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살인 태클’ 당한 황의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03 14:52:38
  • 호수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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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한 핸드폰 뭐가 들었길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가 멈춰섰다.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한 누리꾼이 그의 치부를 드러내면서다. 5개의 SNS 계정에 폭로한 정체불명의 누리꾼을 고소한 황의조. 이로 인해 원소속팀인 노팅엄포레스트 복귀마저 불투명해졌다. FC 서울과의 임대계약 종료를 앞두고 영국행을 고대했던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지난달 25일 한 누리꾼은 축구 국가대표 선수 황의조의 복잡한 이성 관계를 폭로했다. 게시글에는 그의 성관계 영상까지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논란이 가중되자, 폭로글은 비공개 전환됐다. 황의조의 치부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후였다. 급기야 ‘황의조 성관계 영상’을 판매한다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정치권까지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영상 속 여성에 관한 2차 가해 행위’라며 누리꾼을 향해 경고했다. 다만, 해당 영상이 불법 촬영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황의조에 대한 법적 처벌 가능성도 나온다.

분실 후
협박받아

황의조는 해당 누리꾼을 고소했지만 신분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의조 측 고소장에 피고소인은 ‘성명불상자’로 명시됐는데, 이는 피고소인의 SNS 아이디가 5개였기 때문이다. 잠적한 피고소인의 정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피고소인이 외국인일 것이라는 의혹이다. 황의조는 지난해 10월 그리스서 휴대폰을 분실했다. 올림피아코스FC서 뛰던 그는 당시 신원불상의 외국인에게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휴대폰 소지자는 ‘이 안에 재미있는 것 많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황의조 측은 당시 분실한 휴대폰서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변호인은 황의조가 협박에 대응하지 않자, 이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사생활과 관련된 동영상을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라는 것이다. 변호인은 지난 27일 성동경찰서에 누리꾼이 보내온 협박 메시지와 게시물 등을 제출했다.

피고소인이 다수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지난 25일, 피고소인은 5개 SNS 계정에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황의조와 만났던 여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황의조 휴대폰에는 여성들의 동의하에 찍은 것인지 몰카인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가 피해자가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게시글을 올린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영상 속 여성들에 대한 존엄성은 고려하지 않은 황의조의 양다리 피해를 두고 볼 수 없었다는 취지다. 실제로 온라인상에 영상이 떠돌고 있어 등장한 여성을 향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

황의조 측은 게시물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정하고 있다. 황의조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UJ스포츠 측은 “불법으로 취득한 선수의 사생활을 유포하고 확산시킨 점에 대해 강력히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생활 유포에 강력 법적 대응
정치권까지 나서 복잡한 양상

황의조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경찰이 수사를 통해 피고소인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다만, 그럴만한 단서가 많지 않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경찰은 인스타그램에 협조를 구해 IP를 추적해야 하는데 해외기업이라 쉽지 않다. 피고소인이 타인의 휴대폰, 선불 유심 등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원을 특정하는 과정이 더욱 복잡해진다.

황의조의 치부가 드러나자 정치권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26일, 문성호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SNS를 통해 “폭로자는 왜 관계를 정립하지 않는 남성(황의조)과 성관계를 가졌느냐”고 물었다. 문 전 대변인은 “연인이 되고 싶었다면 ‘사귈 거 아니면 안 해’라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피고소인은 ‘황의조가 해외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관계 정립을 피했고, 가스라이팅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문 전 대변인은 황의조가 관계 정립을 피했음에도 성관계를 가진 것은 피고소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것은 미성년자가 아닌 이상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며 “자유로이 결정한 성관계의 책임을 남성에게 떠넘기는 것은 극도로 혐오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도 가세했다. ‘N번방 대응 국제협력 강화법’을 대표 발의했던 허 의원은 이튿날(27일), SNS에 “N번방, 디지털 교도소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며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근대적 법치주의를 퇴행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황의조가 공인이라는 이유로 ‘여론의 집단 린치’를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허은아·박지현 우려
리벤지 포르노 범죄

이어 “사생활은 개인의 대단히 내밀한 영역이다. 복잡다난한 맥락을 살펴봐야 알 수 있는 일이고, 그러라고 사법부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황의조에게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피고소인의 주장에도 반발했다. 허 의원은 ‘가스라이팅’이라는 심리학적 용어가 오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황의조를 비롯해 남녀를 불문하고 2차 가해를 멈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선수는 현재 온라인상에서 성회롱을 비롯한 온갖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N번방 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박 전 위원장은 황의조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특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황의조의 영상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박 전 위원장은 “피해물을 소지·구입·시청하는 것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는 중한 범죄”라며 “SNS를 통해 피해물을 사고 팔고 공유하는 행위를 멈추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로 동의하에 찍은 촬영물인지 아닌지는 조사를 통해 밝혀낼 일”이라며 성관계 영상이 불법 촬영물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리벤지 포르노’인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영상에 나온 여성들은 엄연히 피해자가 맞지만, 피고소인은 영상 속 여성들의 얼굴이 가려졌다고 면피했다. 그렇다고 성폭력이 아니라고 볼 순 없다. 애초에 촬영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것은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따른 ‘동의하지 않은 성적 자료 유포 범죄’다.


주된 피해자가 황의조 즉, 남자일 뿐인 엄연한 리벤지 포르노 범죄다.

피고소인은 가수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의 ‘황금폰’을 언급하며 동일시했다. 엄밀히 따지면, 정준영 사건은 불법 촬영임이 명백했고 본인이 유포했기에 처벌받은 것으로 이번 황의조 사건은 조금 다르다. 황의조가 촬영 당시, 여성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밝혀진 바 없다.

불법 촬영?
의견 분분

피고소인이 일방적으로 ‘동의 없는 불법 촬영물’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수사 없이는 불법 여부를 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그의 과거 인성 논란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된 ‘황의조 양다리’ 사건이다. 황의조가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성을 만나 잠자리를 가진 뒤 연락을 두절했다는 내용이다.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그는 한 여성에게 ‘여자친구에게 논 거 걸렸다’라며 사과했다. 

해당 여성은 대화 내용을 복사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특히, 황의조가 여성에게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결국 이렇게 됐다”고 시인했다. 바람피운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 밖에 황의조와 연락했다는 다른 여성들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양다리’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커뮤니티를 통해 쏟아진 폭로 내용으로 요약하면, 황의조는 당시 6개월 사귄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성과 교제했다. 

여자친구가 없는 식으로 행동하며 잠자리를 갖기도 했다. 폭로한 여성은 황의조가 하루아침에 연락처를 바꾸고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연락이 두절됐던 날, 황의조의 인스타그램에는 여자친구 사진이 게시되자, 해당 여성은 커뮤니티를 통해 황의조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폭로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대화 내용을 접한 뒤 “추접스럽긴 하네” “최악이다” 등의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당시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 선발된 상태였는데, 폭로로 인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잠잠하던 그는 다시금 스캔들의 중심에 섰다. 2021년 황의조는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 효민과 열애 중이라고 밝혔다. 지인의 소개로 친분을 유지하던 두 사람은 그해 11월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둘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연애했지만 열애설이 터진 지 약 두 달 만에 결별했다.

잤지만 사귀진 않았다?
양다리 피해자들 속출

당시 효민 측은 “부담되는 상황으로 자연스레 소원해졌다”고 이별을 공식화했다. 효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미심장한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호주에 체류 중에 그는 공책에 ‘그와 결혼할 바에는 차라리 죽을래요’라고 적힌 문장을 공개했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팬들은 황의조와 결별 후 심경을 표한 것 같다고 반응했다.

이후 효민은 게시물을 곧바로 삭제했다.

황의조는 숱한 사생활 논란이 있었지만, 선수로서 가진 재능은 남달랐다. 한국 축구선수 중 유럽 5대 리그서 한 시즌에 10골 이상을 기록한 몇 안 되는 선수기 때문이다. 185cm 장신으로 남다른 피지컬을 보유한 황의조는 2013년 성남 입단 후 2017년까지 K리그 통산 140경기에 출전해 35골 8도움을 기록했다. 이듬해 2018년 감바 오사카에 영입된 그는 J리그서 맹활약해 ‘커리어 반전’을 이루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는 7경기서 9골을 쏘아 올리며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축구 금메달을 안긴 영웅이 됐다. 이어 프랑스 1부 리그인 FC 지롱댕 드 보르도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2019~2020시즌 6골, 2020~2021시즌 12골, 2021~2022시즌 11골로 프랑스 리그1서 29골을 터뜨리며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노팅엄 포레스트로 팀을 옮긴 뒤, 바로 올림피아코스(그리스)로 임대 이적했다. 이때부터 그의 팀 내 입지는 흔들렸다. 당시 휴대폰 분실 이후 협박받은 것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예상된다. 6년 만에 K리그에 돌아온 그는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과거 여자들 
논란 재조명

FC 서울에 6개월 단기로 임대 영입된 그는 지난 2월 말 인천과의 경기서 2-1로 승리했다. 당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던 황의조는 “득점도 중요하지만, 팀 성적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공격수로서 골잡이에만 치중하지 않고, 팀플레이에도 주력하는 겸손한 선수였다. 활약만으론 부진하다고 지적할 순 없겠지만, 연속된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영국행은 불투명해졌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의조는 어떤 선수?

1992년 8월 28일 경기도 성남서 출생한 황의조는 황선홍-안정환-이동국-박주영에 이어 ‘대한민국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특히, 차범근, 박주영, 손흥민, 권창훈에 이어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유럽 5대 리그서 한 시즌에 10골 이상을 기록한 5번째 선수다.

특유의 움직임만큼이나 슈팅 능력, 특히 중거리 슛이 장점인 선수로 평가받는다.

J리그에서 맹활약한 덕분인지 일본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기도 하다.

평단에서는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에 황의조가 발탁되지 않은 것이 의외라고 할 만큼 실력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서 맹활약한 황의조는 7경기서 9골을 쏴올리며 결승전서 일본을 꺾었다.

J리그 시절 두터운 일본 팬을 확보한 덕에 크게 비난받진 않았다. 

특히 감바 오사카 팬들은 황의조가 보르도에서 출전하는 경기를 시청하면서 변함없는 응원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개인 운이 좋지만, 클럽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처음 입단한 성남 FC는 2016시즌에 강등당해 2부서 고군분투했고, 감바 오사카는 2018 시즌 강등권서 허덕일 때 그의 역할로 겨우 위기를 넘겼다.

FC 지롱댕 드 보르도는 2020~2021년 시즌부터 강등권에 맴돌다 다음 시즌에 팀 전체가 멸망했다. 

2022~2023년 시즌 이적한 올림피아코스 FC는 그리스 1강이라는 위상이 무색하게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FC 서울은 올해 상위권에 있지만, 황의조는 임대에 불과해 반 시즌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성남 FC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후에 친정팀 성남에 복귀해 은퇴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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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