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요시사>는 ‘일요신문고’ 지면을 통해 억울한 사람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아들이 유치원서 아동학대를 당한 사연입니다.
아동학대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살펴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동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각각 1233건, 129건, 237건으로 총 1559건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어린이집서 안전사고를 당한 아동의 수는 연평균 7940명이다.
“너무 아팠다”
아동학대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아동학대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 처벌법)은 아동복지시설이나 어린이집 등의 종사자가 보호 아동을 상대로 폭행·상해 등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량을 최대 50%까지 가중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현행 아동복지법은 어린이집 선생이 아동을 학대하면 원장까지 처벌할 수 있다. 가해 교사에 더해 원장까지 처벌하는 이유는 아동학대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를 엄격하게 감독하고 관리하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
물론 아동학대 현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긴 어렵다.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피해 아동이 어려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교사가 스스로 아동학대를 했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A씨와 유치원생 아들도 같은 일을 당했다. A씨의 아들 B군은 맞벌이 가정이어서 유치원 종일반을 다녔다.
지난 5월16일 오후 늦게 퇴근한 A씨는 B군의 하원을 돕는 도우미와 대화를 나눴다. B군의 팔에 생긴 상처 이야기였다. 도우미는 “B군 팔에 동그랗게 부어있는 상처가 있는데, 잇자국 같다. 한 번 확인해라”고 말했다. 실제 B군의 손목과 팔꿈치 사이에는 동그란 모양의 피멍이 있었다. 분명히 잇자국이었다.
팔에 생긴 붉은 잇자국
기막힌 담임교사 태도
A씨는 B군에게 상처가 왜 생겼는지 물었다. B군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선생님이 ○○(다른 원생)가 낸 상처라고 말하라고 했어. 그런데 선생님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유치원 알림장에 사진 2장을 첨부해 “선생님, B군의 팔에 잇자국이 있다. 혹시 누가 물었는지 알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는 충격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B군 유치원 보조 교사가 B군의 팔을 물었다는 것이다.
원장은 “내일부터 B군과 보조 교사를 분리시키겠다. 어린이집서 직접 보고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A씨는 B군에게 “선생님이 했던 행동을 나한테 해봐”라고 하자, A씨의 몸을 꽉 잡고 악을 쓰면서 압박했다. 너무 놀라 당시 어땠냐고 물었더니 “너무 아팠고, 너무 더웠다. 담임 선생님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속상한 마음을 토로했다.
B군이 당한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깨달은 A씨는 바로 원장에게 전화해 CCTV를 봐야겠다고 요구했다. CCTV 보존 기간은 5일이었다. A씨는 다음날 바로 유치원을 방문해 원장, 보조 교사, 담임, 수석교사, 경찰관과 CCTV 영상을 확인했다.
CCTV 영상에는 보조 교사가 ▲B군의 두 팔을 잡고 끌어다 교실에 내팽개쳤고 ▲다리로 B군의 다리 및 가슴을 압박하거나 ▲손으로 B군을 때렸고 ▲B군의 오른팔을 깨무는 등의 장면이 기록돼있었다.
더 기가 막힌 건 담임교사의 태도였다. 보조 교사가 B군을 학대하는 중에도 그는 학대를 말리지 않고 수업을 이어갔다. B군이 괴로워하며 소리를 질러도 누구 하나 나와 보지 않았다. B군이 기절하듯 두 다리를 뻗자, 보조 교사는 B군 몸 위에서 내려와 과자를 줬다.
경찰은 해당 사안을 심각한 아동학대 수준이라고 판단해 CCTV를 압수했다. 그 자리서 보조 교사는 이 같은 학대가 여러 차례 있었다면서 사과했지만, 담임교사는 사과하지 않았다.
“증거 확보 가장 선행돼야”
CCTV 보존 기간 고작 5일
문제는 이 사건 이후 유치원의 태도였다. 해당 유치원은 이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거나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A씨는 같은 반 아이들이 걱정돼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했다. 역시나 학부모들은 아동학대 사건을 알지 못했다.
B군이 보조 교사에게 학대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유치원 위원 학부모가 원장에게 다른 학부모에게도 사건을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원장은 위원 학부모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제지했다.
지난달 16일 경찰은 전수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유치원은 사과문을 돌렸지만, 누가 봐도 사과가 아닌 변명 같은 형태였다.
A씨는 “너무 끔찍해서 내 아이가 학대당하는 영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다 준비서면을 작성해야 해서 덜덜 떨면서 CCTV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보조 교사가 아이를 짓누르고, 팔로 내리치며 때리고, 아이가 절규하고, 팔을 비틀기도 했다”며 “이런 와중에 담임교사는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수업만 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친구가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업을 들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시간이 지난 후 아들에게 ‘선생님이 계속 아프게 했는데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상처받을까 봐’라며 한참을 울었다. 내 아들뿐 아니라 기관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사과 아닌 변명
한 아동학대 전문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어린이집, 유치원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이 많다. 우선 학부모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증거 확보가 어려우면 민사소송, 형사고소 등 법적 진행을 통해 추가 자료 확보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원장 외 담임교사나 보조 교사가 아동을 학대한 것으로 확인되면 일이 커지기 전에 조치를 하는 것이 좋다. 만약 학부모가 감정적으로 격앙되면, 아동학대 변호사인 대리인을 통해 소통해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게 좋다. 만약 학부모가 오해한 상황이면 허위 사실을 유포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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