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누군가 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바라보았을 때 이성과 눈이 마주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혹시 나를 좋아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또 편의점서 친절하게 대해주는 아르바이트생을 보고 벌써 결혼식과 자녀계획을 세우는 만년 솔로 친구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우리는 ‘금사빠’ 또는 ‘도끼병’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금사빠도 정도가 심해지면 망상증으로 번져 정신질환으로 분류된다고 하는데요.
바로 ‘드 클레랑보 증후군(De Clérambault's Syndrome)’이라고 합니다.
드 클레랑보 증후군은 타인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 망상증의 한 종류로 1921년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인 가에탕 가시앙 드 클레랑보에 의해서 최초로 발표됐는데요.
프랑스의 한 50대 여성이 당시 영국의 국왕이었던 조지 5세가 자신을 사랑한다며 주변에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녀는 버킹엄 궁전의 커튼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조지 5세가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조지 5세는 그녀의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 사례서 드 클레랑보는 타인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망상하는 병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병의 무서운 점은 상대방이 이 사실을 눈치채고 거부하거나 화를 내도 ‘다른 사람들에게 관계가 들킬까 봐 부끄러워서‘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이 기혼자거나 애인이 있어도 아무 상관이 없으며, 어떤 이유가 있어도 모두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공식으로 귀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증상은 영화 소재로 많이 쓰였습니다.
할리웃 영화 <조커>서도 이 증후군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주인공 ‘아서 플렉’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망상을 했고 어머니 ‘페니 플렉’도 같은 증상을 앓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소재로만 국한된 내용이 아닙니다.
실제로 드 클레랑보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의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련 사례를 살펴보면, 주변서 가끔 오랜 솔로 기간으로 연애 세포가 모두 말라 죽어 호감인지 호의인지 구분 못 하는 친구들에게서 가끔 발견되지만, 문제는 이런 착각이 점점 심해져 범죄까지 이어진다는 것인데요.
대표적으로 스토킹 범죄가 있습니다.
특히 매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연예인, 인플루언서와 같은 경우에는 스토킹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수 성시경은 한 여성으로부터 ‘성시경이 나를 스토킹하고 있다’는 주장에 시달렸습니다.
그녀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과 관련된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청원까지 올렸습니다.
인터넷 방송인 릴카의 경우, 2019년부터 3년간 한 남성으로부터 스토킹에 시달렸습니다.
이후 2021년 10월21일에 스토킹법이 개정된 뒤 경찰에 신고해 법적인 처벌을 받게 했습니다.
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을 때 ‘릴카는 나를 알기 때문에 봐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스토킹하면서 자신과 유대가 깊어지며 사랑하는 사이라는 망상이 더욱 깊어지다가 질투 또는 배신감 등으로 번져 상대방을 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망상과 관련된 행동 외에는 티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또 주변 사람들이 병을 발견하더라도 당사자는 병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증세가 더욱 악화돼 치료가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치료 방법은 상담과 약물치료를 권장하고 있으며 가해할 위험이 높은 경우 입원 및 격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이 망상장애 환자들을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 70% 정도의 환자가 회복되거나 증상이 감소했으나 나머지 30% 정도의 환자는 증상의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저 도끼병의 일환으로 치부하며 가벼이 농담으로 주고받던 증상이 사실 심각한 정신병으로 번진다는 게 무섭게 다가오는데요.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망상장애의 유병률은 0.2%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니 여러분들의 주위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안전하게 다가오는 로맨스를 즐기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기획: 임동균
구성&편집: 임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