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대한민국 뒤흔든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 전모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6: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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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많은 사회지도층의 '비뚤어진 자녀사랑'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태가 정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무총리 조카며느리와 재벌가 등이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자녀의 허위 국적 취득은 쉬워도 너무 쉬웠다. 자녀 '국적세탁'까지 하는 마당에 대학 등록금 2~3배가 넘는 학비는 국내 유력층 인사에게 '껌값' 수준이었다. 외국인학교에 한국인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현실 앞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지난 9월24일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태를 조사 중인 인천지검 외사부(김형준 부장검사)는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위조서류를 통해 자녀를 외국 국적으로 '국적세탁'을 한 혐의를 포착, 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 박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유력 가문
줄줄이 소환

박씨는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셋째 딸로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며느리다. 박씨의 남편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다.

조카며느리가 외국인학교 입학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자 김 총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국내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주고 중남미국가인 과테말라의 가짜여권을 만들어 국적을 허위로 취득한 뒤, 관련서류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외국인학교에 제출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의 부인인 박씨의 둘째언니도 같은 수법으로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박씨 언니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동생 박씨가 언니로부터 브로커를 소개받아 가짜여권을 만든 뒤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모 동화면세점 전무의 부인도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무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조카이며,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아들이다.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전직 국회의원의 며느리도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허위로 외국 국적을 취득,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월5일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과 부모에게 입학요건에 해당하는 외국 국적 허위 취득을 도와주고 돈을 받은 브로커들을 적발하면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을 본격 수사해왔다.

검찰은 사문서 위조·행사 등 혐의로 유학원 대표 A씨와 이민알선업체 대표 B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이민알선업체 대표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 강남 유학원 등 2~3곳을 압수수색해 관련자료를 분석했다.

재벌가 정관계 부유층 학부모들 줄소환 '충격'
외국인학교에 한국인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현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1인당 5000만원~1억원을 받고 자녀가 브라질·시에라리온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국가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현지 여권과 시민권 증서를 만들어준 혐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민알선업체 등을 통해 가짜여권을 만든 뒤 여권 사본만 입학서류로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킬 목적으로 A씨 등에게 서류 위조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나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내국인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브로커의 안내에 따라 중남미국가에 2~3일 단기 체류하면서 시민권 증서 위조와 여권을 발급받은 뒤 국내로 돌아와 국적을 포기하는 수법으로 부정입학 했다.

일부 학생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도 이들 나라의 위조여권을 구해 국적 포기 절차도 없이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A씨 등이 만든 가짜서류를 이용해 실제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확대했고 문제가 발생한 외국인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부정혐의가 있는 학생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어 가족관계 증명서를 통해 일일이 대조한 끝에 9월11일부터는 이들에게 돈을 주고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의뢰한 혐의로 학부모 60여 명을 집중 소환해 조사해 왔다.

2~3일 단기체류로
하루아침에 국적포기

수사 대상 학부모들은 재벌그룹 회장과 부회장의 아들, 며느리, 투자업체 대표, 골프장 소유주, 병원장 등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넘겨받은 서류들을 자녀가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하는 데 사용했다.

검찰은 1차 소환대상 학부모들을 매일 1~2명씩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이모 전 부회장 아들 내외,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이 모 변호사의 부인을 소환해 조사했고, D그룹 회장의 3남인 D중공업 상무와 부인 박모씨는, 부인 박씨의 몸이 아파 소환시기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L그룹 오너 일가 자녀도 곧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의 둘째 딸과 재벌가인 또 다른 H그룹 창업주 3세의 두 아들은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 유치원에 다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그만둔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외국에서 3년 거주'라는 외국인학교 입학요건에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씨는 "딸이 외국인학교에 지원해 다니기는 했지만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학교 측의 통보가 있어 그만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외국인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전씨 딸의 입학지원서류를 확보했다. 그러나 전씨와 부인인 탤런트 박상아씨가 조사대상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매일 몇 명씩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후 혐의가 확정되면 피의자로 신분을 바꿔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예정이다. 또한 검찰은 부정입학 혐의를 받고 있는 학부모들은 물론 부정입학 사실을 교육청에 통보해 해당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시킬 계획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학부모는 대체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고 싶었다"며 혐의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외국인학교 입학방법을 지인 등을 통해 전해 듣고 스스로 브로커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혐의 부인
검찰 혐의입증 자신

일부 학부모들은 유학원 형태의 회사 소속의 브로커들에게 자신들도 속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부모들이 외국 국적을 허위로 취득하면서까지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킨 점을 감안할 때 브로커에게 속아 자녀를 부정입학시켰다는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이메일과 현금거래 내역 등을 통해 혐의 입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정입학 사실이 확인된 학생의 부모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브로커가 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서류를 위조한 사실을 학부모가 함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사문서 위조·행사 공모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 학교는 모두 51곳, 이 중 실제 운영 중인 학교는 49곳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49개 학교의 한 해 평균 학비는 1618만원. 국내 대학들의 1년 등록금 평균은 670만원으로 2.4배가 비싸다.


부정입학 정황이 드러난 덜위치칼리지서울영국학교의 경우 1년 학비는 3449만원이고 이 중 수업료는 2400만원이다. 역시 부정입학 수사선상에 오른 서울드와이트외국인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생 수업료가 2290만원, 중·고등학생 수업료는 2385만원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 내 청라달튼외국인학교는 수업료 1200만원, 입학금 300만원, 스쿨버스비 240만원, 식비 80만원, 기숙사비 800만원 등 모두 262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황식 총리 조카며느리까지 비리폭풍 휩싸여
"돈이면 뭐든 해도 괜찮다는 천박한 윤리의식"

외국인학교들은 학비가 비싼 이유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교사들의 높은 임금수준을 든다. 또한 각 외국인학교는 보통 교사 1명당 학생수가 10명 안팎이고 최신식·최첨단 강의실과 값비싼 기자재 등이 갖춰져 있는 것도 이에 한몫 한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학교를 자연스럽게 국내 부유층 인사 자녀들의 해외 조기유학 대체제로 변질시켰다. 실제로 전국 외국인학교의 한국인 학생 입학제한비율이 30%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학생보다 한국인학생이 더 많은 곳이 전체 24.5%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월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경우 현원 106명 중 한국인 학생이 무려 89명(84%)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기 의정부 소재의 인디안헤드외국인학교 역시 현원 28명 중 31명(81.6%)이 한국인 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외국인학교는 현원 84명 중 67명, 하이메르 국제학교는 현원 206명 중 145명, 지구촌기독외국인학교는 현원 56명 중 39명이 한국인 학생이었다.

김 의원은 "외국인학교가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특권교육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유학 보내지 않고도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고 해외대학 입학에 유리하다 보니 토익 준비한다며 밤새워 공부할 필요 없다. 서민들에게 주는 위화감과 박탈감은 자못 크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면 뭐든 해도 괜찮다는 천박한 윤리의식과 행태는 사회기강 차원에서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된다"며 "관련 학교와 관리책임자를 엄중히 징계하고 다른 외국인 학교들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도 김 총리 인척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을 지적했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김 총리 조카며느리 검찰 소환 조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월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을 통할하고 공직자들의 표상이 돼야할 국무총리의 친인척이 연루됐다는 점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민들에게 주는
위화감과 박탈감

또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김 총리의 주변마저 이러한데 과연 공직자와 부유층의 부정입학 실태는 얼마나 될지 국민은 허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외국인학교 입학 비리는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만연해있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또 "정권교체기를 맞아 공직자들 또한 구시대와 절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직기강 확립차원에서 김 총리의 입장표명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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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