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지분구도 역주행,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DB그룹 왕회장이 다시 영향력을 키우기에 나섰다. 볼썽사나운 스캔들 이후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DB그룹은 수년 전 엄청난 이미지 훼손을 겪어야 했다.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이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별장의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게 결정적이었다.

여전한 존재감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치료 명목으로 미국으로 떠났다가 출국 이후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한동안 국내로 돌아오지 않았고, 수사는 약 2년간 진척되지 못했다. 도피행각을 벌이던 김 전 회장은 2019년 10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출국한 지 약 2년2개월 만이었다.

그를 향한 시선은 이미 존경받는 기업인에서 파렴치한 성추행범으로 뒤바뀐 상태였다.

혼란을 수습하는 임무는 창업주의 장남인 김남호 현 DB그룹 회장의 몫이었다. 2020년 7월 DB그룹은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이었던 김 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2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김 회장의 영전은 시기상 문제일 뿐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룹이 2000년대 초부터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결과, 김 회장은 회장 선임 시점에 DB손해보험과 DB Inc 지분 9.01%와 16.83%를 각각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 있었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DB금융투자·DB캐피탈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을 지배하고 있다.

더욱이 김 회장은 승계를 위한 준비 과정을 착실히 밟아왔다. 1975년생인 김 회장은 2002년부터 3년간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인 AT커니서 근무했고, 2007년 미국 시애틀 소재의 워싱턴대 대학원서 경영학 석사, UC버클리서 금융 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DB그룹에 입사해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서 생산·영업·공정관리·인사 등 각 분야 실무경험을 쌓았다.

김 회장은 국내외 투자금융전문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10년대 중반 그룹 구조조정 과정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팜한농, 동부대우전자 등을 매각하는 작업에 깊이 관여해 금융·IT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DB메탈의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유상증자를 이끄는 등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급격히 커진 부친 영향력

DB금융 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DB금융연구소에서는 금융 계열사들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웠다. DB금융부문이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김 회장 체제 출범 직후만 해도 DB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은 마냥 우호적이지 않았다. 금융 부문에 편중된 그룹 수익구조에 대한 우려가 컸던 데다, 2015년 준대기업으로 밀려나는 등 그룹의 외형이 나날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너 2세 경영체제에서 DB그룹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 회장 취임 직후부터 DB그룹 핵심 계열회사들이 실적 고공행진을 거듭한 게 컸다.

실제로 DB손해보험은 2019년 5089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21년 1조1084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DB하이텍의 영업이익은 1813억원에서 3991억원으로 120.1% 늘었다. 

지난해에도 순풍은 계속됐다. DB손보와 DB하이텍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각각 3414억원, 2204억원다. 전년 동기 대비 13.3%, 85% 늘어난 수치다. 특히 DB하이텍의 선전은 금융 부문에 편중된 그룹 수익구조를 다변화했다는 차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주력 계열사들의 호성적에 힘입어 그룹의 대외 위상은 급격히 올라갔다. 2015년 준대기업으로 밀려났던 DB그룹은 2021년 공정자산 기준 재계 순위 39위 대기업으로 복귀했다. 김 회장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거둔 성과였다.

이렇게 되자 총수 즉위 직후 불거졌던 김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상당 부분 희석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서도 그룹 재건의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 후한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목격된 DB그룹 지분 구도상에서의 이상 기류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촉발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한 DB Inc 주식 864만4280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전량 취득했다. 김 전 회장의 지분율은 15.91%로 높아졌고, 이로써 김 회장(지분율 16.83%)과의 격차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상기류

공익법인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을 후계자가 아닌 창업주가 매입한 것은 일반적인 경영권 승계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일각에서는 경영 복귀 수순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회장직 복귀는 현실성이 없다는 관측도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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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br>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4일, 전날 전국적으로 실시됐던 제21대 대통령선서서 49.42%(1728만7514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을 확정지었다. 오전 5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개표가 100% 완료된 상황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15%(1439만5639표)를 8.27%의 차이로 따돌리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골든 크로스’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국민의힘 예상과는 달리 다소 여유 있는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40대 기수론’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291만7523표)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치면서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받을 수 없게 됐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0.98%(34만4150표),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0%(3만5791표)를 기록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우세를 보였다. 30%의 개표 상황서 이미 지상파 방송 3사는 그의 당선 유력을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오후 11시40분경에는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과반 특표는 실패했지만, 총 1728만여표를 받으며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역별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광주, 대전, 세종, 충청, 전라, 제주 등 전국 다수 지역서 1위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서 이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서울, 세종, 충청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 20대 대선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렸던 데 반해 이 대통령은 모두 김 후보에게 우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이재명 47.13% VS 김문수 41.55% ▲경기 이재명 52.20% VS 김문수 37.95% ▲인천 이재명 51.67% VS 김문수 38.44%로 이 대통령이 모두 앞섰다. ‘캐스팅 보터’로 불리는 대전·세종 및 충청권에서도 충남 47.68%, 충북 47.47%를 기록해 김 후보에 우위를 보였다. 세종서도 55.62%를 얻어 김 후보(33.2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이재명 48.50% VS 김문수 40.58% ▲세종 이재명 55.62% VS 김문수 33.21% ▲충남 이재명 47.68% VS 김문수 43.26% ▲충북 이재명 47.47% VS 김문수 43.22%로 각각 집계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파면으로 열린 조기 대선 성격상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바 있다. 이런 연유로 과연 김 후보가 이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잖은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비상계엄의 여파를 직격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서울 및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가 이 대통령에게로 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오전 12시가 넘어 인천 계양구 자택서 나와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서울 여의도 소재의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찾아 격려했다. 이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돼있는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다시는 군사 쿠데타가 없도록 반드시 지켜내갰다”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드는 일을 나머지 사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혐오와 대결을 넘어 존중하고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가 당선인을 선언하면 공식적으로 대통령 임기 및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 북핵 문제를 비롯,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정책, 선거로 인한 국론 분열, 민생 경제 등 이 대통령이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