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르는 ‘연예인 병’ 대해부

그들도 우리처럼…그들도 인간입니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얼마 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우종완이 사업실패와 뺑소니 혐의에 따른 우울증 등으로 자살을 택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지난 2005년 고 이은주의 자살을 시작으로 매년 연예인들의 자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원인 중에는 우울증을 비롯한 수많은 정신적 고통에 있는데, 잇단 연예인들의 자살은 일명 ‘베르테르효과’인 타인의 모방자살을 부추김으로써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5일 우종완 패션크리에이티브디렉터가 사업실패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결국 자살로 삶을 마무리했다. 우씨는 MBC <무한도전>과 케이블 방송 <프로젝트 런웨이코리아> 등 활발한 방송활동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불렸다.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톱스타들이 줄을 이었고 국내외 안팎에서도 그는 꽤 인정받은 패션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남모를 고통과 스트레스가 숨겨져 있었다.

우울증, 통상적인
‘연예인 병’ 

지난해 12월 우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여울역 사거리 앞 도로에서 앞에 있던 택시와 추돌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좋은 이미지로만 포장됐던 우씨의 이미지는 벼랑 끝으로 추락했고 누리꾼들의 비난세례 또한 끊이지 않았다. 뺑소니 사건 이후 그는 자연스럽게 방송 중이었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주위에서는 그가 운영하던 쇼핑몰 사업도 매출 부진으로 4월에 폐업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자 스트레스가 극도로 치닫게 됐다고 전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종완의 자살이 사업부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뺑소니 사건 후 누리꾼들의 악성댓글이 주요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우종완은 ?소니 사건을 겪은 후 SNS를 통한 누리꾼들의 원색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고 이 때문에 많이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종완과 같이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결심한 스타들은 많이 있다. 오죽하면 우울증은 속칭 ‘연예인 병’이라고 회자될 정도다. 고 최진실이 대표적 사례다.


최진실은 지난 2004년 조성민과의 이혼 후 지속적인 우울증을 겪었다. 이후 신경안정제의 도움을 받았고, 정선희 전 남편인 고 안재환과 관련 루머에 한동안 시달리며 우울증을 키워왔다. 사망 전날에 그는 손현주와 모 제약회사의 CF를 촬영하다 ‘힘이 부친다’며 촬영을 중단했다. 촬영을 조기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온 최진실은 어머니와 이모 등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섭섭하다” “난 사채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울먹이다 욕실로 향했고 목을 매 생을 마감했다. 

넘치게 화려한 만큼 고독한 직업 “남몰래 끙끙”
불면증·우울증·공황장애 등 정신적 고통 심해

화려한 싱글로 돌아온 고현정도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 2003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혼한 뒤 자식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우울증에 걸렸다. 자식과의 생이별도 버거운데 대중들도 그를 반갑게 여기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그녀의 컴백소식에 “돈과 권력이 탐나 연예계를 은퇴할 때는 언제고 이제야 배우랍시고 화면에 들이대느냐”며 잔인한 악성댓글을 퍼부었다.

게다가 연하 남자연예인들과의 끊임없는 스캔들 의혹과 전 남편인 정용진 부회장의 결혼소식에 따른 ‘음독자살기도’ 루머에 시달리며 우울증은 극한으로 치닫았다. 결국 음독자살기도는 근거 없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의 마음에 남겨진 상처는 아물지 못한 채 마음의 병으로 안고 가야했다.     

21세기에 들어 연예인 자살 첫 시동을 건 고 이은주의 사망원인은 불면증으로 드러났다. 이은주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상영 중일 때 KBS 2TV 건강프로그램인 <비타민>에 출연해 스튜디오에서 건강진단을 받았다.

잠 못 이루는 밤
불면증의 고통

이때 이은주는 의사로부터 우울증을 동반한 불면에 시달려 조속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또 이은주에게 수면부족을 언급하며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강화를 위해 숙면을 취할 것을 권유했다. 당시 이은주는 의사의 조언에 대해 단지 “바빠서 그런 것 같다”고 황급히 둘러댔다. 이은주 측근에 따르면 당시 가족으로부터 결혼에 대한 압박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불면증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연예인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가수 손호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일할 땐 일하느라 못 쉬고 막상 쉬려니 마음이 불안해서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언급해 주위 팬들의 우려를 샀고 최근 수면 마취제 프로포폴 상습 투여 의혹을 받고 있는 방송인 에이미도 눈 성형 후 지나친 악플에 못 이겨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았다. 톱스타 김혜수도 한 언론을 통해 “불면증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매일 밤 괴롭다. 너무 힘든 병이다”라며 불면증으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공황장애를 겪는 연예인도 적지 않았다. 공황장애는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여 심적 장애를 앓는 것을 말한다. 가슴이 심하게 뛰어 호흡곤란이 오거나 어지러움을 느껴 심하면 발작까지 일으키는 무서운 질환이다.

왕따의 후유증
대인기피증까지  

예능의 대부라 불리는 코미디언 이경규와 친근감이 느껴지는 배우 차태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경규는 이미 몇 몇 쇼프로그램을 통해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누누이 말해온 바 있다. 그는 무려 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예능계의 정상을 지켜오면서 각종 슬럼프에 시달려야만 했다.

시청률 부진에 따른 프로그램 조기종영이나 적자로 내몰린 영화사업, 세대교체를 종용하는 제작진의 압박감 등으로 인해 공황장애는 점점 더 심해졌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그는 녹화를 중단하고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해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야 했던 사연을 말하며 덤덤하게 공황장애를 인정했다.

배우 차태현은 지난 7월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와 SBS <힐링캠프> 등에서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공황장애에 시달려 응급실을 제집 드나들듯 다녔고 약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장거리 비행은 물론 MC를 보는 일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극심한 공황장애에 시달렸다. 소속 연예인인 5인조 남성그룹 ‘빅뱅’이 지드래곤에 이어 대성, 승리까지 줄이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급발작을 일으켰다고 고백했다.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인기피증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거부하는 정신질환이다. 이 질환을 겪는 사람은 대인관계를 멀리함으로써 사회적 기능이 급격히 감소돼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갖게 된다. 또한 이들은 혼자 있는 것에 극도로 안정감을 느끼며 외부 출입으로 사람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호흡곤란과 경련, 구토증세 등 막중한 심적 부담을 느낀다.

병 키우다 마약에 손대거나 극단적인 선택하기도
겉으론 웃고 속으론 우는 스타들 주위 관심 필요

대인기피증을 겪는 연예인으로는 배우 김하늘과 박지윤이 등이 있다. 김하늘은 최근 <힐링캠프>에 출연해 학창시절에 당했던 왕따 경험을 비롯해 수년 전 모 남자선배와의 스캔들 루머로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왕따를 당했다. 내가 말을 걸면 친구들이 웃어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항상 먼저 말을 거는 사람과 친구가 됐다”며 “친해지고 싶어 쳐다보면 되레 상대방은 ‘왜 째려보냐’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었던 나는 이 일로 인해 더 의기소침해졌다”고 덧붙였다.

김하늘은 왕따 이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 그곳에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당시의 트라우마가 마음 속 깊게 자리 잡아 아직도 연예인 친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 선배와의 불륜 스캔들은 더했다. 당시 유부남이었던 모 남자선배와 불륜을 저지른다는 루머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그는 자신을 더 깊숙한 울타리 안으로 가뒀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점점 더 사람들을 피하게 됐고 이에 따른 대인기피증은 날로 심해졌다는 후문이다.

박지윤의 경우는 더 심하다. 그는 모 고위 간부와의 섹스스캔들과 그에 따른 황당한 루머에 휘말려 말 못할 고통을 오랜 시간 감내해야만 했다. 박지윤은 “나이 지긋한 고위 간부와 성관계를 하다 변을 봤다는 얼토당토 않는 루머에 시달려 치욕스러웠고 이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며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루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던 나완 달리 손 놓고 방관만 했던 당시 소속사에 대한 미움이 가중돼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화려한 겉모습 뒤
가슴시린 아픔


화려하게 포장되어야만 하는 연예인의 생활은 일반인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의 부족하고 약한 부분까지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늘 긴장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행여나 힘든 일이 생겨도 소문이 날까봐 자신의 얘기를 마땅히 털어 놓을 곳도 없이 외롭게 지내기도 한다.

최진실의 경우 사망하기 전날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사람이 친구나 가족이 아닌 단지 친분 있던 기자라고 전해지기도 했다. 한 심리 전문가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홀로 속앓이를 하면서 정신적인 상처를 키워가는 경우가 많다”며 “겉으론 웃고 있어도 신경안정제나 수면제에 중독돼 마약까지 손을 뻗는 경우도 종종 있어 주위 사람들의 깊은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누리꾼들의 지나친 악성댓글 자제와 연예인에 대한 도 넘은 사생활 침해를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