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⑰진실제와 세속제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1.17 10:41:29
  • 호수 1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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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아저씨들, 잠깐만요…. 뭘 갖고 아웅다웅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성철 스님께서 하신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냥 산이 아니라 늘 변모하는 산, 그냥 물이 아니라 육체적 눈꺼풀을 벗고 청정심으로 보는 물이라고요.” 

“아따, 알겄네. 참견 말고 어서 학원에 가서 영어 수학 공부나 열심껏 하라구.” 
“어따, 인생 공부나 제대로 해야지.”

또 논쟁

“이 양반들, 따순 밥 먹고 또 논쟁이구먼. 그래, 오늘은 또 뭔고?”

“아, 네…. 뭐 통일대박론에 대한 얘깁니다.”


“아니죠.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치면서 반대 방향으로 나가는 짓에 대한 비판이에요.” 

“흠, 그래…. 어쨌든 이 시대의 빅 이슈이긴 한데….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한가운데 딱 끼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 정부가 막 처리하긴 힘들어. 이리 하려면 저놈이 지랄하고 요렇게 해 보려면 조놈이 으르렁거리구…. 참 좆같은 신세라고나 할까.” 

“에이, 그런 상스러운 말씀은 좀 자제하시죠.”

“흐흐흣, 좆이 보지 속에 들어간다면 훈훈한 합궁이 되겠지만, 만일 바위 속에 끼인다면 얼마나 괴…. 아아, 말을 못 하겠네. 직접 한번 상상해 보시게들.” 

“우리 한국 사람들이 그런 신세란 말인가요?”

“비슷하지 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신각축장이랄까. 우리 마음속에서도….”

“후훗, 늘 중도를 강조하시면서…. 후후훗, 이런 경우엔 왠지 좀 좌빨 편향이시더라.” 


“흠, 아니지. 중도란 중간에 끼어 이익을 탐내거나 핍박당하는 게 아니라, 두 놈들의 장단점을 꿰뚫어 본 후 그런 질곡을 벗어나 새롭고 멋진 세상을 창조해 내는 것이지.” 

“진제와 속제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아, 이 문제에선 나도 뭐가 진실제이고 세속제인지 잘 모르겠구먼. 하지만 적어도, 입바른 소리나 관념적인 생각만으론 결코 쉽지가 않겠지. 우리가 좀 잘 살아보려고 하면 꼭 대국 놈들이 나서서 방해하니까 말야. 자기네 이익 추구에 맞지 않으니 그들이야 당연히 그러는 게 옳겠지. 우리가 아무리 민족 나라 통일을 하려 발버둥쳐도 첩첩산중이야. 북한 녀석들도 상당히 간악스러운 면이 있지만 보통 인민들보다는 특별 상류계급의 자구지책 짓거리겠지. 쌍년놈들!” 

“어이쿠,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중생들에게 지혜로운 통찰을 알려 주시죠.” 

“흠, 허경영인지 허본좐지 자칭 아이큐 480이라고 떠벌리는 코미디 같은 정치 탤런트는, 자기가 우주적 대통령이 돼 우선 아시아 통일을 이루기 전에 자꾸 남북한 통일을 획책한다면 피박 쓸 위험이 높으니 만큼…. 아예 통일부 자체를 없애 버리고 무관심주의로 나가는 게 좋다고 개그를 하던데, 사실상 전혀 일리가 없진 않아. 비유가 적절친 않으나, 밥 먹기 싫다는 아이에게 자꾸 뭘 먹이려고 들면 반발만 심해질 뿐이야. 그땐 그냥 모른 척 몇 끼니 굶겨 놓는 게 상책이라구. 나중엔 스스로 기어나와 엄마에게 밥 달라고 아양 떨며 고마워하겠지. 아무튼 꼭 북한 정권이 그런다는 얘긴 아니구…. 일단 우리 주변 강대국들이 볼 땐 남북한 민족끼리 아웅다웅 아귀다툼을 벌이는 척하면서도, 물밑으론 미래 한반도를 건설키 위해 끊임없이 교류해야겠지.”

“위장전술이군요.” 

통일대박론 뒤 놓인 첩첩산중
정치권 사리사욕에 맞춰 분열

“글쎄 뭐…. 정치권만으로는 힘들고, 국민들의 단합된 힘을 통해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분열은 어부지리…. 여보게들, 너무 반목하지 말고 서로 한번 잘 토론해 봐. 난 바빠서 이만 굿바이….” 

“네, 다녀오세요. 그런데…. 너나없이 참 어려운 현실이야.” 

“흥! 아무리 어려워도, 국민 수백만명이 고난에 허덕이다 못해 자살해도…. 우리가 뽑아 놓은 국회의원 놈들이나 가진 자들은 오히려 은근히 속으로 흐뭇해 하겠지. 상대적 우월감이랄까. 장르 드라마 같은 데 나오는 악마 캐릭터를 멀리 가서 찾을 건 없어. 바로 그런 놈년들이 진짜 악마니 말야.” 

“누구나 마음속에 악마를 지니고 있는걸 뭐.” 

“그 말 들으니 문득 떠오르는데, 여통령 맘속에도 모종의 마귀가 들어 있는 것 같아. 본래는 엄마를 닮아 착했는데 아버질 따라 정치 권력에 가까이 가다 보니 심성이 오염된 성싶어.” 


“설마.” 

“그래도 자기가 천명한 뜻을 휙 뒤집어 버린 건 정신이 똑바르지 않다는 증거겠지. 여자라서 혹시 그런 건지, 아니면 주위에 포진한 권력 좀비들에게서 바이러스라도 감염된 건지….” 

“시국이 하두 어수선해서 누가 수령이 되더라두 꽤 어려울걸. 그냥 두고 보며 넘어가자구. 옛날 우리 할머니 부모님들이 보릿고개 넘듯….” 

“이제 그런 패배자적인 마인드는 버려도 할아버지가 칭찬할 만큼 풍부해졌잖아. 다만 물질적 육체적 풍요를 얻은 대신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문제지 뭘.” 

“풍요로우면 됐지, 그게 육신인지 정신인지 따져서 뭘해.” 

“언밸런스인 경우엔 심신이 서로 파먹으며 삶 자체까지 갉아 먹으니까.” 


“쓰잘머리 없는 소리! 밑바닥에서 폐지를 주우며 배곯아 보면 뻔히 결론이 날 텐데 뭔 관념적인 헛소리야.” 

“이젠 그런 시대는 아닌걸 뭐. 국회의원들이 회기 시작 전에 이기적으로 줄 싸움하기보다, 여의도 광장에 무릎 꿇은 채 10m 정도만 걸어 보면 진실이 느껴지지 않을까. 국민들이 나서서 시켜야 해.”

“국민들도 여러 가지니까. 정치꾼 파벌들은 자기네 사리사욕에 맞춰 분열시키는 판인걸. 솔직히 말해 난 당신 같은 인간의 골통을 한번 때려 주고 싶어.”

“친다면 난 가래침을 속사포로 뱉어 줄 수도 있지. 마침 저절로 장착된 상태니까.”

“후후, 그러지 말자구. 그러고 싶다고 했지. 누가 그런다고 했나.”

“정신 좀 차려! 지금 보니 광화문 시위에 나가려나 본데…. 너무 과격하게 해서 자기 본정신까진 파괴하지 말라구. 그러면 바로 좀비 인간이 될 테니까.” 

“걱정 말고 자기 마음이나 잘 챙기라구. 설령 깨끗한 척할지언정, 이미 누구나 다 좀비 바이러스에 조금쯤은 감염돼 있으니 말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등 모든 분야에서….” 

“그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군중 심리 속에 섞여 하숙생보다 못한 마인드로 성조기를 흔들며 지랄치진 말라구.” 

깨끗한 척

“몰라. 군중 속에 섞이면 흔들 수도 있겠지.” 

“흔들더라도 제발 좀 태극기만 흔들어. 왜 미국 성조기를 섞어 흔들고, 때론 태극기 위에서 흔들어대다가 찍어 누르는지 몰라.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흥분하지 말라구. 무슨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일장기는 안 흔들잖아.”

“맘속으로 일장기를 흔들어대며 희희덕거리는 연놈들도 아마 많을걸.”

“글쎄….”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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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