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결혼도…’ 친족상도례의 허점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28 08:22:31
  • 호수 14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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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고소할 수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기 결혼을 당해서 혼인취소소송을 해 현재는 혼인 취소 상태다. 결혼 생활 중 전 남편은 내 주민등록증을 몰래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해 명의를 도용했다. 그때 생긴 빚이 1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친족상도례’ 때문에 전 남편을 고소할 수도 없다.”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권리행사방해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고 나와 있다. 또 형법 제365조(친족 간의 범행)에는 ‘죄를 범한 자와 본범 간에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신분 관계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적시돼있다.

가족 문제는 
가족이 해결

이 법률은 ‘친족상도례’라고 한다. 법률을 쉽게 해석하면 8촌 내 혈족이나 4촌 내 인척·배우자 간에 발생한 절도죄·사기죄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특례를 말한다. 이 법의 취지는 가족 문제에 국가가 간섭하지 않고, 가족 내 문제는 가족이 해결하자고 만든 것이다. 하지만 허점이 존재하는 만큼 비판도 많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적 처벌을 면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친족에게 경제범죄(사기·횡령·배임·특별경제 범죄)를 저지른 사람 수는 지난 3년간 평균 800명에 이른다. 무엇보다도 친족상도례를 이용한 범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법 테두리 밖의 삶은 최유라(가명)씨가 겪은 일로 설명된다. 최씨는 전 남편 강지훈(가명)씨를 보육원 봉사활동서 만났다. 최씨보다 5살 어렸던 강씨는 봉사활동 중 힘든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많이 앞장섰다. 누가 봐도 싹싹하고 반듯한 사람이었다. 


강씨가 다니는 직장은 삼성이었다. 그는 보육원에 올 때마다 회사 명찰을 목에 걸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공모전에 붙어서 삼성에 취직했다고 했다.

강씨는 당시 집이 충남 천안이었는데, 자신의 차인 제네시스로 봉사활동에 온 사람 모두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여기에 서울에 살던 최씨도 포함됐다.

강씨는 최씨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천안에 거주 중이었던 강씨는 퇴근 후 최씨를 보기 위해 매일 서울에 갔다. 여기에 최씨의 마음이 움직였다. 이런 과정에 가족관계증명서, 월급증명서, 재직증명서 등을 최씨에게 보여줬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강씨의 부모가 모두 사망으로 기록돼있었다. 

만남부터 도주까지 완벽한 플랜
주민증 사진 찍어서 명의 도용

강씨는 “어렸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고 치고 다녔다. 아버지는 그러다 돌아가셨다. 부모님 사이가 너무 안 좋았다. 그런데 너희 집은 따뜻한 것 같다. 어머니, 아버지도 너무 좋으신 분 같다. 나도 가족이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둘은 2016년 결혼에 골인했다.

강씨는 최씨를 위해 이직한 뒤 최씨 부모 집 근처에 집을 구했고 행복해했다. 가족 식사를 할 때면 “나는 살면서 이런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씨는 당시의 삶이 “평범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집에서 업무를 볼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회사에서 일을 했다. 퇴근은 늦은 시간에 이뤄졌다.  

강씨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2021년 초다. 강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며 상속 정리를 위해 고향에 내려간다고 했다. 어머니가 남긴 재산은 꽤 많았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직계가족만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다고 했다. 최씨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그리고 이날을 기점으로 강씨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사이 최씨는 둘째를 출산해 부모님 집에서 한 달 동안 몸조리를 했다. 그 후 집에 돌아갔을 때, 감춰져 있던 비극이 눈앞에 드러났다. 다시 찾아간 집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비밀번호로 문을 열어도 열리지 않았다. 인근 주민센터에 동사무소 직원이 동행해 집 문을 열었다.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집 주인은 황당해했다. 강씨가 집주인에게 연락해 보증금을 모두 받고 집을 내놨다는 것이었다. 집안에 있었던 가구도 모두 사라졌다. 모든 것이 감쪽같았다.

사라진 가장
무너진 가정

공동으로 사용하는 은행 계좌는 2000만원 넘는 돈이 있었지만 250만원, 500만원씩 계속 돈이 출금됐다.

최씨는 강씨의 고향에 찾아갔을 때부터 충격적인 사실에 직면했다. 강씨의 부모는 모두 살아 있었고 남동생까지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강씨의 명의도용으로 빚더미에 올라 있었다.

강씨 고향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앞서 그는 자신을 고등학교 졸업 후 삼성에 취직해 야간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했었으나 대학교 졸업도, 삼성에 다닌 것도 거짓말이었다. 강씨의 최종학력은 중학교 졸업이고, 삼성 하청업체서 일했으며 겨우 6개월을 다니면 다행이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강씨가 보육원 봉사활동에 오기 직전 교도소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사기죄로 1년6개월 형을 살았다. 강씨는 사기 결혼을 계획해 의도적으로 최씨에게 접근한 것이다.

연애 중 방문한 강씨 부모 산소는 모르는 사람 것이었는데 당시 옷을 태우기도 했다. 결혼식에 왔던 강씨 어머니와 친척, 그리고 친구들까지 모두 거짓이었다. 강씨는 거짓말로 자신을 치장해 최씨에게 접근했다.

강씨가 최씨에게 접근했던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었다. 그는 최씨 친구에게 연락해 “둘째 출산 비용이 부족하다”며 600만원을 빌렸고 “아내가 유산했다”며 다시 500만원을 빌렸다. 

사람들은 최씨의 남편이니까, 최씨가 힘든 상황이니까, 최씨에게 따로 연락하지 않고 돈을 빌려줬다. 


대출까지 
고스란히

강씨는 최씨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자동차를 사거나 렌트했는데 명의는 당연히 최씨였다. 자동차 렌털숍에 가서 “아내가 탈 것”이라며 최씨 주민등록증을 보여줬다. 이런 식으로 구매한 차량이 외제차 아우디와 국내 중형차인 그랜저였다. 

강씨는 이 차량 두 대를 빌려 일주일만 돈을 냈고, 나머지는 모두 체납했다. 체납 고지서는 모두 최씨에게 날라왔다. 현금으로 K7도 샀다. K7을 살 현금이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최씨 이름으로 대출을 3000만원 냈고 갚지 않았다. 강씨는 K7을 대포차로 팔았지만 과태료는 최씨 앞으로 날라오고 있다.

강씨의 사기는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최씨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했고, 평소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할 일이 많아 사업자등록을 했다. 이때 최씨는 기존에 쓰던 컴퓨터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동일하게 했다. 강씨는 최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는데, 이 금액이 얼마인지 감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 밖에도 연금·건강보험을 이용한 대출 2000만원, 사채를 받으면서 신체포기각서를 최씨 이름으로 쓰기도 했다. 최씨의 어머니는 “딸이 신체포기각서 쓴 것을 알고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사채업자가 집에 찾아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한 적도 있다.

최씨의 지인 역시 강씨에게 사기를 당했다. 전부 강씨의 아내인 최씨를 신뢰하고 돈을 빌려준 것이었다. 지인 4명에게 친 사기로 피해 금액은 1억원이 넘는다. 이들은 모두 강씨에게 소송을 걸었다.


더 황당한 것은 컴퓨터에 저장돼있던 파일들이다. 강씨는 엑셀 파일을 만들어서 사람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놨다. 그중에서 빨간 줄이 그어진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그가 사기 치려고 했을 때 실패했던 사람들이었다. 뚜렷하게 사기 친 흔적이 드러난 문서가 있는가 하면,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는 문서도 있었다. 

“아내가 쓸 거”라면 전부 “OK”
‘혼인 과정 중’이라 발만 동동

강씨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를 협동조합에 가입시켰다. 그 문서에는 아이가 갖고 있는 보유 금액으로 215억원과 878만원이 적혀 두 개로 나눠져 있었다. 또 상속 진행 및 출금화 완료 예정일도 결정돼있었다.

최씨가 알지 못했던 아이의 국민은행 통장도 있었다. 이 통장에는 6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 있었다. 부동산 영수증도 있었다. 역시 아이 이름으로 2억7000만원 가량의 부동산 영수증이었다.

최씨 이름으로 피감자 원산지 확인 증명서, 한 번도 입원한 적 없는 삼성병원 입원 확인서 등의 서류들이 쌓여있었다.

최씨 지인은 최씨에게 “강씨가 아이 통장에 이 정도 돈이 들어있다거나, 최씨가 피감자를 판매했다는 증명서를 보여주면서 돈을 빌렸을 확률이 높다”며 “나도 이런 영수증을 보여줘서 돈을 빌려줬는데, 문서는 조작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어쨌든 최씨는 강씨와 혼인무효소송을 했고, 혼인이 취소됐다. 그는 강씨를 상대로 ▲금전적 사기 ▲문서위조 ▲상간녀로 총 3건의 고소를 했다. 그러나 이 중 2건은 ‘친족상도례’로 인해 고소 건은 취소됐다. 

최씨는 <일요시사>에 “전 남편은 나와 결혼한 기간 동안 나를 중심으로 뻗어나가 사기를 쳤다. 결혼 자체도 사기였는데 혼인 중이었다는 이유로 고소가 취소된 건 말이 안 된다”며 “미혼모 모임에 나가 보면 친족상도례로 피해본 사람이 많다. 일부러 이 제도를 노리고 결혼한다.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은 말로 다 표현 못한다”고 억울해했다.

친족상도례 관련 전문가는 “이 법은 1953년 형법과 함께 제정됐다. 과거 농경시대와 대가족제도를 배경으로 면책 범위를 넉넉히 준 것이 특징이다. 당시는 가족이나 친족 내 큰 어른에게 갈등을 중재할 권위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대가족은 해체됐고 가족의 개념과 형태는 크게 달라졌다”고 짚었다.

취소된 고소
범죄 면죄부

이 전문가는 “그런데도 1항은 2005년, 2항은 1995년에 개정된 게 마지막이다. 범죄를 예방하고 단죄해야 할 형법이 악질적 범죄의 ‘면죄부’로 악용되는 게 현실”이라며 “자녀가 노부모 재산을 절도하거나 횡령하고, 부모를 상대로 사기 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배우자 몰래 이혼을 계획하고 배우자 재산까지 빼돌리거나 훔쳐 다른 가정을 꾸리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장애가 있는 친족을 착취하고 재산을 갈취하는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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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