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대한민국 뒤흔든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 전모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6:00:41
  • 댓글 0개

돈만 많은 사회지도층의 '비뚤어진 자녀사랑'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태가 정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무총리 조카며느리와 재벌가 등이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자녀의 허위 국적 취득은 쉬워도 너무 쉬웠다. 자녀 '국적세탁'까지 하는 마당에 대학 등록금 2~3배가 넘는 학비는 국내 유력층 인사에게 '껌값' 수준이었다. 외국인학교에 한국인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현실 앞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지난 9월24일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태를 조사 중인 인천지검 외사부(김형준 부장검사)는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위조서류를 통해 자녀를 외국 국적으로 '국적세탁'을 한 혐의를 포착, 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 박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유력 가문
줄줄이 소환

박씨는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셋째 딸로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며느리다. 박씨의 남편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다.

조카며느리가 외국인학교 입학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자 김 총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국내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수천만원의 돈을 주고 중남미국가인 과테말라의 가짜여권을 만들어 국적을 허위로 취득한 뒤, 관련서류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외국인학교에 제출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의 부인인 박씨의 둘째언니도 같은 수법으로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박씨 언니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동생 박씨가 언니로부터 브로커를 소개받아 가짜여권을 만든 뒤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모 동화면세점 전무의 부인도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무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조카이며,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아들이다.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전직 국회의원의 며느리도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허위로 외국 국적을 취득,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9월5일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과 부모에게 입학요건에 해당하는 외국 국적 허위 취득을 도와주고 돈을 받은 브로커들을 적발하면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을 본격 수사해왔다.

검찰은 사문서 위조·행사 등 혐의로 유학원 대표 A씨와 이민알선업체 대표 B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이민알선업체 대표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 강남 유학원 등 2~3곳을 압수수색해 관련자료를 분석했다.

재벌가 정관계 부유층 학부모들 줄소환 '충격'
외국인학교에 한국인이 더 많은 아이러니한 현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1인당 5000만원~1억원을 받고 자녀가 브라질·시에라리온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국가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현지 여권과 시민권 증서를 만들어준 혐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민알선업체 등을 통해 가짜여권을 만든 뒤 여권 사본만 입학서류로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킬 목적으로 A씨 등에게 서류 위조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나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내국인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브로커의 안내에 따라 중남미국가에 2~3일 단기 체류하면서 시민권 증서 위조와 여권을 발급받은 뒤 국내로 돌아와 국적을 포기하는 수법으로 부정입학 했다.

일부 학생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도 이들 나라의 위조여권을 구해 국적 포기 절차도 없이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A씨 등이 만든 가짜서류를 이용해 실제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확대했고 문제가 발생한 외국인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부정혐의가 있는 학생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어 가족관계 증명서를 통해 일일이 대조한 끝에 9월11일부터는 이들에게 돈을 주고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의뢰한 혐의로 학부모 60여 명을 집중 소환해 조사해 왔다.

2~3일 단기체류로
하루아침에 국적포기

수사 대상 학부모들은 재벌그룹 회장과 부회장의 아들, 며느리, 투자업체 대표, 골프장 소유주, 병원장 등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넘겨받은 서류들을 자녀가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하는 데 사용했다.

검찰은 1차 소환대상 학부모들을 매일 1~2명씩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이모 전 부회장 아들 내외,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 이 모 변호사의 부인을 소환해 조사했고, D그룹 회장의 3남인 D중공업 상무와 부인 박모씨는, 부인 박씨의 몸이 아파 소환시기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L그룹 오너 일가 자녀도 곧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의 둘째 딸과 재벌가인 또 다른 H그룹 창업주 3세의 두 아들은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 유치원에 다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그만둔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외국에서 3년 거주'라는 외국인학교 입학요건에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씨는 "딸이 외국인학교에 지원해 다니기는 했지만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학교 측의 통보가 있어 그만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외국인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전씨 딸의 입학지원서류를 확보했다. 그러나 전씨와 부인인 탤런트 박상아씨가 조사대상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매일 몇 명씩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후 혐의가 확정되면 피의자로 신분을 바꿔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예정이다. 또한 검찰은 부정입학 혐의를 받고 있는 학부모들은 물론 부정입학 사실을 교육청에 통보해 해당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시킬 계획이다.


검찰 조사를 받은 학부모는 대체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고 싶었다"며 혐의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외국인학교 입학방법을 지인 등을 통해 전해 듣고 스스로 브로커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혐의 부인
검찰 혐의입증 자신

일부 학부모들은 유학원 형태의 회사 소속의 브로커들에게 자신들도 속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부모들이 외국 국적을 허위로 취득하면서까지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킨 점을 감안할 때 브로커에게 속아 자녀를 부정입학시켰다는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이메일과 현금거래 내역 등을 통해 혐의 입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정입학 사실이 확인된 학생의 부모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브로커가 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서류를 위조한 사실을 학부모가 함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사문서 위조·행사 공모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 학교는 모두 51곳, 이 중 실제 운영 중인 학교는 49곳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49개 학교의 한 해 평균 학비는 1618만원. 국내 대학들의 1년 등록금 평균은 670만원으로 2.4배가 비싸다.


부정입학 정황이 드러난 덜위치칼리지서울영국학교의 경우 1년 학비는 3449만원이고 이 중 수업료는 2400만원이다. 역시 부정입학 수사선상에 오른 서울드와이트외국인학교는 유치원과 초등학생 수업료가 2290만원, 중·고등학생 수업료는 2385만원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 내 청라달튼외국인학교는 수업료 1200만원, 입학금 300만원, 스쿨버스비 240만원, 식비 80만원, 기숙사비 800만원 등 모두 262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황식 총리 조카며느리까지 비리폭풍 휩싸여
"돈이면 뭐든 해도 괜찮다는 천박한 윤리의식"

외국인학교들은 학비가 비싼 이유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교사들의 높은 임금수준을 든다. 또한 각 외국인학교는 보통 교사 1명당 학생수가 10명 안팎이고 최신식·최첨단 강의실과 값비싼 기자재 등이 갖춰져 있는 것도 이에 한몫 한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학교를 자연스럽게 국내 부유층 인사 자녀들의 해외 조기유학 대체제로 변질시켰다. 실제로 전국 외국인학교의 한국인 학생 입학제한비율이 30%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학생보다 한국인학생이 더 많은 곳이 전체 24.5%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월22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경우 현원 106명 중 한국인 학생이 무려 89명(84%)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기 의정부 소재의 인디안헤드외국인학교 역시 현원 28명 중 31명(81.6%)이 한국인 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외국인학교는 현원 84명 중 67명, 하이메르 국제학교는 현원 206명 중 145명, 지구촌기독외국인학교는 현원 56명 중 39명이 한국인 학생이었다.

김 의원은 "외국인학교가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특권교육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유학 보내지 않고도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고 해외대학 입학에 유리하다 보니 토익 준비한다며 밤새워 공부할 필요 없다. 서민들에게 주는 위화감과 박탈감은 자못 크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면 뭐든 해도 괜찮다는 천박한 윤리의식과 행태는 사회기강 차원에서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된다"며 "관련 학교와 관리책임자를 엄중히 징계하고 다른 외국인 학교들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도 김 총리 인척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을 지적했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김 총리 조카며느리 검찰 소환 조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월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을 통할하고 공직자들의 표상이 돼야할 국무총리의 친인척이 연루됐다는 점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민들에게 주는
위화감과 박탈감

또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김 총리의 주변마저 이러한데 과연 공직자와 부유층의 부정입학 실태는 얼마나 될지 국민은 허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외국인학교 입학 비리는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만연해있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또 "정권교체기를 맞아 공직자들 또한 구시대와 절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직기강 확립차원에서 김 총리의 입장표명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