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진짜 월드스타 싸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6: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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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품고 금의환향…이젠 말타고 세계로 '쭉쭉'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싸이가 내한했다." 한국가수 임에도 내한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그 정도로 '컸다'는 얘기다. 연일 '도배'다 싶을 정도로 싸이의 소식이 넘쳐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빌보드 차트 1위도 그리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가 싸이의 3주간 미국 활동과 예상되는 행보를 집중 조명해 봤다.

지난 9월4일 싸이(본명 박재상)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불과 50여 일 만에 한국 콘텐츠 중 처음으로 조회수 1억 건을 넘어섰다. 한국가수로는 최초이며, 최단기간 최고누적 조회수로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말을 타고 경쾌하게 달리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강남스타일의 코믹안무는 각종 패러디물로 제작돼 계속 쏟아졌고 전 세계 내로라하는 스타들까지 이 춤을 따라 추는 등 전 세계가 ‘말춤’ 열풍에 휩싸였다.

한국가수 최초
유튜브 1억 돌파

미국 음악전문지 <롤링 스톤>은 9월5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금주의 승자'로 선정했다. <롤링 스톤>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게재하며 유튜브에서 1억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사실을 전했다.

그 무렵 싸이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소속된 아일랜드 데프잼 레코딩스와 계약을 맺었다. 아일랜드 데프잼 레코딩스는 저스틴 비버 뿐만 아니라 본조비, 머라이어 캐리, 니요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소속돼 있다. 이로써 싸이는 미국 전역에 자체 배급망을 갖추고 현지 주류 음악 시장에 막강한 홍보 네트워크를 갖춘 회사를 세계 진출의 발판으로 갖게 됐다.


3주간의 싸이 미국 활동은 6일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2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 시상식에서 시작됐다. 사회자 케빈 하트와 함께 말춤을 추며 무대에 등장한 싸이는 하트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했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한국어로 "너무 행복하다. 이 무대에서 한번쯤은 한국말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죽이지"라고 말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강남스타일에 중독됐다"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던 케이트페리는 이날 시상식에서 싸이에게 기습 뽀뽀를 하기도 했다. 여러 매체들이 스테이플스센터를 찾은 싸이를 취재했고 싸이는 능숙하게 춤추는 노하우를 설명했다.

9월10일에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진행자 라이언 시크레스트 KIIS FM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라이언은 이날 싸이를 '한국의 래퍼이자 강남스타일로 유튜브 센세이션을 일으킨 스타'라고 소개하며 싸이의 음악적 배경 및 활동 계획 등을 전했다.

'강남스타일' 3주간 활동 미주 전역 매료
각국 모시기 경쟁 "몸 열 개라도 모자라"

싸이는 강남스타일 노래에 담긴 춤 뿐 아니라 노랫말의 의미를 설명함과 동시에 자신이 쌍둥이 아빠이자 한국에서의 인기, K팝 열풍에 대해 소개했다. 싸이는 이날 라이언으로부터 콘서트 초대를 받기도 했다. 라이언은 자신이 호스트인 '아이허트' 페스티벌을 언급하며 공연에 나와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싸이는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 매니저는 스쿠터 브라운이 아니라 당신이다"라며 유쾌하게 화답했다.

9월11일에는 NBC TV <엘렌쇼>에 출연,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아메리칸 아이돌의 독설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 등과 신나는 무대를 연출했다.

엘렌쇼는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비욘세와 마돈나, 저스틴 비버, 어셔,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미국 최고의 톱스타들이 등장한 미국 지상파 NBC의 간판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의 인기는 지난해 종영한 <오프라 윈프리 쇼>에 견준다.


기세를 이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9월12일 밤 미국 아이튠즈 종합차트에서 8위를 차지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13일 오전에는 7위에 올랐다. 미국 진출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차트 18위에 랭크되며 최고 성적을 냈는데 불과 5일 만에 그 기록을 갱신했다. 한국인 사상 처음 '톱 10'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미국 팝스타와
신나는 무대 연출

아이튠즈 종합차트는 미국 팝 유료 음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다. 이를 감안하면 경이로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저스틴 비버와 알리샤 키스보다 높은 순위였다.

빌보드 메인차트에도 진입했다. 싸이 강남스타일은 9월14일 발표된 미국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빌보드 핫100'에서 64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랭킹 차트인 '빌보드'의 메인 차트는 싱글차트에 해당하는 '빌보드 핫100'과 앨범차트인 '빌보드200' 두 가지를 꼽는다.

이로써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국가수 중 최고 높은 순위를 기록하게 됐다. 싸이에 앞서 원더걸스가 2009년 10월 '노바디'의 영어버전으로 76위를 기록한 바 있다.

같은 날 싸이는 미국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을 사로잡았다. 뉴욕 맨해튼 록펠러 광장에서 라이브로 전역에 생중계된 NBC <투데이쇼>에 출연해 강남스타일을 열창했다.

식전 간단한 인터뷰를 마친 뒤 싸이는 무대에 올라 시작부터 특유의 퍼포먼스 기질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이날 광장에 모인 1000여 명의 미국인과 한국인들로 보이는 동양인들은 한국말로 '사나이' '오빤 강남스타일' 등을 따라 외치며 싸이의 노래에 동참했다. 노래가 끝난 뒤 싸이는 사바나 구드리, 앨 로커 등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즉석에서 말춤을 알려주기도 했다.

꿈 같은 빌보드 1위 '눈앞'
잠시 국내 활동 후 다시 출국

싸이의 광폭 행보는 그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9월15일 밤 11시 30분에 방영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이하 SNL)에 깜짝 게스트로 출연한 것. SNL은 미국에서 30년 넘게 사랑 받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톱스타들이 매회 쇼 진행자 겸 주인공으로 나선다. 최근 국내 방송사인 tvN에서 <SNL 코리아>를 제작해 방송하고 있어 더욱 친숙한 프로그램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미국 유명 코미디언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유재석, 노홍철로 변신해 말춤과 저질 댄스를 보여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는 실제 싸이가 나와 능숙한 말춤과 표정 연기를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9월18일에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수 2억뷰를 기록했다. 1억뷰를 돌파 한지 15일 만에 거둔 쾌거다. 이틀 뒤인 9월20일에는 빌보드 핫100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미국 MLB 경기장도 점령했다.


미국 LA에 위치한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와의 경기 중 일부 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왔다. 이 영상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장내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왔다.

MLB 경기장까지
점령한 강남스타일

노래가 나오자 지인들과 함께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한 싸이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춰졌고 싸이는 즉석에서 말춤을 선보여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구장을 찾은 5만여 명의 관중도 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강남스타일의 글로벌한 인기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당초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도 전광판에 함께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경기 시간 탓에 노래만 흘러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싸이는 지난 9월21일 밤에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아레나에서 열린 '아이하트라디오 뮤직페스티벌 2012' 첫날 공연에 출연해 강남스타일을 열창하기도 했다. 이날 무대에는 리한나, 노 다웃, 본조비, 어셔, 에어로스미스, 린킨파크, 핑크, 테일러 스위프트 등 미국의 유명가수들이 공연을 펼쳤고 싸이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9월24일에는 유튜브 조회수 2억5000만을 넘기고 클릭수 250만 건을 돌파하며 저스틴 비버가 갖고 있던 최고 기록을 100만 건 이상 뛰어넘었다. 영국의 오피셜 차트 컴퍼니에서 영국 차트 싱글 부문 3위에 올랐고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30여 개 국가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미국 일정을 소화하던 싸이는 9월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라마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엔 200여 명의 국내 취재진을 비롯해 70여 명의 외신 기자들까지 몰려들어 싸이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국민들 용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싸이는 "이미 가수로서의 꿈을 이룬 것 같다"며 "지금 여기서 멈춰버려도 한이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미국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소감을 밝혔다.

싸이는 "바람이 있다면 외국 팬들에게 '한국에서 온 이상한 애'가 아닌 한국 가수들이 정말 잘 노는구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특히 싸이는 이 같은 성공이 국민들의 성원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했다. 싸이는 "지난 12년 동안 가수를 접을 뻔한 일도 있었고 국민들이 저를 받아들이시지 않을 뻔한 적도 있었다"며 "만약 국민들의 용서가 없었다면 강남스타일도 못 내고 오늘의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싸이는 "외모뿐 아니라 나의 정신과 사상 모든 것이 동양인이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한국 가수로 승부를 보고 있다"며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응원으로 느끼려고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빌보드 1위를 한다면 어떤 공약을 내세울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싸이는 "만약 1위를 한다면 장소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많은 시민분들이 관람할 수 있는 곳에 무대를 설치하고 상의 탈의 후 강남스타일 공연을 하겠다"는 깜짝 공약을 전하기도 했다. 싸이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2억7000만뷰를 돌파했다.

싸이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내 스케줄 소화에 나섰다. 먼저 인기리에 방송 중인 Mnet <슈퍼스타 K4>의 생방송 경연을 앞두고 있다. 싸이는 <슈퍼스타 K4>에서 냉철한 쓴소리와 아낌없는 칭찬을 오가는 심사로 이승철과 차별화에 성공해 전임자 윤종신의 빈자리를 잘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무대에서의 '글로벌 경험'까지 더해져 참가자들에게 값진 조언을 건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슈퍼스타 K4> 제작진도 싸이의 스케줄에 차질이 없도록 힘을 모아 줄 계획이다.

열띤 취재열기
진정한 국제스타

오는 6∼7일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롯데의 밤' 행사에 출연하고 11일엔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제93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에도 참석한다. 광고 촬영 일정도 넘친다. 이미 10여 개가 예정돼 있다. 싸이는 보름에 걸쳐 국내 일정을 소화한 뒤 10월 중순에는 다시 미국을 방문, 11월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MTV 유럽 뮤직비디오 어워즈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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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