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앉아서 돈 버는 상표권 장사

두둑한 후계자 실탄 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이 사명 및 CI 변경을 통해 새 출발을 알렸다. 계열사 간 통일성을 높이고, 체제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취지가 엿보인다. 이참에 그룹의 후계자는 적잖은 이득을 챙기게 됐다. 지주사로 돈이 몰리는 구조가 만들어진 덕을 톡톡히 보게 된 형국이다.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는 지난해 12월 글로벌연구개발센터(GRC)에서 50주년을 맞아 비전과 함께 사명 변경을 선포했다. 소속 계열사들 역시 상호변경에 동참하는 수순이다. HD현대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3월22일) ▲현대일렉트릭(3월22일) ▲현대두산인프라코어(3월23일) ▲한국조선해양(3월28일) ▲현대중공업(3월28일) 등은 주주총회에 사명 변경 안건을 올렸다. 안건 통과 시 계열사 이름 앞에 ‘HD’가 붙게 된다.

화장 고치고

사명뿐 아니라 CI 교체 작업도 진행 중이다. HD현대의 경우 삼각형 두 개를 겹쳐놨던 CI를 대신해 가로 화살표 모양을 형상화한 새로운 CI를 도입했으며, 나머지 계열사도 CI 교체 행렬에 동참이 예상된다.

눈여겨볼 부분은 CI 교체와 함께 상표권 수익권자의 이익분배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신규 CI는 HD현대가 새로 만든 ‘심볼’ 부분(가로 삼각형 모양)과 ‘HD현대’ 상호 부분으로 나뉜다. 기존 CI 소유 회사들은 상호 부분의 권리를 지니고 있지만, 상호 부분 사용요율은 기존 0.2%에서 0.14%로 낮아진다.

심볼 부분 권리는 HD현대가 단독 보유하고 0.05%의 사용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사용요율 수정에 따라 HD현대는 상표권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가 올해 계열사로부터 받게 될 상표권 수입은 3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60억원 수준이었던 기존 수익 대비 5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반면 기존 CI 소유권자 중 HD현대를 제외한 법인 5곳(▲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은 사실상 손해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그룹 상표의 공동 소유권자로 2019년부터 상호·상품·CI 등을 사용하는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해왔다.

6개 법인이 지난 2020년, 14개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인 CI 사용료는 총액은 182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새로 만든 CI와 함께 사용요율이 바뀌면서 HD현대를 제외한 5개 회사는 상표권 수수료 수익보다 사용료 부담이 커졌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CI 사용료로 거둬들이는 금액보다 HD현대에 지급할 금액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자체 브랜드를 사용해온 현대오일뱅크 역시 신규 CI 도입으로 막대한 규모의 상표권 사용료를 떠안게 된 양상이다.

지주사 유리한 비율 조정
풍성해지는 오너 일가

CI 변경을 계기로 HD현대가 계열사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행보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지고 있다. HD현대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지은 글로벌R&D센터(GRC)에 지난해 11월부터 주요 계열사가 입주하면서 올해 매년 650억원 정도의 임대료 수입도 별도로 챙길 수 있다.

더욱이 주력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를 필두로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일렉트릭, 현대제뉴인 등으로부터 올해부터 매년 5000억원 가까운 배당금 수익이 기대된다. 지주사인 HD현대는 배당금·임대료·상표권 수입 등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게 된다.


수익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HD현대의 신용등급은 상향됐다. 지난달 13일 한국기업평가는 HD현대 신용등급을 기존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정유 및 건설기계 부문 자회사의 실적 호조가 배당금 수익 등 자체적인 수익창출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자회사 보유지분을 활용한 재무 여력 확보로 점진적인 재무 부담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명 및 CI 변경에서 촉발된 변화의 흐름은 궁극적으로 오너 일가의 배당 재원으로 활용될 여지를 남긴다. 이 경우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물론이고 정 사장이 직접적인 수혜를 얻게 된다.

실제로 HD현대는 주당 3700원 배당을 결정한 상태다. 지분 26.6%를 보유한 정 이사장은 777억원, 지분 5.26%를 쥐고 있는 정 사장은 154억원을 배당으로 수령하게 된다. 수년 전부터 배당 규모를 키워 온 HD현대는 상표권 및 임대료 수입이 수직 상승한 올해부터는 배당 규모를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 

배당 규모가 확대되면 정 사장은 승계 작업을 위한 실탄 마련이 한층 수월해진다. 정 이사장이 갖고 있는 HD현대 지분 26.6%를 상속받으려면 정 사장이 내야 할 상속세 규모가 8000억원(전일 종가 6만1500원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상속세는 5년간 분할납부가 가능한데 정 사장이 이에 따라 매년 내야 할 상속세는 연간 1600억원가량이다.

떡고물 잔뜩

정 이사장의 지분을 모두 흡수하면 정 사장의 배당금 수령액은 한층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 출범 이전 지주사 보유주식이 1주도 없었던 정 사장은 2018년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5% 이상 지분을 확보하며 이후 연간 130억~2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수령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변은 없었다”<br>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4일, 전날 전국적으로 실시됐던 제21대 대통령선서서 49.42%(1728만7514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을 확정지었다. 오전 5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개표가 100% 완료된 상황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15%(1439만5639표)를 8.27%의 차이로 따돌리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골든 크로스’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국민의힘 예상과는 달리 다소 여유 있는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40대 기수론’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291만7523표)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치면서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받을 수 없게 됐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0.98%(34만4150표),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0%(3만5791표)를 기록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우세를 보였다. 30%의 개표 상황서 이미 지상파 방송 3사는 그의 당선 유력을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오후 11시40분경에는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과반 특표는 실패했지만, 총 1728만여표를 받으며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역별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광주, 대전, 세종, 충청, 전라, 제주 등 전국 다수 지역서 1위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서 이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서울, 세종, 충청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 20대 대선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렸던 데 반해 이 대통령은 모두 김 후보에게 우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이재명 47.13% VS 김문수 41.55% ▲경기 이재명 52.20% VS 김문수 37.95% ▲인천 이재명 51.67% VS 김문수 38.44%로 이 대통령이 모두 앞섰다. ‘캐스팅 보터’로 불리는 대전·세종 및 충청권에서도 충남 47.68%, 충북 47.47%를 기록해 김 후보에 우위를 보였다. 세종서도 55.62%를 얻어 김 후보(33.2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이재명 48.50% VS 김문수 40.58% ▲세종 이재명 55.62% VS 김문수 33.21% ▲충남 이재명 47.68% VS 김문수 43.26% ▲충북 이재명 47.47% VS 김문수 43.22%로 각각 집계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파면으로 열린 조기 대선 성격상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바 있다. 이런 연유로 과연 김 후보가 이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잖은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비상계엄의 여파를 직격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서울 및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가 이 대통령에게로 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오전 12시가 넘어 인천 계양구 자택서 나와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서울 여의도 소재의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찾아 격려했다. 이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돼있는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다시는 군사 쿠데타가 없도록 반드시 지켜내갰다”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드는 일을 나머지 사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혐오와 대결을 넘어 존중하고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가 당선인을 선언하면 공식적으로 대통령 임기 및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 북핵 문제를 비롯,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정책, 선거로 인한 국론 분열, 민생 경제 등 이 대통령이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