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㉘그분의 대단한 애정철학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4.12 12:16:29
  • 호수 14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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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반대로 남한 여자들은 어떤가? 황금만능에 오염된 인공미, 비웃음 받는 처녀막, 타락과 퇴폐에 물들어 가는 소녀 소년들, 고집과 오만과 허위를 세련미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사회 속에서 점점 더 사악하고 교활스럽고 매정해져 가기만 하지. 미국을 추종하는 세태 때문인지, 여자들도 토종 남자보다는 양키 놈들을 더 우대하잖냐 말야. 허 참,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가고 애인 없는 노총각들만 우글거리는 세상이 돼버렸는고….” 

교활한 여우

“북한 여성들이라고 과연 다 곱기만 할까요? 옛날부터 투박하고 억세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그래도 교활한 여우보다야 낫겠지 뭘.” 

“세상이 바뀌다 보니, 요즘 북한 여자들은 오히려 남한 여성들보다 더 교활하고 그악스러운 면도 보인다던데요. 어차피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잖아요.” 


“어딘들 그런 사람이 없을까! 내 얘긴 전반적인 풍조가 그렇다는 소리고, 우린 그런 미풍을 좀 존중하고 아껴야 한다는 말이지 뭘. 사실 애처로운 마음도 들어. 마치 간당간당 언제 떨어질지 모를 꽃처럼….” 

“하하, 그렇다고 너무 센티멘털해져서 공상에 빠지지는 마세요. 나중에 가서 또 실망할지 모르니까요.” 

“실망도 내겐 희망으로 가는 징검다리인걸 뭐. 매정한 한국 땅의 여자분들은 나를 지푸라기로밖에 여기지 않지만, 공상 속의 착한 북선녀들은 적어도 사람으로 봐 주긴 하니까. 공상도 못 하는 세상은 너무 삭막하거든.” 

“몽상이든 현실이든 눈높이만 맞으면 결국 연결되는 거니까 적당한 분 만나서 한번 잘 해보세요.” 

“허헛, 나도 이제 현실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잖은가.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겠지. 아마 자네들 젊은이들은 나를 비웃을지 모르되, 나로선 오히려 희망도 절망도 포기한 채 사는 젊은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진다구.” 

“누가 누굴 비웃겠어요. 그런 선입견 버리고 자연스럽게 하세요.” 

“북한 여성들이 자연 미인이긴 하지만, 연애는 좀 인위적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 


“하긴 어차피 남녀가 일단 연애 관계로 들어가면 자연스럽긴 어렵잖아요.” 

“난 어쨌든 신의 뜻에 맡기고 살아가려해. 나 자신뿐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여자도 내 취향대로 지배하기보다 신께 맡겨 두려 하는 거야. 그러면 그 여인이 어떻게 생겼든 불평하지 않고 존재 그대로 애틋해하게 되거든. 아마 잘난 사람들은 이런 묘미를 모를 거야.” 

“오, 대단한 애정 철학이군요. 나도 앞으로 유념할게요.” 

“그러면 좋지.” 

기분이 좋아진 피에로씨는 묻지 않은데도 ‘통일대박 사업’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 주었다.

자기들은 이 시대에 이 나라 이 민족의 전위대로서, 이승만 박사 대통령의 북진통일론을 계승하되 박씨 부녀 대통령의 경제적 승공 통일 정책을 앞세워 세 가지 색깔 지폐와 삐라를 휴전선 너머로 날려 보내 인민들의 마음을 녹인 끝에 결국 김일성 삼대 세습 공산당 독재 왕국을 무너뜨린다는 대망을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피에로 공상 속의 착한 북선녀들
북조선 수령? 두 얼굴 갖춘 괴인 

“평화통일이니 뭐니 들먹이는 자들도 있지만 그건 세상을 아직 잘 모르는 철부지 어린애나 할 소리야. 자네도 유념해야 돼. 공산당들은 적어도 나보다 더 몽상적이라 할 수 있어. 난 몽상에 빠져도 나 자신만 파먹고 말지만, 그들은 이상을 추구한다면서 망상과 광상으로까지 밀고 나가거든. 그 과정에 사람을 무더기로 마구 숙청해 버리기도 하구 말야. 난 김일성이가 어떤 사람인지 괴수인지 잘 모르지만, 그가 젊을 때 이기심 때문에 친구를 찔러 죽이곤 북만주로 도망쳤다는 얘길 듣고 말문이 막히더군.” 

“그게 소문인지 사실인지 가짜 뉴스인지 모르잖아요.” 

“풍문인지 몰라도 결코 가짜 뉴스는 아닌 성싶어. 난 그게 우연이 아니라 그의 본성을 보여 주는 사건인 것만 같아. 일종의 통찰력이랄까. 그 뒤의 여러 행적을 보면, 북조선 공산국의 수령은 영도자이면서 살인자인 두 얼굴을 갖춘 괴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따지고 보면 남한의 이승만과 박정희도 두 얼굴 세 얼굴을 지닌 괴이한 사나이잖아요. 오히려 더 많이 죽였으면 죽였지 덜하지는….” 

“어쨌든 평화적이고 민족 주체성에 입각한 통일이니 연방제 통일이니 하는 소리는 공산당의 교활한 사기술에 불과할 뿐야.” 


“됐어요. 우리끼리 논쟁해 봤자 뭣 하겠어요.” 

“그렇지. 자네와 나 사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정이 우선이지 이데올로기 따윈 문제가 아니니까. 사실 나도 뭐 북진통일 주장은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해. 그러다가 전쟁이라도 나면 두 쪽 다 쫄딱 망하는 꼴이잖아. 그런 사태를 바라며 홍시 떨어지길 기다리는 명색이 우방국들도 있다잖아. 나로서는 다만 우리 정부가 좀 대차게 나가되 지혜로웠으면 좋겠다는 거야. 심리를 잘 활용해야지. 밥 먹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밥을 먹이려다간 애 성질만 나빠질 뿐이야.” 

“욕하고 집 밖으로 쫓아내는 것도 부작용만 불러일으키고,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 아직 배고프지 않으면 나중에 먹으렴. 우리끼리 맛있게 먹을게’라고 얘기하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거야. 쇼가 아니라 사실임을 느끼게 해야지. 북한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자꾸 통일하자고 나서면 그들은 쌍을 찡그리며 우릴 비웃을 거야. 엿 먹으라는 얘기지. 지금 통일한다고 해서 김정은 패거리에게 좋을 건 없으니까 말야. 차라리 통일 같은 소린 싹 빼고, 우리가 먼저 나서서 애써 통일하려 발버둥치는 건 부자연스럽다고 천명한 뒤,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사는 진짜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거야. 그들이 부러워할 지경으로….” 

“그런데 요새 북진통일을 모토로 삐라를 날리고 있잖아요?” 

이상과 현실

“나의 이상과 현실상의 사업은 또 좀 다르니까. 일단 일을 해서 먹고 사는 건 누구나 하고 있잖아. 하다 보면 이상과 현실이 접점을 찾을 때도 있겠지.” 


“그래도….”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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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