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재명 순장조 손익계산서

들어가면 못 나온다 나가면 못 들어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가결이냐, 부결이냐. 어떤 결론이든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들이 또 있다. 구속 수감돼있거나 재판 중인 야당 대표의 측근이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정국을 달구고 있다. 국민 여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행보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아래부터 위로 훑어 올라가던 검찰 수사는 ‘윗선’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검찰이 먼저 국회의원, 당 대표 등 이 대표의 방탄조끼 틈새로 칼을 밀어 넣었다. 

검찰 던지고
국회 받는다

지난 16일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3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4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최종 결재권자로서 초과 이익환수조항을 빼도록 결정하면서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배당받도록 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측근을 통해 민간사업자에게 성남시나 성남도개공 내부 비밀을 흘려 민간업자가 총 7886억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 혐의도 있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2013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사업자 공모 전 민간업자에게 내부정보를 알려주면서 사업자로 내정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211억원의 부당 이익을 얻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됐다.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 대표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

대장동·성남FC로 영장
체포동의안 가결? 부결?

또 뇌물을 공여받은 것임에도 기부받은 것처럼 기업이 이 단체를 통해 성남FC에 돈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으로 3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진술서로 갈음한다면서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더 이상의 추가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희대의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검사 독재정권의 헌정질서 파괴에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라며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 내린 날”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 일은 성남시장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법 절차에 따라 지역을 개발하고 주민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민간에게 넘어갈 과도한 개발이익 일부를 성남시민에게 되돌려 드린 것”이라며 “단 한 점의 부정행위를 한 바가 없다. 부정한 돈 단 한 푼 취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국회의원은 헌법에 따라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를 구속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 이 대표가 6·1 지방선거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민주당 의석수만 보면 체포동의안은 부결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국민의힘 115석,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7석 등이다. 

방탄 국회
그 위력은?

문제는 민주당에서 나올 수 있는 이탈표 수다. 169석 가운데 30명 안팎의 이탈표가 나오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다. 이 대표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 달래기에 나선 이유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체포동의안 가결과 부결 모두 악재가 될 수 있다. 가결되면 당 대표가 구속되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결 시에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대표의 혐의와 관련해 정견 발표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은 이미 계산기 두드리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당장 내년 총선과 관련해 ‘공천’ 문제도 걸려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셈 계산을 하는 게 의원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굵직한 사건에 연관돼 구속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에 ‘증거인멸’이 들어가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녹음파일, 각종 보고 문건, 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와 이와 부합하는 사건 관계인의 일치된 진술을 확보했다. 인적‧물적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장을 위시한 지역토착세력이 민간업자, 대기업 등과 유착한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범죄”라며 “부정부패 범죄로서 죄질,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 취득 이익이 막대하고 중형이 예상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부연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검찰은 “이 대표 본인 및 측근을 통해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하거나 향후 계속 인멸할 우려가 현저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입단속 
효과 있나


최근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인 정성호 의원이 구속된 이 대표의 측근을 특별면회(장소 변경 접견)한 것을 검찰이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정 의원은 지난달 18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구속 기소)을, 지난해 12월9일에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구속 기소)을 서울구치소서 특별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의원이 두 사람에게 ‘마음 단단히 먹어라’ ‘알리바이 만들어라’ 등의 취지로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 기소)도 지난해 12월 특별면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실장, 김 전 원장, 이 전 부지사는 모두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정 의원이 정 전 실장을 위로했을 뿐이고 회유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전 실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고 검찰 기소에 매우 억울해하고 있다”며 “정 의원이 정 전 실장을 회유할 이유도 없고 회유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3명은 아직 이 대표에 대해 이렇다 할 진술을 한 적이 없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원장은 이 대표가 인정한 ‘최측근’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키맨’으로 분류된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3명이 입을 열 경우, 치명타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대장동 5인방의 경우 ‘각자도생’ 상태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정민용 변호사 등 5명은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사건 초기 구속됐다가 석방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이 대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작심발언’ ‘폭로’ 등의 표현이 나올 정도로 활발하게 언급 중이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검찰과 거래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형량을 낮추기 위해 검찰과 이른바 ‘딜’을 했다는 의견이다. 


유동규·남욱 입 열고 김만배 조용
정성호, 최측근·키맨들 관리 의혹

한국은 공식적으로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유죄협상제, 사전형량조정제도로 불리는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속사정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폭로 이후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았다. 

반면 김만배씨는 입을 꾹 다문 상태다. 석방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 그는 폭로전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김만배에게 들었다’는 식의 진술을 한 게 있어 김씨의 입에 검찰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최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법조계 인식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가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됐다 풀려난 지 약 3개월 만이다. 검찰은 김씨 주변의 자금흐름을 파악해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 의혹까지 연결될 가능성을 보고 있다.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결국 재구속됐다. 

여기에 50억원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재점화된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규명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송금 의혹 등에 연루돼 구속 상태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도 초기 입장에서 선회해 입을 열었다. 김 전 회장의 입이 열린 이상 그의 금고지기로 알려져 있는 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의 입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는 쌍방울 계열사 간 자금흐름을 꿰고 있어 대북송금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분류된다. 

지금부터 
거리두기

이 대표는 측근이 대부분 구속되거나 기소되면서 ‘사면초가’ 상태다. 이들의 입에 이 대표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 대표의 운신 폭은 자유롭다. 169석 거대 야당의 대표라는 방탄조끼도 입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영어의 몸’이 되면 주변인물에 대한 지배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운명의 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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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