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살인 태클’ 당한 황의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03 14:52:38
  • 호수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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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한 핸드폰 뭐가 들었길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가 멈춰섰다.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한 누리꾼이 그의 치부를 드러내면서다. 5개의 SNS 계정에 폭로한 정체불명의 누리꾼을 고소한 황의조. 이로 인해 원소속팀인 노팅엄포레스트 복귀마저 불투명해졌다. FC 서울과의 임대계약 종료를 앞두고 영국행을 고대했던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지난달 25일 한 누리꾼은 축구 국가대표 선수 황의조의 복잡한 이성 관계를 폭로했다. 게시글에는 그의 성관계 영상까지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논란이 가중되자, 폭로글은 비공개 전환됐다. 황의조의 치부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후였다. 급기야 ‘황의조 성관계 영상’을 판매한다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정치권까지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영상 속 여성에 관한 2차 가해 행위’라며 누리꾼을 향해 경고했다. 다만, 해당 영상이 불법 촬영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황의조에 대한 법적 처벌 가능성도 나온다.

분실 후
협박받아

황의조는 해당 누리꾼을 고소했지만 신분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의조 측 고소장에 피고소인은 ‘성명불상자’로 명시됐는데, 이는 피고소인의 SNS 아이디가 5개였기 때문이다. 잠적한 피고소인의 정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피고소인이 외국인일 것이라는 의혹이다. 황의조는 지난해 10월 그리스서 휴대폰을 분실했다. 올림피아코스FC서 뛰던 그는 당시 신원불상의 외국인에게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휴대폰 소지자는 ‘이 안에 재미있는 것 많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황의조 측은 당시 분실한 휴대폰서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변호인은 황의조가 협박에 대응하지 않자, 이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사생활과 관련된 동영상을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라는 것이다. 변호인은 지난 27일 성동경찰서에 누리꾼이 보내온 협박 메시지와 게시물 등을 제출했다.

피고소인이 다수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지난 25일, 피고소인은 5개 SNS 계정에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황의조와 만났던 여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황의조 휴대폰에는 여성들의 동의하에 찍은 것인지 몰카인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가 피해자가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게시글을 올린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영상 속 여성들에 대한 존엄성은 고려하지 않은 황의조의 양다리 피해를 두고 볼 수 없었다는 취지다. 실제로 온라인상에 영상이 떠돌고 있어 등장한 여성을 향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

황의조 측은 게시물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정하고 있다. 황의조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UJ스포츠 측은 “불법으로 취득한 선수의 사생활을 유포하고 확산시킨 점에 대해 강력히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생활 유포에 강력 법적 대응
정치권까지 나서 복잡한 양상

황의조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경찰이 수사를 통해 피고소인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다만, 그럴만한 단서가 많지 않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경찰은 인스타그램에 협조를 구해 IP를 추적해야 하는데 해외기업이라 쉽지 않다. 피고소인이 타인의 휴대폰, 선불 유심 등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원을 특정하는 과정이 더욱 복잡해진다.

황의조의 치부가 드러나자 정치권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26일, 문성호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SNS를 통해 “폭로자는 왜 관계를 정립하지 않는 남성(황의조)과 성관계를 가졌느냐”고 물었다. 문 전 대변인은 “연인이 되고 싶었다면 ‘사귈 거 아니면 안 해’라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피고소인은 ‘황의조가 해외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관계 정립을 피했고, 가스라이팅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문 전 대변인은 황의조가 관계 정립을 피했음에도 성관계를 가진 것은 피고소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것은 미성년자가 아닌 이상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자유로이 결정한 성관계의 책임을 남성에게 떠넘기는 것은 극도로 혐오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도 가세했다. ‘N번방 대응 국제협력 강화법’을 대표 발의했던 허 의원은 이튿날(27일), SNS에 “N번방, 디지털 교도소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며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근대적 법치주의를 퇴행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황의조가 공인이라는 이유로 ‘여론의 집단 린치’를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허은아·박지현 우려
리벤지 포르노 범죄

이어 “사생활은 개인의 대단히 내밀한 영역이다. 복잡다난한 맥락을 살펴봐야 알 수 있는 일이고, 그러라고 사법부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황의조에게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피고소인의 주장에도 반발했다. 허 의원은 ‘가스라이팅’이라는 심리학적 용어가 오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황의조를 비롯해 남녀를 불문하고 2차 가해를 멈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선수는 현재 온라인상에서 성회롱을 비롯한 온갖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N번방 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박 전 위원장은 황의조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특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황의조의 영상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박 전 위원장은 “피해물을 소지·구입·시청하는 것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는 중한 범죄”라며 “SNS를 통해 피해물을 사고 팔고 공유하는 행위를 멈추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로 동의하에 찍은 촬영물인지 아닌지는 조사를 통해 밝혀낼 일”이라며 성관계 영상이 불법 촬영물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리벤지 포르노’인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영상에 나온 여성들은 엄연히 피해자가 맞지만, 피고소인은 영상 속 여성들의 얼굴이 가려졌다고 면피했다. 그렇다고 성폭력이 아니라고 볼 순 없다. 애초에 촬영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것은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따른 ‘동의하지 않은 성적 자료 유포 범죄’다.


주된 피해자가 황의조 즉, 남자일 뿐인 엄연한 리벤지 포르노 범죄다.

피고소인은 가수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의 ‘황금폰’을 언급하며 동일시했다. 엄밀히 따지면, 정준영 사건은 불법 촬영임이 명백했고 본인이 유포했기에 처벌받은 것으로 이번 황의조 사건은 조금 다르다. 황의조가 촬영 당시, 여성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밝혀진 바 없다.

불법 촬영?
의견 분분

피고소인이 일방적으로 ‘동의 없는 불법 촬영물’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수사 없이는 불법 여부를 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그의 과거 인성 논란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황의조 양다리’ 사건이다. 황의조가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성을 만나 잠자리를 가진 뒤 연락을 두절했다는 내용이다.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그는 한 여성에게 ‘여자친구에게 논 거 걸렸다’라며 사과했다. 

해당 여성은 대화 내용을 복사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특히, 황의조가 여성에게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결국 이렇게 됐다”고 시인했다. 바람피운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 밖에 황의조와 연락했다는 다른 여성들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양다리’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커뮤니티를 통해 쏟아진 폭로 내용으로 요약하면, 황의조는 당시 6개월 사귄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성과 교제했다. 

여자친구가 없는 식으로 행동하며 잠자리를 갖기도 했다. 폭로한 여성은 황의조가 하루아침에 연락처를 바꾸고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연락이 두절됐던 날, 황의조의 인스타그램에는 여자친구 사진이 게시되자, 해당 여성은 커뮤니티를 통해 황의조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폭로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대화 내용을 접한 뒤 “추접스럽긴 하네” “최악이다” 등의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당시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 선발된 상태였는데, 폭로로 인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잠잠하던 그는 다시금 스캔들의 중심에 섰다. 2021년 황의조는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 효민과 열애 중이라고 밝혔다. 지인의 소개로 친분을 유지하던 두 사람은 그해 11월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둘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연애했지만 열애설이 터진 지 약 두 달 만에 결별했다.

잤지만 사귀진 않았다?
양다리 피해자들 속출

당시 효민 측은 “부담되는 상황으로 자연스레 소원해졌다”고 이별을 공식화했다. 효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미심장한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호주에 체류 중에 그는 공책에 ‘그와 결혼할 바에는 차라리 죽을래요’라고 적힌 문장을 공개했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팬들은 황의조와 결별 후 심경을 표한 것 같다고 반응했다.

이후 효민은 게시물을 곧바로 삭제했다.

황의조는 숱한 사생활 논란이 있었지만, 선수로서 가진 재능은 남달랐다. 한국 축구선수 중 유럽 5대 리그서 한 시즌에 10골 이상을 기록한 몇 안 되는 선수기 때문이다. 185cm 장신으로 남다른 피지컬을 보유한 황의조는 2013년 성남 입단 후 2017년까지 K리그 통산 140경기에 출전해 35골 8도움을 기록했다. 이듬해 2018년 감바 오사카에 영입된 그는 J리그서 맹활약해 ‘커리어 반전’을 이루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는 7경기서 9골을 쏘아 올리며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축구 금메달을 안긴 영웅이 됐다. 이어 프랑스 1부 리그인 FC 지롱댕 드 보르도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2019~2020시즌 6골, 2020~2021시즌 12골, 2021~2022시즌 11골로 프랑스 리그1서 29골을 터뜨리며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노팅엄 포레스트로 팀을 옮긴 뒤, 바로 올림피아코스(그리스)로 임대 이적했다. 이때부터 그의 팀 내 입지는 흔들렸다. 당시 휴대폰 분실 이후 협박받은 것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예상된다. 6년 만에 K리그에 돌아온 그는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과거 여자들 
논란 재조명

FC 서울에 6개월 단기로 임대 영입된 그는 지난 2월 말 인천과의 경기서 2-1로 승리했다. 당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던 황의조는 “득점도 중요하지만, 팀 성적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공격수로서 골잡이에만 치중하지 않고, 팀플레이에도 주력하는 겸손한 선수였다. 활약만으론 부진하다고 지적할 순 없겠지만, 연속된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영국행은 불투명해졌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의조는 어떤 선수?

1992년 8월 28일 경기도 성남서 출생한 황의조는 황선홍-안정환-이동국-박주영에 이어 ‘대한민국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특히, 차범근, 박주영, 손흥민, 권창훈에 이어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유럽 5대 리그서 한 시즌에 10골 이상을 기록한 5번째 선수다.

특유의 움직임만큼이나 슈팅 능력, 특히 중거리 슛이 장점인 선수로 평가받는다.

J리그에서 맹활약한 덕분인지 일본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기도 하다.

평단에서는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에 황의조가 발탁되지 않은 것이 의외라고 할 만큼 실력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서 맹활약한 황의조는 7경기서 9골을 쏴올리며 결승전서 일본을 꺾었다.

J리그 시절 두터운 일본 팬을 확보한 덕에 크게 비난받진 않았다. 

특히 감바 오사카 팬들은 황의조가 보르도에서 출전하는 경기를 시청하면서 변함없는 응원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개인 운이 좋지만, 클럽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처음 입단한 성남 FC는 2016시즌에 강등당해 2부서 고군분투했고, 감바 오사카는 2018 시즌 강등권서 허덕일 때 그의 역할로 겨우 위기를 넘겼다.

FC 지롱댕 드 보르도는 2020~2021년 시즌부터 강등권에 맴돌다 다음 시즌에 팀 전체가 멸망했다. 

2022~2023년 시즌 이적한 올림피아코스 FC는 그리스 1강이라는 위상이 무색하게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FC 서울은 올해 상위권에 있지만, 황의조는 임대에 불과해 반 시즌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성남 FC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후에 친정팀 성남에 복귀해 은퇴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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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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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