. 라리가 선수 등록 규정도 영향을 끼쳤다. 스페인은 각 팀에 최대 3명까지만 비유럽(Non-EU)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당시 발렌시아에는 이강인을 포함해 막시 고메스(우루과이)와 오마르 알데레테(파라과이)가 있었다. 마르쿠스 안드레(브라질)까지 영입되자 이강인은 명단서 빠졌다. 활용할 수 없는 선수가 된 이강인은 방출 대상이 됐고, 재정난에 시달리던 발렌시아는 고민했다. 

돈이 없어 선수단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피터 림이 선수단에 다음 해 9월 임금을 주겠다는 약속어음을 뿌리려 하자, 분노한 선수단은 “팔아치운 이적료로 확보한 돈은 대체 어디 갔느냐”고 항의했다. 라리가 측도 급여 지급이 되지 않을 경우 강등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커스 단장 
잘못 만나…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이강인의 바이아웃 금액은 1000만유로(약 138억원) 정도였다. 코로나19로 이적시장이 얼어붙어 그를 찾는 곳이 없었다. 스와이프딜 대상으로 언급됐던 울버햄튼의 라파 미르가 세비야로 향하면서 물거품 됐다.

그나마 유력한 팀은 그라나다였다. 펩 보아다 디렉터가 직접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에 목말랐던 이강인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공격 보강을 노린 발렌시아는 미드필더 이강인과 목적도 달랐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와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을 관철했다. 결국, 마요르카에 이적료를 받지 않고 보내는 쪽으로 결정됐다.

2021년 여름 이강인과 발렌시아는 결별했다. 발렌시아는 그해 8월 말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의 미래에 행운이 있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발렌시아의 유소년 육성 정책을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스페인 현지 매체는 “잠재력을 갖춘 이강인은 21세도 되기 전에 버림받았다”며 일침을 날렸다. 또 다른 매체는 “이강인이 떠나게 되면서 발렌시아의 유소년 육성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이강인에겐 출전 경험이 필요했고 마요르카는 미드필더가 절실했다. 벤치서 좌절했던 이강인은 마요르카서 날개를 폈다. 첫 시즌, 선발과 로테이션을 오가며 30경기에 나섰다. 이어 2022~2023년 시즌은 눈부셨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을 중용했다. 마요르카의 공격 전개는 그의 발에서 시작됐다.

시즌 내내 맹활약을 펼쳤고 리그 36경기 6골 6도움을 기록했다. 라리가 한 시즌 공격포인트 10개를 돌파한 한국 출신 최초의 선수가 됐다.


환호와 함께
물오른 기량

지난 4월24일 헤타페전에서는 본인의 프로 무대 첫 멀티골을 터트렸다. 드리블 실력과 정확한 패스는 이강인의 상징이 됐다. 특히 순간적으로 전환해 공격 루트를 바꾸는 모습도 훌륭했다. 베다트 무리키와 보인 호흡은 최고였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무리키가 헤더로 마무리하는 패턴이다.

공격포인트도 보여주는 에이스였다. 중원과 공격을 오가는 이강인 덕에 마요르카는 강등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났다. 10년 넘게 강등권서 허덕인 마요르카도 이번 시즌은 달랐다.

2012~2013년 시즌 이후 최고 성적을 얻어 9위로 마무리했다. 이강인은 마요르카 소속으로 73경기 7골 10도움을 기록했다. 프리메라리가 주간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려 천재성을 증명했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올해의 팀’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페데리코 발베르데, 토니 크로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 선수가 올해의 팀 후보에 오른 것도 이강인이 처음이다. 세계적 찬사와 함께 러브콜이 쇄도했다.

이강인을 둘러싼 잡음은 환호와 함께 커졌다. 마요르카는 그를 이적료 없이 영입하면서도 처우는 낮았다. 연봉은 50만유로(한화 약 7억3000만원)에 그쳤다. 열정페이가 따로 없었다.


한 현지 언론은 “이강인의 연봉은 마요르카서도 10위 안에 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춘 베다트 무리키의 연봉 380만유로(약 56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어 “그의 영입을 원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서도 지금 이강인보다 연봉보다 더 적게 받는 선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서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백업 골키퍼 이보 그르비치다. 그는 이강인보다는 2배 많은 100만유로(약 15억원)를 받고 있다. 50만유로는 시즌 6골 5도움으로 맹활약한 이강인에게 턱없이 낮은 금액이었다.

‘월클’ 선수들과 어깨 나란히 
훈련 등 현지 적응 100% 완료

그가 레알 마요르카를 떠나야 할 이유는 명확했다. 그럼에도 이강인은 최선을 다했다. 그가 활약한 올 시즌엔 스페인 라리가 9위까지 올라섰다. 

그는 PSG로 이적하기 직전까지 마요르카와 대립했다. 바이아웃이 또 문제였다. 마요르카는 이적료로 2000만유로를 책정해 묶어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적극적으로 이강인을 원했다. 현지 매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세계서 가장 유망한 선수 중 한 명(이강인)과 계약하기 위해 기꺼이 노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적을 막아선 마요르카에 화가 난 이강인은 SNS를 끊으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9일 이강인은 미련 없이 PSG로 이적하면서 세계 최고 구단 중 한 곳에서 뛰는 명예와 함께 상당한 부를 얻게 됐다. 셀 온 조항 덕에 이적료 일부도 챙겼다. 셀 온 조항이란 선수의 이적료 일부를 선수 본인 또는 전 구단이 받도록 한다는 조항이다.

2021년 8월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에 합류하면서 셀 온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이에 따라 이적료 20%를 요구했다. 현지 매체가 추산하는 이강인의 PSG 이적료는 2200만유로(약 311억원)다. 0원으로 데려온 이강인이 2200만유로를 마요르카에 안겨준 것이다. 조항에 따라 이적료의 20%(약 63억원)를 자기 몫으로 받는다. 

셀 온 조항이란 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때, 발생한 이적료의 일부를 선수 본인 또는 전 구단이 받도록 하는 것이다. 연봉도 올랐다. 이강인은 PSG서 400만유로(약 57억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앞서 이강인이 마요르카서 받던 연봉(50만유로)과 비교하면 무려 8배나 급등한 셈이다.

마요르카는 SNS를 통해 한글로 “강인 선수, 고마워요! 건승을 빌어요! 마요르카는 항상 강인을 반길 거예요”라고 공지했다. 지난 8일, PSG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PSG는 “22세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강인은 PSG에 입단한 첫 한국 선수가 됐다”고 밝혔다. 

등번호 19번을 받은 이강인은 2028년까지 PSG서 뛴다. 공식 입단 발표가 나오자 이강인 유니폼은 동이 났다. 파리 시내 PSG 공식 스토어 2곳 모두 품절이 됐다. PSG로 간 이강인의 플레이는 국내서 볼 수 있다. 이번 달 일본 투어를 떠나는 PSG는 내달 1일 인터밀란(이탈리아)전을, 이틀 뒤인 3일엔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서 K리그 전북 현대와 친선전이 예정돼있다. 

스승 유상철
또 다시 인연

한편, PSG는 2부 리그로 강등되지 않은 파리를 대표하는 클럽이다. 창단 초기부터 파리 시내에 ‘파르크 데 프랭스’를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이 경기장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유상철이 벨기에전서 동점골을 터뜨린 장소기도 하다. 조별리그 최종전에 나선 한국은 유상철의 골로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유 전 감독과 각별한 이강인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12일 PSG서 첫 훈련에 나선 이강인의 모습도 전해졌다. 네이마르와 나란히 있는 모습은 국격마저 상승시켰다. 이제야말로 라리가서 저평가됐던 그의 진가를 발휘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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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