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뇌관’ 쌍방울 수사 히든카드

김성태 대포폰 터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행비서가 국내로 송환됐다. 검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핸드폰 여러대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김 전 회장의 대포폰으로 파악된 이 핸드폰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난제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물적증거가 부족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가 지난달 17일, 태국 국경 지역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 박씨는 ‘김성태 그림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김 전 회장이 수사기관에 잡히지 않도록 1년 가까이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박씨가 관리해온 대포폰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직접 통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핸드폰 6대
내역 분석 중

이 대표의 진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지난달 17일 태국 국경 지역서 검거된 박씨를 지난 7일 인천공항에서 압송해 조사했다. 그는 현지 체포 당시 무려 핸드폰 6대를 소지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 중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차명 대포폰이 있다고 보고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통화내역 등을 분석 중이다.

일각에선 핸드폰을 소지한 채 검거돼 귀국한 박씨의 행보에 김 전 회장의 사전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일부러 잡혀 진술을 뒤집은 김 전 회장처럼 박씨도 송환 직전 검찰 수사 대응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박씨는 김 전 회장 등 해외로 도피하는 쌍방울 임원들의 항공권 예매 등을 지시하고,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할 때 함께 출국했다. 이후 박씨는 김 전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 회장과 함께 태국서 머물며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역할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경기도 대신 북한에 자금을 보낸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관련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본인과 연결고리로 지목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통화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 확보한 대포폰에서 이들 간 통화기록을 확보한다면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대표가 앞서 김 전 회장과의 친분을 부인했지만, 검찰이 통화기록 등을 통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씨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포폰 중에서 김 전 회장이 쓰던 게 있다는 주장도 박씨의 수사 협조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와 관련된 여러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또한 김 전 회장의 의중에 따라 같은 맥락의 진술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씨는 최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만난 것을 봤느냐’ ‘체포 당시 돈과 휴대전화는 누구 것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 차명폰 포렌식…녹취록 증거 인정 가능성
10년 넘은 인연 비선 실세 캄보디아서 붙잡혀

김 전 회장의 매제이자 쌍방울 ‘금고지기’로 불린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도 이르면 조만간 국내로 압송된다. 김 전 회장과 함께 태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2월 체포된 김씨는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현지서 재판을 진행해왔는데, 벌금형을 받고 항소를 포기하면서 강제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


김씨가 김 전 회장의 자금흐름을 꿰뚫고 있는 만큼 쌍방울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 자금을 자신이 세운 페이퍼컴퍼니(SPC) 두 곳에서 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쌍방울그룹 내 자금흐름과 사용처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3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김 전 회장 공소장에 배임·횡령 혐의 규모를 구속영장에 적시된 4500억원보다 훨씬 적은 635억원만 적시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와 김 전 회장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는 게 충분치 않았던 탓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 “나는 큰 틀의 지시만 했을 뿐 자금흐름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김씨가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대북 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씨 조사를 통해 ▲대북 송금에 사용된 800만달러(약 98억원) 조성 경위와 흐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붙잡힌
그림자

박씨는 2010년 김 전 회장이 SPC인 레드티그리스를 통해 쌍방울을 인수하기 직전부터 비서 역할을 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레드티그리스는 도쿄에셋, 티그리스, 태평양통상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면서 서울 강남 일대서 사무실을 옮겨 다녔다.

당시 코스닥 상장사 등 기업 인수합병(M&A) 자금을 대주며 레드티그리스가 꿔준 돈만 302억원, 부당이득은 수십억원이었다.

레드티그리스는 같은 해 1월 대한전선의 쌍방울 1대 주주지분 40.86%를 200억원에 사들였다. 김 전 회장 아내 등 4명 이름으로 2대 주주(클레리언파트너스) 지분 28.27%도 90억원에 매수했다.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인수자금을 댔을 것으로 봤다.

박씨가 대표였으나 사실상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면서 그림자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박씨에게 레드티그리스 지분 40%를 맡기고 착한이인베스트라는 페이퍼컴퍼니의 최대주주가 됐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설립 2개월 만인 2018년 11월 쌍방울이 발행한 100억원 규모 CB를 전량 사들인 곳이다. 착한이인베스트는 2020년 2월부터 사들인 CB 전부를 주식으로 전환한 이후 매각해 10억원 이상의 차액을 남겼다.

착한이인베스트는 대표이사에게 약 70억원의 단기대여금을 지급했는데 검찰은 여전히 이 돈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착한이인베스트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박영수 전 특검 인척에게 전달된 109억원 중 일부 자금의 종착지로도 의심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착한이인베스트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서 핵심 자금 배후로 보고 있다. 착한이인베스트의 자금 흐름을 쫓아가면 김 전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배상윤 회장의 KH그룹이 나온다. 그룹계열사인 KH E&T와 장원테크가 이 회사에 빌려준 돈이 50억원 가까이 된다.


잡범서
거물로

착한이인베스트의 쌍방울 CB 인수 대금을 KH그룹이 샀다고 봐도 무방하다.

검찰은 착한이인베스트가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만큼, 귀국한 박씨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용처가 불분명한 자금흐름을 추적할 방침이다.

이른바 ‘수사기밀 유출’ 사태의 중심에도 착한이인베스트가 있다. 지난해 수원지검서 쌍방울 측으로 넘어간 수사기밀자료 중 착한이인베스트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이 포함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수사 핵심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쌍방울·경기도·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으로 수사 방향을 틀어 성과를 내고 있다.

그림자 경영을 해온 김 전 회장은 2015년 3월 비등기 임원 회장으로 쌍방울 공시자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김 전 회장이 갖고 있던 쌍방울 지분은 신주인수권 형태로 75만주(0.85%)다. 쌍방울 회장이 되기 전, 김 전 회장에게는 조직폭력배 출신과 강남 사채업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씨가 대표였던 레드티그리스의 실체는 미등록 사체업, 불법 대부업이었다. 레드티그리스는 사명을 바꾸기 전인 2007년부터 5년간 300억원이 넘는 불법 대출을 감행했다. 돈을 빌려 간 이들은 배 회장을 포함해 범LG가 3세, 중견기업 일가, 유망 코스닥 상장사 대표 등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인수 2년 뒤인 2012년까지 여전히 불법 대출을 해왔고 인수 직전에는 주가조작까지 벌였다. 직원, 가족 및 친인척 명의 계좌를 이용해 가장매매, 고가매수, 물량 소진 매수 등 고전적 시세 조정 방식으로 쌍방울 주식을 이용해 재산을 증식한 것이다.

김 매제와 쌍두마차…대부업으로 신뢰 키워
비자금 핵심 착한이인베스트 자금흐름 추적

유가증권 시장 진입 1년 뒤인 2011년 8월엔 코스닥 시장에도 손을 뻗쳤다. 코스닥 상장사 유비컴 주가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 사범 사이서 선수로 통하는 A씨에게 유비컴 인수자금을 지원했고, 담보로 유비컴 주식을 챙겼다.

저가로 받은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면서 차익을 챙겼고 기업 경영 목적보다는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려는 금융범죄였다.

해당 사건을 인지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서 “레드티그리스 실소유주” “전주서 조폭 활동을 하다 상경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당시 수사기관은 김 전 회장이 조폭 출신인지 확인하기 위해 검경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관리 대상 조폭 명단’을 확인한다.

관리 대상 명단에 포함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말 그대로 조폭 혐의로 기소됐을 경우다. ‘폭력행위처벌법 4조 단체구성죄’로 기소된 전력을 말한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폭력행위 처벌법 단체구성죄로 재판에 넘겨진 바 없다. 기소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조폭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인물이라면 등록되기도 한다. 그러나 2013년까지 김 전 회장은 명단에 등록되지 않았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관계자는 “계보에 지금은 등록이 돼있다. 말 그대로 관리 대상이지 실제로 조직 생활을 했었는지 대해서는 그쪽 세계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친동생이자 쌍방울 부회장인 B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직원들을 사무실에서 강제로 내보낸 뒤 조직적으로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증거를 없앴다. 지난 8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쌍방울 임직원 12명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이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2021년 10월부터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

검찰은 한 언론이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이 제공한 법인카드를 사용해 수천만원을 유용했다고 보도하자 김 전 회장이 토요일인 2021년 11월13일, B씨와 윤리경영실장 C씨에게 “법인카드 사용 자료가 있는 업무 관련자들의 PC를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저장 파일
정리했나?

하지만 재경팀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한 게 변수가 됐다. 한 직원이 나서 “오늘은 그만 퇴근하라”고 말했지만, 그는 일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다급해진 B씨는 임직원들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그래”라고 외치며 내쫓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 등은 그 후 이 전 부지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용이 저장된 모든 PC의 하드디스크를 빼내 파괴하고, 해당 PC들은 전북지역으로 보내 처분했다. 이들은 건물 CCTV 전원까지 끈 채 이틀에 걸쳐 이 같은 작업을 진행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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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