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두산갤러리에서 이은희의 개인전 ‘피로의 한계’를 준비했다. 이은희는 동시대 기술 환경, 기계와 인간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로 만들어지는 사회의 풍경을 탐구해오고 있다.
이은희가 다뤄온 소재는 기술의 발전과 결부돼있다. 하지만 이은희는 이 소재를 새로움이나 호기심의 대상으로 소비하고 탐닉하는 것이 아닌 사회의 정치, 경제적 체계를 인식하고 그로 인해 형성된 우리 삶의 모습을 성찰하게 하는 구체적 매체로 등장시켜왔다.
훼손되기
이번 개인전 ‘피로의 한계’에서 신뢰성 시험과 발파 현장을 보여준다. 대상과 사물이 외부의 힘으로 버틸 수 있는 최대치를 측정하고 파악하는 공학을 사용하는 산업 분야다. 신뢰성 시험은 제품의 수명과 고장률을 계산하기 위해 제품이 겪을 수 있는 외부 자극을 분류화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엔지니어링 산업이다.
제품을 극도로 높거나 낮은 온도에 노출시키고 지속적으로 진동이나 전류를 주고 반복적으로 충격을 주는 등 환경적 스트레스를 가하며 얼마 동안 파괴되거나 결함의 상태로 가지 않고 견딜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제품의 평균수명이 정해지며 그에 따라 기업의 이윤을 고려한 적정한 품질보증 기간도 정해진다.
신뢰성 시험·발파
최대치 측정·파악
발파는 폭약을 사용해 물질을 파괴하는 작업이다. 적정량의 암석을 폭파하면서 도로, 터널과 같은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고도의 기술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 효율성, 경제성을 고려해 발파의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강도의 스트레스가 계측되고 가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 두 개의 산업 분야는 경제적 이윤을 고려한 설정값이 적용되지만 동시에 대상이 안정성을 확보한 채로 보존될 수 있는 고유의 한계점을 찾아 실패 또는 사고를 예방하려는 공통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자극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대상을 항복점에 다다르게 한다.
반복·지속적 자극
가해지는 스트레스
역으로 말하면 한계를 안다는 것은 견딜 수 있는 최대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정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이해하고 대비하기 위한 일일 수 있다.
두산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이은희가 담아내는 기술 산업은 기존에 종종 보여줬던 현장을 촘촘하게 기록하고 서사를 구축하던 다큐멘터리 방식에서 벗어나 이미지 자체로 재생산돼 발화한다”고 설명했다.
직전의 상태
그러면서 “이번 전시 피로의 한계는 스트레스로 훼손되기 직전의 상태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양상이자 순간으로 제시되며, 물질뿐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매 순간 다가가고 있을 각자의 항복점을 가늠하고 저항의 힘을 상기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희는?]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과 전문사 졸업(2016)
베를린예술대학교 순수미술학과 마이스터슐러 졸업(2014)
베를린예술대학교 순수미술학과 졸업(2012)
▲개인전
‘빛이 바랜 사물에 관하여’ 쉬(shhh)(2022)
‘디딤기와 흔듦기’ 더 레퍼런스(2021)
‘회생비용’ 씨알 콜렉티브(2020)
‘Contrast of Yours’ 개방회로(2017)
‘Have Been here’ 공간291(2016)
▲수상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분야 선정(2020)
작가지원 프로그램 POOLAP 선정(2018)
Graduate Scholarship for International Students(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