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감청 문건 위조’ 대통령실 거짓말 논란

눈치 보고 섣부른 판단 엎어진 외교 자업자득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통령실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우크라이나 무기 우회 수출 논란이 단초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뒤틀리면서 외교 갈등까지 자초했다. 최근 미국 정보당국이 작성한 도·감청 문건에 대해 ‘위조’라는 주장도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정작 당사자인 미국 정부가 문건이 진본이라고 시인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결단을 외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 가고 있으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실상은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다. 외교 문제에 자충수를 두고 정작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문건과 우크라이나 무기 우회 수출 문제가 대표적이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실의 대처다. ‘노코멘트’라며 침묵만 지키고 있다.

조작됐다고?
문건은 진본

미 정보당국이 도·감청을 통해 작성한 문건 내용은 지난달 1일, 김성한 전 대통령실 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방식을 논의한 게 골자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무기 제공을 압박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나눈 대화 내용이다.

당시 김 전 실장은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우크라이나에 신속하게 탄약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폴란드에 155mm 포탄 33만 발을 판매하는 방안을 제안하자”고 이 전 비서관에게 말한 것으로 돼있다.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을 직접 지원하는 대신 폴란드로 수출해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대화가 있기 사흘 전인 2월27일 작성된 또 다른 미국 기밀 문건에는 한국산 155mm 포탄을 운송(delivery)하는 방법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있다. 해당 문건의 제목은 ‘대한민국 155mm 포탄 33만발 운송 일정’으로 돼있다.


문서에는 시행명령(EXORD) 10일(D+10) 이후부터 45일(D+45)까지 매일 항공편으로 4700여발씩을 수송하는 것으로 적혀 있다. 항공편으로 포탄을 수송하려는 것은 김 전 실장의 대화록에 나온 것처럼 미국이 신속하게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밀문서에는 이스라엘에 보관 중인 미군 전시비축 포탄 8만8000발을 더해 시행명령 1개월 내에 18만3000발을 목적지에 전달한다는 계획도 포함돼있다. 시행명령 후 27일 이후, 37일 이후에는 경남 진해항에서 수송선 한 척씩을 출항시켜 시행명령 72일 이후까지 모든 포탄 운송을 끝낸다는 일정도 언급됐다.

해당 문건에는 한국 포탄의 운송 목적지는 독일 노르덴함항으로 표시돼있다. 노르덴함항은 독일 브레멘 북부의 항구로 베스터강 하구에 조성된 군사 병참항구다.

미 육군에 따르면 노르덴함항은 2차 대전 때부터 유럽 주둔 미 육군이 사용해온 사설 항구로 설명돼있다. 21전구지원사령부 산하 16여단의 지휘를 받는 곳으로, 강 건너편 브레멘하벤항과 함께 미군의 무기를 유럽으로 반입 또는 반출하는 전략항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정보당국 ‘우크라 우회 지원’ 내용 파악
잡힌 문건 유출 당사자 “모두 위조·조작”

독일에 위치한 항구지만 미군이 실질적으로 점유 중인 군사항인 셈이다. 두 문건의 핵심 내용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한국산 155mm 포탄의 구체적인 물량을 할당해 한국에 지원 요청을 했고, 한국은 이를 거절하기 어려워 폴란드로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등 도감청 의혹 정황에 대해 ‘위조된 정보’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도감청으로 드러난 정보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BS는 지난 9일, 국가안보실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걸 고심했다는 내용의 기밀문건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 정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에는 기밀 표시와 함께 자세한 수송 계획이 표로 작성돼있다.

한국서 생산한 155mm 포탄 33만발을 수송하는 계획을 명시한 문건으로 추정된다. 전체 기한은 72일, 항공편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열흘째에 4700여발, 41일째에는 15만3000발을 전달한다고 적혀 있다. 중간에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보관하고 있는 전쟁물자를 뜻하는 WRSA-I라는 약어와 함께 추가되는 물량도 표시돼있다.

최고 기밀 문건으로 분류된 다른 문건에는 김성한 전 실장이 155mm 포탄 33만발을 폴란드에 판매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내용이 언급된다. 이는 지금까지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방침과 대조적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미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미국 출장에 나서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당시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평가에 한미 양국의 견해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포탄 33만발
수송 계획

김 차장은 이날 오전 한미 국방장관이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양국이 정보 동맹이니까 정보 영역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함께 정보 활동을 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신뢰를 굳건히 하고 양국이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대변인실 명의의 언론 공지에서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앞서 도감청 의혹 외신 보도서 함께 언급된 프랑스와 이스라엘 등이 ‘허위 정보’라고 일축하고 있는 것과도 궤를 같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공지에서 “용산 대통령실은 군사시설로, 과거 청와대보다 훨씬 강화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을 구축, 운용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용산 이전’으로 인한 보안 문제를 지적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대해선 “허위 네거티브 의혹으로 국민을 선동하기에 급급하다”며 “한미동맹을 흔드는 ‘자해행위’이자 ‘국익 침해 행위’”라고 성토했다.

대통령실은 최근까지도 연일 유출된 문건이 조작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1600억원이 넘는 포탄 수십만발이 실제 폴란드에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국내 최대 포탄 제조업체 풍산은 앞으로 2년간 1647억원 상당의 대구경 탄약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한 업체다. K9 자주포는 지금까지 10개 나라에 수출됐지만, 포탄을 같이 보내는 건 폴란드가 처음이다.

원칙·방침
또 뒤집기

155mm 포탄은 포신 직경만 같으면 자주포뿐만 아니라 견인포에도 사용할 수 있다. 155mm 포탄은 탄두와 신관, 장약 등이 한 세트인데, 풍산은 고폭탄 탄두만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55mm 고폭탄 탄두는 1발에 40만원 정도다. 계약금액이 약 1600억원인 걸 감안하면 40만발 이상을 폴란드로 보내는 것으로 문건에 적힌 33만발보다 많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폴란드에 K9과 함께 패키지로 수출하기로 한 포탄이 5~10만발이다. 포탄 최종 사용자는 폴란드로 특정됐다. 다만 폴란드가 해당 포탄을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제3국으로 재수출하려면 우리 정부의 사전승인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더 있다.

미국 주방위군 소속 현역군인이 해당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 유출 용의자로 지목돼 체포된 것이다. 한국의 김성한 전 실장 등 외교안보 부문 고위공직자들의 대화 내용을 미국이 신호정보(시긴트)로 파악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미 현역군인이 유출한 ‘진본’이라는 방증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중진 윤상현 의원은 지난 14일 SNS에 쓴 글에서 “한국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 국방부 기밀문건의 유출 용의자가 체포되며 수사가 본격화됐다. 21세의 미국 현역군인”이라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이 미 국방부 보고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고,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유감을 표명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미국 정부와 언론이 문건 유출을 사실이라고 결론짓고 유출 경위를 밝히고 있는데도, 국가안보실 1차장은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 ‘악의적 도청 정황은 없다’는 발언으로 조기 진화에 나섰다”고 김태효 1차장과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문건의 위조 여부’가 아닌 ‘동맹에 대한 불법감청 여부’”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문건 진위 여부’로 본말이 전도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폴란드 포탄 수출 일정 드러나
‘한술 더 떠’ 무기 지원 가능성 시사

윤 대통령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를 지켜 주고 원상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며 “전쟁 당사국과 우리나라와의 다양한 관계, 전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6·25전쟁 때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았던 점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방위와 재건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도 당시 “(민간인 학살 등)전제가 있는 답변”이라며 “(무기 지원 불가라는)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조건이 붙어 있어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현재로서는 입장 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기에는 충분하다. 전문가 대부분도 조건부라도 무기 지원 여지를 남긴 것이 입장에 변화를 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개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 회의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물론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이것(무기 지원 시사)은 이 일환”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를
어찌할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 역시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의 적을 열렬히 도와주겠다는 새로운 자들이 나타났다”며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러시아 최신 무기를 보면 무엇이라 말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quid pro quo)”며 보복을 경고했다. 러시아의 반응이 나온 직후 대통령실은 “러시아 반응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