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트로트 가수 한우경.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다. 1985년 ‘이별의 터미널’이란 곡으로 한국에서 데뷔했지만 이후 20여년 동안의 장기간 일본 활동으로 인해 일본인 사이에서 더 유명한 가수가 됐다. 국악을 기반으로 한 전통 트로트를 고수하는 한우경. 그가 27년 만에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전통가요로 한국에서의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트로트는 인생이에요.”
전통 트로트 가수 한우경은 트로트의 매력에 대한 질문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는 80년대 중반 정풍송 선생의 독집을 통해 성인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후 약 2년 후인 1988년에 일본으로 진출했다. 지인의 요청으로 무작정 건너간 일본 활동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의사소통의 한계와 문화 차이 등으로 연신 외로움과 사투를 벌였다.
떡잎부터 알아본 재능
“지인의 부탁으로 일본에서 노래 한 번 불렀다가 엉겁결에 일본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일본 소속사 관계자가 제 창법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아요. 제 창법이 국악에서 비롯된 창법이라서 조금 생소할 수도 있거든요. 그 계기로 일본에서 수월한 활동이 가능하게 됐어요. 심지어 일본에서 유명한 ‘의리의 남성’을 표현한 노래를 일본인도 아닌 한국인인 제가 맡아서 하게 됐으니 말 다했죠. 하하.”
부모의 장점을 이어 받아 어릴 때부터 노래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그는 경기민요를 시작으로 음악에 입문했다. 이후 전통미가 고스란히 묻어난 전통가요에 매료된 한우경은 20년이 넘는 일본 활동에서 순수 한국 전통음악을 널리 알렸다. 그는 일본 관객들 앞에서 일본어로 노래를 할 때도 항상 한복을 잘 차려입고 노래를 불렀으며,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음에도 항상 애국심과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원래 해외에 있을 때 애국심이 더 생긴다고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일본에 있을 때 우리나라 전통 고유의 문화를 알리려했어요. 당시 한국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었던 일본인들에게 매일 같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려고 꾸준히 노력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한우경은 일본 성인음악시장과 달리 한국 성인음악시장이 좀처럼 호전되지 못하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80∼90년대 한국음악시장은 트로트 가요의 성행으로 성인가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았다.
1985년 데뷔 이후 20년간 일본서 활동
국악 기반 심금 울리는 전통가요 고수
반면 현재,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수많은 음악장르가 국내에 도입됐고 아이돌이 무대와 음악시장 모두를 점령하는 형태로 점차 바뀌게 됐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음악시장이 변하면서 성인 가수들의 입지도 자연스럽게 좁아지게 된 것이다. 이어 그는 국내 트로트의 형태도 전통트로트에서 점점 퓨전 트로트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라 전통고유의 가락을 잃어간다는 데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반면 한우경은 일본의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전통가요를 계승시켜가는 점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시대가 흐르고 바뀌어도 오랜 시간 이어져온 고유문화는 사라지지 않아요. 현재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에서도 전통멜로디가 조금씩 남아있는 것 처럼요.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한국의 고유음악 국악을 바탕으로 한 전통트로트가 유네스코에도 선정됐으면 좋겠어요.”
20여 년 동안의 일본 활동 중 받은 15여 개에 달하는 트로피와 더불어 지난 2002년 국내에서 개최한 MBC <향토가요제>에서도 대상을 수상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한우경은 오는 10월, 일본의 예능교류협회와 함께 베트남에서 한국 대표로 대대적인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더불어 20년 만에 정식 앨범을 들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홍보활동에 매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평생 대중 앞에 노래하면서 30년 이상 고수해 왔던 전통가요를 계승하는 게 제 꿈이에요. 무엇보다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무대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또 한 가지 소망은 고유전통 가락을 전수해주신 어르신들을 위해 자선공연도 펼치고 싶습니다.”
전통가요 계승이 꿈
갈수록 침체되어가고 있는 성인가요. 수많은 음악 장르 중 하나인 트로트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 그는 과거 리사이틀 체제의 부활과 성인가수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무대·극장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화려한 비트와 기계음으로 도배된 현대 음악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한우경. 그의 당찬 포부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전통트로트가 한국 대중의 눈과 귀를 매료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