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배짱영업' 속셈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02 1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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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값 과태료' 비웃는 미국 유통공룡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미국계 유통기업 월마트와 프랑스계 유통기업 까르푸는 한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견디다 못해 일찌감치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영국계 홈플러스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그나마 한국 땅에 살아남았다. 그만큼 한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곳.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 코스트코는 배짱을 부려도 너무 부리고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코스트코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한국 실정법을 위반한 채 '배짱영업'을 계속 강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월 2회 휴무를 규정한 유통산업발전법과 매달 둘째·넷째 일요일에 영업하지 않기로 한 서울시 의무휴업일 조례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나선 것이다.

코스트코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던 지난달 9일에 이어 23일에도 서울지역 3개 매장 등 전국 8개 매장에서 영업을 재개했다. 앞서 지난달 7일에는 영등포구청 등 지자체에 "영업규제는 위법하므로 더는 적용할 수 없다"며 휴일 영업을 재개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코스트코 홈페이지에도 휴무일은 신정·설날·추석으로만 표시돼 있고, 일요일은 정상 영업한다고 안내돼 있다.

'껌값'된 과태료

이 같은 코스트코의 영업 강행 방침은 지자체와의 충돌을 불러왔다. 지난달 23일 서울시는 두 번에 걸쳐 휴일 영업을 강행한 코스트코에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달 9일 서울시와 중랑, 영등포, 서초 3개 자치구도 의무휴업일 제도를 따르지 않은 코스트코 세 개 영업점에 각각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의무휴업일 영업행위를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징벌적 과태료와 자제 요청이 전혀 먹혀들지 못하고 있다. 코스트코 전 세계 매장 가운데 매출규모가 가장 큰 코스트코 서울 양재점의 경우 휴일 하루 매출이 13억∼15억원에 이를 정도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데 그에 비해 과태료 3000만원은 그야말로 '껌값'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과태료를 다 내면서 영업을 하는 게 업체로선 훨씬 이익인 셈.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코스트코가 지난달까지만 해도 의무휴업일을 군말 없이 지켜오다 태도를 바꾼 것은 추석 대목 때문 아니겠느냐"며 추석이 다가오자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억지로 지난 판결을 끌어와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추석을 앞둔 휴일은 전체 추석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코스트코 입장에서는 과태료를 내더라도 영업을 하는 게 훨씬 남는 장사"라며 "영업정지 등 더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코스트코의 막무가내식 일방통행은 다른 대형마트들의 입장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지자체 차원의 대응을 넘어 대선후보가 직접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혹여나 비난 여론이 확산돼 자신들에게까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그들에 따르면 바짝 몸을 사려야 할 시기에 외국계 기업이 끼어들더니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있다는 것.

서울시 의무휴업일 조례 위반…정상영업 강행
벌금 수천만원 부과해도 이익 더 많아 버티기

특히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법원에 영업제한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의무휴업일에 영업을 재개하고 있는 국내 대형마트들은 코스트코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얻기'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지자체로부터 과태료 등의 조치를 받더라도 영업을 재개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 "코스트코가 해당 지자체에 영업재개 공문까지 보낸 것을 보면 휴일영업을 장기화하려는 의도가 않니겠느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리 업체는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은 의무휴업일을 준수하고 있다"며 "그동안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공정거래위원회나 동반성장위원회의 규제에서도 빠져있던 코스트코가 이번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넘어간다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코스트코는 지난달 9일 회원 안내문에서 "우리는 조례를 존중해 어떤 법적 쟁송도 제기하지 않고 6주 동안 격주로 일요일에 문을 닫았지만, 다른 대형마트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법률은 유사한 당사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최근 법원 판결들에 비춰볼 때, 다른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휴일 영업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스트코의 주장은 한쪽 부분만을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국의 각 매장들은 조례 제정 절차 등을 문제 삼아 관할 법원에 영업제한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지난 6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의무휴업일에 영업을 재개한 것은 사실이다. 소상공인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전국 229개 지자체 가운데 106개 지자체의 조례가 무효가 됐다. 법원이 일요일 휴무를 강제한 지자체 조례에 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중소상인 보호'라는 취지는 인정하되 절차의 위법성만을 지적했기 때문에 현재 각 지자체는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는 조례 개정을 진행 중이다. 이미 광주광역시와 전북 전주 등은 이미 조례 개정을 마치고 다시 일요일 영업을 금지한 상태다. 또 조례 절차에 하자가 없던 것으로 나타난 지자체들의 대형마트들은 의무휴일을 준수하고 있다.

현재 이마트의 경우 성북구 미아점을 비롯해 하월곡점, 제주점, 신제주점, 서귀포점, 순천점 등 전국 7곳이 휴무일을 지키고 있고 롯데마트도 제주점과 정읍점은 조례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만만하나

이를 두고 중랑구청 관계자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조례가 집행정지됐지만, 절차상의 문제가 지적돼 단기적으로 효력이 정지된 것일 뿐 조례 자체는 아직도 유효하다"며 "집행정지는 가처분 신청의 원고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코스트코는 기존 조례를 그대로 적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기존 입장도 번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바로 자체 발간하는 <커넥션 매거진> 최신호에 실린 '의무휴업에 대한 코스트코의 입장'이라는 글에서 "당사는 해당법률에 따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짐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성공비결로 '법에 대한 복종'을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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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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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