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차남에게 쏠리는 승계의 추

지주사 통솔 위치 올라선 후계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차남이 부각되고 있다. 그룹 주력 사업에서 일군 성과를 기반으로 지주사를 통솔하는 위치로 올라선 양상이다. 상대적으로 직급이 높은 장남보다 이번 기회에 차남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진 분위기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장·차남이 나란히 명패를 바꿔달았다. 지난달 20일은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이사(전무)와 윤새봄 놀이의 발견 대표이사(전무)의 승진 소식을 알렸다. 윤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 전무는 부회장, 차남인 윤새봄 전무는 사장으로 승진하는 게 기본 골자다.

낙점된
분위기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차남이 윤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표면상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남이 승계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듯 보이지만, 차남이 맡게 된 회사의 중요성이 훨씬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웅진은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사업 부문은 전문 경영인인 이수영 대표이사, 지주 부문은 윤새봄 사장이 맡기로 결정됐으며, 윤 사장은 기획조정실장도 겸임한다.

윤형덕 부회장은 승진을 통해 동생을 직급상 앞선 것과 별개로, 렉스필드 컨트리클럽으로 발령이 나면서 그룹 중추에서 다소 멀어졌다. 렉스필드 컨트리클럽 회원제 골프장 렉스필드CC를 운영하는 회사다. 게다가 렉스필드 컨트리클럽은 남기성 대표를 축으로 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그대로 가동된다.


일각에서는 그간 차남이 보여준 경영 능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윤 회장의 두 아들은 2000년대 후반 그룹에 나란히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았지만, 드러난 성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윤새봄 사장은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 웅진씽크빅 대표이사, 웅진그룹 사업운영총괄 등을 거쳤다. 웅진씽크빅 대표 시절에 실리콘밸리 AI 기업 ‘키드앱티브’에 대한 투자와 제품개발을 진행하는 등 에듀테크 시장 선점 작업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놀이의 발견의 성공은 윤새봄 사장의 경영 능력을 확실히 입증한 사례가 되기에 충분했다. 놀이의 발견은 2020년 5월 웅진씽크빅에서 분사한 법인이다. 이 무렵 웅진그룹은 사업운영총괄 전무였던 윤 사장에게 경영을 일임하는 형태로 사내 키즈 플랫폼 사업단을 놀이의 발견이라는 이름으로 물적 분할했다.

2019년 4월 출범한 놀이의 발견은 전국 놀이·휴양 공간을 한 자리에 모아 예약, 결제까지 가능하게 한 앱 기반 플랫폼이다. 테마파크·키즈카페·체험공방 등 5000여개 제휴사의 프로그램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

놀이의 발견은 출시 직후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고, 3개월 만에 누적 회원 20만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누적 회원은 130만명에 달한다.

껍데기 주고 내실 챙겼다
사실상 끝난 경쟁 수순

교육 사업에 대한 그룹의 높은 의존도는 윤새봄 사장을 축으로 하는 후계 구도를 예상케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웅진그룹은 세일즈맨 출신인 윤 회장이 자수성가로 창업한 후 성장을 거듭한 끝에 2011년 매출 6조원에 계열사 31개로 재계 30위권의 위상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매각됐다. 극동건설 부도, 서울상호저축은행 상장폐지에 이어 웅진코웨이,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등이 잇따라 팔렸고, 결국 중견기업으로 위상이 추락했다. 

웅진코웨이를 다시 품고자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웅진씽크빅과 넷마블은 2019년 12월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7400억원에 넷마블이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웅진그룹은 2019년 3월 웅진씽크빅을 통해 과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팔았던 코웨이 지분 22.17%를 되사오면서 약 1조6849억원을 지불했다. 또 추가 자본 투입으로 지분을 25.08%까지 늘리면서 인수에 총 1조9000억원을 썼다. 재무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다 보니 인수대금 대부분이 차입금이었고, 결국 인수 3개월 만에 매물로 내놔야 했다.

공교롭게도 교육 사업에 대한 집중도 강화는 신사업을 통해 역량을 입증해야 했던 장남에게는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그간 윤형덕 부회장은 웅진코웨이 신상품팀장, 웅진코웨이 경영전략실장, 웅진씽크빅신사업 추진실장 등을 역임하며 기획과 마케팅 역량을 키웠다. 웅진코웨이 재직 당시 매트리스, 안마의자 등 신규 렌털 상품을 기획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공헌한 점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무너진
힘의 균형

그럼에도 윤형덕 부회장에 대한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웅진씽크빅과의 사업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데다, 웅진투투럽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입지가 축소된 탓이다.

윤형덕 부회장은 2016년부터 웅진투투럽 대표를 맡았고, 초창기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특히 2019년에 매출 84억원과 7억원대 순이익을 내면서 향후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웅진투투럽의 활약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1년 말 기준 웅진투투럽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80억원, 3억3000만원에 그쳤고,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중은 0.4%에 불과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순손실 1억5000만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이 이뤄졌다.

차남의 지분율이 장남을 앞섰다는 점도 향후 그룹 후계구도가 차남을 중심으로 짜여질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윤 회장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두 아들에게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실제로 두 사람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은 이 무렵까지만 해도 엇비슷했다. 2019년 말 기준 윤형덕 부회장과 윤새봄 사장의 ㈜웅진 지분율은 각각 12.97%, 12.95%로 유의미한 격차라 보긴 힘들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윤새봄 사장이 본격적으로 지주사 지분 취득에 나서면서 둘 사이의 지분율 균형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윤새봄 사장은 2020년 5월18일부터 21일까지 자사 주식 169만7915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15.09%로 끌어올리며, 형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 시점부터 재계에선 차남이 사실상 후계자로 간택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전까지만 해도 장·차남 사이에 힘의 균형이 맞춰졌지만, 지주사 지분율을 높인 차남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윤 사장과 윤 부회장 지분율은 각각 16.3%, 12.88%다.

밀리는 형님
아우의 그늘

윤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인식을 통해서도 차남 중심의 승계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윤 회장은 이유 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수차례 피력해왔다. 창업 초기부터 투명한 경영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고, 친인척을 배제시켰던 수많은 일화는 윤 회장의 평소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자식도 마찬가지였다. 경영 능력이 안 되면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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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br>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4일, 전날 전국적으로 실시됐던 제21대 대통령선서서 49.42%(1728만7514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을 확정지었다. 오전 5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개표가 100% 완료된 상황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15%(1439만5639표)를 8.27%의 차이로 따돌리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골든 크로스’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국민의힘 예상과는 달리 다소 여유 있는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40대 기수론’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291만7523표)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치면서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받을 수 없게 됐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0.98%(34만4150표),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0%(3만5791표)를 기록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우세를 보였다. 30%의 개표 상황서 이미 지상파 방송 3사는 그의 당선 유력을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오후 11시40분경에는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과반 특표는 실패했지만, 총 1728만여표를 받으며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역별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광주, 대전, 세종, 충청, 전라, 제주 등 전국 다수 지역서 1위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서 이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서울, 세종, 충청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 20대 대선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렸던 데 반해 이 대통령은 모두 김 후보에게 우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이재명 47.13% VS 김문수 41.55% ▲경기 이재명 52.20% VS 김문수 37.95% ▲인천 이재명 51.67% VS 김문수 38.44%로 이 대통령이 모두 앞섰다. ‘캐스팅 보터’로 불리는 대전·세종 및 충청권에서도 충남 47.68%, 충북 47.47%를 기록해 김 후보에 우위를 보였다. 세종서도 55.62%를 얻어 김 후보(33.2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이재명 48.50% VS 김문수 40.58% ▲세종 이재명 55.62% VS 김문수 33.21% ▲충남 이재명 47.68% VS 김문수 43.26% ▲충북 이재명 47.47% VS 김문수 43.22%로 각각 집계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파면으로 열린 조기 대선 성격상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바 있다. 이런 연유로 과연 김 후보가 이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잖은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비상계엄의 여파를 직격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서울 및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가 이 대통령에게로 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오전 12시가 넘어 인천 계양구 자택서 나와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서울 여의도 소재의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찾아 격려했다. 이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돼있는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다시는 군사 쿠데타가 없도록 반드시 지켜내갰다”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드는 일을 나머지 사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혐오와 대결을 넘어 존중하고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가 당선인을 선언하면 공식적으로 대통령 임기 및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 북핵 문제를 비롯,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정책, 선거로 인한 국론 분열, 민생 경제 등 이 대통령이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