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심 삼남에게 꽂힌 670억 비밀

찬밥 신세 위로한 아버지 증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농심 창업주의 삼남에게 수백억대 땅값이 쥐어졌다. 가업 승계에서 멀어진 시기에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금싸라기 땅이 현금다발로 주머니에 꽂힌 모양새다. 매각대금의 활용방안은 물론이고, 강산이 두 번 변한 시점에서야 경영 일선에 재등장한 모습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지하철 5호선 화곡역 사거리 일대는 서울 서부권역에서 손꼽히는 주거밀집상권이다. 오피스텔 매매가 상승률이 유난히 높았던 강서구 내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축이었고, 한때 꾸준한 분양 수요 상승이 예상되기도 했다. 입지적 특징은 2010년대 중반 이래 화곡역 사거리 일대에서 대단위 개발사업이 힘을 받기 시작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울시 강서구 강서로 174(화곡동 1064번지)’ 일대에서 진행 중인 빌딩 공사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금싸라기

화곡역 1·2번 출구와 맞닿은 일반상업지역에 위치한 해당 부지에는 지하 6층~지상 13층, 전용 45~75㎡의 주거용 오피스텔 154실 규모의 빌딩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화곡동 1064번지 개발사업은 2020년 5월경 토지 및 건물이 매물로 나온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지면적 2485㎡인 이 구역은 당시 전자제품 유통점이 임차 중이었고, 주거·상업시설 등 다방면으로 개발 전략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부동산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현재 화곡동 1064번지 빌딩 건립 사업을 진행 중인 시행사는 해당 부지를 매물로 나온 지 약 석 달이 흐른 시점에서 기존 소유주로부터 매매로 사들였다. 당시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총 거래대금은 ‘670억원’이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해당 토지의 매각 주체가 고 신춘호 농심그룹 창업주의 삼남이자, 신동원 회장의 둘째 동생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라는 사실이다. 창업주는 1983년 9월 해당 토지를 매매로 사들였고, 2003년 5월 신동익 부회장에게 증여로 물려줬다.

18년이라는 시간이 신동익 부회장에게 700억원에 가까운 현금으로 돌아온 셈이다.

창업주가 삼남에게 화곡동 1064번지를 증여한 것은 사실상 그룹 지주사 주식을 포기한 데 따른 반대급부쯤으로 비춰진다. 화곡동 1064번지를 넘겨받은 시기가 그룹 지배구조의 큰 틀에서 제외된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심그룹은 2000년대 초부터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했고, 2003년 7월 농심으로부터 농심홀딩스를 인적 분할시키며 체제 개편의 큰 틀을 확립했다. 농심홀딩스가 순식간에 그룹 지배구조의 중핵으로 떠오르자, 창업주는 농심홀딩스 보유 지분 9.96% 전량을 손주들에게 증여하는 결정을 내렸다.

화곡역 일대 노른자 처분
증여 받고 묵혔더니 잭팟?
  

반대로 장남과 차남은 농심홀딩스의 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수순에 돌입했다. 그 결과 2.78%였던 신동원 회장의 농심홀딩스 보유 지분은 2013년 기준 36.38%로 높아졌고, 신동윤 부회장도 같은 기간 지분율을 0.36%에서 20.18%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화곡동 1064번지를 증여받은 대신 지주사 체제로의 개편 과정에서 농심홀딩스 주식을 전혀 획득하지 못했던 신동익 부회장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움직임이었다.


현 시점에서 신동익 부회장이 화곡동 1064번지 매각대금의 활용법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게 없다. 메가마트 측은 매각 관련 사안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일단 그룹의 현안과 연결해본다면 계열분리 수순을 밟는 과정에서 매각대금이 제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생각해봄직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월 농심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시켰다. 이는 강화된 일감 몰아주기 및 오너 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적용받게 됐음을 의미했다.

이런 이유로 재계에서는 농심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왔다. 더욱이 농심그룹은 장남이 ‘농심’, 차남이 ‘율촌화학’, 삼남이 ‘메가마트’를 맡는 밑그림이 오래전부터 표면화된 모양새였다. 창업주가 타계한 직후부터 계열분리는 시기상 문제일 뿐 당면과제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당장 대기업에서 떨어져 나오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메가마트를 분리하는 것이다. 2021년 말 기준 농심그룹의 공정자산은 5조500억원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76번째(공정 자산 기준) 순번이다. 메가마트(별도 총자산 4403억원)를 분리하면 당장 대기업지정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계열분리를 하려면 실타래처럼 엮인 지분관계를 선제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장남이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는 지분율 31.94%로 율촌화학의 최대주주에 등재돼있고, 차남은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보유 중이다.

삼남이 지배하는 메가마트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 지분율 56.14%로 메가마트 최대주주인 신동익 부회장은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경우 농심근로복지기금(17.7%), 율촌화학근로복지기금(8.67%)을 대상으로 지분정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다만 비상장사인 메가마트의 특성상 농심근로복지기금과 율촌화학근로복지기금이 보유한 주식에 가치를 매기는 방법이 수월치 않다.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반영한 통상적인 비상장사 주식 평가 방법을 대입하면 두 곳이 보유한 메가마트 주식의 가치는 대략적으로 150억~2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될 뿐이다.

밑천 두둑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 경영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한 양상이다. 메가마트는 지난해 6월 이사회를 열고 신동익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오너 경영 체제로의 전환은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속도감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으로 비춰진다. 

신 부회장의 메가마트 경영 일선 복귀는 23년 만이다. 신 부회장은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창업주의 생전 방침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후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할 뿐이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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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br>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4일, 전날 전국적으로 실시됐던 제21대 대통령선서서 49.42%(1728만7514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을 확정지었다. 오전 5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개표가 100% 완료된 상황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15%(1439만5639표)를 8.27%의 차이로 따돌리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골든 크로스’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국민의힘 예상과는 달리 다소 여유 있는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40대 기수론’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291만7523표)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치면서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받을 수 없게 됐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0.98%(34만4150표),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0%(3만5791표)를 기록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우세를 보였다. 30%의 개표 상황서 이미 지상파 방송 3사는 그의 당선 유력을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오후 11시40분경에는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과반 특표는 실패했지만, 총 1728만여표를 받으며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역별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광주, 대전, 세종, 충청, 전라, 제주 등 전국 다수 지역서 1위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서 이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서울, 세종, 충청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 20대 대선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렸던 데 반해 이 대통령은 모두 김 후보에게 우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이재명 47.13% VS 김문수 41.55% ▲경기 이재명 52.20% VS 김문수 37.95% ▲인천 이재명 51.67% VS 김문수 38.44%로 이 대통령이 모두 앞섰다. ‘캐스팅 보터’로 불리는 대전·세종 및 충청권에서도 충남 47.68%, 충북 47.47%를 기록해 김 후보에 우위를 보였다. 세종서도 55.62%를 얻어 김 후보(33.2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이재명 48.50% VS 김문수 40.58% ▲세종 이재명 55.62% VS 김문수 33.21% ▲충남 이재명 47.68% VS 김문수 43.26% ▲충북 이재명 47.47% VS 김문수 43.22%로 각각 집계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파면으로 열린 조기 대선 성격상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바 있다. 이런 연유로 과연 김 후보가 이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잖은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비상계엄의 여파를 직격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서울 및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가 이 대통령에게로 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오전 12시가 넘어 인천 계양구 자택서 나와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서울 여의도 소재의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찾아 격려했다. 이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돼있는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다시는 군사 쿠데타가 없도록 반드시 지켜내갰다”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드는 일을 나머지 사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혐오와 대결을 넘어 존중하고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가 당선인을 선언하면 공식적으로 대통령 임기 및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 북핵 문제를 비롯,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정책, 선거로 인한 국론 분열, 민생 경제 등 이 대통령이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