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간 호남지역에 국한됐던 대외활동을 전국구로 넓히는 모양새. 경제사범이라는 대외적 인식을 희석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도 남긴다.
지난 15일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회원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32차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단독 출마한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을 13대 협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영향력 확대
정 부회장은 협회장 당선 소감에서 “금리 상승 기조와 실물경제 침체 가속화로 인해 중견·중소주택 건설업체들의 사업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이 앞선다”며 “협회 임원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회원업체들이 지금의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국민 주거 수준 향상과 주택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주택업계의 당면 과제로 ▲주택업체 PF대출 정상화 ▲건설사 유동성 지원 확대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한 특단의 지원 대책 ▲공공임대주택 표준 건축비 현실화 ▲민간건설임대주택 건설자금 호당 한도액 증액 등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사업적 기반인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대외활동을 펼쳐온 정 부회장이 보폭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앞서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 회장을 수행 중이었고, 부친인 정창선 회장은 지난해 4월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직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대외 위상 강화는 정 부회장의 제한된 역할을 보충하는 수단으로도 제격이다. 사실 그는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와는 별개로, 표면상이나마 역할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경제사범이라는 낙인이 완벽히 지워지지 않은 여파였다.
활발해진 외부 활동
낙인 지우려 광폭행보?
2016년 1월 광주고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부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고, 검찰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받은 정 부회장은 2심에서 범죄수익금, 비자금 사용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형량이 1심(징역 2년6개월·집행유예 4년)보다 다소 늘어났다.
정 부회장은 집행유예 확정 후 경영에서 한 발 떨어져 있어야 했다. 현행법상 횡령 등 형법 위반의 경우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5년 내 시공업체 등기이사를 맡을 수 없도록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2020년 2월 집행유예 만료 이후 표면상이나마 그룹 핵심계열사에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이유다.
정 부회장은 대한주택건설협회장에 앞서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2020년 2월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제13대 중앙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지만, 현재는 회장직을 내려놓은 상태다.
1989년 설립된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는 ‘진실·질서·화합’을 3대 이념으로 내세운 단체다.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시민교육, 바른생활학생봉사단 운영, 자살 예방, 저출산 극복, 법·교통질서 지키기 등 각종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회장을 맡은 직후, 정 부회장이 이 단체에 합당한 인물인가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다. 집행유예가 만료된 지 보름가량 지난 시점에 정 부회장이 도덕성을 기치로 내건 단체의 얼굴이 된 격이었기 때문이다.
연달아…
더욱이 정 부회장은 단체가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된다고 보기 힘들었다.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회장 입후보 자격 요건에는 ‘후보자 등록인이 1명일 경우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사회 통념상 납득하기 어려운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후보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