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후폭풍’ 경찰 속수무책 속사정

그럼 그렇지∼ ‘까라면 까야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류삼영 총경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접 중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내부 불만이 급속도로 퍼지는 분위기다. 윤 청장이 ‘경찰 대표자’가 아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오른팔’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사태를 해결할 묘수가 없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도 윗선 수사를 시작하지 못한 상황. 특히 이 장관에 대한 직접 수사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류삼영 총경의 중징계 소식을 접한 경찰 대부분은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신뢰를 내려놨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윗선 수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개입 의혹 수사조차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분노는 커지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인 셈이다.

중징계 확정
청장이 요청

경찰청 중장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는 지난 13일 류 총경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앞서 류 총경은 지난 7월23일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총경회의 주최를 주도했다가 상부의 해산명령을 즉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경찰공무원 징계 규정상 정직은 파면·해임·강등 다음으로 무거운 중징계에 해당한다. 징계위는 류 총경이 징계위에 회부된 언론 인터뷰를 이어나간 행보를 문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복종·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다.

류 총경은 서장회의를 중단하라는 경찰청장의 명령은 정당한 지시가 아니고, 언론 인터뷰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총경에 대한 중징계 처분에는 윤 청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는 지난 9월 경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윤 청장은 시민감찰위 권고와 달리 류 총경에게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에 요구했다.

류 총경은 징계위 결정에 대해 즉각 불복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 총경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가인권위원장도, 경찰인권위원장도, 경찰 내부에서도 계속 (저를)징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도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며 “권력을 쥔 소수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류 총경은 징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하고, 구제받지 못하면 법원에 징계 결정 취소소송도 낼 계획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류 총경의 ‘중징계’를 요구한 윤 청장을 향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윤희근 경찰청장님이 부끄럽다’는 글도 올라왔다.

언론 수차례 접촉…품위 위반 정직 3개월
윤희근·이상민 등 윗선 향한 분노서 그쳐

작성자 A씨는 “청장은 내정자 시절 수많은 부하직원들의 반대만 아니라 (경찰국 신설에)법률적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찰국 설치에 찬성했다”며 “정작 경찰국 논의를 하겠다는 류 총경에게는 중징계를 의뢰했는데, 저는 당시 정치권으로부터 류 총경을 보호하기 위한 청장의 묘수인 줄만 알았다”고 했다.

A씨는 ‘이태원 참사’ 국면에서 윤 청장이 보인 모습까지 비판하며 “청장 자리는 부하직원들의 과실에 대해 칼질을 해대는 자리가 아니라 무한대의 책임을(지는 것)”이라고 했다. 윤 청장이 지난달 1일 “(참사)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발표하자 경찰 내부에선 “책임을 일선 경찰관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A씨는 “경찰청장이라는 자리는 부하직원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대통령의 은혜를 입은 자리가 아니다”며 “저는 윤 청장이 우리의 수장이라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윤 청장을 향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경찰직협은 “당시 회의(총경회의)는 휴일에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된 것으로서 이를 중단하라는 직무명령이 적정했는지 의문이고, 과거 검사회의와 비교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류 총경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가능한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과 윤 청장에 대한 일부 경찰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 윗선을 향한 특수본의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져야 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우선 특수본은 지난 13일 오전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박 전 부장은 용산경찰서 정보과가 생산한 핼러윈 인파 급증 예상 보고서를 서울시내 31개 정보과장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서 삭제하도록 취지의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김 전 과장은 이 지시를 받고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을 회유·종용한 혐의로 입건됐다.

묘수?
꼼수?

특수본은 보고서 삭제에 가담한 용산경찰서 정보과 직원 A씨 역시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특수본은 A씨의 경우 위계에 의해 본인 직무 밖의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 삭제 과정에서 김 청장이 관여한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참사의 핵심인 현장 책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5일 기각되면서 전반적인 수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특수본은 두 피의자를 세 번째 소환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위한 보강수사에 열을 올렸다. 이번 주 중 두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한다는 계획도 잡았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11일 오전 10시 수사본부가 차려진 서울청 마포통합청사로 이 전 서장을 소환해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5일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엿새 만이자, 이 전 서장만 총 세 번째 소환 조사다. 이 전 서장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 청구 때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만 적시됐다.

당시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반면 이번 소환 조사에서는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현장에 도착한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실제 오후 11시5분쯤 현장에 도착했지만, 상황 보고서에는 오후 10시17분에 도착한 것으로 기재돼있었다.

이와 함께 특수본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관련해서는 ‘공동정범’을 적용하는 방향으로도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과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때도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가 받아들여진 바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서장의 단독 과실로 참사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지만, 경찰·구청·소방·교통공사 등 관련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돼 참사가 발생했다고 법리를 구성하면 인과관계 입증이 수월해진다는 게 특수본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법리 구성을 하게 될 경우 업무 과정에서 사소한 과실이 있는 공무원도 전부 포함될 수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수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원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숨 돌린
수뇌부

결국 특수본이 이 전 서장에 대한 영장 재신청 시 공동정범 여부 등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관한 보강수사는 물론,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도 추가 분석해야 하는 등 해결 과제는 늘어나게 됐다.

특수본이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야 윗선 수사에도 속도감이 생길 수 있다. 행안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 같은 혐의를 적용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두 피의자는 참사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던 책임 주체로서 비교적 과실이 뚜렷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에 대해 무혐의 또는 재판부의 무죄 판단이 나오면 김 청장이나 윤 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구속 지연은 경찰 외에 소방이나 구청 등에 대한 수사에도 줄줄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수본은 지난주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곧바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영장을 신청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이 입건한 이태원 참사 관련자 대다수가 이 전 서장, 송 전 실장과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는 점이다.

특수본은 피의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경찰과 소방·구청 등의 미흡한 대처, 즉 과실이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해 피해를 키웠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기초적 수사 스탠스가 초반부터 흔들리게 되면 한 달이 지난 특수본의 수사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노력에도 이 전 서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다면 수사 동력을 잃는 등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이 전 서장의 신병을 확보한다고 해도 윗선 수사가 더 큰 난제다. 행안부와 서울시 등 상급 기관 수사는 발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고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 적용도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기댈 곳은 특수본뿐인데…용두사미 조짐
헛도는 수사…업무상과실치사상 적용 어려워

게다가 최근 협의회가 출범하면서 유가족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수사 결과가 유가족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경우 정치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

특수본 소속 경찰관들은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수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일요시사>와 만난 복수의 경찰 간부들은 “특수본 관계자들이 유족의 눈높이에 맞는 성과를 내려 애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청 한 간부는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혐의 입증을 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어제 특수본 후배를 만났는데 정말 힘들어 한다. 윗선 수사에 미적거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정말 억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인과관계 입증이 쉬운 일이 아니다. 물적 증거와 논리가 퍼즐처럼 들어맞아야 한다. 또 다른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분을 할 수도 없어서 애쓰고 있다”며 “유족들이 실망하지 않을 결과를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유가족과 경찰 내부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이 장관을 버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12일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 건의에 대해 “해임은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진상 확인과 실체 규명이 이뤄져야 책임 소재도 가려낼 수 있다는 방침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이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은 이날 인사혁신처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사와 국정조사 이후 확인된 진상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적어도 현 단계에서 도의적 책임이나 야당의 공세를 이유로 경질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부끄럽다”
비판 확산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은 해임 건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이상민 문책론’을 부정하는 듯 비쳐 자칫 유가족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 부대변인이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서는 진상 확인과 법적 책임 소재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며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자 보호”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국회 해임 건의에 대한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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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