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드디어 나온 조민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2.13 16:39:51
  • 호수 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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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끄럽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딸과 아들의 입시 비리 혐의 8개 중 7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리고 그의 딸 조민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 3일 조국 전 장관은 법원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의 공모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죄로 인정된 자녀 입시 비리 부분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침묵했다. 자신의 무죄 부분을 강조하는 모습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1심 판결문에는 조 전 장관 부부가 벌인 입시 비리가 담겨있다.

1991년생
화려한 코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조 전 장관의 딸인 조민씨다. 조씨의 논란이 시작된 것은 조 전 장관이 전 청와대 민정수석서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됐던 2019년부터다. 조씨는 1991년생으로, 조 전 장관이 ‘하버드-옌칭 연구소’ 방문학자로 미국에 체류하던 2005~2006년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있는 벨몬트고등학교에서 유학했다.

귀국해서 방산중학교 졸업 후 외국 거주자 특례전형으로 한영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생 때는 공주대학교 생명과학연구소 인턴을 했다. 조씨는 한영외고 유학반이었으나, 대학은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에 ‘세계 선도 인재 전형’으로 합격했다. 2010년에 입학해 2014년에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환경관리학 전공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동시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했고,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은 질병 휴학원을 제출했다. 


조씨는 2015년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의 수시모집 전형 중 학부 평점 평균(GPA)과 국가 공인 국어능력시험 일정 성적 이상을 취득한 자로서 의학교육입문검사(MEET)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일반전형에 지원해 입학했다. 입학 첫 학기인 2015년 1학기에는 세 과목을 낙제해 유급됐고, 2018년 2학기에도 1 과목을 낙제해 유급됐다. 

입시를 둘러싼 ‘조민 7대 허위 스펙’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보조연구원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및 논문 제1 저자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KIST 인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이다.

2019년부터 논란이 된 것은 조씨의 논문 등재 및 장학금 수령이었다. 조씨가 고등학교부터 시험을 보지 않고 진학했다는 사실도 재조명됐다. 2019년 8월2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한영외고 유학반 재학 중일 때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에 참여했다. 

이후 단국대 의대 교수를 책임저자로 2008년 12월 대학 병리학회에 제출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H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은 당시 교수와 조씨 등 6명을 저자로, 2009년 3월 정식으로 국내 학회지에 오른 것이다.

‘조민 7대 허위 스펙’ 모두 유죄 판결
허위 인턴부터 논문 공동 발표자까지

우선 조씨는 대학 입학 과정 중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에 제1 저자로 논문에 등재된 사실을 기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험 디자인 및 결과 해석 수준이 고등학교 신분이던 조씨가 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씨가 동양대 인근 경북지역 청소년들에게 영어 봉사활동을 했다고 조 전 장관은 주장했지만 이 역시 거짓이었다. 이 활동은 경북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어 에세이 첨삭 지도 등 어학 봉사활동이었는데, 조씨는 이를 통해 동양대서 표창장을 받았다.


하지만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정 전 교수가 자신이 동양대 교육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점을 이용해 조씨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만들어줬다고 판단했다.

정 전 교수는 2013년 3월 동양대서 사용하는 용지에 조씨가 총 116시간 동양대 교육센터서 영재교육 프로그램의 튜터링과 작문 교정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는 내용을 적어 허위 확인서를 만들었다. 

정 전 교수는 이 같은 봉사활동 확인서를 제출해 조씨가 의학전문대학원에 불합격하자, 아들 명의의 동양대 표창장을 이용해 조씨에 대한 동양대 총장상을 위조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6월, 아들의 표창장을 스캔한 뒤 이를 워드 문서에 삽입해 그중 동양대 총장 직인 부분을 오려냈다.

이후 컬러 프린터로 준비한 동양대 상장 용지에 총장 직인을 붙여넣는 방법으로 조씨의 허위 표창장을 만들었다.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인턴도 문제였다. 조 전 장관은 조씨가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적극적으로 인턴 활동을 했고, 이를 통해 국제조류학회의 공동 발표자로 추천됐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8월24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딸이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조류의 배양과 학회 발표 준비 등 연구실 인턴 활동을 했다. 적극적인 활동이 인정돼 2009년 8월2일부터 8일까지 일정인 일본 도쿄 국제조류학회의 공동 발표자로 추천됐다”고 해명했다.

7개의 스펙
논란 시작은?

인턴십 활동이나 국제조류학회의 발표자로 선정되기 위해 공주대 교수에게 청탁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조씨는 2008년 7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0개월간 집에서 선인장 등 작은 동식물을 키우면서 생육 일기를 쓰거나 독후감을 써 정 전 교수의 대학 동창인 공주대 교수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2009년 5월부터 7월까지 한 달에 1~2번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에 가서 수초 접시의 물을 갈아주는 등 고등학생 수준의 체험활동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관해 공주대 대학원생이 증인으로 나와 증언한 바 있다.

해당 대학원생은 재판에서 “조민을 만난 적이 없던 시기에 그의 이름이 추가됐고, 이름을 갑자기 넣기로 한 사람은 김모 교수다. ‘학생이 학회에 같이 가고 싶어 한다’는 당시 상황 설명을 들었다. 다른 연구원의 연구 기여도가 40~50%에 달하지만, 조민은 1~5%된다”고 증언했다. 

같은 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공주대 김 교수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조씨의 공주대 체험활동 확인서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 부끄럽다”며 “정 교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김 교수는 정 전 교수의 대학 동창으로 정 전 교수로부터 딸 조씨의 인턴 체험활동을 부탁받은 셈이었다.


2008년 12월 대학 병리학회에 제출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H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논문도 문제였다. 조 전 장관은 이 논문이 고려대 입시에 활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반면 검찰은 조씨가 2007년 7월23일부터 8월3일까지 약 2주간 단국대 의과대서 체험활동을 했으나 의학 지식이 부족해 대학원생 지도하에 실험실 견학 등을 주로 경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실험 과정에서 조씨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는 2009년 8월 대학입시 활용 목적으로 체험활동에 대한 확인서 발급을 요청받자, 조씨가 제1 저자로서 능력을 갖추고 실험에도 기여한 것처럼 꾸며 체험활동 확인서를 발급했다.

조씨는 이를 한영외고에 제출해 생활기록부에 기재했다.

고려대에 따르면 조씨는 2010학년도 입시서 고려대 세계 선도 인재전형에 어학 점수·학교생활기록부를 토대로 1단계 서류평가와 면접 등 2단계를 거쳐 합격했다. 결국 고교 생활기록부로 입학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학 당시 자기소개서에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3주간 인턴으로 근무했다”고 기재한 것도 문제가 됐다.


검찰은 조씨가 2011년 7월12일 KIST의 분자인식연구센터장 면접을 본 뒤 연수 허가를 받고, 2011년 7월21일까지 3~4일만 나왔으며, 그 기간에도 실험에 참여하지 않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다 나오지 않아 7월22일자로 연수가 종료됐다고 결론내렸다. 

“또래에
미안해”

KIST 역시 “2011년 7월18일부터 8월19일까지 연수하기로 했으나, 연수 시작 후 5일 만에 학생이 자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조씨의 입시 비리와 관련해 학부모 참여 인턴십에 관여한 적 없고, 조씨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 담당 교사가 만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스펙 품앗이’ 논란이 불거진 장 교수와도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정 전 교수가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조 전 장관의 지위와 인맥을 활용해 딸 조씨로 하여금 일반 고등학생이 접근하기 어려운 논문 저자 등재, 국책 연구기관 인턴 등 허위 스펙을 만들어 상급학교 진학 시 이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씨가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2007년 7월 한영외고 동급생 부친인 장 교수에게 체험활동 및 논문 저자 등재를 부탁해 승낙받았다고 봤다.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은 조 전 장관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 PC서 발견된 조씨의 코넬대 경영학과 추천서에 담긴 내용이다. 아쿠아펠리스 호텔의 시니어 매니저가 조씨를 추천했다는 영문 파일의 작성자는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였다.

해당 파일에는 ‘조씨가 3년 동안 아쿠아펠리스 호텔서 주어진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해당 내용을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호텔서 조민을 본 적도, 그런 추천서를 본 적도 없다”는 아쿠아펠리스 직원들의 법정 진술을 근거로 조씨가 호텔서 인턴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아쿠아펠리스 호텔의 식음료 팀장으로 근무했던 직원은 법정서 “조민이 3년간 일했다는 2007~2009년까지 고등학생이 주말에 인턴 또는 실습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고, 호텔 관리실장으로 근무했던 직원 역시 “조민이 호텔서 인턴을 한 적이 없다. 고등학생이 3년간 호텔에 있었다면 눈에 띄었을 텐데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출연 뒤 SNS 활동 시작
조국 판결 후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정 전 교수 측은 이 호텔과 업무제휴를 맺은 서울 인터콘티네탈호텔서 조씨가 인턴을 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입증할 증거 역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쿠아펠리스 직원들은 “인터콘티네탈호텔과 업무제휴도 맺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조 전 장관이 조씨가 서울대 의전원 지원 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등을 허위로 발급·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사법부의 판단에도 조씨는 당당했다. 그는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에 출연해 “검찰이나 언론이나 정치권서 제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본인들은 스스로에, 아니면 그들의 가족에게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버지가 실형을 선고받으시는 걸 지켜보면서 ‘나는 떳떳하지 못한가?’라고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 조국 딸이 아니라 조민으로 당당하게 숨지 않고 살고 싶다”고 인터뷰에 나선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조씨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표창장으로 의사가 될 순 없다. 입시에 필요한 항목들에서 제 점수는 충분했고 어떤 것들은 넘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선배 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실력도 이야기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 다만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기 전에는 의료 지식을 의료봉사에만 사용하려 한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지난 4년간 세상을 보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졌느냐”는 김어준씨의 질문에 “부족하지 않은 저의 환경 자체가 누군가에게 특권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게 된 것 같다. 제 또래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조씨를 연일 비판했다.

정씨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조씨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면서 “내 승마 선수로서의 자질은 뭐가 그렇게 부족했길래 너희 아빠는 나한테 그랬을까. 웃고 간다. 네 욕이 많겠냐, 내 욕이 많겠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불공정은 댁이 아직 의사를 하는 것”이라며 “좌파가 뭐라고 해도 내 메달은 위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갑툭튀 정유라 
“자격 박탈해야”

정씨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 국가대표로 출전해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정씨는 이후에도 자식의 게시글 댓글을 통해 조씨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자신을 응원하는 네티즌이 “이 정도면 정유라의 학위를 회복시켜줘야 한다”는 댓글에 정씨는 “난 그런 거 필요 없고 조민도 의사 자격 박탈시켜주길 간청한다”고 답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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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